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ity 10000% Catastrophic Player RAW novel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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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모습을 드러낸 건.
복잡한 형상을 가진 특제 무기도, 겉보기에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는 병장기도 아니었다.
동그란 탄환의 형상이거나, 모서리가 날카로운 파편이거나.
아주 단순하고 조악한 형상의 은조각들일 뿐이었다.
여태 매수해놓은 은을 가공해달라는 요청에, 권태성은 자신이 아는 장인을 총동원해주겠다 호언장담했지만.
이성우에겐 손에 쥐고 휘두를 수 있는, 그럴싸한 무기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냥 아주 작거나 날카로워서 관통력만 좋으면 돼. 하나하나의 퀄리티보다는, 수량이 중요해.
권태성은 어리둥절해서 이렇게 물어왔었다.
―그런 걸 어디에 쓰려고? 다 생각이야 있겠지마는······ 의도를 알아야 맞춰서 준비하기가 쉬우니까 물어보는 거야.
거기에 이렇게 대답했던가.
―크레모아 알지?
―어우, 잘 알지. 오케이, 접수.
과연, 권태성이 이틀 만에 은을 녹여 만들어온 물건은 이성우의 의도에 딱 부합하는 형상이었다.
이성우가 무중력 상태로 주변에 띄워놓은 무수한 은조각은, 별무리가 이루는 은하수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듯.
달빛을 반사해 어둠을 밝혔다.
“그건······ 전부 은이냐? 아니, 미스릴의 기운도 느껴지는군.”
악령술사, 그가 바닥에 떨어진 흑마술사의 머리를 통해 떠들었다.
미스릴.
진은(眞銀), 또는 트루실버(Truesilver)라고도 불리는 은의 상위호환쯤 되는 마법금속.
김포에 발생한 침공 게이트로 쳐들어가, 세계수의 타락을 해결해주고 받은 물건.
이성우는 이 은제 암기들 사이에 미스릴까지도 부숴서 섞어두었다.
“역시, 시체전문가라 그런가? 언데드에게 쥐약인 물건은 귀신같이 알아보는군.”
“······어떻게 알고 준비했지?”
“내가 미래에서 왔거든.”
이성우가 별것 아니라는 투로 대꾸하자, 놈의 표정이 구겨졌다.
조롱이라고 여긴 모양이지.
크워어어!
주인의 심기를 읽은 듯, 시체 군단과 악마 무리가 거칠게 포효했다.
하지만 놈들은 모조리 이성우의 중력 탓에 허공에 떠 있는 상황.
망가진 턱관절과 썩어 없어져 버린 혀를 동원해, 알수 없는 욕지거리를 하는 것 말고는.
놈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끝내자.”
이성우는 마침 적당한 지점에 떠 있는, 거대한 시체 골렘을 [강착]의 중력 작용점으로 지정하면서.
그 효과는 은조각들만 받도록 능력을 발휘했다.
우우웅―
이처럼 여러 가지 스킬을 발동한 채로, 대상을 다단화하는 건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었으나······.
이전 회차 한국 패망의 주역인 자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성우의 정신을 단단히 붙잡아주는 강철 같은 닻이 되어주었다.
“가라.”
이성우가 앞으로 손을 뻗자,
마치 염동력의 제어에 놓인 것처럼 은조각들이 허공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다만, 정확히는 염동력이 아니기에 약간은 이색적인 광경이 연출되었다.
[강착]은 주변의 물질을 끌어당기는 것도 당기는 거지만, 단순히 직선거리로 잡아당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강렬한 회전력을 동반하면서 사물을 ‘곡선’으로 끌어당긴다.
마치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혜성처럼,
은조각들은 제각각 다른 궤도를 그리며 어두운 허공을 갈랐다.
퍼버버버벅―
관통력을 극대화한 항마의 금속들이 개체 하나하나는 허약한 언데드들의 몸을 꿰뚫으며 비행했다.
치이이익······
크워어어어―!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0레벨 -> 32레벨』
확실히 효과가 있는지, 순식간에 2레벨이나 증가했다.
항마력을 품은 은은 언데드에게만큼 효과적이진 않아도, 악마에게도 피해를 준다.
그마저도 중위 악마부터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지만.
