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77)
“너희들인가? 빌런을 포로로 잡은 생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양복을 쫙 빼입은 형님이 대뜸 다가와서 물었다. 목소리가 뭐 이렇게 위협적이지? 그런 생각이 잠깐 들어서 얼굴을 올려다봤는데.
“와.”
절로 숨이 삼켜진다.
이 녀석… 뭐 이렇게 흉악하게 생겼냐?
영웅이 아니라 전문적인 고문 기술자라고 해도 좋을 와꾸였다. 애초에 이런 얼굴을 한 사람이 정상적인 영웅이라면 그게 또 잘못된 일이다. 대체 무슨 일을 해야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 걸까?
거기에 덩치도 산만하고, 느껴보니 상당히 강한 힘을 지닌 모양이다. 이런 영웅이 디멘션-합금 방패를 든 채 돌진한다면 설령 고랭크 괴수라고 해도 무사하진 못하겠지.
이게 바로 빌런 전담 영웅이라는 거다.
이들은 말 그대로 군 정보부나 국정원 요원 같은 존재로서, 아주 중요한 일들을 처리한다고 들었다.
“아, 네. 저희예요.”
레오나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당신은… 카이너스 가문의?”
오.
레오나를 알아보네?
“맞아요.”
“영애께선 이쪽으로 와주시길.”
“아? 네? 네.”
바로 여성 영웅이 그림자처럼 스윽 와서 레오나를 데리고 갔다.
“아, 외국인이라서 따로 이야기를 들으려는 건가?”
“그럴지도.”
내 말에 유리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아무튼 이러면 남은 게 나랑 유리랑 시후 뿐인데.
“가자.”
뭐라고 하려던 찰나, 영웅이 무뚝뚝하게 말하더니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아니. 목소리 너무 위협적인데.
“와… 유리야. 저 선배님 개무서운데?”
“아마 존나 강할걸?”
“막 갔는데 기밀 같은 걸 알아버렸다고 두드러 패는 거 아냐?”
“또 깝친다, 이 새끼.”
“아니, 근철아. 아무리 그래도 생도한테 그런 짓을 하겠어?”
“흐흐흐, 그런가?”
그냥 저런 쪽 일하는 사람이라 그런 거지, 나쁜 사람일 리가 있나. 내 경험에 의하면 영웅들은 다 착한 사람이었다.
“따라와라.”
“네, 네! 갑니다!”
그렇게 우리들은 영웅을 따라갔고.
“으응?”
헬기를 타고 어디론가 가게 되었다.
ㅡ투두두.
진짜 헬기를 탔어.
“이야. 세상에. 헬기를 다 타네?”
뭔가 얼떨떨한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팔짱을 낀 채 아래를 보고 있는 영웅에게 물었다.
“저기요, 선배님. 저희들 지금 혹시 어디로 가는 건지-”
“조용.”
“…”
아, 새끼 존나 깐깐하네.
“저기요. 너무한 거 아니에요?”
그때 유리가 말했다.
“지금 우리들이 빌런도 잡아 족치고 괴인들도 때려 부쉈는데 말도 없이 헬기 태워서 끌고 가는 건-”
“조용. 나중에 다 설명해주겠다.”
아니.
유리 끗발이 안 먹힌다고?
“씁.”
유리가 입술을 깨물면서 좌석에 몸을 기댔다.
“유리야. 우리 지금 납치된 거야.”
“개소리하지 마.”
“근철아 조용. 지금 뭔가 이상해.”
“확실히 그래 보이는데.”
뭔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별일이야 있겠어? 현역 영웅들이 일 열심히 한 초인생도들에게 이상한 짓을 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우리는 한적한 곳에 있는 어떤 건물의 옥상에 착지하게 되었다.
“따라와라.”
근데 이 깡패 같은 놈이 또 무뚝뚝하게 말한다.
이 새끼 점점 더 띠꺼워지는데. 아무리 보안을 요구하는 일이라지만 자꾸 저러면 기분이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근데 뭐 존나 쎄보이는데 어떻게 깝치겠나? 적당히 대답해야지.
ㅡ끼익.
아무튼 우리는 뭐라고 불평도 하지 못한 채로, 옥상에 난 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계단을 타고 내려가니 어떤 복도가 나왔다. 복도에는 내부가 보이는 유리벽이 쭉 늘어선 상태였는데, 그 유리벽마다 문이 하나씩 달려 있었다.
무슨 검사 나오는 영화에서 보던 취조실 같은 느낌인데.
그리 생각한 순간, 영웅이 앞에 있던 문을 하나 열고는.
ㅡ덥석.
솥뚜껑처럼 커다란 손으로 내 어깨를 덥석 잡으면서 말하는 것이 아닌가.
“들어가라.”
곰 같은 목소리.
“예? 저만요?”
“들어가라.”
“아… 네.”
아니 뭐 설명을 안 해줘.
안쪽으로 들어가니, 녀석이 따라 들어와 문을 닫았다.
“앉아라.”
“예. 아니, 근데 지금 너무 무서운-”
“조용.”
아.
“씨발.”
이 새끼 개띠껍네.
“…씨발?”
“예? 아니. 선배님. 그런 게 아니라. 지금 설명도 없이 막 이래도 되는 겁니까?”
“조용히 해.”
“아니. 지금 아까부터 계속 그런 식으로-”
“닥쳐.”
“뭐라구여?”
“닥치란 말 못 들었나?”
아니 이 새끼가?
