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68
“예. 지금 벌어지는 전투는 양국에 하등 이익이 될 것이 없습니다. 국제연맹의 권한으로 내가 나서서 중재를 하면 생각 외로 일이 잘 풀릴지 모릅니다.”
“어···. 저는 반대입니다.”
전날까지 싸우다, 이제 화해하자! 하면 친구가 되는 건가.
그럴 리가 없잖나.
“지금 중국과 일본이 벌이고 있는 전쟁은, 총칼뿐 아니라 펜과 타자기로도 심화되고 있으니, 정식 조사단이 출범한 이후에 움직이시는 것이 뒷말이 없을 겁니다.”
삐뚜름하게 수긍하던 영국 조사관이 며칠 뒤에 또 다른 제안을 가지고 왔다.
“나는 여기 있을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할 일이 없으니. 차라리 창춘으로 가서 장쭤린 암살사건을 조사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그러십시오. 그럼.”
“같이 가시겠습니까?”
“어···. 아닙니다.”
전투가 없다 해서 지휘관이 자리를 비울 수야 없는 일.
봉쇄 또한 지속되어야 한다.
관동군이 군함을 타고 움직이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겠으나.
최소 랴오둥 반도의 육로를 막고 있는 것만으로도, 관동군 병력의 7할을 묶어두는 거나 다름없었다.
“내 일은 중국과 일본의 입장을 들어보고, 국제연맹의 규약 아래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인데. 워로드의 의문사를 조사하다 보면 답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말씀드릴 것은 지금으로서는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여, 어느 쪽이 일방적으로 잘못을 저질렀다 말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해합니다.”
“그럼 내일 중으로 창춘으로 가겠습니다. 곧 다시 뵙지요.”
“예.”
나는 그렇게 동그란 안경의 영국 조사관과 헤어질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어떤 기이한 우주의 법칙이 작용하였는지.
조사관이 떠나기로 한 날 새벽.
관동군은 습격을 감행해 왔다.
***
사람이 한껏 몰리면.
밥이 있어도 먹을 수 없고.
졸려도 잘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밥 좀 먹지 않고.
잠 좀 자지 않으면 어떤가.
인간이 태어난 것은 훨씬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함이 아닌가.
천황 폐하의 이름 아래, 황군의 명성을 드높이는 일이야말로, 살아 생전 취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임무가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시라카와는 직접 움직였다.
관동군 1개 사단 1만여 병력.
가히 쓸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끌어온 것이다.
어둠 속에서 사병들과 행군하며.
시라카와는 오만 가지 생각을 되씹고 있었다.
흑룡회의 우치다 료헤이가 제안한 계획은 그럴듯해 보였다.
한신과 장쭤린의 대결은 양군이 총력을 기울인 전쟁이었고.
공화군과 펑톈군은 피로감으로 전투 수행 능력이 바닥이어야 했다.
그러나 실상은 예측과 한참 거리가 있었다.
심혈을 기울인 장쭤린 암살은 또 어떤가.
현장에 남은 모든 증거가 한신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데도.
만주의 군벌들은 특별히 한신에게 분노를 쏟아내지 않았다.
시라카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배알도 없는 놈들. 제 상관이 죽었는데 어째 병력의 움직임 하나 없냔 말이다.”
사무라이 정신에 따르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그 아들.
“장쉐량, 그 얼간이는 신문에 난 사진을 보니 제 아비의 원수와 헤벌쭉 웃으며 희희낙락하던데. 처음부터 지나인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니었어.”
예상 대로라면 공화군과 펑톈군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져 관동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야 하는데.
장쉐량은 도리어 한신에게 가서 붙었다.
그러고는 펑톈군을 규합하여 관동군에 척을 세우기 시작하였으니.
장쭤린을 죽이고 일본에 고분고분한 후계자를 내세운다는 계획은 일찌감치 물 건너 가고 말았다.
그나마 기댈 만한 인사는 펑톈군 총참모 양위팅인데.
그자 또한 한참 전부터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린 상태.
시라카와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당초 계획대로 만철 호위 명목으로 관동군을 만주에 급파하였다.
그러던 중 일어난 것이 류타오후 철로 폭파 사건.
시라카와는 하늘이 주신 기회라 생각했다.
