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ity 10000% Catastrophic Player RAW novel - Chapter 19
* * *
단단한 암석을 뚫고 깊숙이 박힌 [대룡거검].
이성우가 수십, 수백 차례의 가속 낙하로 차곡차곡 쌓아놓았던 막대한 에너지가 일순간 해방되었다.
퍼버버버······!
삽시간에 깊은 암반까지 파고드는 충격파.
그에 걸맞은 굉음이 터져 나와, 험악하게 솟은 바위산을 집어삼켰다.
일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만 같았다.
그 아득하게 느껴지는 정적 속에서 모든 것이 깨지고, 터지고, 부서지면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마치 아주 돈을 많이 들여 찍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 장면을 음소거 상태로 관람하는 듯한 광경.
‘이건······ 예상 이상인데.’
이성우는 먹먹한 귀를 뚫으려 해보다가, 여의치 않아서 그만두었다.
‘아무래도 대룡격변격 100% 해방은 자제해야겠군. 이건 뭐 거검이 아니라 거포잖아.’
아닌가, 앞으로도 애용해서 전장을 한바탕 갈아엎고 시작하는 편이 나은가?
이성우는 일단 제어 가능한 범위 내에 무중력장을 펼쳐놓고 생각했다.
‘일단 싸워보면 어느 쪽이 편한지 알 수 있겠지.’
거대한 바위산이 송두리째 폭발해, 사방으로 암석이 휘날리는 상황.
여기에 무중력장이 펼쳐지자, 그야말로 우주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었다.
이성우는 격변한 전장을 빠르게 일별했다.
다행히 천뢰검문과 패스파인더 길드원들은 저만치 뒤로 빠져, 게이트 입구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용케 휘말리지 않았군. 정소현은?’
그때, 주황빛의 커다란 날개가 어둑한 하늘을 가르며 솟아올랐다.
최대 3인까지 함께 날 수 있는, [동반 비행].
‘역시, 잘 데려왔네. 저렇게 활개를 쳐야 진가를 발휘하는 사람을 고작 골짜기에나 밀어 넣다니. 류지홍도 참 사람 보는 눈이 없군.’
“워후! 빵빵 터지네!”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업된 것 같지만. 뭐, 괜찮겠지.’
이성우는 피식 웃으면서 하이오크 사육사로 위장한 레라지에의 화신체들을 살폈다.
그워어억!
놈들은 여기저기 흩어진 채 난데없이 벌어진 대격변 속에서 발버둥 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디 힘껏 버둥대봐라. 여기선 너의 사냥기술은 무용지물일 테니.’
이성우는 우선 가장 가까이에 있던 화신체가 무중력 속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것을 보고.
중력 감쇠를 역전시켜, 중력을 증강시켰다.
후욱!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는 레라지에의 화신체.
이성우는 놈이 바위산에 부딪혀, 그대로 곤죽이 되어 버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놈은 함께 떨어지던 암석을 딛고 도약해서 충격을 줄이는 게 아닌가.
크워어어어!!
물론, 다리가 부러진 듯했지만.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충격이었다.
‘미친.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에서 점프해도 살아남겠는데? 보통 몬스터가 아니라 악마의 화신이라 이거냐?’
심지어 놈은 곧장 활을 들어 화살을 쏘기까지 했다.
투웅!
‘이런.’
이성우는 들고 있던 [대룡거검]을 휘두르며 손을 놓아버렸다.
부웅―!
푸화악!
부메랑처럼 회전하며 날아간 거검은, 날아오던 화살을 쳐내고 화신체까지 반으로 갈라 죽인 뒤에 땅에 박혔다.
이성우가 손을 뻗자, 거검은 곧바로 땅에서 뽑혀 되돌아왔다.
대룡격변격, 파괴 불가와 함께 나란히 달려 있던 ‘자동 회수’ 옵션.
‘이게 진짜 편하다니까.’
딛고 있던 암석을 박찬 이성우는,
허공을 부유하는 파편들을 연달아 밀 듯이 차내며, 다음 타겟을 향해 몸을 날렸다.
‘떨어뜨려도 죽지 않으면, 직접 베어 죽이는 수밖에.’
모든 것이 정처 없이 부유하는 아비규환.
그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인간들에게도, 악마들에게도 너무 낯선 환경이었다.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이성우 외엔 비행 스킬을 가진 정소현뿐.
그러나.
퉁―!
화신체들도 곧장 화살을 쏘면서 역습에 나섰다.
쐐애액!
인간이 쓰는 것의 배 이상 두꺼워 보이는 화살이 바람을 갈랐다.
화살보다는 차라리 창에 가까운 모습.
깡!
물론 기둥처럼 거대한 거검을 앞세우면, 막아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안 통하지!”
