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ity 10000% Catastrophic Player RAW novel - Chapter 15
* * *
서울 마포 하늘공원의 억새밭.
평소라면 나들이객으로 붐벼야 할 이곳은, 현재 게이트 발생으로 인한 출입 통제 중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찾아온 한 커플은 출입 통제원의 제지를 받고 걸음을 멈춰야했다.
“어? 뭐야, 못 지나가요? 뭐예요? 공사?”
“현재 게이트 발생으로 공략 중입니다. 위험하니 못 지나가세요.”
뜻밖에도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인원들은 수도권을 권역별로 나눠맡은 주요 길드가 아닌.
‘태성’의 소속이었다.
“혹시······ 몇 급짜리 게이트예요?”
“D급입니다.”
“허, 세상에.”
통제원의 대답에 커플 남녀는 서로 쳐다보며 기함했다.
“D급인데, 나는 왜 재난문자 못 받았지?”
“나도 못 본 것 같은데.”
F급과 E급 게이트는 거의 자동자 접촉사고처럼 빈번하게 발생하기에 이젠 그냥 일상이 되었다.
시민들도 딱히 경각심을 갖지 않고, 민간 길드에서도 길드원의 성장도 도모하고 마정석도 수집하는 ‘돈 나오는 구멍’ 정도로 생각하는 정도.
그러나 D급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지간한 중소 규모 길드도 공략할 수 있는 E급과 달리, D급부턴 공략 난이도가 훌쩍 뛰어.
중견 길드나 대형 길드의 저레벨 공략팀이 움직여야 하니까.
“와······ D급이라니. 지금 안에 몇 분이나 들어갔어요? 공략팀 조합은 뭐래요?”
“아, 오빠. 그 사람들 지금 위험한 데서 싸우고 있는데 뭐 그런 걸 물어봐.”
하지만 통제원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혼자 들어가셔서, 조합이랄 게 있진 않을 것 같은데요.”
그 소리에 여자 쪽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혼자요? 게이트 폭발 나는 거 아니에요?”
통제원이 손을 내저었다.
“에이, 괜찮아요.”
그때, 차단선 안쪽 허공에 생겨 있던 공간의 균열에서 녹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안에서 사람이 빠져나왔다.
“아, 마침 나오셨네.”
그러자 여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어? 이성우 플레이어 아니야? 와아, 존잘이잖아.”
반면 남자 쪽의 표정은 씁쓸하게 굳어졌다.
그래도.
“뭐, 멋있기는 하네.”
웅우웅―
그 자리에 있던 커플과 통제원의 핸드폰이 일제히 진동한 것은 그때였다.
―[서울특별시] 11:10경 마포구 하늘공원 내 D급 게이트 발생. 이용객은 해당 지역에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시길 바랍니다.
“이게 왜 인제와?”
재난 문자가 경고한 게이트는, 이미 서서히 닫히고 있었다.
* * *
게이트가 닫히기 시작한 것을 확인한 이성우는, 거듭 운반팀의 안위부터 점검했다.
“장성식 팀장님, 인원 이상 없죠?”
마침 하늘공원 게이트의 부산물 수거책으로 달려온 것은 운반3팀.
이성우를 대신해 팀장 자리를 맡은 장성식이 힘차게 대답했다.
“인원 및 물자, 공략 부산물 모두 이상 없습니다!”
이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부산물은 회사까지도 안전하게 운송 부탁합니다.”
“맡겨만 주십셔!”
바로 빠릿하게 움직이는 운반팀원들.
이성우는 중력 감쇠를 써서 그들이 수송 트럭에 물자를 옮겨 싣는 걸 도왔다.
게이트 안의 몬스터들을 갈무리해 얻어낸 마정석과 가죽부터, 조잡한 가죽 갑옷 같은 것들까지.
알뜰살뜰하게 챙겨온 물건이 적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높은 등급을 받았다지만, 회사는 자본이 있어야 굴러간다. 오직 내 이름만으로 좋은 인재를 모을 수는 없어. 게이트 공략권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지금이 종잣돈을 마련할 기회지.’
