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53
밥만 먹고 레벨업 954화
불공평하다.
아테네에선 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
고레벨 유저들이 더 많은 것을 획득하고 더 큰 보상을 받는다?
그들이 초중수 레벨 유저들보다 더 오랜 시간 게임을 플레이했고 그만큼 아테네에서 노력했기에 얻는 보상이다.
그처럼, 민혁은 루브앙 제국과 천외제국에 큰 격차가 있음에도 직업 퀘스트로 내려진 ‘헬레냐의 조각사냥’을 불공평하다 여기지 않았다.
‘내가 해내지 못한다면, 자격이 없는 거겠지.’
겉으로 보면 누가 봐도 루브앙 제국의 네르바가 차세대 군신이 되는 것이 맞으니까.
그러나 그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
헬레냐의 조각들이 그녀에게 힘을 주기 위해 몰려들 때, 일망타진하는 것.
회의를 진행하던 민혁이 말했다.
“위험할 거야.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몰라.”
몰려오는 헬레냐의 조각들을 한 번에 일망타진한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게 따른다.
심지어 조각들의 레벨은 600레벨을 넘어선다.
일제히 몰려올 테니 그 숫자는 수천이 넘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크게 걱정해야 할 부분도 있다.
“말씀하신 대로 정말 위험한 방법이긴 합니다. ‘헬레냐가 잠들어 있다’는 말은 우리의 추측일 뿐입니다. 만약 그녀가 잠들어 있지 않고 우리를 방해한다면, 크게 위험해집니다. 심지어 전쟁 중인 국가인 루브앙 제국이 방관만 하고 있진 않을 겁니다.”
적들이 대량으로 몰려오는 만큼 천외제국도 강한 이들을 대동하여 대기해야 한다.
또 천외제국도 밀집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민혁이 말했다.
“맞아, 그렇기 때문에 유저들 중심으로 갈 거야.”
민혁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얼굴엔 미안함이 한가득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직업 승계를 위해 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외제국의 하이랭커들은 강제 로그아웃됐을 때, 굉장히 커다란 페널티를 안고 간다.
만약 자신이 보유한 최고의 아티팩트를 드랍하게 되면 그는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곧 로크가 말했다.
“천외제국은 ‘우리’의 것이야. 민혁아.”
“…….”
“…….”
우리 모두가 그 짐을 안고 가야 한다는 뜻.
간만에 들려오는 로크의 멋진 말에 모두가 감탄한다.
“크하하하핫, 어때, 나 멋있었지?”
“…….”
“…….”
역시 로크는 멋과는 거리가 멀다.
곧 알리가 말했다.
“우리는 천외제국의 처음을 함께했어, 천외제국의 성장은 곧 우리의 성장이야. 만약 일이 잘못된다 하더라도 이 중 그 누구도 민혁이 너를 원망하진 않을 거야.”
민혁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이들이 있기에, 자신도 물러설 수 없는 용기를 얻는다.
“헤이즈. 비쇼르에게 아주 강력한 폭탄을, 만다라에게 천외제국 유저들을 위한 최상급 포션을 제조해 달라고 말해줘.”
“네.”
“그리고 계승식에서 나와 함께 싸웠던 삼인방에게도 도움 요청을 할 거야.”
“삼인방이라면…….”
긴급회의였기에 이 자리엔 발렌티노 역시 있었다.
발렌티노도 잘 알고 있었다.
동물의 신과 공성무기의 신, 속박의 신이었다.
발렌티노는 처음 이들을 무시했었다. 들어본 적도 없고, 직업도 하나같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 삼인방의 팀워크는 환상적이었고 대규모 전투에서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신들이었다.
“그들이라면 전력보강에 확실히 도움이 되겠군. 하지만 천외제국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밴, 브로드, 엘피스, 루오와 같은 자들 없이 싸워야 한다라. 심지어 헬레냐가 잠들어 있다 해도 상대방이 대비를 해놓지 않았을 리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굉장히 힘든 전투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는 발렌티노.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내 방패로 최대한 지켜줄 테니, 걱정들은 하지 마라.”
