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edigger of the Fallen Kingdom RAW novel - Chapter 200
제200화
사람들은 항상 에덴이 쇄비류에 간 것에 의문을 품고는 했다.
검의 입회식을 통과하기 전에도 그는 삼대 유파의 그 어느 검술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미 뇌전이라는 그만의 힘을 얻은 상태였기 때문에.
하지만 삼대 유파의 수장들 모두 에덴 아르젠이 자신의 유파에 오기를 바랐다.
그가 직접적으로 삼대 유파의 검술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가 가주가 된다면 그 유파의 영향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에덴의 입장에서는 어느 유파에 가든 환영받는 상황. 그 와중에 가장 도움이 되는 곳은 중무류였다.
현 가주가 중무류 출신이며 중무류의 영향력이 가장 강했으니.
그다음이 비호류였다. 쇄비류에서는 에덴의 지원에 그다지 적극성을 띠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가 중무류 혹은 비호류에 가리라 생각했지만 에덴은 그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쇄비류를 골랐다.
하지만 그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쇄비류의 수장인 아이센과 에덴만이 아는 비화가 존재했기 때문에.
“여기 있었군.”
“아이센인가?”
마침 검의 무덤을 나서던 에덴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아이센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 싫어하는 게 아닌가?”
“용건만 말해.”
“……상당히 날이 서 있군. 무슨 일 있었나?”
신경이 바짝 곤두서있는 에덴.
아이센은 그의 어깨너머, 검의 무덤을 살폈다.
고요하다.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반응인가?
“알 거 없다.”
“큼, 제안을 하러 왔네.”
“……제안?”
“그래. 이제 자네의 가주 자리도 더 이상 공고하지 않지. 렌 아르젠이 오기 전에 소가주의 지위를 확정받았다면 모를까. 렌 아르젠이 나타난 이상 그리 편히 소가주가 될 수는 없을 걸세.”
의기양양하게 말을 내뱉는 아이센을 보며 에덴이 인상을 와락 찌푸린다.
“무슨 헛소리를 하러 왔나 했더니……. 쯧.”
혀를 찬 그가 아이센을 지나쳐 가려고 하자 아이센이 다시 그를 가로막았다.
“비켜라.”
“이대로 가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쇄비류가 렌 아르젠의 편에 설 수도 있네.”
“흥, 그렇게 하든지.”
같잖은 협박에 코웃음을 치는 에덴.
아이센은 자존심이 확 상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어갔다.
“검의 입회식에서 렌 아르젠에게 망신을 당하기는 했지만, 아직 쇄비류의 수장은 나일세.”
“그게 무슨 상관이지?”
“렌 아르젠은 이제 가문으로 들어왔네. 그가 설령 검의 입회식에서 대단한 검술을 보였다고 한들, 가문의 일원들이 선뜻 그를 따르지는 않겠지. 하지만 쇄비류 전체가 그를 지지한다면?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에덴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
자신의 이야기가 통했다고 생각한 아이센의 얼굴에 음험한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쇄비류가 지지한다는 것에 흔들려 갈팡질팡하던 이들이 전부 렌 아르젠을 지지하게 될 걸세. 그렇게 되면 렌 아르젠은 확실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가주의 자리를 노리게 될 테지.”
“그렇겠지.”
에덴은 순순히 그의 말을 수긍했다.
“그렇지? 그러니까-.”
“근데 당신이 쇄비류에게 말을 한들 그들이 당신 말을 들을 거라 생각하는 게 웃기는군.”
에덴의 경멸 어린 눈동자가 아이센을 훑었다.
“수장의 자리에서 내려오기가 싫은가? 그렇다면 이따위 태도를 보일 게 아니라 나를 보는 순간 굽실거렸어야지. 아이센.”
그의 눈빛이 일변했다. 상대를 내려다보는 그 강렬한 안광이 아이센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렌 아르젠에게 물먹어 수장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생긴 놈이 지금 쇄비류를 가지고 내게 협박이라도 하는 건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직도 나를 5년 전과 똑같이 보고 있군. 당신이 내게 그랬었지. 쇄비류에는 뇌신류의 비밀이 있다고 말이야.”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는 에덴.
그와 대조적으로 아이센의 눈동자는 길 잃은 아이처럼 정처 없이 흔들렸다.
“그래서 내가 쇄비류에 들어갔었지. 뇌신류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 근데 그 비밀이 뇌신류를 없애는 거였지 아마?”
아이센의 눈이 이전에 비할 수 없이 휘둥그레 떠졌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금방이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아이센. 무능력한 수장은 집단을 망치는 법이지. 내가 왜 지금껏 당신을 그 자리에 두었을까?”