그렇다고 방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화살 한 대 한 대의 파괴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때, 정면에 있던 라레지에의 화신체가 다시 한번 시위에 살을 걸었다.
이성우가 거검을 앞세우는 순간.
피융―!
옆쪽에서도 화살이 날아들었다.
양동작전.
검을 틀어 옆을 막으면, 정면에서 날아오는 화살에 당하게 될 터.
‘그래도 사냥에 뛰어난 악마의 화신체라 이건가? 이 와중에도 협공을 펼치다니.’
이성우는 당황하지 않고, 옆에서 쇄도하는 화살에 [중력 강타]를 시전했다.
피이잉―
맥없이 고개를 떨구고 곤두박질치는 화살.
그어어어―!
그 꼴을 보고, 화가 난 듯 하이오크의 모습을 한 화신체들이 거칠게 포효했다.
그러더니······.
이성우에게서, 게이트 입구 쪽에 모여 있는 공략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약한 이들을 노려서 빈틈을 만들어 보겠다는 심산인 모양.
이성우는 미간을 구겼다.
‘젠장, 거치적거리는군.’
다음 순간, 다섯 개의 화살이 일제히 시위를 떠났다.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이성우도 화살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연거푸 세 번의 중력 강타.
그리고 거검을 휘두른 한 번의 참격.
그것으로 4대의 화살을 요격했지만.
‘한 발이······!’
이성우가 요격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떨어진 상황.
결국 누구 하나 죽는 사람이 나오나 싶었던 그 순간.
슈우우우욱!
주홍빛의 광채가 쏜살같이 내려와······.
까앙―!
화살을 막아냈다.
그 주역은, 다름 아닌 정소현.
“크윽! 엄청 묵직하네!”
제대로 막아냈음에도 뒤로 세 발쯤 물러난 정소현이 탄성을 토했다.
차무혁에 기절한 신규종까지 데리고 날아와 화살까지 막아내다니.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특성 진화를 달성해 큰 성장을 이뤄내는 플레이어들은, 진화 전부터 두각을 드러낸다는 말도 있던데.
정소현을 보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다들 침착하시고 방어 수단 펼치세요! 탱커 앞으로! 서포터들은 버프 발라주세요, 어서!”
그와 거의 동시에 [발키리]의 버프가 발동되었고.
『발키리의 가호, ‘전사의 투지’가 깃듭니다!』
천뢰검문과 패스파인더 길드 공략팀이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수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됐다.’
정소현의 버프와 지휘라면.
한동안은 버텨낼 수 있을 터.
뜻밖의 방해꾼들 탓에 정신이 분산되어 있었지만, 역시 뜻밖의 활약을 보여준 정소현 덕에······.
‘뒤는 신경 쓸 필요 없고.’
이제 마음껏 날뛰면 된다.
이성우는 무릎을 한껏 굽혔다가, 힘껏 박차면서 정면으로 몸을 날렸다.
깡, 깡!
앞세운 거검에 연거푸 묵직한 화살이 날아와 부딪혔으나.
그건 ‘파괴 불가’인 [대룡거검]에 충격량만 채워주었을 뿐이었다.
『‘대룡격변격’ 충격 흡수 상태 : 8%』
탓, 타닷!
공중을 부유하는 파편들을 연거푸 밟아가며 빠르게 거리를 좁히자.
지척에 있던 화신체 하나가 거리를 벌리기 위해 도약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이미 무중력 환경에 적응한 듯, 단순히 다른 자리로 건너뛰려는 게 아니라.
이성우처럼 몸을 날리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허락 없인 안 되지.”
그가 도약하려는 화신체에게 [중력 강타]를 가하자.
크어어어!
10배에 달하는 중력의 위압에 놈은 그대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고.
이내 등판에 [대룡거검]이 박혀서 절명했다.
그르르······.
인간을 사냥하러 차원을 건너온 레라지에의 화신체들이 주춤거렸다.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지금, 자신들은 ‘사냥꾼’이 아니라 ‘사냥감’의 처지라는 것을.
지금 이 전장의 주인은 이성우였다.
“네놈들의 죗값, 곧 치르게 해주마.”
도망칠 곳도, 몸을 숨길 곳도 없다는 걸 깨달은 레라지에의 화신체들이.
패닉에 휩싸인 채 미친 듯이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깡, 깡깡!
『‘대룡격변격’ 충격 흡수 상태 : 14%』
그게 모여서 큰 거 한 방으로 되돌아올 줄도 모른 채로.
* * *
“세상에······.”
“팀장님, 이 게이트······ D급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도무지 D급이라고 생각할 수 없지 않나요?”
