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86
밥만 먹고 레벨업 987화
장부를 작성하고 있는 헤이즈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고작 하루, 이틀뿐이지만 손해가 크다.’
심지어 각 간부진마다 기존의 일정이 있었다.
천외제국의 내로라하는 자들이 일정을 무시하고 유토피아로 가면서 여러 계약 건에 차질이 생겼고, 그로 인한 타격은 헤이즈의 생각보다도 꽤 크게 다가왔다.
‘루브앙을 넘어서기 위해선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천외제국은 지금 안정기가 아니다.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고 서둘러 영토를 확장하고 개발해야만 했다.
하지만 요근래 자금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심지어.
‘폐하의 말을 토대로 한다면 유토피아를 통해서 우리가 이득을 보게 되는 시점은 정확히 3개월 정도가 되었을 때일 거다.’
지금 유토피아는 정권이 바뀌었다. 때문에 유토피아에는 안정기가 필요했고, 안정을 찾아 신세계의 주인과 천외제국이 교류를 함으로써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급했듯 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는 3개월 뒤이다.
돈이 있다고 개발과 확장의 속도를 훨씬 빠르게 할 수는 없는 법.
당장 지금 돈이 있는 것이 중요하건만.
그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아마도 천외제국 이들이 돌아온 것 같았다.
헤이즈의 표정이 밝아졌다.
‘폐하!’
헤이즈는 오랜 시간 민혁을 보지 못했다.
때문에 그 그리운 얼굴을 서둘러 보고 싶었다.
당장 밖으로 나가려 할 때, 그녀보다 빨리 민혁이 문을 노크하고 들어왔다.
“헤이즈, 잘 있었어?”
헤이즈는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 민혁을 보며 그간의 피로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물론입니다. 폐하.”
“고마워, 내 요청을 흔쾌히 승인해 줘서.”
민혁은 제국의 황제였지만 황제로서 어떠한 일을 할 때 신하들의 의견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나 헤이즈의 경우는, 때로 민혁이 잘못된 생각을 하면 바로잡아 주고 옳은 길로 안내해 주는 여인이기도 했다.
“유토피아와의 교류는 추후 엄청난 도움이 될 거니까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헤이즈의 표정은 조금 어두웠다.
민혁은 그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유토피아의 사람들이 밥값을 하라며 준 돈이 있어.”
“밥값이요? 폐하의 밥값이면, 꽤 많이 필요할 텐데 말이죠. 호호.”
헤이즈는 장난스럽게 웃음 지었다.
그리고 곧 민혁이 거대한 돈자루를 쿵- 소리 나게 내려봤다.
“100만 플래티넘이야.”
헤이즈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아, 아니. 밥값이라면서요!?’
무슨 밥값이 100만 플래티넘이란 말인가?
100만 플래티넘은 엄청난 돈이다.
천외제국도 3개월에 100만 플래티넘의 매출을 올리기 쉽지 않았다.
민혁이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그들에게 호박죽을 먹여준 것과 로안더가 백성들에게 했던 제안에 대해 말해줬다.
헤이즈는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 그 한 끼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럴 것이다. 그들이 민혁에게 지불한 밥값에는, 그에 대한 고마움, 존경심, 당신을 믿겠다는 다양한 뜻이 있었을 것이다.
또 민혁의 요리 맛은 아테네 제일이다.
그 요리를 맛본 그들이 얼마나 감격하였겠는가?
심지어 그쪽에도 많은 귀족들이 있었을 테니, 아마 귀족들이 엄청난 금액을 지불했기에 100만 플레티넘의 밥값이 모이는 게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데.”
헤이즈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다음엔 고깃값을 받아오는 게 더 좋겠군요.”
“역시 그렇지?”
“폐하의 고깃값이면 1,000만 플래티넘이겠어요. 호호.”
“무슨 소리야, 헤이즈.”
민혁이 정색했다.
“2,000만 플래티넘이지.”
물론 둘 모두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다.
애초에 그럴 생각도,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게 있었다.
“참, 이 철 좀 봐주겠어?”
다름 아닌 오우거 철갑이었다.
그를 확인한 헤이즈가 고개를 주억였다.
‘일반적인 철보다 13% 더 높은 공격력, 거기에 오러를 발현하면 절삭력 20% 상승. 굉장히 좋은 철이다.’
하지만 엄청나다고 하긴 힘들다.
“이 철을 한 달에 1천 톤씩 공급받기로 했어.”
민혁의 말을 듣는 순간, 헤이즈는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렇다는 건, 이 철을 구하는 게 엄청 어렵진 않다는 거잖아?’
헤이즈는 민혁이 어디선가 구해온 이 철이, 굉장히 뛰어나고 대단하며, 희소성 있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것을 달마다 1천 톤씩 공급받는다?
