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06
열일하는 과금 기사 105화
문득, 방정맞은 웃음이 터진다.
“희희희!”
그리고 멈추지 않는다!
“아, 진정 좀 해야지.”
나는 웃음을 멈추고 침대에 누웠다. 오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늘 날짜와 지금 하는 일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 정리한 메모를 머리맡에 두었다.
“로그인.”
아르데니아의 시간대는 여전하다. 이런저런 일로 지구와 아르데니아를 왕복하긴 했지만, 시간으로 치면 몬스터들이 몰려온다는 보고를 받은 뒤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
창가에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니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준비는 부지런히 하고 있네.”
간부들이 모든 병력을 소집하고 정해진 위치로 보내는 모습이 보인다. 화살이나 바위 등의 수성 물자들 역시 부지런히 성 위로 나르고 있다.
“어디 보자…….”
나는 창가에서 눈을 돌리고 캐릭터 창을 띄웠다.
<킬리언스>, <킬리언스투>, <킬리언스쓰리>, <킬리언스포>, ……<킬리언스칠팔>, <킬리언스칠구>, <킬리언스팔공>
문자 그대로 아무렇게나 만든 아이디의 캐릭터 80개.
나는 그중에서 킬리언스사사부터 킬리언스오이까지의 인벤토리를 털었다.
우르르! 촤라락!
최상급 천, 석재, 보석을 쏟아 낸다. 내가 지금 차지한 영역에서는 드랍이 안 돼서 지금까지 얻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관없다.
드랍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돈 주고 사면 되는데!
“최고급 가죽하고 철은 이미 충분하고. 좋아, 가능하겠다.”
나는 성주 메뉴를 켠 후 망설임 없이 건설을 시작했다.
<기가스 체험관(영웅)의 건설을 시작합니다!>
<기가스 제작 공장(전설)의 건설을 시작합니다!>
<다윈-8(영웅)이 레일 건-16(전설)로 업그레이드를 시작합니다!>
<미티어 캐논(전설)이 건설을 시작합니다!>
<기가스 콜(영웅)을 기가스 콜(전설)로 업그레이드합니다!>
그림의 떡이었던 건물들을 설치하자 굉음과 함께 도시가 흔들거렸다.
밖이 소란스러워졌지만 그리 엄청난 혼란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이미 몇 번의 경험으로 내성이 있는 것.
하긴 한 방에 신화 성을 짓는 장면도 보았는데 이 정도가 뭐 그리 대단하겠는가?
‘그나저나 수십억이 그냥 날아가네.’
예전이면 손이 떨릴 일이었지만 지금의 내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총도 바꿔야겠다. 장전 문제가 있으니…….”
나는 기본 상태인 기관총을 모조리 저격총으로 바꾸었다. 게임이 현실이 되면서 자동 장전이 안 되니 단발이라도 위력이 강하고 사거리가 긴 쪽이 유리하다.
수량도 1만 정 이상으로 늘렸다. 웬만한 적은 레일 건이나 미티어 캐논이 아니라 이 저격총 앞에서 정리될 것이다.
<길드 타워(영웅)를 길드 타워(전설)로 업그레이드를 시작합니다!>
<길드 타워에 종합통제실(전설)의 설치를 시작합니다!>
쿠구궁!
땅이 흔들린다. 길드성이 더더욱 높아지고 벽의 재질과 두께가 변하며 벌어지는 현상.
“크으!”
문득 올라오는 소름에 잠시 두 눈을 감았다.
“엄청나네, 진짜.”
돈 쓰는 쾌감 너무 엄청나 위험하게 느껴질 정도다. 미친 가격 때문에 매일 손가락만 빨며 지켜보기만 했던 전설 건물들을 마구 설치하는 상황.
“……그나저나 너무 오버했나?”
다이아가 넘쳐 난다는 생각에 마구 짓고 업그레이드해 버렸다. 농담이 아니라 망령룡이 당장 날아오지 않는 이상 이 성을 침범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지.