든든한 방패 발렌티노까지 굳은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자신은 천외제국의 완전한 개가 되기로 한 상황. 그를 받아들이고 온전히 그들을 지키는 데 힘쓰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브로드를 비롯한 루오와 같이 헬레냐 조각을 사냥하고 있는 이들에겐 계속 그렇게 해달라고 말해줘.”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헬레냐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이다.
그리고 천외제국엔 그를 찾아낼 수 있는 귀중한 인재가 있었다.
바로 ‘던전 탐험가 블란’이었다.
* * *
던전 탐험가 블란은 한때 던전 탐험가 랭킹 2위였다.
그 어떤 곳에도 소속되지 않던 블란은 한때, 많은 왕국과 제국 등으로부터 ‘도구’로 이용되어 왔다.
하나, 천외제국에 이주해 오면서 그의 인생은 많이 바뀌었다.
모두 민혁 덕분이다.
그 덕분에, 한때 2위였던 그는 이제 명실공히 한 던전 탐험가 랭킹 1위였으니까.
심지어 블란은 특별하면서도 놀라운 능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과거 그를 랭킹 2위까지 끌어올려 준 능력은 이것이었다.
바로 ‘고대의 유물 추적’이다.
5개월에 한 번씩 자신이 찾고자 하는 유물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유물이 던전에 있다면, 그 던전을 1분 동안 스캔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특별한 능력을 가진 블란도 어느덧 600레벨을 달성한 유저가 되었다.
때문에 그는 던전 탐험가로서 새로운 스킬들을 개방하였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누군가를 스친 자의 흔적.’
이는 놀랍고도 대단한 스킬이었다.
어떠한 NPC 혹은 몬스터와 접촉했을 시 그 NPC와 몬스터의 흔적에 대해 쫓을 수 있다.
즉, 민혁은 헬레냐와 접촉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그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흔적을 쫓는 것이었기에 그녀가 닿았던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때문에 블란은 잠 한숨도 자지 못하고 계속 이곳저곳을 돌고 있었다.
물론 일개 유저가 ‘닿을 수 없는 곳’은 애초에 표기되지 않았다.
그러나 민혁의 예상대로라면.
‘조각들이 하늘로 날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 분명 가까운 어딘가에 그녀가 있어.’
물론 추측일 뿐이긴 하다.
하지만 블란은 누구보다도 민혁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인물이었다.
‘벌써 삼 일이 지났나.’
민혁이 헬레냐의 위치를 파악해 달라고 한지다.
계속해서 던전은 더 많이 생겨나고 있고 루브앙 제국과 천외제국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다른 사람들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
브로드와 루오, 엘피스, 밴 등은 잠 한숨 제대로 못 자고 토벌 중이었다.
심지어 민혁도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며, 그 와중에 조각들이 몰려가는 날 아군이 먹을 요리도 준비 중이었다.
벌써 몇 군데를 허탕 친 걸까.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걸음을 옮긴 블란은 멸망한 아르바드 왕국의 베이오든 요새라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런 곳에 헬레냐가 다녀갔다?’
베이오든 요새는 워낙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또 가는 길목에 엄청난 고레벨 몬스터들이 득시글거린다.
심지어 경험치나 아티팩트 드랍률도 현저히 적은 놈들투성이였기에 발걸음이 끊긴 곳이다.
베이오든 요새의 안으로 걸음한 블란은 흔적을 쫓아 걸음을 옮기다 무언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헬레냐…….”
블란이 신음했다.
드디어 찾았다. 그녀는 투명한 원형태의 유리 안에 잠들어 있었다.
그가 걸음을 옮겨 유리벽에 손을 얹는 순간이었다.
[어떠한 힘도 헬레냐의 투명벽을 부술 수 없습니다!] [헬레냐의 마법이 그녀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헬레냐의 마법이 발동됩니다!] [헬레냐의 반경 3㎞ 내에 위치해 있는 자들은 강제 로그아웃 시 페널티 3배를 받게 됩니다!] [헬레냐의 마법에 의해 베이오든 요새 인근으로 총 300명만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 [헬레냐의 마법에 의해 반경 3㎞ 내에선 버프효과를 받을 수 없습니다!]블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의 마법이 수호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들이 조각들을 사냥할 때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헬레냐는 애초에 자신을 방해하려는 누군가를 방지하기 위해 페널티 3배 조건에 300명만 입장 가능하다는 조건을 내걸어 버렸다.
