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Duke of Powder Keg Empire Genius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 아드리아 해전(3)
좁은 아드리아해에 전함만 수십 척이 넘어가고, 포격하면서 어마어마한 소음을 만들어 낸다.
전투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전함의 주함포에서 나오는 소음은 더 큰 소음에 파묻혀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수십 개의 주포를 가볍게 묻어버리는 소음은 아드리아해에 있는 모든 군함이 알아챌 정도로 거대했다.
연이어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날카로운 소음이 덮쳤고, 잠깐 전투가 멈칫거릴 정도로 거대한 소음은 전장에서 들은 적도 없는 종류였다.
“저, 저게 뭐야?”
이탈리아의 기함 카이오 두일리오에 탑승한 한 장교는 직접 봐도 믿기지 않아 눈을 쓱쓱 비볐다.
분명 잘못 본 거겠지. 지금 시대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본 게 맞잖아? 왜 퀸 엘리자베스 측면에 전함이 박혀 있는 거야!”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과거처럼 충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아드리아해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군함이 몰려들어서 교전 거리가 다른 때보다 훨씬 짧은 건 맞다.
그래도 퀸 엘리자베스가 적의 충각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텐데…!
“초기에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뭐?”
“적 전함이 천천히 거리를 좁히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고 전속력으로 돌진했습니다!”
이탈리아 장교는 병사의 말을 들어도 납득할 수 없었다.
전쟁해군의 슈퍼드레드노트급에 신경 쓰느라 반응이 늦을 수 있다. 짧은 거리에다가 설마 충각을 시도할지 누구나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평범한 군인들이 또라이나 할법한 생각을 어떻게 예상한단 말인가. 모두가 미친 20세기에서도 충각이라는 선택지는 범상치 않았다.
애초에 비싼 전함 가지고 충각을 시도하는 미친 해군이 어디 있단 말인가.
만약 시도한다고 해도 성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퀸 엘리자베스가 피해때문에 느려졌다고 해도 충각을 허용할 정도는 아니다.
그만큼 이 시대의 충각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퀸 엘리자베스는 대응했습니다! 하지만 적 전함은 맞아도 속도가 느려지지 않았고, 퀸 엘리자베스는 방향을 전환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말이 돼?
왕립 해군이 아무리 당황해도 충각에 대응하지 못할 리가 없을 텐데.
만약 방향을 전환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면?
맙소사. 이게 우연에 우연이 겹친 일이란 말인가. 당황 때문에 초기 대응 실패, 뒤늦게 반응해서 사격을 했지만 적 전함을 멈출 정도의 유효타를 만들지 못한 데다가 빈과 부다페스트의 사격에 퀸 엘리자베스의 키 고장까지?
물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유와 상황을 말해줄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퀸 엘리자베스의 측면에는 적 전함이 깊게 박혀 있었다. 전함은 물론이고 다수의 선원이 사망했을 것이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일개 인간이 저만한 충격을 버틸 리가 없다.
3만 톤이 넘는 전함과 2만 톤이 넘는 전함이 충돌했다. 꼬딱지만 한 포탄을 겨우 막는 전함의 장갑이 2만 톤이 넘는 포탄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또 오스트리아-헝가리란 말인가…”
이탈리아 장교는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퀸 엘리자베스와 카를 대공을 바라보며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는 계속해서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마치 승리의 여신에게 축복받은 국가처럼.
“신호는?”
“전혀 오지 않습니다! 완전 침묵입니다!”
카를 대공이 퀸 엘리자베스에 충각하는 것을 지켜본 빈은 계속해서 신호를 보냈지만, 카를 대공은 묵묵부답이었다.
빈의 함장 호르티 미클로시는 카를 대공을 주시했다. 두 전함은 서로 부딪혔고, 어떤 신호와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서로 매우 가까워도 주함포는 물론이고 부포도.
그게 무엇을 뜻하겠는가. 충각의 충격에 전함은 전투가 가능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
“전 함대에 신호를 보내라! 지금부터 지휘는 빈에서 맡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서 구조를 진행하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전투 중이고, 안톤 하우스는 지금 기회를 살리길 원하고 있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 기회를 만들어줬는데 미쳤다고 날리겠는가.
세계 최강의 전함인 퀸 엘리자베스와 흔하디흔한 드레드노트 하나와 교환했다. 이건 다시 주력함대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빈은 구조가 아닌 전투를 지휘해야 한다. 구조는 다른 배가 맡아주겠지.