지난 열흘 간, 이성우는 F~D급 게이트를 52개나 공략한 상황.
‘초고가 아이템 드랍은 없었지만, 그간 모은 전리품과 부산물만 처분해도 적지 않은 액수가 될 거다.’
더욱이 그가 아는 미래의 정보는, 단지 게이트 공략에 관한 것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즉, 뭐가 돈이 되는지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다는 뜻.
좋은 투자처 몇 곳을 귀띔해주었으니, 자금은 권태성이 알아서 착착 불려 나갈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성장인데.’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이성우
나이 : 27
레벨 : 25
칭호 : 별을 부른 자
특성 : 중력 지배 [제어 가능 범위: 0%~500(300+200)%]
‘그 사이 레벨도 빠르게 올렸고, 보스를 처치해 획득한 [중력석 파편] 52개로 제어 한도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레벨의 성장에 따라 순수 제어 한도는 300%에 이르렀고.
거기에 특성의 제어 한도를 5%P 증가시켜주는 성장 노드, [제어 한도 증가]를 40개 찍었다.
추가 200%까지, 총합 500%의 제어 한도를 확보한 것.
나머지 12개는 [제어 거리 증가], [제어 범위 증가] 같은 여타의 성장 노드에 투자했다.
‘당장은 표가 나지 않더라도, 꾸준히 찍어 둬야 훗날 뜻밖의 상황에 대처할 여지가 늘어날 테니까.’
중력 감쇠 최저치가 0에 도달했다는 것도 성과 가운데 하나였다.
[중력석 덩어리]가 필요한 ‘핵심 패시브’ 스킬들만큼은 아니더라도.‘무중력’은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무엇보다도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대룡거검]을 직접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게 최고 장점이었다.
그저 거검을 무중력 상태로 만들어 띄워놓기만 하면, 거검에 달린 ‘자동 회수’ 옵션 덕분에 둥실거리며 이성우를 따라다녔으니까.
“[중력석 덩어리]를 하나도 얻지 못했다는 게 아쉽지만. 일단은 북촌 게이트를 정리할 정도는 되겠지.”
보통의 플레이어가 25레벨을 찍으려면, 괜찮은 길드에 들어가더라도 1-2년은 빡세게 굴러야 한다.
팀 단위로 움직여, 경험치를 나눠서 먹기 때문.
그러나 이성우는 혼자 움직이며 게이트를 독식한 덕에 미친 듯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 너무 과하게 욕심내지 말자.”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급한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돌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성과만 난다면, 더 과하게 욕심내도 되는데 말이야!”
정찬석이었다.
그 옆엔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차무혁도 함께였고.
이성우는 어리둥절했다.
“웬일이십니까? 여기까지.”
그리고 그 일벌레 차무혁은 또 왜 저렇게 죽어가는 건지.
정찬석은 바쁘게 현장을 오가는 태성의 운반팀원들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음, 준비가 한창이구만. 우리 대한민국의 최고등급 플레이어께서 얼마나 강해졌나 살펴보러 왔지. 그래, 게이트는 어디 있나?”
차무혁이 슬쩍 끼어들어 소곤거렸다.
“저어······ 국장님? 물자를 내리는 게 아니라 싣고 있는 걸 보니 이미 공략이 끝난 것 같습니다.”
“뭐어? 벌써?”
이성우는 그런 정찬석의 모습을 보고 조금 놀라고 있었다.
‘그 용투사, 투신 정찬석이 이런 허당 아저씨였다니.’
장판파를 막아선 장비처럼.
한남대교 남단에서 단신으로 ‘악령술사’의 군세에 맞섰을 때의 그는 그야말로 영웅의 이상(理想)이었다.
그랬던 그가 [대룡거검]을 보자마자 한 번 들어보게 해달라고 하지를 않나, 이미 닫힌 게이트를 찾겠다고 뒷북을 치지 않나.