문제는.
“나는! 아직 과금의 10%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성 업그레이드는 과금의 극히 일부일 뿐! 원래 이런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강화가 아니겠는가?
나는 잔뜩 꺼내 두었던 자재가 사라지며 널찍해진 집무실 중앙에 앉았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클래스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그대로 허공에 던졌다.
쿠르릉…….
콰릉!
먹구름이 몰려온다.
“아니, 이 이펙트가 여기에서도 일어나네.”
기막혀 하면서도 내 앞에 꽂힌 오색의 검을 뽑는다.
-마침내 초월의 경지에 올라 인간의 몸으로 하늘에 오르나니.
-신이여. 용서하소서.
[모두 칭송하십시오. 첫 번째 신화가 지금 이 자리에 탄생하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한재연.]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1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 [다시 한번 안내해 드립니다. 첫 번째 신화가 지금 이 자리에 탄생하였습니다.]이어 개인 알람도 울린다.
컬렉션 완성!
천지를 가르는 검의 신(검신) 올 스텟+10
“후우…….”
육신이 강화되는 게 느껴진다. 전설급 클래스보다도 격이 높은 600포인트의 스텟. 거기에 컬렉션 보상까지.
그러나 신화급 클래스의 강점은 고작 스텟이 다가 아니다.
검객(劍客) 트리가 신화급에 도달하며 추가된 특성과 고유 스킬이지.
[초월경(超越境)] [신검합일(身劍合一)] [천지를 가르는 검]그중 신검합일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신검합일]장비한 검의 공격력만큼 공격력이 추가로 증가한다. 장비한 검의 부가 효과 역시 추가로 적용된다. (일부 효과의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
“와.”
다시 봐도 어이가 없는 효과다. 현 리벤지 랭킹 1위인 검신(劍神) 마도지존이 죽을 고생을 해서라도 신화검을 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녀석이 고른 신화검의 특징이 크리 20퍼센트 증가였던가.’
덕분에 크리티컬 160%가 된 마도지존은 검객 트리의 카운터라 할 수 있는 크리 저항 장비에 면역이 되어 PVP나 공성전에서 깡패짓을 하고 다닌다고 들었다. 크리 저항 아이템이 좋아 봐야 30% 아주 좋아 봐야 50%에 불과하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천지를 가르는 검.’
치명타 성공 시 [천지검] 스택이 저장된다. 이 스택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감소하지 않으며, 스택이 100회까지 쌓일 시 스킬을 발동할 수 있다.
스킬 발동 시, 100회의 치명타 동안 적에게 가한 ‘총 데미지’로 적을 공격.
해당 적이 사망하면 남은 데미지로 10미터 이내의 다른 적을 공격. 해당 적 사망 시 다시 10미터 이내의 다른 적을 공격.
해당 효과는 총 데미지가 모두 소모될 때까지 반복된다.
“이건 잘 알지.”
게임에서도 이 고유 스킬로 몬스터 많이 썰고 다녔다. 무기가 별로라 신검합일의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던 것과 달리 천지를 가르는 검의 경우는 온전히 작동한 덕분이다.
장비도 개뿔 없는 리벤지의 캐릭터가 오우거 수십 마리를 일격에 죽여 버리던 힘!
레이드에서도, 잡몹을 잡을 때도 강력한 스킬의 사기성은 두 번 말하면 입 아픈 일이리라.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이거지.”
초월경(超越境).
모든 신화급 클래스가 공유하는 특성
[초월경(超越境)]모든 스텟의 격이 한 단계 상승.(단 999를 넘기지 않는다.)
모든 스킬 사용에 최상급 보정.
격하(格下)의 모든 공격에 대한 내성 판정이 한 단계 상승.
격하의 모든 방어 능력을 절반 이상 무시.
리벤지의 시스템상 난 이미 초월지경이다. 그러니까 초월지경에 올랐기 때문에 검강이나 궁극 마법 등의 신화 스킬을 배울 수 있고 신화 등급 펫을 다루거나 신화 등급의 수호령을 장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떤가?