기이하게 비틀린 에덴의 웃음기 가득한 얼굴을 본 아이센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알아서 쇄비류를 망가트려 주는데 내가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어서였지.”
“이, 이건…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누구냐. 누구 감히 나를 배신한 거야!”
“배신? 끝까지 머저리 같은 모습만 보여주는군.”
에덴이 아이센의 얼굴을 붙잡았다.
커다란 그의 한 손 가득 들어오는 아이센의 얼굴.
그의 손가락 사이의 충혈된 눈동자가 악귀처럼 변한 에덴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 와중에도 머리를 굴리는 건가? 왜? 당장에 렌에게라도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고 생각했나? 아니면 블레어나 카시우스에게 빌붙으려는 건가?”
파지직…….
그의 몸속에서 흘러나온 뇌기가 오른팔을 타고 천천히 움직였다.
“뭐가 됐든 한심하기 짝이 없군.”
에덴의 몸에서 튀기는 스파크를 바라보던 아이센이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눈동자만 파르르 떨며 다가올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사, 살려어어어어어어억!!”
아이센의 온몸이 시퍼런 섬광으로 뒤덮여 번쩍이다 이내 쓰러진다.
정신을 잃은 아이센을 대충 검의 무덤 입구에 던져 버린 에덴이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 * *
“렌! 다친 데는 없지?”
“괜찮아.”
방으로 돌아온 나는 에프첸코 집사가 가져다준 음식을 먹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에덴의 실력을 한번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만약 가주들이 있는 무덤이 아니었다면, 에덴과 싸우는 건 시기상조였다.
이번 검의 입회식에서 가주들의 퀘스트로 인해 내 능력치도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직 에덴에 비하면 모자랐다.
갑자기 나타난 프레이가 싸움을 말리지만 않았어도 에덴에게서 뇌신류의 유산을 어디서 얻은 건지 비밀을 풀 수 있었을 텐데.
“이제 곧 다시 검의 입회식이 시작되잖아? 스칼렛 언니랑 마르시아는 뇌신류로 올까?”
“모르지.”
그저 겸양으로 하는 말은 아니었다.
마르시아와 스칼렛이 뇌신류로 오고 싶어서 나를 도와준 것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스칼렛 누님은 종잡기 어려운 사람이다 보니 예상이 더 힘들기도 하고.
“그래도 나는 둘 다 뇌신류로 갈 거 같아!”
“아마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런 생각이겠지. 그래서 이번 검의 입회식이 두 사람에게는 더 힘들 테고.”
그 둘의 생각이 어찌 되었든 다른 유파와 세력들은 어떻게든 두 사람을 떨어뜨리려고 할 것이다.
상대를 잘 선택하든, 잘 싸우든 이전보다 더 노력해야겠지.
‘뭐…, 두 사람 실력이라면 큰 걱정은 안 되지만.’
문제가 있다면 둘이 괜한 치기로 강한 상대를 고를까 하는 것이다.
“잘 됐으면 좋겠다! 나도 빨리 실력 늘려서 네가 만든 뇌신류로 들어가야지.”
“누님 검술도 제가 틈틈이 봐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렌.”
이틀이 더 흘러 검의 입회식의 입회장이 모두 수복되었다.
원래라면 진작에 끝났어야 할 공사였지만, 이번 기회에 더 튼튼하게 만들고자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검의 입회식이 재개되었다.
다시 모인 가문의 일원들.
이번에 나는 입회 후보자가 아닌 입회자로서 참석했다.
새롭게 건설된 관중석.
이전에는 삼대 유파의 자리로 나뉘어 있던 구역이 하나가 더 생겼다.
앞으로 뇌신류가 자리할 구역.
나는 그곳에 쓸쓸하게 홀로 자리했다.
‘앞으로 더 채워지겠지.’
다른 유파들과 그 외의 좌석은 대부분 가득 차 있었지만, 뇌신류의 구역만 휑했다.
“검의 입회식을 시작하겠다.”
가주의 선언과 함께 대련장에 올라서는 스칼렛과 마르시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입회식은 레오노라의 주도로 다시 진행되었다.
‘아이센은 어디 간 거지?’
쇄비류 쪽에 아이센이 보이지 않았다.
나와의 지난 내기로 인해 입지가 바닥에 떨어졌을지라도 아직 공식적으로 가주가 수장 자리에서 내려오란 이야기를 하지는 않은 상태다.
검의 입회식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텐데.
“스칼렛 아르젠. 선택하라.”