이전 회차에서 쌓았던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처럼 인간적인 면을 가졌으니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일 테다.
자기 목숨을 바쳐서 타인을 구하는 결정을.
그때, 이성우의 핸드폰에 관리국 어플의 알람이 떠올랐다.
―[특수우선] 망원한강공원 E급 게이트 발생
망원한강공원이면, 이곳 하늘공원에서 마침 멀지 않은 곳.
이성우는 곧바로 공략 입찰을 확정했다.
“근처에서 게이트가 발생했다는데. 어떻게, 두 분 함께 가시겠습니까?”
정찬석과 차무혁 모두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개를 연신 끄덕여댔다.
“그럼, 가시죠.”
이성우는 정찬석이 이전 회차에 보여 주었던 영웅적 활약에 보답할 겸, [중력석 파편]을 하나 더 확보할 생각이었다.
그 작은 파편 하나하나가 모여서 지금의 성장을 이뤄낸 것이기에.
고작 E급 게이트라도 허투루 생각지 않는 이성우였다.
* * *
게이트에 입장한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혹시라도 주변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를 위협 요소부터 확인하고 클리어 사인을 나눴다.
“마침 시야가 탁 트인 고원 지형의 게이트라, 우리 이성우 플레이어의 활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겠구만.”
“저도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이성우는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무슨 연예인이라도 된 기분이군.’
멀리, 언덕 너머에서 녹색의 머리 두 개가 불쑥 솟아오른 것은 얼마쯤 심부로 걸어 들어간 뒤였다.
“초원 오크로군요.”
차무혁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저쪽에서도 인간을 식별한 듯 알 수 없는 말로 외치기 시작했다.
“에누무스! 옥타!”
부아아앙―
이어서 뿔나팔 소리까지 울려 퍼지더니.
백이 넘는 오크들이 대열을 이루고 초원 반대편에서 전진해오기 시작했다.
“흥, 더러운 돼지머리들. 오랜만에 보는군. 그래, 자넨 저것들을 어찌 처리할 셈인가?”
초원 오크들은 마법이나 화살처럼 성가신 수단을 쓰지는 않으나.
군대처럼 대열을 갖추고 일거에 밀어닥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수일 수밖에 없는 공략팀에겐 까다로운 상대다.
물론, 그건 공략팀에 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마법사가 없는 경우 한정이지만.
‘나는 비록 마법사는 아니지만. 강한 화력은 보유하고 있지.’
이성우는 옆에 떠 있던 [대룡거검]을 돌아봤다.
『‘대룡격변격’ 충격 흡수 상태 : 58%』
직전에 D급 게이트에서도 대룡격변격을 써서 충전량을 소진했지만.
운반팀이 부산물을 회수하는 사이, 열심히 땅과 바위에 처박아서 강제로 충전해둔 것.
완전 충전 상태는 아니었지만, 여태 52개의 게이트를 돌파하면서 쌓은 감각은 ‘차고 넘친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초원 오크 부족 따위를 처리하기에는 말이다.
“한 번에 쓸어버리죠. 조심하십시오, 돌이 좀 튈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의 경고를 남긴 이성우가 곁에 떠 있던 [대룡거검]을 거머쥐는가 싶더니.
탓―!
지면을 박차고 쏜살같이 쏘아져 나갔다.
중력 감쇠를 이용한, 비상식적으로 빠르고 멀리 나아가는 도약이었다.
그 모습을 본 차무혁이 혀를 내둘렀다.
“대체 저 거대하고 무거운 검을 들고서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는 걸까요.”
“그것마저도 안 보이나?”
차무혁이 가진 [로그 뷰어] 특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예,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는지도 [열람 불가] 처리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뭔가?”
“지금 이성우 플레이어가 느끼는 저 [대룡거검]의 무게는 연습용 죽도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말도 안 나오는군.”
그러나 진짜 놀라운 것은 그다음이었다.
순식간에 오크 무리의 코앞까지 접근한 이성우가 돌연 [대룡거검]을 지면에 박아넣자.
