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62
미래가 바뀌다 (4)
‘검신(劍神)’ 유천.
혁련서권이 무림 맹주로 있던 시기부터 독보강호를 했던 절대 고수로 검으로는 당할 자가 없다는 중원제일검이었다.
30년 동안, 독보강호를 하며 검으로 수많은 사파무리를 척결한 뒤에 불과 오 년 전, 자취를 감췄다.
오래전에 그의 검을 견식 했을 때를 떠올린 혁련서권은 송삼현의 검에서 그 향기를 맡았다.
“유천의 검, 천무신검을 익혔구나. 유천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
송삼현은 혁련서권의 물음을 무시하고 저번 삶에서 유천에게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자주 들었던 말을 꺼냈다.
“당신의 무는 어디를 향해 있습니까.”
어긋난 길을 걷는 이들에게 유천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고 그 말을 들은 혁련서권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그 말은 유천이랑 똑같구나. 그 녀석도 항상 나에게 무가 어디를 향했는지 물었었지.”
황소처럼 달려들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러는 너의 무는 어디를 향해 있느냐.”
혁련서권의 말에 송삼현은 한 치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그 말에 혁련서권은 씁쓸한 눈빛을 지었다.
“사람이라···.”
“다시 묻겠습니다. 회주님의 무는 어디를 향해 있습니까.”
되물음에 혁련서권의 입이 열렸다.
“나도 사람을 향해 있다. 너와는 다른 방향이지.”
“….”
“나도 너처럼 망설임 없이 그리 대답한 적이 있다. 허나 힘이 있고 권력이 있어야 사람들도 보살필 수 있는 거다.”
“사람이 권력보다 뒤에 있다는 겁니까?”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혁련서권이 이 강호에서 살아온 세월은 70년.
그 70년 동안 겪은 것이 많은 혁련서권은 권력이 사람보다 위에 있다는 걸 잘 알았다.
어차피 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송삼현은 다시 검을 고쳐잡고 두 눈을 감아 집중했다.
스르르르르륵.
그 주위를 감싸는 정순한 기운.
강맹한 기운이 몸에서 흘러나오자 혁련서권은 놀란 눈빛을 했지만, 그 안에는 흥미로움도 있었다.
‘내가 저 나이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을 저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하는구나.’
쾅!
쾅!
두 사람은 동시에 진각을 밟으며 서로에게 달려들었고 송삼현이 걸치고 있던 천잠사 장포는 바닥에 떨어졌다.
*
“…. 우리가 보는 게 정녕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가.”
송삼현과 혁련서권이 산봉우리 하나를 날려버리며 멀리 사라지자 무림맹 추격대를 비롯해 용천회는 모두 놀랐다.
“대주! 저희가 가세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고수들의 싸움이다. 괜히 휘말렸다간 죽을 것이니 우리는 다른 일을 해야지.”
“다른 일이라면.”
“당장 죄인들을 잡아라! 반항한다면 죽여도 된다는 군사 어른의 명이다!”
무림맹 추격대는 일제히 진을 펼쳤고 용천회도 마찬가지였다.
서문가후의 지휘로 일찌감치 진을 쳐서 무림맹 추격대가 들어오는 걸 대비했다.
촘촘하게 진을 짰으나 현소운은 포위만 하고 들어가질 않았다.
‘시간을 끈다. 맹주님이 올 때까지.’
그의 임무는 소탕이 아닌 지연이었다.
그리고 슬쩍 송삼현이 날아간 쪽을 바라봤다.
‘백의검룡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곳에서 혁련서권에게 모두 죽었을 거다.’
혁련서권의 강력한 무공.
만약 송삼현이 그를 막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혁련서권에게 모두 당했을 공산이 컸다.
“대주!”
그리고 그때.
스멀스멀.
무리맹 추격대의 눈앞에 안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형진.’
서문가후가 쓰는 진법 중 하나였다.
“진법이다! 모두 흩어지지 말고 사원진을 펼쳐라!”
*
콰아아앙!
콰아아앙!
이미 수백 여합을 나눴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혁련서권이 입은 옷은 너덜너덜해졌고 송삼현도 마찬가지였다.
숲이었던 곳이 들판으로 변하고 작은 산이 사라지며 두 사람으로 하여금 모든 것이 뒤바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그 순간 죽는 싸움.
혁련서권의 권은 땅을 울렸고.
송삼현의 검은 바람을 베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 송삼현은 거칠게 올라오는 숨을 진정시킨 뒤에 혁련서권에게 달려들었다.
타다다닷!
산형을 날려.