“예… 일단 조용히 하겠는데, 뭐가 뭔지 제대로 설명을 좀-”
“닥쳐!!!”
ㅡ콰앙!
“으아아아아아악!”
순간 녀석이 주먹으로 책상을 콰앙 내리쳤다!
아니 씨발 내가 무슨 범죄자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지금부터 거짓말은 용납하지 않는다. 거기서 무슨 말을 들었고. 또 무엇을 봤는지 상세하게 써서 제출해라.”
아가리에 주먹을 밀어 넣고 울고 있으니, 녀석이 내게 종이와 펜을 내밀었다.
살려줘…!
“이게 장난 같나? 입에서 주먹. 당장 빼라.”
“아니, 그럼 전 장난으로 우는 겁니까? 왜 이러세요!”
“닥치라고!”
미친새끼!
결국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일종의 진술서 같은 무언가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초인이 된 뒤로 이런 강압적인 분위기에 굴복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굴욕 잊지 않아.
ㅡ스윽.
아무튼 왼팔을 겨드랑이에 낀 채 오른손으로 내 진술서를 대충 잡아들고 무심한 얼굴로 쭉 읽던 개놈이.
“…빌런과 괴인 연합군을 바주카포로 제압했다라.”
그리 중얼거렸다.
“바주카포는 어디서 났지?”
“거기 쓰여 있잖아요.”
그 내용도 적어놨다.
근데.
ㅡ콰앙!
“말해!”
이 미친새끼 다시 테이블에 주먹질을 하면서 윽박을 지르기 시작했다! 미친 싸이코 새끼가! 레오나 차에 있던 거 꺼낸 거라고 거기 다 써있구만!
“아니 이런 미친! 거기 다 써 있는데 왜 또 말하래! 아저씨! 거기 써 있다니까요!”
“이 개새끼가!”
“허억!”
순간 팔을 쭉 뻗은 놈이 내 어깨를 잡고는 그대로 들어 올리면서 소리쳤다!
“너 같은 새끼. 여기서 당장 죽여버리는 거 일도 아니야! 똑바로 대답해!”
“아이고 씨발!”
“닥쳐!”
좆됐다.
사실 이 새끼 정부 관계자가 아니라… 그렇게 위장한 빌런 아닐까? 정상적인 영웅이 이딴 말을 내뱉을 리가 없다.
“다시 묻는다. 바주카포. 어디서 났지?”
“레오나가 차에 싣고 다니던 거. 꺼내주길래 썼습니다. 놔주세요.”
“그렇군.”
ㅡ스윽.
뭐야 이 새끼?
바로 놔주네?
의외로 바로 놔주고 자빠졌다.
이 종잡을 수 없는 새끼 같으니라고.
“아무튼 여기. 바주카포를 쏘기 직전에 이상한 괴수가 나타났다고 했는데. 그게 정확히 무엇이지?”
“이상한 처음 보는 괴수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괴수냐고.”
아주 그냥 단어마다 또박또박 힘줘서 말하고 있는데 그걸 내가 알겠냐?
대체 무슨 의도로 이러는 걸까?
“그, 이상한 하얀색에다가. 갑각질을 지닌 놈이었는데… 자세한 정체는 잘 모르겠-”
“무슨 괴수냐고 묻잖아!”
“몰라요!”
“모른다? 너 모른다고 말했어. 확실히 적는다.”
ㅡ슥슥.
이 새끼 진짜 정신병자인가? 놈이 갑자기 펜을 꺼내더니 뭐라고 궁시렁대면서 메모를 했다.
“자. 다음 질문. 그 이상한 괴수를 보고 난 뒤에 바주카포를 쐈다고 했는데. 왜 쐈지?”
“뭐? 적이니까 쏴야죠.”
“적? 적이면 그냥 쏴도 되나? 바주카포를?”
당연한 말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새끼는 내게 명백한 악의를 지니고 있었다. 이건 취조도 뭣도 아니다. 그냥 말꼬리 잡으면서 날 괴롭히는 것뿐이지.
정부에서 월급 받고 일하는 놈이 대체 왜 이딴 짓을 할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예. 적이면 쏴야죠. 놈들이 뭔 짓을 할지 모르는데.”
“참나… 이 범죄자 새끼가 어디서 뭘 배운 건지.”
씨발놈이.
“오케이. 그냥 재미로 쏨. 이렇게 적을게. 누구든 죽이고 싶어서 재미로 쐈다. 이거 진술서 완성되면 볼만 하겠어. 그치? 볼만 하겠지?”
어쩌라는 거냐?
“좆 같을 것 같은데요. 나 그런 소리 한마디도 안 했잖아.”
“오케이. 수사 비협조. 이것도 적고. 그래서 너희들은 왜 그 하얀괴수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 거지?”
“공격 타이밍 본 거지. 그러던 중에 하얀괴수가 나타났고. 거기 쓰인 대로 빌런들이 하얀괴수를 포획하려고 한 것 같아서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쐈다. 오케이?”
툭 말하니.
“왜 막아야 하지?”
이 새끼 또 지랄하고 있다!
“아니! 막아야지! 그럼 빌런이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내가 씨발 영웅 생도잖아! 막아야 할 거 아냐!”
존나 협박하고 있긴 한데 답답해서 못 참는다!
나 여기서 뒈지면 레오나랑 유리가 복수해주겠지!
이소라 교관님이랑 이사장님도 있다! 이제 씨팔 나도 안 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