과연 내가 초월자인가?
“역시……. 그렇지는 않군.”
신화 클래스를 적용시켰지만 뭔가 깨달음이 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기야 초월경이란 특성을 얻었다고 내가 진짜로 초월지경에 오르지는 않겠지.’
그저 초월경 이름의 버프 하나가 붙었다고 할 수 있다.
그저, 그 버프 하나가 너무, 아주, 몹시 강력하다는 게 문제지.
“이게 제일 정신 나간 버프란 말이야.”
모든 스텟이 한 단계 상승만 해도 정신 나간 버프다. 신화급 클래스를 얻을 정도면 이미 스텟이 보통이 아닐 텐데 한 단계, 그러니깐 100포인트를 상승시켜 버리는 것!
거기에 스킬 보정, 격하의 상대를 대상으로 한 내성 상승, 방어 무시까지 달려 있다.
초월자 이하의 상대는 다 죽으라는 효과다.
“초월지경이 아니어도 과거랑 비교가 불가능하네…….”
여기서 끝낸다 해도 어지간한 어르신은 그냥 쌈 싸 먹을 정도.
‘물론 어르신이면 대체로 개인 기가스를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그러나 나 역시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 근데 펫은.”
펫 카드를 꺼내려다 주춤한다.
리벤지에서는 그 녀석을 소환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그것은 말하자면 게임적 허용.
전쟁 때만 성의 건물이 부서지는 게임과 달리 평소에도 도로를 까뒤집을 수 있는 현실에서 녀석을 소환하는 건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내 도시가 잔뜩 부서질 수 있었다.
“그럼 수호령부터 하자.”
쿠구궁!
또 먹구름이 몰려들고.
-번개의 왕. 하늘을 가르는 천둥.
-뇌신이시여. 벼락의 새여.
[모두 칭송하십시오. 첫 번째 신화(수호령)가 지금 이 자리에 탄생하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한재연.]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1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 [중첩 발생!]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2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개인 알람도 울린다.
컬렉션 완성!
날개 달린 뇌신(뇌신조 썬더버드) 모든 스텟+10
나는 수호령 설명을 읽었다.
[뇌신조 썬더버드(신화)]알로 변해 천 년간 봉인되어 있던 썬더버드는 마침내 한 줄기 벼락으로 뇌신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이 재앙과도 같은 벼락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요?
5레벨 – 생명력+40
10레벨 – 마나력+40. 뇌(雷) 속성력+150.
15레벨 – 근력+40.
20레벨 – 체력+40. 민첩+40. 뇌(雷) 속성력+150
25레벨 – 항마력+40.
30레벨 – 마나+40. 마나 회복력+40. 회복력+40. 굉뢰(轟雷).
35레벨 – 마나력+30.
40레벨 – 생명력+45. 항마력+45. 마나력+45. 극(極). 굉뢰(轟雷).
45레벨 – 생명력+45. 항마력+45. 마나+45.
각성 썬더버드(전설)의 상위 등급이다.
‘전설 수호령도 각성 썬더버드를 오래 썼는데 신화급 수호령도 썬더버드라니.’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다 싶지만 잘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신화급 수호령하고 펫은 절반이 화점 몬스터니까.’
신화 클래스가 18종인 것처럼 신화급 수호령과 펫도 18종.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 18종 안에는 9종의 화점 몬스터가 들어 있다.
쿵! 쿵! 쿵!
심장이 거세게 뛴다. 늘어난 스텟으로 감각이 교란된다.
내가 자리에 괜히 앉은 게 아니다. 스텟이 단번에 너무 달라져 버리면 육체를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
‘괜히 감각 꼬이기 전에.’
괜히 중간 스텟에 익숙해지기 전에 스텟을 마저 올려야 한다. 지금의 감각에 적응한 후 스텟을 더 올리면 다시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
나는 즉시 킬리언스파이브부터 킬리언스삼사까지의 인벤토리를 열었다.