지금 이곳에 소환된 놈들은 해봐야 임프나 그렘린 같은 소악마나, 헬하운드 따위의 마수가 대부분.
미스릴은 물론, 은의 항마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는 없었다.
“······제법이구나. 하지만 그런 재주를 과연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까.”
과연, 악령술사 놈의 지적처럼.
하지만 그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왜? 반대로 돌리면 되는데.”
“흠?”
그 순간에 이성우는 이미 [중력 역전]의 스위치를 올리고 있었다.
[강착]의 인력이, 이번엔 척력이 되어······.안에서 바깥으로 몰아치는 분쇄 폭풍을 만들어냈다.
그걸 두세 번 반복한 것만으로도,
멀쩡한 언데드를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
말을 잃어버린 악령술사.
이성우는 바닥을 구르던 머리를 손짓만으로 들어 올렸다.
“왜 말이 없어? 설마 내뺐나?”
“내가 널 얕보았다는 걸 인정해야겠구나, 이성우.”
그때, 남산 위쪽으로부터 이곳으로.
색색의 광채가 밤하늘에 드리운 극광처럼 드리워졌다.
치이이익······!
끼야아아악―!
서용한을 구심점으로 어우러진 길드의 신성 플레이어들과 기사단의 멸악의 투지는······.
분쇄 폭풍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악마와 원령들을 모조리 불사르기 시작했다.
“마스터!”
“형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죽었다 살아난 정소현과 성요한 그리고.
“으랴아! 신의 징벌을 받아라!”
삿된 존재만 보면 분노로 눈이 돌아가는 신성기사단장 강성태까지.
모두가 이성우를 구원하기 위해, 앞을 가로막는 적을 부숴버리며 맹렬히 달려오고 있었다.
“방해꾼들인가. 인사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야겠군.”
이게 고작 인사라니.
모르는 이가 들었다면, 당연하게도 허풍으로 들었을 표현이었으나.
이성우는 그것조차 겸손한 표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정도로는 내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 다음엔 조금 더 신경 써서 준비해라.”
“걱정하지 마라. 나 역시 가벼운 몸풀기 정도였을 뿐이니까. 조만간 다시 만나도록 하지.”
작별을 고하는 악령술사.
놈이 떠나기 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었다.
“하나만 물어보지.”
“······조우의 선물 삼아 답해주마.”
“이유가 뭐냐.”
실로 모호한 질문이었고, 그만큼 많은 함의가 담긴 물음이었다.
하나 악령술사는 이성우의 본의를 읽어낸 듯,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대라면 내 뜻을 이해할지도 모르겠군. 범인은 보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나의 대의를.”
“대의는 무슨. 너희가 숭배하는 높으신 악마들이 영원한 생명이라도 약속한 거 아닌가?”
이전 회차에서 악령술사는 ‘인류 영혼의 대합일’을 내세우며 준동했었다.
이성우는 궁금해진 것이다.
그 ‘대의’의 배경이.
“푸흐······ 핫핫!”
이성우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뭐가 우습지?”
“생명을 끝장내려는 내가, 영원한 생명을 바라겠나? 나를 그리 이율배반적인 쓰레기로 여긴 건가. 이것 참, 마음이 아프군.”
이성우가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자, 악령술사가 눈을 굴려 전황을 살피고 말을 이었다.
“시간이 많지 않군. 이것만 말해두지. 삶은 고통이고, 자유의지는 만악의 근원이다. 나는 그것들을 근절하고 갈등이 없는 세계를 만들 것이다. 나에게 합일된 세계말이다.”
······그러니까 그 ‘합일’이라는 게 핑계가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목표라는 거지?
“이거 순 미친 새끼였네.”
“잘 생각해 봐라. 무엇이 세상을 위한 일인지. 자격 없는 자들이 쥐고 흔들게 두지 마라.”
“헛소리 그만하고 꺼져라. 멀리 안 나간다.”
이성우는 잘린 머리에 [압축]을 가해서 머리통을 터뜨려버렸다.
후두둑······
그와 동시에 이성우의 중력장에 붙들려 허공에 떠 있던 악마와 원령들이 일시에 무로 돌아갔고.