패스파인더 길드의 공략팀과 천뢰검문 문도들은 상식을 초월한 싸움에 넋이 나가 있었다.
특히, 각 길드의 인원을 통솔하는 리더들의 충격이 컸다.
패스파인더 측의 공략팀장, 이주녕.
그리고 천뢰검문의 3조장, 문경준.
두 사람은 각기 길드장과 문주로부터, 이 북촌 게이트를 ‘강탈’하라는 특수한 명령을 받고 들어온 상황.
그러나 보스가 도사리고 있을 만한 구조물을 발견하자마자.
재앙 같은 파괴가 벌어졌다.
그걸 지진이라 불러야 할까, 산사태라 불러야 할까?
부서진 바위산의 파편이 무수히 공중을 부유하는 모습을 보면 둘 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었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돌연 벌어진 대파괴 이후의 전황은,
그들이 감히 끼어들어서 이득을 꾀할 만한 스케일이 아니라는 것.
그저.
방패를 들고 앞을 막아선 묘령의 여성 플레이어와 관리국의 유명인사 차무혁의 뒤에서 얌전히 보호나 받고 있어야 했을 뿐.
이주녕과 문경준 모두 난데없는 상황에 놀란 것은 매한가지지만.
그 감정의 결은 현저하게 달랐다.
‘이 수준에서는 보스로 한 마리만 나와도 상대하기 벅찰 하이오크가 여섯 마리나······ 하마터면 공략대가 몰살당할 뻔했다. 저 플레이어 덕에 살았군.’
문경준의 경우엔, 정확한 상황 판단과 인정에 따른 안도였다.
아직 누구인지 제대로 식별하진 못했지만, 하이오크들을 농락하는 그의 무위에 경외감이 생기기도 했고.
‘제기랄, 구경만 하고 있다간 강탈이고 뭐고 다 물 건너가겠는데. 저 괴물 같은 새끼는 대체 뭐야?’
반면 패스파인더 길드의 이주녕은 낭패감과 분노에 휩싸이고 있었다.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가면······ 길드장한테 죽도록 깨질 텐데.’
몇 년을 밑바닥에서 구르다 얼마 전에야 하층 공략팀장 자리를 꿰찼는데.
그 자리가 물거품이 되어버릴 위기였다.
“이봐요, 천뢰검문 쪽에선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을 겁니까? 분위기 보아하니 저 하이오크들 중에 하나가 보스인 모양인데, 그거라도 같이 두들겨서 빼앗아야 하지 않겠어요?”
이주녕이 목소리를 낮추고 문경준에게 넌지시 속삭였으나, 문경준은 차갑게 눈을 흘길 뿐이었다.
“지금 상황을 좀 보시죠. 어디 접근이나 가능하겠습니까.”
마치 하늘섬이라도 되는 듯, 온갖 암석과 지면 파편이 공중을 부유하는 상황.
검을 다루는 천뢰검문의 검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전장이 아니다.
그러나 이주녕은 천뢰검문이 칼을 들고 싸움에 뛰어들기를 바란 것이 아니었다.
게이트 내에서 벌어진 살인은······ 감추기가 무척 수월하다.
CCTV가 있는 것도 아니라, 핑계야 대기 나름이고.
게이트가 닫힌 뒤엔 현장 검증도 불가능해지니까.
‘무식하게 칼이나 휘두를 줄이나 알지, 머리라곤 쓸 줄을 모르는구만. 이러면 보스 스틸로 가야겠군.’
“그럼 방해나 하지 마시죠. 쉽게 갈 걸 돌아가시는구만? 쯧.”
나지막이 혀를 찬 이주녕이 뒤쪽에 늘어선 공략팀원들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은 가리지 않는 것이 패스파인더 길드의 기치.
끄덕.
순식간에 뚯을 주고받은 패스파인더 길드원들이 저마다 병장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근접전 특성을 지닌 인원은 차무혁과 방패녀를 배제하고, 원거리 공격 수단을 지닌 인원은 보스에게 공격을 집중한다.’
그것이 이주녕의 계획.
비록 D급에 불과하지만, 장거리 저격이 가능한 [장궁수] 특성.
한 방을 잘 노리면, ‘보스 킬’ 스틸도 얼마든지 가능할 터.
‘다소 무리가 있어도, 지금은 과감하게 움직일 때야.’
바로 그때, 네 번째 하이오크가 절명하는 모습이 이주녕의 눈에 포착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마리.
‘염병할, 두 마리 중에 보스가 어떤 놈이야?’
두 마리 모두 보스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이주녕은, 고민 끝에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뭔 상관이야, 두 마리 다 스틸 해버리면 되지.’
대검을 쓰는 것을 보아하니, 현재 레이드 중인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근접 공격 특성.