‘그녀는 우리 같은 생각을 하는 자들이 있을 걸 알았던 거야.’
그러나 한편으로는 더 놀라운 사실도 있다.
‘입장제한 인원을 걸긴 했지만 들어오는 걸 허락했다.’
그것은 헬레냐의 자신감일 것이다.
저 정도 페널티를 감수할 수 있으면 들어와 보든가.
블란은 일단 민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 * *
[직업 승계 퀘스트: 헬레냐의 조각사냥 중이십니다!] [루브앙 제국이 2,049마리의 헬레냐의 조각을 사냥하였습니다!] [천외제국이 364마리의 헬레냐의 조각을 사냥하였습니다!]상황이 좋지 않았다.
며칠간 생겨난 헬레냐의 던전이 6천 개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해냈다.
세계 각지에선 곡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심지어 천외제국과 루브앙 제국의 조각 사냥 숫자가 6배 가까이 차이 나고 있었다.
물론 위기를, 기회로라고 생각하며 어느덧 레벨 643을 달성한 민혁이었다.
그러나 걱정과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 그에게 블란의 귓속말이 도착했다.
민혁은 함께 싸울 유저들과 베이오든 요새로 왔다.
그 또한 들려오는 알림을 들었다.
“배짱을 부린다.”
민혁도 예상한 바다.
그 영악한 헬레냐는 누군가를 좌절로 몰고 가는 것을 좋아했다.
300명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에게 엄청난 절망감을 선사해 주려는 것일 터다.
그러나 다른 것을 보면 상황은 좋아 보였다.
애초에 요새라는 개념 자체가 몰려오는 적들을 막기 유용하게 쓰인다.
“비쇼르의 폭탄을 설치해서 터뜨리면 끝나.”
그렇다. 이번에 비쇼르가 제작한 폭탄은 이 요새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즉, 조각들이 안에 들어온 순간 매스 텔레포트를 이용해 유저들이 빠르게 벗어나고 폭탄을 터뜨리면 순식간에 게임은 종료된다.
하지만 모두가 할 수 있는 너무 쉬운 생각이다.
그에 대한 대비도 없을까?
“폭탄이 발동되지 못하게 하는 마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풍성한 하얀 털을 빗는 비쇼르가 한 말이다.
하지만 비쇼르 또한 신의 경지에 오른 자.
“나 비쇼르. 그런 마법을 무시하고 결국 폭발하는 폭탄도 만들 수 있지. 지금의 폭탄들을 조금 변형시키면 된다. 크크큭.”
비열하게 웃는 비숑의 얼굴의 그였다.
하나, 그 외에도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변수가 너무도 많다.
그 가장 큰 변수는.
“이 발자국은 도대체 누굴까.”
블란이 찾아낸 발자국에 있었다.
오랜 시간 버려져 있던 이 요새에 블란보다도 먼저 들어온 사람이 있다는 방증이다.
헬레냐의 것은 아니다.
그녀는 맨발의 상태였고, 그와 다르게 기사의 것과 같은 부츠 자국이었다.
이렇듯, 생각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러나 이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의 엄청난 변수 속에서도 물러설 길이 없다.
민혁의 군신 계승, 레벨업, 루브앙보다도 더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 천외제국.
‘그리고 지금 조각들을 막지 못하면 헬레냐에 의해 아테네가 어찌 될지 모른다.’
심지어 민혁은 그녀와 악연이다.
어쩌면 그녀가 온전한 힘을 갖추고 강림하는 날, 가장 먼저 멸망할 국가는 천외제국이 될지도 모른다.
“모두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준비한다.”
* * *
점심식사를 끝내고 커피 한잔을 하는 김대국 PD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아.”
괜스레 가슴이 답답하다.
모두 아테네 때문이었다.
