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07
열일하는 과금 기사 106화
* * *
같은 세력도, 동맹도 아닌 주제에 어쩐 일인지 시간을 맞춰 몰려오는 적.
공격은 세 갈래로 이뤄지고 있다.
먼저 서쪽에서 진군하는 썬더버드의 군세, 남쪽에서 올라오는 광신자의 군세, 그리고 남서쪽에서 날아오는 와이번 무리까지.
그중 가장 위험한 건 어느 쪽일까?
‘그거야 알 수 없지.’
상식적으로는 스페셜 보스가 끼어 있는 두 무리가 더 위험할 것이다.
내가 인류제국의 기틀을 마련하고 내정에 집중하는 동안 바둑판의 외곽을 화점의 몬스터가 다 차지한 상황.
‘설마 신화급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성을 열 개도 못 먹었던 얼음 여왕보다는 더 강할 거야.’
그러나 내륙에서 날아오는 와이번 무리의 위험도 보통이 아니다.
‘평균적으로 고레벨이니까.’
와이번은 필드에 널린 잡몹도 영웅 등급인 몬스터다. 굳이 엘리트, 보스가 아니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적.
거기에 녀석들에겐 비행 능력이 있다. 성벽을 그냥 날아서 지나칠 수 있다는 말이다.
“온다! 괴물들이 접근하고 있다!”
“사수 준비! 신호 때까지 대기!”
“훈련받은 대로 해! 총이 더 좋아졌다니 믿고 쏘면 된다!”
“견착 제대로 해!”
성벽에 병사들이 밀집해 있다. 상식적인 대처는 아니다. 이렇게 밀집되어 있다가 와이번의 브레스라도 얻어맞으면 떼죽음을 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늘을 날아오는 와이번들의 입에 화염이 머금어지기 시작한다.
하나하나가 영웅급, 과거였다면 병사 천 명도 넘게 학살할 수 있는 괴물!
“준비된 사수부터! 발사!”
그러나 녀석들의 숨결이 병사들에게 쏟아지는 일은 없었다.
탕탕탕! 탕! 탕!
“큭! 반동이……!”
“꽉 잡고 쏴라! 올린 레벨이 몇 개인데 징징거리지 마!”
4,000정의 저격총이 불을 뿜는다.
플레이어의 레벨이나 스텟과 관계없이 똑같은 데미지를 내는 수성 오브젝트.
게임에서는 공간상의 문제로 1,000여 정 이상 설치할 수 없는 물건이지만 이곳에서는 사는 대로 활용이 가능하다.
‘들고 성벽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제한만 아니었으면 특수병단 같은 것도 만들었을 텐데.’
그렇게 아쉬워할 만큼.
저격총의 위력은 엄청나다.
퍼버버버벅!
“키엑!?”
“캬악!”
하늘을 가득 메운 채 날아오던 와이번들이 우르르 추락하기 시작한다. 까마득히 먼, 그러니까 최소 700~800미터 바깥쪽에서부터 벌어진 일이었기에 무슨 벌레 떼에 살충제를 뿌린 것만 같다.
“이야, 이게 맞네.”
집중적인 사격 훈련의 효과라기보다는 워낙 큰 표적지가 잔뜩 몰려서 날아온 덕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적의 사거리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네. 역시 비행형 적은 요격이 딱이야.”
사실 영웅급 몬스터쯤 되면 방어력과 생명력도 보통이 아니다. 만약 지금 몰려오는 몬스터들이 영웅급 육상 몬스터였다면 총알을 수십 발은 맞아야 제대로 된 타격이 들어갔겠지.
그러나 상대가 톤 단위의 덩치를 가지고 하늘을 나는 괴물이라면?
날개 피막을 찢어 주는 것만으로 상황은 심각해진다.
콰쾅! 쾅! 쿠쿵!
“키익!”
“켁!”
포물선을 그리며 추락한 와이번들에게서 괴성이 터져 나온다. 그 덩치를 가지고 수백 미터나 되는 높이에서 추락했으니 아무리 영웅급이라도 무사할 수 없는 상황.
와이번들은 추락으로 인해 입은 무지막지한 타격으로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날개만 퍼덕였다. 그리 많지 않은 수였지만, 개중 재수가 없던 녀석들은 목이 부러져 죽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와이번이 죽으면…….’
시점을 돌려 병사들을 확인한다. 역시나 짐작하던 일이 일어난다.
팟! 팟! 팟!
