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57
“아니. 그 반대야! 궈씨 귀신이 제3여단을 움직여 사령부를 습격하려 한단 말이야!”
아직 잠이 덜 깼나.
장쭤린은 우쥔성의 말을 곱씹었다.
모든 일에 철두철미하고 냉철하여.
다소 성미가 까다롭고 정이 없긴 하나, 그 충심만큼은 누구 못지 않게 깊은 펑톈의 책사.
총참모직에서 해임되어 기분이 상했을 텐데도.
불평 한 마디 없이 묵묵히 자리로 돌아가, 복무에 충실한 든든한 방패막이가 궈쑹링이었는데.
궈쑹링과 반란이라.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
“못 믿겠는데.”
“믿고 자시고 할 때가 아니야! 얼른 대피해야 한다! 좀 있으면 이곳에도 궈쑹링군이 습격해올 테니까.”
장쭤린은 우쥔성의 손에 이끌려 침대에서 기어 나왔다.
“담배를 좀.”
“두목! 사태 파악 못 해? 시간이 없다고!”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아침 공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병사들을 보자, 그제서야 상황이 인식이 되었다.
“진정으로···, 진정으로 궈쑹링이 내게 칼을 들이대고 있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두목.”
“···이런 배은망덕한 개새끼. 일자리를 얻지 못해 방황하던 놈을 거두어 키워주었더니. 도리어 주인을 물려고 들어···? 공부를 많이 했으면 뭐 하나, 기본적으로 인간이 되지 못했는데!”
분노를 토해내는 장쭤린을 우쥔성이 잡고 흔들었다.
“이럴 때가 아니야, 얼른 대피하자고.”
“어딜 간단 말이야? 여기가 내 기지인데.”
“궈쑹링이 공격해오는 중이라니까?”
“오라지. 한판 붙어보자고.”
장쭤린은 우쥔성이 만류할 틈도 주지 않고 야외 막사를 돌며 우렁차게 외쳤다.
“아그들아! 일어나라! 우리 진지에서 웬 미친놈이 행패를 부리고 있다! 잡아다 족쳐야겠으니, 너희들의 힘이 필요하다!”
반란이 일어났다면 반란군의 목표는 응당 총사령관 장쭤린일 텐데.
도망갈 생각은 않고, 진지를 휘젓고 다니며 응전을 촉구하는 장쭤린의 모습에.
잠시 혼란스러웠던 영내는 빠르게 진정이 되어갔다.
흩어져있던 지휘관들도 잇따라 도착하였다.
“두목! 괜찮습니까?”
“멀쩡해.”
“제1군 사령부를 습격하려는 시도가 있어서, 격퇴하고 오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어, 좋아. 잘했어.”
장쭤샹과 같은 제1군장의 합류는 큰 힘이 되었다.
숙소 주변은 완전무장한 병사들로 금세 철통같은 수비가 꾸려졌다.
장쭤린은 자신이 지금 한신과 전쟁 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지휘에 온 힘을 쏟으면서도.
분노와 광기로 번들거리는 마음이 좀처럼 다스려지지 않았다.
“그놈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방통은 무슨···! 처음부터 반골의 상이었어! 그런 놈에게 강무당의 훈련을 맡겼으니, 씨발. 펑톈의 군자금으로 놈의 반란군을 키워준 꼴이 되었군.”
중얼거리던 장쭤린은 문득 주위을 두리번거렸다.
“쉐량은 어딨지?”
“실은···, 아침부터 찾고는 있으나 행방이 묘연해.”
우쥔성이 답했다.
난장판 속에서 아예 부관 역할을 맡은 듯.
보좌에 충실한 우쥔성이었다.
“어디든 있겠지. 그놈도 다 컸으니 지 앞가림은 할 터.”
“어? 저기 누가 오는군. 공자인가?”
장쭤린은 우쥔성이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젊은 장군이었지만.
장쉐량이 아니었다. 총참모였다.
양위팅은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얼이 빠져 있었다.
무슨 낭패를 겪었는지 온몸이 오물투성이였다.
예전 한신과의 1차전쟁 패전 후, 뱀꾼으로 가장하여 겨우 선양까지 도망 왔던 때와 비슷한 몰골.
“양 선생! 소식은 들었지? 궈씨 개새끼가 행패를 부리고 있어.”
“예? 예예.”
“어디 있다 이제 온 건가? 선생의 계략이 필요하던 참이란 말야.”
“예. 잠시 뒷간에 좀···.”
“싸울 땐 싸우더라도 쌀 땐 싸야지. 그래, 어떻게 하면 좋겠나?”