쿠르릉―
천둥과도 같은 굉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렸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퍼버버벙! 콰강! 콰가가······!
[대룡거검]을 박아넣은 곳에서부터 바깥쪽으로.마치 화산이라도 폭발한 양, 동심원을 그리며 연쇄적으로 지면이 터져나갔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토사와 암석들.
그중 바위 하나가 차무혁 쪽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런, 조심하게!”
정찬석이 차무혁의 앞을 가로막고, 날아오는 바위를 막아내기 위해 주먹을 뻗었으나.
이성우가 한발 빠르게 손을 쓴 듯.
쿠웅!
커다란 암석이 돌연 수직으로 뚝 떨어져 땅에 처박혔다.
“내 뒤에 있게.”
“······감사합니다.”
속을 쓸어내린 차무혁이 고개를 드니.
이성우와 초원 오크들이 격돌했던 곳은······ 이제 초원이라고 부를 수 없는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콰가가가가가각―!
마치 커다란 용이 땅속에서 몸을 뒤트는 듯한 광경.
그야말로 ‘대룡격변격’이라는 효과에 걸맞은 대격변이었다.
비전투특성인 차무혁은 정찬석의 등 뒤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바라보며 전율했다.
‘이게 칼 한 번 휘두른 위력이라니.’
묻혀 있던 바위가 치솟고, 지각이 조각나며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대지의 파편들은 중력에 의해 다시 떨어져 내려야 마땅하건만.
기이하게도 그대로 공중에 뜬 채로 혼란스럽게 부유했다.
땅 위에 뿌리내리고 있던 풀들과 다리를 딛고 있던 초원 오크들에겐······ 삶의 터전이었던 대지가 생지옥으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하하핫! 그 친구, 싸움 한 번 화끈하군! 이 정도면 그 짧은 시간에 게이트를 싹쓸이할 만하지.”
“제가 보고 있는 게 꿈은 아니겠지요, 국장님.”
“저 현장에 있던 초원 오크들은 차라리 꿈이기를 바라겠지.”
하지만 그 생지옥엔, 이미 살아 움직이는 초원 오크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이성우 한 사람만이.
마치 그를 지키듯 곁을 따라다니는 거검과 함께, 태연하게 그 지옥도 속을 거닐고 있었다.
* * *
‘보스가 이쯤에 있었는데.’
한편, 이성우는 토사와 암석 파편 사이를 오가며 이 던전의 보스.
[초원 오크 부족장]의 전리품을 찾고 있었다.수색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공중을 부유하는 토사와 암석, 초원 오크 시체들 사이에서 보랏빛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중력석 파편]이었다.“하, 이번에도 안 나왔나.”
앞서 욕심부리지 말자고 다짐하긴 했었지만, 이번에도 내심 기대했었다.
[중력석 덩어리]가 나와주진 않을까.“이것 참. 이러면 파편이 더 있어도 당장은 성장이 불가능한데.”
현재 그는 열흘간 게이트를 독식해 확보한 [중력석 파편]으로 스킬 트리의 하단은 거의 다 오픈한 상태.
이제 방금 확보한 것으로 마지막 남은 ‘성장 노드’를 채우면, 스킬 트리의 모든 루트가 막혀 뭘 더 찍을 수가 없게 된다.
별자리처럼 이어지며 나아가던 스킬 트리가 이제 [중력석 덩어리]가 필요한 핵심 스킬 노드들로 막혀서 더 나아갈 수가 없기 때문.
즉, [중력석 덩어리]를 얻어 막힌 경로를 뚫지 않는다면.
여기서 성장이 정체된다는 이야기다.
‘시험용 게이트는 자연 발생한 게이트가 아니었지. 만일 그렇기 때문에 [중력석 덩어리]가 드랍된 거라고 한다면, 이번 북촌 변칙 게이트에서는 나올 확률이 높겠지.’
이전 회차에서 벌어진 참벽을 막고, 빌런 조직의 실마리를 잡는 것에 더해.