성벽 여기저기에서 레벨 업 이펙트가 마구 터져 나온다.
와이번이라는 고레벨 몬스터를 200% 경험치 버프가 걸려 있는 상태로 잡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내가 이것 때문에 포격을 안 했지.’
이왕 경험치 200% 버프가 있으니 활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 물론 이 활용에는 위험성도 있었다.
기어코 화망을 뚫고 들어오는 와이번이 생긴다는 것!
화악!
100~200미터 안쪽으로 들어온 와이번들이 브레스를 뿜는다. 사람 몸통만 한 화염구들이 뭉쳐 있는 병사들을 향해 날아든다.
“히익!”
“방어! 방패병!”
“호들갑 떨지 마! 황제 폐하의 말씀을 의심하는가!”
누군가의 외침대로.
당연히 대비책이 있다. 여기가 괜히 신화 성이겠는가?
퍼버버벙!
반투명한 결계가 브레스를 막아 낸다. 나는 화면 한쪽에 뜨는 숫자를 확인했다.
[마나 실드]998,176/1,000,000
마나 실드는 길드 타워에 설치한 종합 통제실(전설)에 달린 주 기능 중 하나이다. 성벽처럼 직접적으로 적을 막아 세우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원거리 공격은 확실히 방어하는 기능.
무엇보다 [복원 포인트]처럼 다이아로 충전하는 기능이 아니라는 게 엄청난 장점이다. 심지어 전투 중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마나가 차오른다.
물론 어떻게든 성벽 위로 몸을 날려 병사들을 습격하는 와이번도 있었지만.
“방패병!”
“혼자 막지 마! 뭉쳐라!”
쿵!
몰려든 방패병들이 그 앞을 막아선다. 이어서 쏟아지는 공격에 화망을 뚫고 와 상태가 엉망이던 와이번을 칼로 찔러 마무리하거나 그대로 밀어 수십 미터 높이의 성벽 아래로 떨어트린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의 시간이다! 마무리해라!”
“전원! 거창!”
두두두두!
성벽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단이 달려와 추락해 골골거리고 있던 와이번을 공격한다. 이후 드랍된 아이템을 회수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과정이었다.
“좋아. 문제없군.”
자신들보다 훨씬 강한 적이 상대였지만 병사들의 피해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신화급 성이라는 환경이 가지는 이점이 너무나도 압도적이라 능력의 차이조차도 뛰어넘을 수준이기 때문이다.
“바위를 밀어! 화살을 쏴라!”
“녀석들이 성벽을 오르지 못하게 해!”
“성문을 지켜!”
서문(西門) 역시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순조롭게 막아 내고 있었다. 전원이 영웅급 몬스터인 와이번들과 다르게 고급, 희귀 등급의 몬스터가 주류였기에 돌과 화살도 먹히는 상대.
물론 뇌 속성의 몬스터들이 벼락이 뿜어 성벽 위를 공격한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파직!
역시나 결계에 막힌다.
“크아아아!”
쿵!
정예 몬스터, 썬더 자이언트(희귀)가 괴성을 내지르며 땅을 박찬다. 그 거대한 덩치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날렵한 점프!
물론 그래 봐야 50미터도 넘는, 성벽이라기보다 줄지어 서 있는 아파트 단지에 가까운 높이를 단번에 뛰어넘을 수는 없다.
썬더 자이언트 역시 그걸 아는 듯 들고 있던 오른팔로 성벽을 후려쳤다. 성벽에 주먹을 꽂아 몸을 고정한 뒤 다시 뛰어오르려던 모양이지만.
콰득!
“끄에엑!?”
오른팔이 박살 난 녀석은 성벽에 피 칠갑을 하며 주르륵 미끄러졌다. 성벽에는 흠집 하나 없다.
녀석들도 나름 괴물이라 할 수 있는 녀석이지만…… 신화급 성벽의 높이와 강도는 실로 살인적.
미사일 폭격이 떨어져도 버틸 성벽에 덤비기엔 너무나 얄팍한 시도였다.
“잘 막는군.”
그 모든 모습을 천천히 살핀다. 만약을 위해 레일 건-16(전설)과 미티어 캐논(전설)을 장전하고 있었지만 발사할 필요는 없는 모양.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해도 신화급 성은 무작정 달려들어서 공략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오?”
그러나 모든 몬스터가 무작정 달려드는 것은 아니었다.
척! 척! 척!