평소와 달리 대답이 없었다.
어떤 질문을 받든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던 양위팅인데.
“양 선생?”
“···.”
답 없는 양위팅이 괴상하여 장쭤린이 크게 한마디 더 하려는 순간.
어수선한 병사들 사이로 전령이 뛰어왔다.
“제3여단장이 선언문을 보냈습니다!”
“누가 여단장이야? 앞으로는 궈씨 개새끼라 불러!”
“···예! 궈씨 개새끼가 전문을···.”
“읽어봐.”
전령이 눈치를 보며 선언문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나, 제3여단장···. 아니, 궈씨 개새끼는 잠들기 전마다 펑톈을 생각한다. 그러나 근 몇 년간은 그 일도 어려워졌다. 해마다 전란이 일어나고 국고는 비어간다. 가혹한 세금은 동북의 인민들을 천천히 말려 죽이고 있다. 이런 현실을 두고, 잠을 청하는 일이 내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한번 밉게 보기 시작하니.
궈쑹링의 모든 면이 안 좋게 생각되었다.
예전에는 제법 그럴듯하게 생각했던 글솜씨도, 쓸데없이 멋을 부리는 걸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대체 풍요롭기 그지없던 동북이 이처럼 몰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나는 결연히 무기를 들고 그 원흉을 지목한다.”
장쭤린은 분통이 터져 소리쳤다.
“그게 나라는 거냐? 보자보자 하니까, 못 참겠군! 당장 3여단 사령부로 쳐들어가야겠다!”
“일단, 끝까지 들어보죠.”
우쥔성이 눈짓하자, 전령이 다시 종이를 잡았다.
전령은 잠깐, 멍하니 서 있는 양위팅을 힐끗하였다.
“동북을 망친 자는 양위팅이다···. 펜톈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전쟁을 일으켜 국토를 황폐화시켰고. 상장군 주변에 아첨하는 무리를 세워 정사를 어지럽혔다. 이 모든 사실을 제하고도, 무엇보다 펑톈파에 속한 내가 거병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폭로하겠다. 양위팅은 일본과 결탁한 한간이다···.”
전령이 계속하여 선언문, 아니 고발문을 낭송하였다.
관동군과의 밀접한 관계···.
흑룡회라는 정치단체와의 연결고리···.
“···어째서 일본은 펑톈에 그처럼 막대한 차관과 무기를 원조해 주었는가? 그 뒤에는 양위팅과 같은 한간을 이용하여 만주를 집어삼키려는 야욕이 숨어 있다. 동북의 만철주식회사를 그 누가 민간회사라 부를 수 있겠는가. 만철의 자금력과 관동군의 군사력은 이미 펑톈을 위협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동북은 머지 않아 조선에 이어 제 2의 일본 식민지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나, 궈씨 개새끼는 그걸 좌시하고 있을 생각이 없다.”
양위팅의 즉결처형을 주장하는 궈쑹링의 선언문을 들으며.
장쭤린은 침묵을 지켰다.
“···우리는 일본의 주구를 한 사람도 남김없이 척살할 때까지 싸울 것이며. 결국에는 승리할 것이다. 모든 것은 펑톈을 위해.”
전령이 낭독을 마치자.
자리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양위팅에게 쏠렸다.
점점 어색한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양위팅이 무어라 한 마디 말이라도 하면 해소가 되련만.
추레한 몰골을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도리어 의심을 증폭시켰다.
침묵을 깬 것은 장쭤린이었다.
“망할!”
일부러 과장되게 땅을 굴렀다.
“개새끼는 거짓이라도 고하지 않지. 이 궈가 놈은 참으로 심보가 악독하구나! 설령 배신을 할지언정, 남자라면 전투에서 겨뤄 승부를 판가름 내야지. 이런 허무맹랑한 낭설로 펑톈의 총참모를 끌어내리려 하다니!”
장쭤린의 말에, 우쥔성이 굳은 얼굴로 다가와 속삭였다.
“두목. 난 잘 모르겠어. 예전부터 일본군에 정보가 샌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 첩자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단합을 깨뜨릴까 봐 추궁하지 못했는데. 지금 궈쑹링이 폭로한 내용을 곱씹어보니, 일본육사 출신 사관파에 첩자가 있었던 게 분명해···.”
“그래서?”
“그래서라니? 양위팅은 사관파의 수장이잖아?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두목도 모른 척은 마.”
