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56)
EP.400 그레고르 잠자 # 4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온 괴수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 움직임을 머릿속에 박아둔다.
집중 공격이 아니라 수색대형.
우릴 찾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 대체 뭐가 목적인지 모르겠네요.”
레오나가 말린 고추를 씹어먹으면서 말했다.
“영웅 생도 몇 명이랑 민간인 피해 좀 입히자고 이런 테러를 저지를 것 같진 않아요. 테러도 자원을 소모해서 하는 건데, 의미가 있어야죠.”
“그렇지.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이렇게나 준비했는데 고작해야 이정도 테러라고. 여기에 뭔가 상징적인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네. 그게 이상한 거예요.”
이런 큰 테러를 저지르는 빌런은 대부분이 다 사상범이다. 다들 지가 생각하기에 뭔가 숭고한 이유가 있으니까 테러를 저지르는 거다.
그렇기에 뭔가 파급력이 있거나 상징적인 건물을 부수는 식으로 과시를 하기 마련이다.
근데 여기엔 그런 게 없다.
민간인 피해가 크긴 하지만, 솔직히 이렇게 일을 크게 벌였는데 그것만 하고 가는 건 영 수지가 안 맞는다. 하다못해 정부 건물이라도 공격해야지.
그렇기에 이유가 있다면.
나와 레오나 뿐.
“테러라기보단 선전포고일 수도 있겠는데.”
나를 향한 선전포고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적들의 목적이 불분명하니 신중하게 움직이도록 하죠. 저기! 고추 챙기세요!”
“그래!”
“역시 매운 걸 먹어야 머리가 좀 돌아가는 느낌이 나네요!”
아니, 그럼 평소엔 안 돌아가는 상태여?
“끝나면 짬뽕 고?”
“좋죠. 제일 메운 걸로 먹어야겠어요. 챌린지 할 테니까 어울려 주시죠.”
“여기서 살아나가도 죽겠는데! 그럼 가자고!”
ㅡ파앗!
바로 고추를 챙겨서 옆 건물로 이동했다.
화이터 괴수 다콘티라.
저건 네 발로 뛰는 하얀 괴수다. 몸체는 인간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양손에는 억센 발톱이 나 있고 머리는 무슨 공룡 같다. 그 왜 코부터 해서 정수리까지 이어지는 긴 관 모양의 볏이 난 공룡 새끼 있지 않은가. 스노클링 사우루스였나.
아무튼 이 녀석들은 물량으로 승부하는 땅개 포지션 괴수인데, 지금 놈들이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수색을 하려 한다.
“수가 너무 많아요. 이거 진짜로 위기 상황이네요.”
레오나와 서로 다른 곳을 보면서 사각을 커버한다.
“저 괴수들이 건물 내부를 휩쓸기 시작하면, 안에서 저항 중이던 민간인 분들이… 큰 피해를 입겠죠.”
“살아남을 수 없겠지.”
“…”
레오나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과연 엔젤답게 민간인들의 피해를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
“야, 레오나.”
“네?”
“시간 좀 끌어볼까?”
“시간이요?”
“어차피 우리가 더 빠르니까, 그거지.”
바로 레오나에게 내 작전을 설명했다. 그러자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밝아진 표정으로 주먹을 치켜들었다.
“후후후, 옛날 생각나네요.”
“옛날?”
“그때! 안타조라 수천 마리는 될법한 무리에 쫓길 때!”
아!
“제가 김근철이 당신을 바주카포마냥 들고!”
“사자후로 어그로를 끌었었지!”
“바로 그거죠!”
만일 저 새끼들이 타겟으로 삼은 게 나라면.
그 김근철 어그로 바주카로 훌륭하게 어그로를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건물 안쪽을 수색하는 것보단 우릴 따라오려고 하겠지.
민간인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럼 레오나! 가자!”
“네!”
그렇게 우리들은 적당한 건물의 옥상으로 옮겨간 뒤에!
“레오나! 들어! 날 들란 말이다!”
어그로 작전을 실시한다!
ㅡ처억!
마치 미라처럼 양팔을 교차해 가슴 쪽에 모으고 날 들라고 소리친다. 그러자 레오나가 나를 무슨 봉마냥 잡아 들고는 무협 봉술을 시전하는 것처럼 뱅뱅 돌리면서 묘기를 부리고는!
“아쵸!”
시원한 기합성과 함께 어깨에 올렸다!