이제는 자신의 성장까지 걸린 상황.
북촌 게이트를 처리해야 할 이유가 늘어난 것이다.
‘빨리 열려줬으면 좋겠군.’
다만, 그전에 처리할 일이 딱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이성우는 [중력석 파편]을 갈무리하고, 게이트에 함께 들어왔던 두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괜찮으십니까? 큰 바위가 튀는 걸 보고 떨어뜨리긴 했습니다만.”
차무혁은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국장님도 계셨고. 바위가 갑자기 바닥에 처박혀서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이성우 씨가 손을 쓰신 거겠지요?”
이성우가 멋쩍게 턱을 긁적였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차 차장님은 비전투 특성이라는 걸 잊었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북촌 게이트에 동행하려면 곁에서 지켜드릴 분이 필요하겠군요.”
“누······ 누구로부터 말입니까? 몬스터? 아니면······.”
이성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히 몬스터지요. 달리 누가 있습니까?”
순간 차무혁은, 몬스터보다도 이성우 당신이 위협적이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말이 목구멍을 넘어오지 않았다.
“이제 슬슬 때가 됐습니다. 국장님, 차무혁 차장 좀 쉬게 해주시죠. 중요한 게이트니 최고의 컨디션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차무혁은 지금부터라도 바로 쉬게 해야 한다.
그래야 반나절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을 테니까.
“일리 있는 말이군. 차 차장, 자넨 여기서 퇴근하도록. 북촌 게이트 발생 때까지 푹 쉬어두게.”
아무리 일벌레인 차무혁이라지만, 열흘 내내 연장 근무한 지금은 휴식이 절실했다.
“예,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택시 불러서 타고 가게. 경비 처리하고.”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차무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성우는 생각했다.
‘북촌 게이트에서의 전투는 조금 전 전투보다 훨씬 격렬할 거다. 차무혁을 그냥 데리고 들어가면 위험하겠지. 전담 탱커가 한 명 필요하다.’
“국장님, 차 차장은 아무래도 전투 경험이 적겠지요?”
정찬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전투 특성이 아니니까. 사람은 귀신같이 무섭게 잘 다루지만, 방금 같은 상황에선 얼어버리기 십상이지.”
당연한 이야기다.
전투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이가 날아오는 바위를 마주하리라고 상상이라도 해보았겠는가.
당황해서 몸이 굳어버리는 게 당연하지.
‘그렇다면 역시, 그 사람이 적격이지.’
기본적인 탱킹도 가능하면서, 각종 버프까지 보유한 플레이어.
“자, 그럼 나도 관리국으로 돌아갈까 하는데. 자넨 어쩔 텐가? 다음 일정이 있다면 태워다주고 가지.”
마침 차편도 생겼겠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은마 길드에 좀 들르려 합니다.”
“은마 길드? 음, 알았네. 가지.”
이성우는 지금 당장 블랙 기업 은마에서 [발키리] 정소현을 꺼내올 생각이었다.
그녀라면, 북촌 게이트 공략 내내.
차무혁이 안전하게 변칙 게이트와 빌런에 관한 정보를 캐낼 수 있도록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아참, 그 전에 잠깐. 대룡거검에 충격량 좀 충전하고 가겠습니다.”
“음.”
몬스터 하나 없는 게이트에서 어떻게 충격량을 쌓겠다는 건지 의아해진 정찬석은 팔짱을 낀 채,
이성우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의 행동은 아주 단순했다.
[히드라의 금고]에 [대룡거검]을 집어넣었다가, 이빨을 공중 높이 던져 해방한 뒤.중력 강타로 거세게 땅에 내리꽂은 것이다.
쾅!
콰아앙!
···
쾅!
어마어마한 충격이 몇 번이고 대지를 강타하자······ 그나마 남아 있던 멀쩡한 땅마저 완전히 황무지가 되어버렸다.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완전히 질려버린 정찬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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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힘의 증명, 준비(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