우쥔성의 얼굴은 진지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였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궈쑹링의 선언문을 들어보니, 특별히 두목을 비난하는 어조는 없어. 단지 양위팅을 비롯한 첩자의 처벌을 요구할 뿐이야. 그 요구사항만 들어주면, 반란을 멈추겠다잖아.”
“그 말을 믿어?”
“믿든 안 믿든. 기억해, 두목.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야. 내전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해. 저 바깥에 한신이 있다고···.”
장쭤린은 다시 양위팅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슬금슬금 양위팅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권총을 꺼내 장전하는 장교도 있었다.
“일단 양위팅을 넘겨주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거야. 어때? 양위팅을 군사재판에 세우고 궈쑹링을 다시 총참모로 복직시키는 것이.”
우쥔성이 뭐라 계속 속삭였으나.
장쭤린은 무시한 채, 양위팅에게 저벅저벅 다가갔다.
그리곤 그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이 사람이 누군가?”
답이 없었다.
우쥔성이 입 모양으로 한간이라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장쭤린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이 사람은 펑톈의 작은 제갈량인 양위팅이다. 86년생으로, 어려서부터 수재였으며, 군정에 있어 가히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한 덕에 펑톈군의 군수산업을 몇 단계 끌어올린 사람이다. 계책을 내는 용단이 특히 과감하여, 때로는 실패도 겪고, 다른 이들의 반발도 불러왔지만. 분명한 것은 양위팅은 펑톈인이라는 것이다.”
숙연해지는 영내를 돌아보며.
장쭤린은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과의 내통? 양 선생이? 여기 진심으로 그리 믿는 자가 있다면, 지금 당장 이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사죄해라! 지금 누구 말을 듣는 것이냐. 어제까지 동지였던 사람에게 총칼을 들이대며 잔인하게 살해하는 궈씨 망나니를 믿느냐? 아니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펑톈을 위해 헌신해온 와룡을 믿느냐? 답은 정해져 있다.”
장쭤린은 양위팅의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손끝에서 약간의 격동이 느껴졌다.
“이 시간 이후로, 양 선생에게 무례를 범하는 자는 내 손으로 처단할 것이다. 관동군이니, 흑룡회니. 어떤 언급도 하지 마라! 우리는 다 같은 펑톈인이다! 단합과 의리! 그것이 우리가 밥을 먹고 살아가게끔 하는 이유란 말이다!”
말을 마치고 양위팅을 바라보자.
그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여러 차례 안색이 변하던 양위팅은.
마침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
“여기서는 안 됩니다.”
양위팅을 따라간 독방.
그가 입을 열었다.
“주군을 암살하려는 계획이 있습니다.”
***
궈쑹링이 참모부에 들이닥치기 몇 분 전까지 양위팅은 회의실에 있었다.
배가 살살 아파온 것이 천운이었다.
잠시 뒷간에 간 사이.
제3여단의 병사들이 나타났고.
양위팅은 급한 김에 쓰레기통 속에 몸을 숨겼다.
처음에는 당최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곧 궈쑹링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았다.
회의실과 이어진 복도로 두런두런 말소리가 새어 나와 뒷간에서도 들렸다.
궈쑹링과 시치아의 대화.
만족인 시치아는 육사에 다닐 적에는 팔기파 소속으로,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만나 무슨 얘기라도 할라치면, 허구한 날 한신의 욕을 늘어놓기 일쑤였으니.
당한 게 있는지 모르겠으나,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다시 만난 것은 펑톈성.
그래도 같은 사관학교 출신이어서, 양위팅은 자신의 파벌에 시치아를 넣어주었다.
그런데, 놈이 일본의 밀정이라고?
궈쑹링에게 털어놓는 얘기는 놀라웠다.
왜냐하면 지금껏 양위팅은.
오직 자신만이 일본제국의 유일한 밀정이라 생각해왔으니까.
게다가 더 기막힌 것은.
양위팅은 장쭤린 암살계획을 분명히 반대했다.
관동군은 납득을 한 것 같았다.
그런데 시치아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혼란으로 뒤죽박죽이 된 머리통을 간수하며.
양위팅은 겨우겨우 궈쑹링군의 경계를 벗어나 사령부에 합류했다.
하지만 살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궈쑹링의 선언문이 공개되었을 때는 끝이라 생각했다.
양위팅도 할 말은 있었다.
만약 그가 일본에서 막대한 양의 군수물자를 받아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펑톈군이 그처럼 짧은 시간에 천하를 넘볼 만큼 성장할 수 있었겠는가?
적어도 장쭤린에 대한 양위팅의 충심은 진심이었다.
다만, 때로는 주군에게도 모든 것을 밝힐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