“가욧!”
“결전 어그로 병기 김근철포 가동!”
ㅡ쩌억!
눈알을 뒤집고, 아가리를 최대한 크게 벌린다. 그 상태로 있는 대로 숨을 들이쉬어 울림통을 최대한으로 부풀린 뒤에.
“격발!”
레오나의 신호에 맞춰!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괴수 무리를 향해 사자후를 분출한다!
ㅡ투콰카카카카카캉!
입으로 천둥을 쏘아낸 듯했다. 울려 퍼지는 폭음이, 마치 광선처럼 일직선으로 쏘아진다. 그렇게 생겨난 파문과 음파가 거리에 닿은 순간.
ㅡ…!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괴수들이 움직임을 멈추곤 이쪽을 본다.
“아무래도 이거.”
레오나가 날 내려줬다.
“어그로를 아주 잘 끈 것 같은데?”
“피해욧!!!”
ㅡ쿠와아아아아아!
ㅡ쿠오오오오!
잠시 멈춰있던 괴수들이 우릴 발견하고는 완전히 광분한 채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내가 끌었다! 내가 어그로를 다 끌었다! 크하하하하!”
레오나와 함께 옥상 건물을 달리면서 장독대를 짓밟고 있으니 문득 유쾌해졌다.
이런 상황이 즐거울 수가 있나?
잘은 모르겠지만 웃음이 터져 나온다.
“후후후! 정말 끝내주게 잘 끌었네요! 아, 이거 무슨 벨 누르고 튄 것 같은 기분!”
“바로 그거야!”
딱 그 느낌이다!
“근데 서양에서도 벨튀하냐?”
“양놈들 벨튀도 알아주죠!”
“그런 거군! 역시 코쟁이놈들도 같은 사람이야!”
ㅡ우루루!
괴수들이 존나게 쫓아오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신이 난다. 아무튼. 튀면서도 뒤를 돌아보며 괴수의 숫자. 그리고 잠자씨의 위치를 색적한다.
잠자씨들은 보이지 않는다. 안 따라오는 건가? 아마도 놈들에게 주입된 명령이 민간인 감염이기 때문이겠지.
뭐 그렇게 튀고 있으니.
ㅡ부우웅!
비행 괴수들마저 나타났다!
“엇! 김근철이! 저거! 빌런이 타고 있네요!”
“뭐라고?! 빌런이 타고 있어?!”
이 새끼들이 비행기를 타고 쫓아와?!
“잡아라!”
“타겟이다!”
“콜로서스 만세!”
뭔 가오리 같은 걸 타고 날아오고 있는데, 안 되겠다!
“레오나! 격추하자!”
“네!”
ㅡ처억!
즉시 자리에 멈춰서 격추 준비를 실시한다. 뎅겅! 레오나가 빨랫대로 쓰이던 철봉을 베어 일회용 창을 만들었고, 나는 장독대의 뚜껑을 들어 올렸다.
그 상태로.
“크아아아압!”
“하아아압!”
ㅡ휘익!
비행 가오리를 조준하고 있는 힘껏 던진다!
ㅡ촤하아아악!
날아간 뚜껑과 창이 각기 다른 가오리의 복부를 강타한다. 퍼엉! 실로 경쾌한 소리와 함께 놈들이 격추되었다.
“이야! 좋은데!”
“초인은 투척 무기도 잘 다루는 법이죠!”
“레오나 너 무슨 그리스 창던지기 선수 같았어!”
“오호호홋! 귀족 영애의 기본 소양이랍니다!”
그런 거냐!
아무튼 그런 식으로 빌런 및 괴수들의 추격을 뿌리치면서 달렸다. 하지만. 역시 이 새끼들 숫자가 너무 많다. 애초에 작정하고 온 놈들이라서 독 안에 든 쥐가 된 꼴이다.
ㅡ우루루!
우리를 추격하는 괴수가 점점 더 많아진다. 그리고 산개해서 움직이는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기도 한다.
ㅡ퍼억!
물론 그런 괴수들을 단칼에 때려죽이면서 이동했으나, 이대로 가다간 완전히 포위될 거라는 판단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버텨요, 김근철이! 밖에서 지원군만 오면 다 쓸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지! 싹 다 죽여버리자고!”
“네!”
기약은 없지만.
우리는 최대한 도망치면서 시간을 끌었다.