김대국 PD도 아테네를 플레이하는 유저 중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요새 아테네에 접속만 하면 누가 죽었다거나 어디가 멸망했다는 말만을 접하는 상태였다.
‘걷잡을 수 없어졌어.’
돌고 있는 찌라시에 의하면 ㈜즐거움도 의도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
이대로라면 아테네는 헬레냐의 손에 어찌 될지 모른다.
그러던 그때.
“티, 팀장님! 빨리요!”
“……?”
김대국은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신입 PD의 목소리에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끼고 달렸다.
곧바로 김대국 PD는 화면에 떠오르는 알림을 볼 수 있었다.
[헬레냐의 조각들이 그녀의 품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아테네 곳곳을 비추고 있는 TV 화면.
대부분이 조각들과 전투를 하고 있었다.
그 화면에 있던 모든 조각들이 일제히 어딘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달려가는 조각들의 바로 앞으로 마법진이 그려진다.
[헬레냐의 워프 게이트가 생성됩니다!]모든 조각들이 그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화면에 있던 헬레냐의 조각들이 전부 순식간에 사라졌다.
김대국 PD는 서둘러 휴대폰을 켰다.
유저들은 그 누구보다 빠른 자들이다.
곧바로.
“아르바드 왕국? 거기가 어디지?”
“아르바드 왕국이면 예전에 멸망한 국가입니다!”
“서둘러 아르바드 왕국으로 특파원들 전부 보내!”
김대국 PD가 초조해졌다.
그도 PD 생활을 하면서 이토록 초조하긴 처음이다.
‘우리는 잘 막아냈을까?’
헬레냐의 조각을 최대한 많이 사냥해야만 헬레냐의 온전한 강림을 막을 수 있다. 우리는 해냈는가?
그리고 곧 특파원들이 화면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멸망한 아르바드 왕국 인근에 수천 개가 넘는 마법진이 생겨난다.
때론 숲속, 때론 강가, 때로는 하늘 위.
각각 다른 곳에서 생겨난 조각들이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김대국 PD를 비롯한 ATV방송국 관계자들이 몸을 일으켜 화면을 바라보더니 말문을 잃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화면에 잡히는 헬레냐의 조각들은 4천 마리를 넘어서고 있다.
“……끝났다.”
김대국 PD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생성된 던전의 숫자는 정확하게 7,104개다.
아테네에서 공표한 정보이기에 사실일 것이다.
하나, 우리는 고작 그 절반도 채 잡지 못한 것이다.
이제 유저들은 10개월 후, 헬레냐로부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곳곳에서 나타난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미친 듯이 달려간다.
상공에 띄워진 수십 개의 드론들이 주변 상황을 비출 때, 한 요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요새에서 붉은빛이 터져 나오고 있다.
즉, 저 요새에 헬레냐가 있으며, 그녀가 조각들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뿔뿔이 흩어졌던 수천 마리의 조각들이 어느덧 무리를 지어 미친 듯이 달려간다.
김대국 PD. 그는 지금 이 순간 담배 한 개비가 간절해졌다.
이제 유저들은 10개월 후 살아남을 방법에 대해 궁리해야 할 것이며, 자신이 소중히 생각하는 NPC들과의 작별을 준비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때.
“어?”
누군가가 의아한 목소리를 토하는 게 들려왔다.
“뭐야?”
“저 요새에 왜……?”
의아한 목소리들. 김대국 PD도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느덧 조각들은 요새에 도달하기 전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산에서 나무들을 부수며 달려가고 있었다.
곧 김대국 PD의 시선이 다시 요새로 향했다.
“……?”
요새로 시선을 돌린 김대국 PD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산속에서 나무 사이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채찍을 쥐고 있는 여인.
너클을 낀 격투가.
아테네에서 가장 뛰어난 발차기를 구사하는 자.
정보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암살자.
여전히 여자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어린 소년까지.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그들.
그리고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요새에 여러 개의 깃발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포크와 나이프가 각인된 문양.
그리고 요새의 벽 위에서 모두가 알고 있는 한 명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 높이 검을 들어 올린 그가, 미친 듯이 내달리는 조각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