“적 주력함을 천천히 요리해라! 승기는 우리가 잡았다!”
빈과 포탑 하나를 사용하지 못하지만 슈퍼드레드노트인 부다페스트, 남은 테게토프급 전함 3척이 지중해 원정군의 주력 함대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
“카이오 두일리오에 명중!”
퀸 엘리자베스가 전투 불능에 빠지고 전황은 전쟁해군 쪽으로 가파르게 기울기 시작했다.
총기함이 어처구니없게 충각으로 침묵했는데 어떤 함대가 사기를 유지하겠는가.
부다페스트의 주포에 카이오 두일리오가 피격당해 유폭하면서 시작되었다.
두 동강 난 선체는 아드리아해 바닥으로 처박혔고, 부다페스트와 빈은 더 공격적으로 파고들면서 상대의 주력함대를 하나둘 침묵시켰다.
“쿠르베가 완전히 멈췄습니다!”
“항복 신호는?”
“없습니다! 끝까지 저항할 거라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끝내라!”
콰아아앙-!
수많은 포탄에도 어떻게든 버텨낸 프랑스 기함 쿠르베는 빈의 포탄에 끝내 완전히 침몰했다.
카이오 두일리오, 쿠르베까지 연이어 침몰하자 지중해 원정 함대는 완전히 분열되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기함이 차례대로 침몰했는데 무너지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만약 왕립 해군으로만 뭉친 함대였다면 끝까지 싸웠을 것이다. 하나의 군도 아닌 무려 4개국 해군이 모인 함대는 단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황이 완전히 기울어지자 드레드노트인 파리는 도주하면서 적의 주력함대가 전멸했다.
“쫓지 마라! 후방에 파고든 적 함대를 노린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전쟁해군은 후방에 파고드는 공고와 전드레드노트 함대를 노렸다.
후방 함대의 피해가 막대했지만 부다페스트, 빈을 선두로 측면을 공격하자 오히려 후방에 파고든 적의 함대가 포위되었고.
“적 전함 항복 신호입니다!”
일부는 도주했고 완전히 포위된 일본 원정 함대와 일부 전드레드노트 전함까지 전부 항복했다.
호르티는 입맛을 다셨다. 도주하는 전함들이 다 공훈일 텐데.
하지만 적들은 현명했다. 만약 달려들었다면 빈과 부다페스트로 거리를 벌리면서 능욕해 줬을 것이다.
그리고 전쟁해군의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쫓아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아군을 돌보는 것이 좋다.
적 함대를 전멸시켜도 아군 함대가 멀쩡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물론 이겼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지만, 호르티는 더 큰 것을 바라보고 있다.
함대를 보존해야 나중에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저들은 전쟁해군이 아닌 지금까지 대기하고 있던 유보트가 하나둘 맛있게 뜯어먹을 것이다.
“피해는?”
“테게토프급 카를 대공, 프린츠 오이겐이 침몰했으며 라데츠키급도 3척 전부 침몰했습니다.”
외에도 전드레드노트인 카를 대공급, 합스부르크급 다수가 침몰했다.
하지만 전쟁해군은 주력인 빈과 부다페스트가 살아남았고, 적의 함대는 퀸 엘리자베스, 이탈리아 기함 카이오 두일리오, 프랑스 기함 쿠르베 침몰, 다수의 전드레드노트 침몰 및 일본 원정 함대와 몇 척의 전드레드노트를 나포했다.
“카를 대공의 생존자는 있나?”
호르티의 물음에 장교는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퀸 엘리자베스와 카를 대공은 전투 중에 사이좋게 아드리아해 바닥에 가라앉았다.
충각에 서로 멀쩡할 리가 없지 않은가. 선박은 손상 시 침수를 제한하기 위한 설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침수가 너무 광범위하고 대응할 선원이 곤죽이 되어버리면서 손쓸 틈도 없었다.
연이어 발생한 폭발이나 화재는 더더욱 대응하지 못하고 두 전함을 살릴 길이 없었다.
“생존자는 거의 없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를 시작한 군함이 있었지만, 화재와 폭발에 포기해야 했다.
안타깝게도 전쟁해군 총사령관 안톤 하우스를 비롯하여 카를 대공이 탑승한 거의 모든 선원이 사망했다.
