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97)
〈 98화 〉 괴수 동물원 # 2
* * *
존나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프링글스 한 통을 통째로 건네줬다. 류씨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통을 쳐다보고는, 능숙하게 뚜껑을 따고 안에 있는 모조 감자칩을 꺼내 먹었다.
ㅡ와그삭.
“쳇. 더럽게도 맛없군. 이딴 걸 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 것이지?”
이 새끼 말하는 뽄새 좀 봐라.
ㅡ와그삭.
ㅡ와그삭.
ㅡ와그삭.
무슨 한 번에 세 개씩 집어먹고 있는 주제에 맛없다고 툴툴거리고 자빠졌다. 진짜 웃기는 새끼라니까. 아무튼 저건 오리지날 맛이다. 나는 바로 매운맛을 꺼냈다.
어두운 갈색 계통의 통이 참 인상적이란 말이지.
“먹을 게 없는 게 아니고서야 못 먹을 맛… 으음?”
“뭐? 왜?”
“그건 대체 뭐지?”
“이거 매운맛인데.”
“…매운맛이라.”
취식을 중단한 류씨가 눈을 가늘게 뜬 채 내 손에 들린 프링글스 매운맛을 보았다.
이 새끼 설마?
이것도 욕심을 내는 건가?
“맛대가리 없는 걸 종류별로 만들었나 보지? 보기만 해도 맛없어 보이는군.”
미친놈이.
“얼마나 맛없는지 확인을 해야겠다. 내놔라.”
“씁. 어허.”
“뭐?”
“이 새끼 음식의 소중함을 모르네. 얼마나 맛이 없는지 확인하겠다고? 그게 소중한 음식을 대하는 태도야?”
“태도고 나발이고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런 마음으로 먹어선 안돼… 그러니 너에겐 줄 수 없다. 이 매운맛 프링글스를.”
“하! 이 번거로운 자식이 귀찮게 하는군! 먹으랬다가 먹지 말랬다가!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것이지!”
넌 대체 얼마나 먹고 싶은 거냐?
“얼마면 되지? 부르는 대로 값을 쳐주마.”
이젠 돈까지 내려고 한다.
“아오, 이 새끼. 그렇게 먹고 싶냐? 그럼 그냥 줄 테니까 좀 솔직하게 말해라.”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얼마나 맛이 없는지 확인을”
“어. 존나 먹고 싶대요. 자.”
ㅡ스윽.
적정량을 덜어서 뚜껑에 담아 건네줬다.
“…”
류씨는 말없이 뚜껑을 받고는, 그 매운맛 프링글스 뭉치를 자기 통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하나씩 꺼내 먹는다.
ㅡ와그삭.
“쓸데없이 자극적인 맛이로군. 저급한 자극을 쫓는 서민이나 먹을 법한 맛이다.”
“그런 주제에 존나 잘 먹는데?”
“이걸 먹는 동안은 네놈이 닥칠 테니까.”
류씨는 그리 말하면서 프링글스를 존나 열심히 먹어 치웠다. 놈은 그러면서도 결코 나와 시선을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창밖만을 바라볼 뿐.
하여튼 볼 때마다 웃겨 뒤질 것 같은 새끼다.
* * *
드디어 도착이다.
“오. 존나 넓네?”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아주 커다란 건물이 우릴 맞이해줬다. 동물원 건물은 성벽 같은 것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심지어 그 성벽 위에는 전투용 포탑이 배치되어 있었다.
거기에 군인들도 주둔하고 있는 상태.
말 그대로 최중요 정부 시설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곳이 바로 괴수 동물원이다. 안에는 살아있는 괴수와 괴인들이 있으니 기대하도록. 뭐, 다들 무력화가 된 상태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겁에 질린 건 우리가 아니라 그쪽이겠지.”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는 소풍을 간 유치원생들마냥 교관님의 뒤를 따랐다.
곧 성벽의 관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니 동물원 본관이 나타났다. 이쪽 문은 마치 격벽처럼 되어 있었는데.
ㅡ치익!
우리가 접근하자 마치 수증기 같은 연기를 뿜으면서 격벽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무슨 우주 함선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라서 절로 기대가 되었다.
“와.”
들어가자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괴수 모형이다.
1:1 사이즈로 제작된 온갖 저랭크 괴수들의 모형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곳은 모형을 전시해둔 곳이다. 모형 아래에 괴수들의 이름과 약점. 특성들이 간단히 적혀 있으니 읽어보도록. 잠깐 구경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네!”
좋다!
구경 좀 해보자!