촤아아아아아악!
혁련서권의 오른쪽 어깻죽지를 베어버렸으나 깊게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거리를 두며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고 송삼현이 혁련서권에게 물었다.
“…. 금강불괴의 경지에 오르셨습니까.”
“그러는 너의 그 요물도 흠집이 잘 나질 않는구나.”
혁련서권의 발이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송삼현도 잽싸게 자세를 취했다.
스르르르르르륵.
푸른 검강이 연기처럼 몸에 둘러졌고 검을 왼쪽 허리춤에 가져갔다.
그러자 연기의 흐름이 왼쪽 허리춤으로 간 검 주위를 휘감기 시작했고 그대로 뻗었다.
‘천무 2식 일도양단.’
거대한 검격이 순식간에 뻗어나갔고 혁련서권은 ‘어기충소(御氣衝溯)’를 펼치며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일도양단의 초식이 허공을 갈랐고 혁련서권은 송삼현이 있는 곳으로 강기를 두른 주먹을 뻗었다.
‘아직이다.’
그의 권격이 바로 눈앞에 도달했을 때, 송삼현은 오른쪽으로 몸 전체를 비틀며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머리카락의 끝부분이 살짝 잘려 나갔으나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더 강하게.
더 날카롭게.
더 빠르게!
송삼현의 검격이 혁련서권의 급소를 향해서 갔고 혁련서권은 권강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검강을 두른 검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촤아아아악!
깊진 않았으나 계속해서 상처를 냈고 거기서 나오는 피가 점점 많아졌다.
그런데도 혁련서권의 눈빛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위력이 세졌고 송삼현도 마찬가지로 엉망이 되어갔다.
반 시진.
두 사람의 싸움 때문에 주변에 숲은 사라지고 강은 메말랐으며 땅은 갈라졌다.
허억.
허억.
서로의 호흡은 목 끝까지 올라왔고 흘린 피는 바닥을 적셨다.
혁련서권의 몸 전체에 난 상처에서 피가 나왔고 송삼현도 엉망이 된 채로 입가에 피를 머금었다.
“검이 제법 날카롭구나, 네가 내 밑에 있었다면 천하를 지배하는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됐을 터인데.”
“천하는 지배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지배하는 게 아닌, 그저 사람이 천하에 어울려 살아가는 거지요.”
이제는 끝날 때였다.
혁련서권도 그것을 아는지 호흡을 진정시켰다.
쾅!
그는 진각을 밟으며 하늘 높이 뛰어올랐고 송삼현은 그것을 지켜보며 자세를 잡았다.
양손으로 검을 잡고 앞으로 쭉 뻗는 자세, 그 검을 주위로 푸른 내공이 용솟음치듯 꿈틀거렸다.
그러한 송삼현을 본 혁련서권은 몸 안에 있는 내공을 모두 꺼내 양손에 둘렀다.
“용천회의 앞길을 막는 적이여, 이제 그만.”
콰아아아앙!
“사라지거라.”
수많은 권격의 비들이 하늘에서 내리쳤다.
혁련서권이 한 것은 태룡신권의 마지막 초식.
‘성우(星雨)’
마치 유성우처럼 별들이 땅으로 떨어지는 형세로 매섭게 송삼현을 향했다.
송삼현이 쥔 청월 주위에 푸른 검강이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그 피어오른 연기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검 주위로 소용돌이쳤다.
‘천무 10식, 검해(劍海).’
검의 바다가 모든 것을 집어삼킬지니.
수많은 검격들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수한 별을 막아냈다.
콰아아아아아앙!
허공에서 강하게 충돌했고 그 충돌 사이에 송삼현이 허공을 날아 혁련서권에게 검을 휘둘렀다.
천무신검의 강함과 유운검법의 유함.
그것들이 합쳐진 세 번째 초식.
‘해무천뢰(海霧天雷)’
바다의 안개를 뚫고 나오는 낙뢰.
혁력서권이 마지막으로 내지른 권을 피하며 그의 왼팔과 어깻죽지 사이에 검을 넣었다.
금강불괴에 버금가는 단단한 피부.
그러나 지친 나머지 피부의 강도는 전보다 약해졌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베었다.
촤아아아아아아악!
“끄윽!”
용천회주 혁력서권의 왼팔이 뚝 하고 떨어졌다.
*
잘린 부위에서 피가 솟구쳐 나왔고 혁련서권은 급히 혈자리를 눌러 지혈했다.
“하, 하하하하! 대단해! 정말 대단한 무학이구나! 이런 무학이라면 능히 천하를 지배하고도 남을 터인데 어찌 그리 올바르게만 세상을 살아가려 하는 것이냐!”