이 아테네에선 저 정도로 뛰어난 철을 대량으로 획득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달마다 1천 톤씩 공급받는 이것들로 먼저 기사들의 장비부터 장착을 시키고, 그 후에 병사들에게 보급하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10% 더 뛰어난 군사력을 갖추게 된다.’
헤이즈는 감탄했다.
그리고 곧 민혁이 갑자기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민혁을 본 헤이즈는 그 행동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내가 반갑지만, 지금 몹시 배가 고프다는 뜻.’
그에게 헤이즈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폐하, 식사하고 오십시오.”
그 말이 끝난 순간 바람같은을 사용한 민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민혁에게 있어 유토피아는 지옥과 같은 곳이었다.
먹기 위해 게임을 하는 그에게, 그 어떤 음식재료도 없는 그곳은 정말이지 그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유토피아에서의 많은 해야 될 일들에 의해 아주 좋은 재료를 얻어놓고도 먹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억압의 소고기 구이세트였다.
또 그 구성으로는 안심과 등심, 꽃갈비살과 살치살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나 모든 고기가 두툼하니 좋았다.
‘고기가 두툼할수록 더 많은 육즙과 부드럽게 씹는 맛을 느낄 수 있지!’
바로 구울까 하던 민혁은 멈췄다.
그의 본능이 그를 막아서고 있었다.
그 본능이라 하면, 음식 앞에서 빛과 같은 그를, 앞으로도 더 맛있고 귀한 재료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막아내는 것이다.
이 억압의 소고기 구이세트는 전혀 생소한 ‘신과 초월’ 사이의 재료였다.
물론 지금은 굉장히 크게 변화했다.
(억압의 소고기 구이세트.)
재료등급: 신과 초월.
특수능력:
⦁레벨 4가 상승한다.
⦁모든 스텟 4.5%가 상승한다.
⦁모든 스킬 숙련도 50% 상승.
⦁HP 및 MP 8% 상승.
⦁지정한 스킬 숙련도 30% 추가상승.
⦁신력 5% 증가.
⦁세상 그 어떤 요리재료보다 맛있고 특별할 것이며, 설령 억압의 심장이 도중에 파괴되어도 맛은 변함없다.
다시 봐도 미쳤다는 말이 나오는 재료다.
심지어 지금 잔존한 특수능력들이 기존의 것의 10%만 남았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재료다.
‘앞으로도 이런 재료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민혁은 거의 확신했다.
물론 10%의 특수능력만 잔존한 만큼의 재료는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마저도 힘들어 보였으며.
‘얻는다 해도 3년 정도 후나 가능하겠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아티팩트와 요리재료 등이 풀리게 마련일 테니까.
하지만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뿌려진 씨앗은 1년 내로 수확할 수 있다는 거다.’
즉, 민혁은 이 정도 요리재료를 1년 안에 더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가 구상했던 새로운 스킬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말이다.
‘스킬을 만들어낸 후 먹어도 늦지 않아.’
민혁이 입맛을 다신다.
‘성공만 한다면, 나에게 정말 꿈만 같은 스킬이다.’
실제로 엄청나게 맛있는 재료를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아쉬움.
거기에 이 정도 급의 재료의 효과를 다시 한번 얻을지도 모른다는 것.
식신의 기준으로 최고의 스킬이 탄생하는 셈이다.
민혁이 읊조린다.
“식신의 스킬창조.”
[식신의 스킬을 창조할 수 있으며 식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시도 횟수는 총 10회이며, 10회 동안 창조하지 못할 시 소멸하게 됩니다.]민혁의 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홀로그램 속으로, 민혁의 생각에 따라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뛰어난 재료를 얻은 홀로그램 속 민혁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민혁이 그 재료의 극히 일부만을 잘라내어 땅에 심는다.
그러자 홀로그램 속 계절이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되자, 그가 심었던 재료가 땅을 비집고 피어난다.
곧바로 알림이 들려왔다.
[창조할 수 없는 스킬입니다.]“…….”
역시나였다.
창조하기에 너무도 뛰어난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스킬 창조를 할 시에 아무리 보잘것없는 능력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스킬창조라는 것도 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어찌 보면 아티팩트 강화와 비슷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시스템이 인지하기에 더 뛰어나고 대단할수록 그 확률은 더 희미해진다는 거다.’
물론 식신의 스킬창조는 식신의 마지막 퀘스트를 통해 얻었기에 어지간한 정도의 스킬은 허용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민혁이 생각해 낸 스킬은 획기적이며, 아테네의 ‘뛰어난 아티팩트 재료, 뛰어난 요리재료는 두 번 다시 얻을 수 없다’를 깨부순다.
민혁이 홀로그램을 조작했다.
‘동일하게 일부를 채취하고 그것을 심어 1년 반 내에 자라나게 한다.’
기간을 조금 늘린다.
또한 다시 자라난 재료의 효과가 100%였다면, 그것을 90%까지 하향시킨다.