“근철아. 같이 보자.”
“어.”
“이쪽으로 와.”
바로 시후에게 붙어서 구경을 실시했다.
근데 보니까 이놈들 죄다 교과서로 배운 놈들이다.
“시후야. 이 새끼들 전부 교과서에 있던 놈들 아니냐?”
“응. 그런 것 같네. 아무래도 쉽게 볼 수 있는 괴수들인 것 같아.”
“그러게 말이다. 당장 저것만 해도 우리가 직접 잡았었는데.”
아무튼 모형을 참 잘 만들었지 싶다. 이거 미니어쳐 기념품 같은 거 팔면 필히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만들었어.
그리 구경하고 있으니 레오나가 와서 말했다.
“F 랭크 괴수 따위. 단칼에 처치할 수 있어야 하죠. 김근철이? 슬슬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그럼 당연하지. F 랭크까지는 그냥 밥이라고. 밥.”
실제로 그렇다. 나는 여태까지 F 랭크 괴수를 몇번이고 잡아 죽였다.
“훗, 열심히 한 보람이 있네요. 그럼 천천히 둘러보죠.”
“그러자고.”
어느샌가 유리까지 합류했다. 그렇게 우리들은 이 모형 전시회장을 쭉 둘러보면서 공부를 했다.
“흐음.”
근데 모형만 봐도 재밌네. 다들 진짜 괴물 그 자체라서 보는 맛이 있다. 그래. 이런 게 바로 문화생활이지. 가족끼리 와도 재밌겠는걸.
“근데 저거. 중앙에 천으로 가려져 있는 건 뭐냐?”
“으음? 미완성 작품일까요?”
“내가 가서 물어보고 올게. 이소라 교관님. 저거 중앙에 저건 뭡니까?”
“중앙? 아. 뭔가가 가려져 있군. 확인해보겠다.”
ㅡ삑.
교관님이 바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 몇 마디 대화를 나누자마자 저쪽에서 웬 사람들이 뛰어오더니 천을 치웠다.
ㅡ화악.
그리고 나타난 것은.
“오오!”
코끼리만 한 크기의 씹간지 나는 괴물이었다!
갑각으로 둘러싸인 대가리는 아주 단단해 보였고, 그 아래로 드러난 긴 송곳니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그리고 머리 크기만큼이나 큰 상체는 보디빌더의 그것 같았으며 두툼한 팔뚝은 무슨 거대한 몽둥이를 연상시켰다.
건물 같은 걸 잘 부수게 생겼다.
“D 랭크 괴수인 클러스타다.”
교관님이 설명을 시작했다.
“이걸 처치하기 위해선 전차포가 필요하지. 물론 숙련된 각성자라면 칼 한 자루만으로도 쉽게 도축할 수 있다. 이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D 랭크 괴수 중 하나니 상대법을 반드시 숙지해두도록. D 랭크 괴수는 애송이 영웅들이 주로 상대하는 주적이다.”
“네!”
바로 구경을 실시한다.
“시후야. 너 이런 거 잡을 수 있냐?”
“으응… 다른 거 없이 일대일 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 진짜? 이 코끼리만한 걸 혼자 잡는다고?”
“클러스타는 생각보다 둔하다고 들었거든.”
“그러냐?”
이 새끼 역시 강자다!
“레오나? 너는?”
“상대해 본 적은 없지만 알아보긴 했죠. 제 실력이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답니다.”
“역시 레오나!”
하긴. 약간 둔한 스타일이라면 레오나가 가지고 놀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진짜 감탄이 나오는군. 이런 괴수를 칼 한 자루로 잡을 수 있다니.
“유리 넌?”
“내가 이걸 못 잡겠냐? 이 정도는 걍 좆밥이야.”
“이야!”
다들 쌉고수다.
“이런 것 따위. 별것도 아니지.”
“류씨? 언제 왔어?”
“닥쳐라.”
미친놈, 진짜.
“자, 다들 구경은 그쯤 해라. 이제 진짜 동물원으로 들어갈 테니까.”
“드디어 가는구나!”
“따라와라.”
바로 교관님을 따라 이동했다.
ㅡ치익!
역시나 나타난 격벽을 통과하니, 무슨 유리 벽면으로 가득한 공간에 들어오게 되었다.
“와아!”
그리고 나는 감탄했다.
ㅡ키이이잇!
ㅡ츠츠즛!
ㅡ캬아아아아악!
마치 아쿠아리움 같은 유리벽 너머. 그 안쪽에 온갖 괴수들이 사슬에 묶인 채 발광을 하고 있었다!