사악한 통제력에 되살아나 움직이던 시체들도, 끈 떨어진 꼭두각시처럼 힘을 잃고 부서져 내렸다.
악령술사가 이곳에 드리웠던 통제력을 거둬간 것이다.
‘이곳에 직접 나타나지 않고, 수하의 몸을 통제해서 수천에 이르는 시체를 일으키다니. 확실히 위험한 놈이다.’
한 대상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과,
그 대상을 중계소로 삼아 자신의 능력을 전개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아무리 고위 악마를 죽여 얻은 [섭혼술]을 가진 이성우라도, 피지배자의 몸을 통해 [중력 지배] 특성을 사용하는 건 가능하지 않았다.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의 통제력을 지녀야 그런 일이 가능할까.’
하긴, 언데드를 소환해 수족으로 부리는 건 강령술사 계열의 능력이고.
악마를 소환하거나 사역마를 부리는 건 흑마술사나 일부 악마숭배자가 갖게 되는 힘이다.
‘하지만 악령술사, 그자는 언데드와 악마를 한꺼번에 다룬다.’
어쩌면 그쪽 계통에선 이성우 자신처럼 ‘측정 불가’급에 근접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할 뿐.
악령술사 본인의 무위에 관해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끝없이 밀려드는 시체의 물결.
단지 그것만으로도 한국의 관리 체계는 한계에 허덕였으니까.
스러진 언데드 군대의 잔해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을 때, 정소현이 성요한을 데리고 옆에 내려섰다.
“형님! 괜찮으세요?”
“갑자기 이게 웬 난리에요?”
이성우는 두 사람에게 상처가 없는 걸 확인하고 산 정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니드호그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 뱀인지 도마뱀인지 모를 괴물요? 소현 누나······ 아니, 공략총괄님이 나타나서 버프를 주신 덕에 금세 잡을 수 있었어요. 갑자기 언데드가 되어서 부활하긴 했지만, 신성력으로 제압했고요.”
또 한 번 신성력의 승리를 경험했기 때문인가, 성요한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지만.
이어지는 정소현의 질문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방금까지 여기에서 느껴지던 사악한 기운······ 소멸한 게 아니에요. 그렇죠?”
아무래도 특성 진화는 그녀의 감각도 날카롭게 벼려놓은 모양이었다.
“네, 애당초 놈은 이곳에 직접 등장하지도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존재와 싸우고 있는 거죠, 저희는?”
이성우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한 차례 모습을 드러낸 데다 그림시커 소속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악령술사는 머잖아 준동할 터.
이제 놈의 존재를 알리고, 전쟁에 대비해야 할 때다.
“아무래도 회의가 필요하겠군요. 현장 정리되는 대로 모입시다.”
고개를 끄덕이고 멀어져가는 두 사람.
성요한이 정소현을 위로하는 말이 들려왔다.
“원격에서 이만한 숫자의 언데드를 일으키다니, 대단한 놈이긴 하지만. 성우 형님에게 완전히 발렸잖아요? 거기다 세계수 버프가 발휘되기 시작하면 아무런 문제 없을 거예요.”
“그러려나?”
뭘 느꼈는진 모르지만, 정소현의 대답은 여전히 어두웠다.
악령술사의 첫 공격을 가볍게 패퇴시킨 이성우 역시, 이번 승리를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조만간 다시 보자는 인사말이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그건 마치 당장이라도 공세를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경고로 들렸으니까.
‘당장 임박한 이벤트는 냉룡과 흑룡의 침공이지만, [독정]과 [아에기르의 삼지창]을 확보했으니. 일단 놈들의 속성에 대한 방어책은 갖췄다.’
물론, 그것만으로 두 마리의 용을 가볍게 죽일 수 있을 리는 없겠지만.
속성 저항을 갖추고 중력으로 묶어놓고 패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문제는 악령술사의 언데드 대군이다.
만일 놈의 군세가 이전 회차처럼 전국적 규모로 일어난다면, 이성우 혼자서 모든 곳을 커버할 수는 없다.
‘원승호 장관에게 어서 그 문제부터 해결해달라고 해야겠군.’
수백, 수천만에 이르는 죽은 자의 대군을 일으키는 악령술사조차 경악할 만한······ 상상 이상의 대응책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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