창조 버튼을 누른다.
[창조할 수 없는 스킬입니다.]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기준치를 낮추자, 내 목적은 계속 맛있게 먹기 위함도 있으니까.’
맛은 그 이전의 재료와 동일하게, 그 상태에서 재료의 효과를 60%까지 하향한다.
[창조할 수 없는 스킬입니다.]민혁이 조급해졌다.
‘허용할 수 없는 범위인가?’
그게 아니라면, 그저 확률적으로 실패한 것일지도 모른다.
민혁이 또 한 번 재차 시도한다.
[창조할 수 없는 스킬입니다.]그리고 또 한 번.
[창조할 수 없는 스킬입니다.]민혁의 얼굴이 다시 한번 일그러진다.
원인을 알 수 없기에 더 당혹스럽고 조급해진다.
여기에서 능력을 더 많이 낮추기에는 아쉬우나 또 한 번 하향시켜 본다.
50%까지, 거기에 기간은 2년.
기대치보다 훨씬 낮은 것이었다.
[창조할 수 없는 스킬입니다.]그리고 또 한 번, 그저 확률인가에 싶어 시도해 본다.
[창조할 수 없는 스킬입니다.]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도대체 뭐가 문젠데?”
* * *
㈜즐거움 회의실.
아주 중요한 임원들. 유저들을 모니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소수의 이들만이 회의실에서 민혁을 보고 있다.
일곱 번의 스킬창조의 실패.
김대일 부장이 안도의 한숨을 뱉어냈다.
“역시. 그런 스킬을 창조하는 걸 시스템이 허락할 리 없습니다.”
모두가 그 의견에 동감하는 듯했다.
물론 민혁의 예상처럼.
“식신의 마지막 퀘스트를 통해 획득했기에 어지간한 신등급 스킬까지의 스킬창조는 허용하나, 애초에 민혁 유저가 생각해 낸 발상이 너무 뛰어나서 문제입니다.”
두 번 다시 얻을 수 없는 가치 높은 것을 여러 차례 얻을지도 모르는 힘이다.
1년 뒤 수확하고, 다시 일부를 채취하여 심고, 또다시 1년 뒤 수확하고 일부를 채취하여 심고를 반복할 수 있게 된다.
10년이 지나면?
그의 밭은 정말 풍족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시스템은 거절하는 것일 거다.
“하지만 50%나 그 효과를 낮추었습니다. 때문에 확률도 대폭 상승한 상황일 텐데도 안 되는군요.”
박민규 팀장의 말이었다.
확실히 그 효과가 50% 감소된다면 충분히 스킬창조 가능 범주에 들어왔다.
그렇다는 것은 즉.
“민혁 유저가 오늘 운이 안 따라주는 거겠지.”
민혁은 높은 손재주를 가졌고 그에 의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도 커다란 확률 상승을 얻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진짜 그의 날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급기야, 민혁이 40%까지 낮추고 기간은 2년으로 맞췄다.
[민혁 유저가 스킬 창조에 실패하였습니다.]이마저도 실패했다.
남은 기회는 고작 두 번이다.
“확실히 오늘 운이 정말 안 따라주나 보군.”
강태훈 사장도 매번 민혁을 응원하진 않는다.
주요임원들이 그를 모니터하는 이유는 그가 만들 스킬이 너무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그가 원하는 만큼의 창조효과를 이루면, 추후를 대비해야 했다.
“운이 안 좋다. 그것을 돌파할 수 있을까요?”
“글쎄, 운이라는 것은 인간이 어쩌지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마지막에 터질 수도 있지만 확률적, 그리고 그가 낮춘 능력과 기간을 2년으로 늘린 걸 생각하면 이제 성공했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강태훈의 말처럼 운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미치겠네.]민혁 유저가 다급해진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임원들이 작게 안도한다.
곧 민혁이 심호흡을 크게 쉬었다.
‘민혁 유저가 저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라도 흥분할 상황에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을 생각한다는 거다.’
그러한 변수가 있을 수 있을까?
운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오늘은 그것은 힘들 거라, 강태훈은 확정 지었다.
그런데 그때. 눈을 감고 생각하던 민혁이 중얼거렸다.
[오늘 운수 나쁜 날이라면, 운수 좋은 날로 바꾸면 되잖아.]“……?”
“……?”
민혁 유저의 말에 임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민혁이 무언가 생각난 듯 웃음 지었다.
[농사가 잘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그것들을 채워넣음으로써 스킬창조 확률을 대폭 상승시키는 거지.]“……!”
강태훈 사장이 눈을 크게 떴다.
민혁이 생각해 낸 방법.
확실히 확률을 대폭 증가시킬 수 있다.
그저 스킬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외부적인 요인들을 이용해 확률을 상승시킬 수 있을 테니까.
꿀꺽-
강태훈 사장이 민혁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