공화군이 점거하고 있는 선양에 들어갈 명분이 딱히 없던 관동군으로서는 천재일우였다.
무력을 동원해 선양역을 포함한 도시의 주요 행정시설을 점거할 생각이었다.
시라카와는 당연히 점령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떠한 전조도 없는 습격이었고.
공화군의 본대는 죄다 창춘에 몰려 있어 선양은 텅 비어 있다시피 했으니.
관동군 정예병으로서.
그런 껍데기뿐인 도시의, 전체도 아닌 기차역과 주요 건물 몇 개를 점령하는 것은 일도 아닐 줄 알았다.
선양역을 차지한 후에는.
만철의 재산을 수호한다는 명목 하에 절대 자리를 비켜 줄 생각이 없었고.
중국군이 무력으로 빼앗으러 들면, 그때는 본토에 지원군을 요청하리라는 것이 시라카와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별동대는 선양의 성벽 앞에서부터 발목이 잡힘으로써 일이 꼬이기 시작했고.
시라카와는 창춘의 공화군이 선양을 뒤에서 치면 어떻게 하나 안절부절못하던 차에.
한신은 상상 이상의 기동력으로.
직접 기갑대를 이끌고 곧장 다롄으로 진격해오기 시작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시라카와는 충격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때마침 흑룡회의 우치다가 찾아왔다.
“괜찮으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군요.”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마침 잘 왔소. 말해보시오! 회장의 방안이 이처럼 지리멸렬하게 산산조각이 났는데, 무슨 말이라도 해보란 말이오!”
시라카와는 떼쓰는 어린애처럼 우치다를 몰아붙였으나.
놀랍게도 우치다는 처음 계획을 내었을 때처럼 방긋 웃어 보였다.
“지리멸렬이라니요, 산산조각이라니요. 저와 장군의 계획은 약간의 부침을 겪었으나 순항 중입니다.”
시라카와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했다.
“순···, 항···?”
“예. 순항입니다. 당초 우리의 목표가 뭐였습니까?”
“···평화와 안락에 빠져버린 도쿄의 상급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거였지. 만주 전쟁을 개전하는 거였어.”
“맞습니다. 장군은 지금까지 잘 해내셨습니다. 전쟁이 끝난 줄 알고 배를 두드리고 있던 한신이 직접 전차를 몰고 다롄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자가 얼마나 놀랐을지 수백 킬로미터 바깥에서도 생생히 전해오지 않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다.
그 콧대 높은 한신이 몸소 오는 것을 보면.
청일전쟁에 이어 중화민국과의 대전이 임박한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도 관동군이 존속할 때나 가능한 것이지. 그전에 와해되어 버리면 무슨 쓸모요?”
“뜻밖이군요.”
“뭐가 말이오?”
“사령관께서 그리 생각하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자신이 없으십니까?”
우치다는 아주 나긋한 어조로 말을 했는데.
시라카와는 당시 우치다가 내비쳤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보통 때와 같이 혀도 할짝대지 않고, 진심으로 실망했다는 듯 눈을 치켜올리던 그 모습.
그건 뭐였을까.
평소 우치다의 눈빛을 먹잇감을 노리는 뱀과 같다고 여겨온 시라카와였다.
그러나 그날 만큼은. 뱀눈인 것은 평소와 같았으나.
먹이를 앞에 두었다기보다, 새끼에게 잡아먹히기 직전의 어미 살무사 같은 눈빛···.
깊은 회한과 뜻 모를 망설임이 겹친.
아주 묘한 눈초리였다.
“자신이 없냐니. 회장의 말뜻을 모르겠소.”
“관동군이야말로 일본을 넘어 동아시아 최강의 무력 집단 아닙니까? 언제부터 지나군을 두려워하게 되었는지 참으로 한탄스러워 그럽니다.”
“펑톈군과 같은 놈들은 10만이 와도 무섭지 않지. 문제는 한신과 전차부대요.”
“상대할 방법이 있습니다. 조선에 원병을 요청하십시오.”
“그들이 도와주겠소?”
“도와줍니다. 대일본제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어느 일본인이든 마찬가지니까요.”
우치다의 설득에 힘입어.
시라카와는 다시 일어섰다.
마음을 다잡고 공화군과의 일전을 준비하였다.
마법처럼 톱니바퀴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
불호령이 내릴 것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섭정 각하께서는 뜻밖에도.