시선을 돌리던 그녀가 비호류의 검사를 선택하고는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역시나 스칼렛의 승리.
마르시아도 비호류의 검사를 골랐다.
이번에도 승리.
마지막으로 각 유파의 기사 둘을 꺾으면 검의 각인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뇌신류가 새로 설립되었지만, 아직 유파가 자리 잡지 못한 상태. 그러므로 2년간의 유예 기간을 주겠다. 2년 후부터는 검의 입회식에서 뇌신류도 지목 대상에 포함되며 5년 후에는 검의 입회식 세 번째 시험의 방식을 바꾸겠다.”
‘2년의 유예, 5년의 시간……. 그 정도면 충분하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겪어온 세 유파에 비하면 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렌은 자신 있었다.
5년 안에 뇌신류가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5년 후에는 기존 두 개의 유파를 선택하는 규칙에서 세 개의 유파 선택으로 바뀔 것이다.”
2년 동안은 검의 입회식에서 대결 상대로 뇌신류가 선택받지 않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선택의 대상이 된다.
입회 후보자가 뇌신류로 오지 않는다면, 5년 후에는 반드시 뇌신류에서도 한 명의 입회자가 대결 상대로서 나가야 한다는 듯.
검의 입회식의 입회 후보자가 1년에 많아야 10명도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유가 그리 많지는 않다.
이번에도 지원자가 나를 포함해 4명뿐이었으니.
“너, 너. 나와라.”
스칼렛이 두 사람을 골랐다.
지목받아 당황스러워하는 두 기사.
한 명은 상급 기사 상위, 다른 하나는 최상위에 있는 이들이었다. 스칼렛을 노리는 이들이 많은 만큼 조금 쉬운 상대를 결정할 거라는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스칼렛은 강한 상대를 골랐다.
‘또 도졌네. 싸움 병.’
상대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는 그녀.
‘지난번에 보니까 제법 강해지기는 했는데…….’
상태창으로만 봐서는 실력을 정확히 가늠할 수가 없다.
결국 싸움은 신체 능력으로만 하는 게 아니었으니.
카앙!
검이 교차하고 또 격돌한다.
치열한 공방 끝에 대련장 위에 서 있는 이는 스칼렛 아르젠.
쉴 틈도 없이 곧장 다음 대련이 이어진다.
상급 기사 최상위의 중무류 기사.
조금 지쳐 보이는 스칼렛을 상대로 그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오기가 스스로를 망치는 게지.”
“오기? 재밌네.”
코웃음을 내뱉으며 상대의 말을 무시한 스칼렛이 검에 기를 흘려 넣는다.
대련이 시작되자마자 뿜어지는 짙은 검광.
‘이건…….’
천장에서 흘러 내려오는 빛이 갑자기 더욱 밝게 빛나기 시작하고.
“윽!”
그녀의 검이 상대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허공을 베어낸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빛줄기 속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섬광 같은 검격.
촤악!!
다급히 검을 들어보지만,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검이 두 동강이 나며 피가 튀었다.
“커헉……!”
가슴팍을 크게 베인 기사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고.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스칼렛을 노려본다.
‘대단한데……?’
솔직히 조금 놀랐다. 스칼렛 누님이 월격을 이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렸을 줄이야.
그녀에게 월격을 가르쳐 준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어갔다. 지난 사막 원정 이후에 그녀에게 가르쳐 주었었으니.
여태 월격만 주야장천 연습이라도 했던 건가.
‘이 정도면 저 기사가 죽지 않은 게 용한데?’
월격은 암살이나 기습적인 일격에 특화된 기술.
상대방이 이 기술을 알지 못한다면 반응조차 하기 힘들다.
방금 그 검격은 스칼렛이 작정하고 상대를 죽일 각오로 휘두른 검격.
상대가 순간적으로 반응해서 검을 들지 않았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물론, 이 기술을 알고 대비한다면 상급 기상 상위급만 되어도 검격이 튀어나오는 그 순간의 이질감을 놓치지는 않을 터.
“졌다.”
상대가 피가 흘러나오는 가슴팍을 손으로 누르며 무릎을 꿇었다.
“쉽네.”
의기양양한 얼굴로 중얼거린 그녀가 고개를 치켜든다.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은 뇌신류의 유파가 있는 곳.
나를 향하고 있었다.
“어땠어? 수장님?”
아직 유파를 정하라 하지도 않았건만 벌써 뇌신류를 선택한 건가.
그녀의 말에 레오노라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나쁘지 않았다. 스칼렛 아르젠.”
뇌신류의 첫 입문자로 스칼렛 아르젠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