그가 접근해서 전투를 시작하면, 저격으로 킬을 빼앗고.
마지막 하이오크에게 접근하기 전에 화력을 퍼부어서 처치한다.
‘그림 이쁘게 잘 나오는구만.’
비릿한 미소를 지은 그가 살을 쏘려는 순간.
스릉―!
문경준이 칼을 뽑아 이주녕의 목을 겨누었다.
천뢰검문의 검도는 그 이름처럼 벼락과도 같은 쾌검을 추구한다.
지근거리에서 쇄도하는 칼에 대응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많지 않았다.
하물며 근접전에 취약한 원거리 딜러라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고.
“······어이, 무식한 칼쟁이.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아무리 ‘강탈’을 명받고 왔다지만, 염치는 있어야지. 비열한 활쟁이야. 저자가 아니었으면 하이오크 여섯 마리를 상대로 우리가 여태 살아서 수다나 떨고 있을 수 있었을 것 같아?”
“하! 인제 와서 갑자기 인류애가 샘솟기라도 하나?”
“검을 쓰잖아. 사해의 검도인은 모두 하나다.”
이주녕은 코웃음을 쳤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좆이나 까 잡숴.”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이주녕이 살을 쥐고 있던 손가락을 풀었고.
살이 시위를 떠났다.
피잉―!
‘이건 꽂혔다.’
적중을 예감한 이주혁이 다음 타켓을 향한 공격을 지시했다.
“전원, 10시 방향 하이오크를 향해 모든 걸 퍼부어!”
그 순간.
콰아아아아앙!
전방에서 돌연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고······.
『게이트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출입 제한 격리장이 해제됩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차무혁이 중얼거렸다.
“이런, 또 시작이네.”
“와아아! 폭발 시원하다! 아차, 파편 조심해요!”
정소현이 환성을 지르며 방패를 들어 올린 순간.
빈틈을 가늘고 긴 물체가 파고들어.
이주녕의 영 좋지 않은 곳에 박혔다.
“끄아아아아!”
이주녕의 화살이 폭발에 튕겨 나와,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온 것이었다.
비명을 질러대는 이주녕을 바라보던 문경준이 혀를 찼다.
“인과응보로군.”
* * *
이성우는 들고 있던 [대룡거검]을 옆에 띄워놓으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우······.”
21% 수준까지 충전한 ‘대룡격변격’.
그것을 지면에 꽂아 터뜨리지 않고, 참격에 실어 뿜어낸 파괴력은.
하이오크의 육체를 갈가리 찢어놓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남아 있던 레라지에의 화신체 두 마리가 일거에 산화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5레벨 -> 26레벨』
『[중력 지배] 제어 가능 범위가 0%~304%로 확장되었습니다
줄줄이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게이트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출입 제한 격리장이 해제됩니다.』
‘격리장? 아, 게이트에 변칙이 발생하면서 블루 게이트로 바뀌었다고 했었지.’
아무튼 시스템 메시지 덕에 게이트를 ‘클리어’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그럼, 파밍 좀 해볼까.”
이성우는 여전히 무중력을 유지한 채, 바위산의 잔해 사이를 오가며 보랏빛의 광채를 수집했다.
[중력석 파편] 네 개.그리고.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했던 [중력석 덩어리] 두 개.
기대했던 수량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가뭄의 단비였다.
이걸로 핵심 스킬을 두 개 더 확보하고 막혔던 스킬 트리를 뚫어 성장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어디로 빠져서 떠다니는 물건은 없겠지?”
혹시라도 놓친 보상이 있을까 세심하게 주변을 살피던 이성우는, 흙먼지 사이에서 유독 이질적인 물건을 발견했다.
‘저건······?’
이성우는 가까이 다가가 물건을 회수했다.
그건, 분홍색의 슬라임을 형상화해놓은 듯한 봉제 인형이었다.
일반적인 물건이 아니라, 명백히 마력이 서린 아이템.
“이런 데서 웬 인형.”
별 기대 없이 상세 정보를 확인한 이성우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아이템 정보』
이름 : 흉내 인형
등급 : 희귀
효과 : 지정한 대상의 모습을 완전히 복제하여, 행동까지 흉내 내는 인형. 피해를 입으면 흉내 내기 상태가 해제된다.
“허? 이러면······ 어쩌면 신규종을 미끼로 좀 더 큰 물고기를 낚아볼 수도 있겠는데?”
빌런 조직은 필시 이 게이트의 공략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터.
변칙 게이트를 터뜨려 피해를 확산하려던 계획이 틀어진데다, 신규종까지 생포 당했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히 신규종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이겠지. 이건 100% 물 수밖에 없다.’
이성우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정소현 일행과 두 개 길드의 공략팀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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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미끼(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