하지만 그들의 희생은 영원하리라. 세계의 바다를 지배한 왕립 해군을 쓰러뜨린 일등공신이었으니까.
호르티는 카를 대공이 침몰한 자리에 경례하고 명령을 내렸다.
“집으로 돌아간다.”
목표는 전쟁해군의 집인 풀라.
지중해 원정 함대 때문에 정박하지 못하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제 아드리아해에서 전쟁해군이 눈치 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희생은 있지만, 전쟁해군은 승리했다.
승리의 기쁨에 한 장교가 흥얼거렸다.
“오, 위대하고 웅장한 처녀 여왕 엘리자베스! 그녀는 길을 잃어 아드리아해에 진입했지~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바로! 웅장하고 거대한 강철의 카를 대공! 그녀는 소중한 것을 잃고 아드리아해에 처박혔지!”
배를 타는 선원들의 노래가 원래 다 그렇지만, 가면 갈수록 매우 천박해졌다.
흥얼거리던 장교는 호르티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랐다.
“죄송합니다. 병사들이 흥얼거리던 노래라서 저도 모르게 그만…”
“아니, 아주 마음에 드는군.”
호르티도 바닷놈이었다.
“오, 위대하고 웅장한 처녀 여왕 엘리자베스! 그녀는 길을 잃어 아드리아해에 진입했지~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바로! 웅장하고 거대한 강철의 카를 대공! 그녀는 소중한 것을 잃고 아드리아해에 처박혔지!”
***
이탈리아를 향해 공세를 벌인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은 이스트리아 반도의 건방진 상륙 부대를 손봐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의 땅에 감히 상륙했으니 벌을 받을 차례가 아니던가.
이미 증원된 병력은 적보다 더 많은 숫자를 자랑했고, 공세를 계획하며 때를 기다릴 뿐이었다.
“전쟁해군의 모든 함대가 함대결전을 시도한다고요?”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상대는 왕립 해군인데?”
함대결전을 각오한 전쟁해군을 향해 이스트리아 반도에 공세를 결정한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은 우려를 나타내었다.
아무리 큰 피해를 입었다지만, 천하의 왕립 해군인데?
하지만.
“이, 이겼다고?”
공세를 준비하고 있던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은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듣자 얼이 빠졌다.
어떻게 이겼지? 오스트리아-헝가리 전쟁해군이 이 정도라고? 아드리아해에서만 힘주고 다니는 찐따 아니었어?
프랑스 함대는 어떻게든 넘어가도 왕립 해군을? 상대는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함선도 있었는데?
우려했지만 이겼으면 됐다. 이것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상대는 패배했고, 제해권을 잃었다. 그렇다면 적은 보급할 곳이 하나도 없다는 뜻.
30만 병력이 보급이 끊기면? 아무것도 못 한다.
막강한 포격 지원을 해줄 다수의 군함도 침몰하거나 대파했다.
“공세 준비! 제국의 영토에서 적을 몰아낸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적의 사기는 땅까지 떨어졌을 터.
이탈리아 공세에서 적을 쓸어 담았듯이 그들도 상륙 부대를 쓸어 담으면 된다!
이스트리아 반도의 공세 선봉은 불가리아 3군과 지원하러 온 오스만 제국군이었다.
지금까지 피해도 있고, 병력이 부족할 리가 없으니 후방으로 빠져 쉬는 것 어떠냐고 했지만 얌전히 빠질 일이 있나.
“영국 놈들 대가리를 깰 수 있는데 어떻게 빠집니까?”
“보급도 끊기고 사기도 없는 허수아비들 아닙니까? 맡겨주십시오.”
어려울 때 지원 나와준 동맹국의 군대다. 스스로 빠지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사령부는 어지간하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이쪽 방면은 아쉬워도 다른 곳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는 공을 많이 세웠으니까.
선봉을 맡긴다고 해도 공을 못 세우는 것도 아니니 사령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공세 전에 항복 권유부터 보내라.”
제일 좋은 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지중해 원정군은 최악의 상황에 도달했고, 항복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적이 항복하면 빠르게 정리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니던가.
서로 죽으면서 시간까지 낭비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원정군 사령부는 그게 아니었는지.
-엿이나 먹어라.
아주 정중하게 그들의 권유를 무시했고.
“공격하라.”
불가리아 3군, 오스만 제국군을 시작으로 공세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