왼쪽 어깨를 짚으며 피를 흘리는 혁련서권과 마찬가지로 나도 지쳐버렸다.
“그것이 잘못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그것이 옳은 길이지요.”
옛 성현들의 말씀처럼만 되면 이 세상은 평화롭겠으나 그러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의 욕심으로 강호는 더러워지고 옳은 것이 어느새 멍청한 것이 되어버렸다.
“재미있는 말을 하는구나.”
“그러기 위해 제 길을 가는 거니까요.”
그때, 멀리서 신형들이 무수히 많이 날아왔고 서문가후가 혁련서권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화들짝 놀랐다.
그 강인한 혁련서권의 팔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으니까.
“회주님! 괜찮으십니까?”
“회주님을 호위하라!”
“지금 용호대가 뒤를 봐주고 있습니다! 맹주가 이끄는 후발대가 곧 도착한다는 소식이 왔으니 속히 벗어나셔야 합니다!”
용천회의 무인들은 일제히 혁련서권의 주위를 호위했다.
“장호야!”
“예!”
그리곤 서문가후가 신호를 주자 그가 이끄는 군사부가 일제히 진법을 가동했다.
서서히 흐릿해지는 시야.
혁련서권이 안개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기 전, 나에게 말했다.
“지금은 이대로 가지만···. 내 팔의 값은 나중에 반드시 받으러 오마.”
“천하의 용천회주도 별거 아닌가 보오, 후학에게 밀렸다고 수하들의 틈에 파묻혀 도망가다니.”
시간을 끌 셈이었다.
단 한 번의 초식을 쓸 수 있도록 혈 자리를 안정시켰다.
‘진법을 날리고 단번에 목을 노려야 한다. 조금만 더···.’
혁련서권의 말이 들려왔다.
“오래 걸리지 않아 다시 만날 것이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거라.”
내 도발에도 혁련서권은 넘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용호대를 비롯해 용천회 정예들이 나를 죽이려고 다가오자 혁련서권이 소리쳤다.
“멈춰라!”
혁력서권의 말에 모두가 제자리에서 멈췄다.
“그냥 두고 간다.”
“네? 허나! 이 녀석을 살려뒀다간 훗날 큰 후환이 될 수 있습니다!”
“두고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
완전히 내 시야가 진법에 갇혀 흐릿해지기 전에 혁련서권이 나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리 결판이 나는 건 원하지 않는다. 훗날 보자꾸나, 내 팔에 대한 값은 그때 받아 가마.]
[다음에는 팔이 아닌 목을 베어드리지요.]
[기대하마.]
그 말을 마치고 용천회 무리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검은 안개가 나의 시야를 가렸다.
두 눈을 감고 안개의 흐름에 집중했다.
진법은 어디나 파훼점이 있었다. 그것을 찾는 것도 가능하겠으나 그것보다 확실한 것은.
그보다 강한 것으로 깨트린다.
자세를 잡고 내공을 끌어모아 검에 집중해 검격을 날렸다.
‘천무 1식 개벽.’
아래에서 위로 베는 검격.
땅은 깊게 파이며 옆으로 벌어졌고 그 검격은 검은 안개를 반으로 가르며 진법을 깨트렸다.
‘닿아라.’
진법을 깨트린 검격은 혁련서권 쪽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갔다.
“군사!”
서문가후 쪽이었다.
진법 때문에 제대로 위치 파악을 하지 못해서 검격은 목표로 했던 혁련서권이 아닌 그 옆에 있던 서문가후를 베어버렸다.
촤아아아악!
서문가후를 벤 검격은 그 뒤에 있는 바위산을 절반으로 가르고 끝내 하늘에 도달해 비가 내리는 먹구름을 반으로 갈랐다.
그사이에 비추는 햇빛.
용천회 무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고 서문가후를 잃은 혁련서권의 두 눈은 흔들렸다.
“군사!!!”
혁련서권은 반으로 갈라진 서문가후의 시체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회주님! 계속 가셔야 합니다! 이제 곧 무림맹주가 이끄는 후발대가 올 겁니다. 속히 피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잡히면 군사 어른의 희생을 헛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회주님!”
용천회 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멀리 사라졌다.
“하아···.”
이제는 지쳤다.
화경의 끝자락에 도달한 자를 상대하는 바람에 몸에 내공 소모가 극심했고 몸 곳곳에 난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그래도.
스윽.
쥐새끼 한 마리 잡았으니 아예 실패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