천황의 대리인 자격으로 직접 칙서를 내려 관동군을 치하하기까지 하였다.
가능할지 반신반의하면서 조선주둔군에 요청한 원병지원은.
그대로 받아들여져, 곧장 1만에 달하는 군대가 조선을 떠나 만주로 향한다고 했다.
물론 군부의 지시 따위는 받지 않은 무단행동이었지만.
알게 뭔가.
이미 섭정께서 관동군의 작전을 지지하고 계신다.
역시 꽉 막히고 멍청한 내각의 양복쟁이들과는 달리 열려있는 분이시다.
한신은 기민한 대처를 보여주었다.
기갑대를 빼내어 조선군을 막으러 갔다.
그리고 들려온 조선군의 패전 소식.
시라카와는 다시 한번 좌절할 뻔하였으나.
이번에도 그를 다잡은 건 우치다였다.
“장군. 이건 오히려 거사를 치를 적절한 시기입니다.”
“거사 말이오?”
“압록강 전투에서 목격된 전차 수가 수십 대에 이른다고 하니. 모르긴 해도 중국군 기갑 병력의 대부분을 동남쪽으로 이동시킨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공격할 기회라 하는 거로군.”
우치다의 말이 적절하다고 여기면서도.
시라카와는 덜컥 겁이 났다.
다롄 밖에 진주한 공화군 병력은 오리무중이지만.
적어도 3개 사단 이상으로 추정이 되었다.
2만에서 2만5천을 넘나드는 수다.
이길 수 있을까?
망설이는 시라카와에게 우치다는 말했다.
“장군. 이기려 들지 마십시오. 대일본의 이름 아래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역사는 다롄의 고지에서 관동군 사령관 시라카와가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웠음을 기억할 테니까요.”
“그렇군. 승리에 집착하지 않을 때야말로 극한의 정신력이 발휘되어, 결국 승리하게 된단 말이구려. 회장의 말이 옳소이다.”
우치다는 말없이 입술을 핥으며 미소지었다.
시라카와는 용기백배하여 출병을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이 고적한 시각에 직접 공화군 진지를 습격하기 위해 보병사단을 움직인 것이었다.
멀리 진지의 불빛이 보였다.
언뜻 보아도 랴오둥 반도를 가로막은 것처럼 길게 늘어진 봉쇄선.
시라카와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곤 목청껏 외쳤다.
“승리를 목표로 두지 마라. 그저 전군이 하나의 일본도가 되어 적의 심장을 꿰뚫는 거다! 달려라! 일제 착검돌격이다!”
시라카와의 명에 따라.
야산을 우렁차게 울리며, 관동군의 돌격이 시작되었다.
***
군함에 탑승하여 바다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우치다는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맞습니다. 시라카와 장군···. 결국 승리한단 말이 맞습니다···. 당신이 여기서 패배함으로써 일본은 더 크게 이길 테니까요. 당신을 포함한 관동군 1만의 희생으로···.”
피로 물든 승리2
크게 한 번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젊은 목숨들이 스러져 가고 있을 것인가.
나는 몸에 오한이 들었다
이것은 맥심 기관총의 출현과 더불어.
세계 전역에서 수없이 되풀이되어 온 잔인한 참호전의 결말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한다.
그러나 도덕과 이성, 합리를 배운 십 대 후반, 혹은 이십 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원시적인 만인 대 만인의 투쟁상태로 돌아가, 광기에 찬 짐승이 되기까지는 채 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전투 보고를 받으며 나는.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랴오둥 반도를 틀어막은 공화군으로 인해.
관동군은 작전을 펼칠 여지가 차단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전군 총돌격을 감행하여 반도를 피 웅덩이로 적실 만큼 그것이 중대한 일이었나?
“제23연대 교전 돌입. 저지선이 위태롭습니다. 병력 보충이 필요합니다!”
“적이 중앙 공세에 집중합니다. 예비 탄환이 바닥을 드러냅니다!”
“우익의 1선이 뚫렸습니다! 임시로 세운 2선으로 후퇴하겠습니다!”
방어전인 만큼.
다급하게 들려오는 보고는 거의가 부정적인 내용들이었지만.
커다란 파동을 견디고 나면, 참호의 이점을 살린 공화군이 승리를 거두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