슉.
허공에서 화려한 디자인의 장검이 모습을 드러낸다.
[찬탈자의 검(전설)+9]아주 강력한 무기다.
농담이 아니라 지금 이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검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냥 전설급 무기도 아니고 9강화된 전설급 무기는 이 무기 한 자루 들고 나라를 세워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
그러나 이 검이 적을 찌를 일은 영영 없을 것이다.
컬렉션 완성!
왕의 검(미라클 소드+9. 드래곤 슬레이어+6 찬탈자의 검+9) 근력+4
찬탈자의 유산(찬탈자의 방패+6. 찬탈자의 갑주+6 찬탈자의 검+9) 민첩+4
전설의 검(찬탈자의 검+9) 생명력+4
제국의 이름(지배자의 벨트+6. 임페리얼 흉갑+6. 찬탈자의 검+9) 마나력+4
도굴왕의 보물(고대 엘븐 소드+9. 고대 드워븐 소드+9. 찬탈자의 검+9) 회복력+4
전설 9강은 엄청난 소비였지만 그 대가는 달콤하다. 이 장검 하나를 마지막 피스로 하는 컬렉션이 다수 있었기 때문.
그리고 그와 같은 과정을.
컬렉션 완성!
컬렉션 완성!
컬렉션 완성!
컬렉션 완성!
반복한다. 계속해서 반복한다. 인벤토리에 챙겨 놓았던 장비들을 꺼내 컬렉션을 채워 나갈 때마다 스텟 역시 따라서 올라간다.
뿌득! 끼이익!
근육에서 들리는 소리가 무슨 거대한 밧줄이나 쇠가 조여지는 것처럼 요란스럽다.
급격한 육체의 진화에 전신 혈관이 피부 위로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빠르게 피가 흐른다.
치이익!
무슨 증기 기관처럼 몸에서 수증기가 뿜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컬렉션을 등록하는 순간.
“후.”
깊게 심호흡한다.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상황.
그런데.
화악!
내뱉은 호흡을 얻어맞은 목재 의자에 불이 붙었다. 너무 난데없는 현상이었기에 불을 끌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이건 또 뭐야. 입김이면 습기인데 습기에 불이 붙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 안의 공기가 크게 달아올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급한 대로 집무실의 구조를 변경해 창문을 열었다.
휘오오오오!
온도 차이 때문인지, 고도 때문인지 돌풍이 불어 집무실이 엉망으로 변한다. 나는 불타고 있는 의자를 대충 뭉개 버리며 황당해했다.
“아니, 무슨 용도 아니고 입김 때문에 불이 붙어? 지금 체온이 몇 도인 거야?”
보통의 인간 정도가 아니라 능력자의 수준도 넘어섰다.
이쯤 되면 우주전에서 쓰는 생체 병기에 가까운 수준.
‘어떤 공격 기술이나 이능도 아니고 그저 육신이 변하는 과정에 이 정도의 열이 발생하다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쾅!
몸이 튕겨 올라가 천장에 부딪히고 말았다.
“아이고. 이거 몸이 가벼운 그런 수준이 아닌데.”
그러나 나는 [불가해한 신체 제어]의 소유자.
온몸의 뼈, 근육, 힘줄…… 그 모든 걸 통제하여 똑바로 자리에 섰다. 그리고 창가에 서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식혔다.
띠리리!
집무실의 내부 통신에 불이 들어온다. 나는 수화기가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들어 올렸다.
“그래.”
그 너머에서 시종장, 플라워가 말을 전한다.
[적들이 시야 안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빠르게 접근 중입니다.]“전투 태세는.”
[완료되었습니다.]난데없는 건설과 업그레이드의 향연에 궁금한 게 많을 텐데 할 말만 하는 플라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준비한 대로.”
[네, 폐하.]그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끝난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오는군.”
적이 오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엄청난 군세.
“참으로…….”
그러나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 걱정이 될 수가 없었다.
“가엾고 딱하게 되었구먼.”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