*
*
*
그러나 결국 결계 안에 갇힌 상태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몸을 피해도, 우루루 몰려오는 놈들이 횡으로 덮쳐오기 시작하니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되었다.
좆됐다.
이제 방향 틀려면 저 괴수 무리를 뚫고 나가야 한다.
“크읏! 이 새끼들 대체 뭐 하는 건가욧! 시간을 이렇게 벌었는데 결계가 깨질 기미조차 안 보여욧!”
ㅡ쾅쾅!
레오나가 신경질적으로 결계를 발로 까면서 소리쳤다.
대체.
왜 아직도 이걸 깨지 못했지? 한국 영웅들이 그렇게 좆밥은 아닌데 말이다. 아니면 설마… 이런 일이 곳곳에서 발생했을까?
아무튼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
정면 돌파를 노리면서 다시 시간을 버느냐, 아니면… 이런 씨발. 괴물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는 중이다.
“아.”
문득.
이 상황이 굉장히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때는 어떻게 했더라?
“이런… 저기. 괴수들이 점점 더 다가오고 있군요.”
“그런 것 같네.”
“저기, 김근철이?”
결계를 발로 차던 레오나가 내 옆으로 왔다.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중이다. 이런 모습을 또 언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순간.
“레오나.”
뭔가 생각이 났다.
“네?”
이 결계를 구성하는 힘이 마력과 다른 것 같다는 레오나의 말. 그래서 부술 수가 없다는 말. 그렇다면 무엇이지? 마력이 안 통해? 그런데 마력과는 다른 이계의 힘인 혈기마저 통하지 않았다.
그런데 안 통한 게 아니라면?
ㅡ스윽.
주머니에서 파편을 꺼내 들었다.
저번에 키티한테 돌려받은 거다.
밖에 다닐 때는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그런데 두 번 연속 사용이라. 이거 느낌이 좀 묘한데.
“아니, 김근철이? 그건?”
레오나가 내 손을 보면서 눈을 크게 뜬다.
“어! 그거 본 적 있어요! 그거잖아요! 요즘 뉴스에 나오는…!”
“콜로서스의 파편.”
“네! 그거요!”
그 정도 정보는 다 알고 있다.
“근데 김근철이 당신이 그걸 어떻게…?”
의문스러운 목소리.
근데 뭐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다.
“다 끝나고 설명해주마.”
“그, 그럴까요?”
레오나가 뭐라고 대답한 순간.
ㅡ파삭!
나는 주먹을 강하게 쥐어 파편을 깨뜨렸다. 촤락. 빛이 뿜어진다. 부서진 파편이 주먹 사이에서 유리 가루처럼 흩날리다가 기화했고, 거기에 노출되자.
그때의 그 느낌이 떠오른다.
잊었던 기억.
잠깐의 건망증.
뭔가 하려고 했는데 까먹었다. 그걸 떠올리려고 용을 쓰던 끝에 결국 아! 하면서 떠올린 듯한 기분이 들면서.
“크으윽…!”
극심한 두통이 느껴진다.
“김근철이!”
“잠시만!”
동시에 깨달았다.
혈기.
내가 이 힘을 참 멍청하게 다루고 있었다는 사실을.
“크으…!”
입에서 거품이 나올 지경이다…! 전기톱이 있으면! 그걸 충전을 하고 가동을 해서 써야 하는데 난 그냥 톱처럼 톱질만 하고 있었어!
세상에 그렇게 멍청한 사용법은 없다!
미친새끼!
“레오나! 잠깐 엄호해줘!”
“아, 네!”
ㅡ촤학!
빠르게!
파편의 힘이 다하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해야 한다!
즉시 검을 쳐들고 혈기의 기운을 집중시켰다.
ㅡ고오오.
마력과 혈기. 두 가지 자원을 한 번에 사용하는 장점 자체를 안 살리고 있었다. 당연하다. 애송이 새끼에 불과한 내가 뭘 알고 있을까!
“크아아아아아아!”
함성을 내지르자 검에 붉은 기운이 모이기 시작한다. 물에 섞여 들어간 피처럼 끈적한 기운이 검신 중앙에 모이다가 응축되어 구체의 형상을 이루었고.
ㅡ화아악!
마력과는 다른 이질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에너지체가 되어 힘을 발한다.
“아니, 이게 뭐시여?!”
붉은 구체를 본 레오나가 화들짝 놀라 소리친다.
“잘 봐라, 레오나!”
이것이 바로 광견병 김근철의 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