그런 감옥같은 수용실이 복도 좌우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세상에! 괴수가 이렇게 많이!”
“종류별로 모아둔 상태다.”
이런 식으로 살아있는 괴수를 직관할 기회는 흔치 않다. 흥분한 급우들이 땅을 박차며 질주했고, 저마다 마음에 드는 곳에 멈춰선 채 유리벽 안에 있는 괴수들을 관찰했다.
“아. 저 안쪽으로 가면 E 랭크 괴수들이 나오나 보군요. F 랭크 괴수는 너무 쉬운 상대니까, 일단 뒤쪽으로 가요.”
“어, 어. 그래.”
레오나가 내 손목을 잡고 끌었다.
그렇게 안쪽으로 가니 E 랭크 괴수들이 나왔다.
ㅡ쿠오오오오오!
확실히 F 랭크 괴수들보다는 크고 강해 보인다. 이 안에 있는 녀석은 팜푸라스라고 하는 놈이었는데, 키가 나랑 비슷할 정도다.
“이 새끼 팔이 좀 긴데. 레오나. 이걸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거리 공격이 최고죠. 대구경 기관단총을 갈기거나. 이능을 발휘하거나.”
“우린 근딜이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컨트롤이 중요해요. 보세요. 놈이 팔을 휘두르면, 그대로 검기를 두른 칼로 베어내고,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쪼개버리면 그만이죠.”
레오나 선생님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언수외탐 과목이 아니라서 절로 집중이 된다. 나는 머릿속으로 팜푸라스를 죽이는 상상을 하면서 시뮬레이션을 했다.
“자! 다들! 이쪽으로 와라! 괴인에 대해서 설명해주겠다!”
“괴인! 레오나! 빨리 가자!”
“그러죠!”
바로 레오나와 함께 교관님이 있는 곳으로 갔다.
“봐라.”
“오오!”
유리벽 안에 있는 것은 진짜로 괴인 같은 녀석이었다.
놈은 마치 개미 같은 대가리를 한, 외골격 피부를 지닌 이족보행형의 생명체였다. 설명을 보니 이계의 지성체라는듯.
ㅡ푸스스슷.
놈은 마치 꽃게의 다리 같은 무언가가 열 개쯤 돋아난 아가리를 바쁘게 놀리면서 겁에 질린 것처럼 위축된 채 우릴 보았다.
“뭔가 위축되어 있는데.”
“약이라도 맞았나 보죠. 놈의 이름은 앤틸러리라고 해요. E 랭크로 분류되는 괴인이랍니다.”
“앤틸러리?”
“네.”
아무튼 이게 괴인이란 말이지.
내가 알기로 지성이 있으면 괴인이라고 했다. 사회가 있고 문명을 이룰 줄 아는 이계종들을 괴인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지구에는 이런 괴인들의 도시가 제법 많이 있는 편이다.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 쪽에 괴인들의 도시가 참 많다고 했지. 멸망한 땅을 차지하고 세력을 불리고 있다고 했다. 개중엔 진짜로 위험한 괴인들은 도시가 아니라 ‘국가’를 만들기도 했다는 모양.
“이놈의 이름은 앤틸러리다. 계급은 하급 병사라고 되어 있군. 다들 뉴스에서 몇 번 봤을 것 같은데, 이놈들이 바로 공산주의에 심취한 그놈들이다.”
“아.”
생각나네.
“원래는 안 그랬지만 어느 순간부터 공산주의를 신봉하게 되었지. 구 중국의 멸망한 수도인 베이징 쪽에 이들의 도시가 있다. 그곳에 제법 큰 도시를 만들었지. 중국의 대장군들과 끊임없이 대립하는 중이다.”
교관님의 설명을 쭉 들었다.
공산주의에 심취한 이 개미 형태의 괴인들은 실제로 공산주의 비슷한 사회를 이룬 채 살아가며,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놈들이다. 생긴 건 우습지만 제법 위험하지. 녀석들은 괴수들을 사육하는 것도 모자라 인간의 무기를 사용하는 특성이 있으니까. 놈들의 주무기는 F 랭크 괴수인 츄함브와 AK47이다.”
미친 빨개미새끼들이 이젠 총까지 쏘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이 빨갱이 같은 빨개미 새끼들이 하필 또 에이케이를 쓰네요.”
“빠, 빨개미… 푸흡. 아아, 그래. 하필 또 에이케이를 쓰지. 참 말세다.”
그리 교관님과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는 그때.
ㅡ띠링.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