나는 길드 타워에 설치된 부속 건물. [종합 통제실]에 설치된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남문을 향해 접근 중인 군대의 모습을 보았다.
수백 마리의 와이번 떼나 수천 마리의 전격 몬스터와 달리 너무나 ‘몬스터스럽지 않은’ 형태의 적.
‘인간형 몬스터.’
RPG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모든 몬스터가 마수 같은 인외의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소소하게는 깡패1, 깡패2 같은 것들부터 스토리에 따라서는 병사, 기사, 마법사 등등의 적 또한 ‘몬스터’로서 주인공을 적대한다.
우변화점의 세력, 천신교도(天神敎徒)이자, 광신자 무리 역시 그런 케이스다.
설정에 따르면.
천신교는 신성제국에서도 배척받던 극단적인 교파였다. 오직 천신만이 유일신이고 다른 신들은 거짓된 우상에 불과하다는 배타적인 교리를 가진 곳.
‘다른 인간들은 몬스터한테 죽어 나갈 때 정체불명의 힘을 받아들여 거대한 세력을 이뤘다던가. 사실 그들이 모시던 천신은 봉인된 고대의 외신(外神)이라는 설정이었지.’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존재가 바로 광(光) 속성 화점의 스페셜 보스, 광신자(狂信者) 에드워드.
지금 몰려오는 군단의 우두머리다.
탕! 타탕!
성벽에서 사격이 가해졌지만, 전신 갑주로 온몸을 싸맨 천신병(희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심지어 녀석들 중 태반이 대형 방패를 들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어? 아니 잠깐…… 좀 이상한데?’
천신병의 외양은 이미 홈페이지와 팬 사이트에서 봐서 알고 있다.
‘내가 아는 천신병의 무장은 저렇게 튼실하지 않았는데…….’
특이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뿌- 우!
뿌우우–!
거대한, 농담이 아니라 덤프트럭보다 큰 코끼리 수백 마리가 오와 열을 맞춰 성을 향해 접근하고 있다.
문제는 녀석들이 몬스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 잠깐 저 외향…… 대수림의 살인 코끼리잖아?”
마수(魔獸).
어떤 짐승이 10명치의 인간을 잡아먹어 진화한 존재다. 흔히 십인마수라고 부르는데 문자 그대로 10명의 사람을 먹어 탄생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수는 긴 시간에 거쳐 인간을 계속 잡아먹음으로써 뿔이 돋아난다거나, 덩치가 더 커진다거나, 가죽이 두꺼워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그렇게 식인한 숫자가 1,000명에 이르게 되면.
녀석들은 한 마리 상대하는 데 군대가 필요한 공포의 존재가 되어 버린다.
천인마수(千人魔獸).
과거 이방인에 불과하던 내가 영지를 얻어 낼 수 있었던 것 또한 영지 근방에 자리 잡은 천인마수, 늑대왕 아칼란에게 전임 영주가 줄줄이 죽어 나갔기 때문이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등장하기 전 인류의 최대 적이었던 존재.
‘지금은 멸종 위기종이 되어 버렸지만.’
그렇다. 그게 현실이다. 게이트가 등장하고 몬스터들이 등장한 최근에는 마수 털끝 하나 보기 힘든 상황인 것.
그런데 그런 녀석들이…… 십인마수도 백인마수도 없이 오로지 천인마수로만 수백 마리가 모여 있다.
아르데니아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내 시각으로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가 봐야겠네.”
자리에서 일어난다. 안 그래도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다.
“남문.”
종합 통제실의 한쪽 벽을 채우고 있는 거대한 지도의 한편을 누르자 자동으로 통신이 연결된다.
주식을 다 팔아 채팅이 불가능한 지금 너무나 편리한 기능이다.
[추, 충성! 아이언 캐슬 1군단 제2보병사단 3중대장 퀵스텝 소위! 현재 수성 준비 중입니다!]래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빠르고 또박또박한 딕션이 귀에 때려 박힌다.
관등성명만 매일 연습한 게 아닐까 싶은 신속함이다.
“어, 그래. 수성 준비 중인 저격병들을 와이번 전투에 지원 보내.”
[…….]내 명령에 퀵스텝이 잠시 말을 잇질 못한다. 이제 적이 막 쳐들어오려는 상황인데 최대 무력을 빼라는 명령을 들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폐하! 적이 지금…….]“거기로 내가 간다.”
내 말에 퀵스텝의 목소리가 대번에 변한다.
[헉!? 네! 즉시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충성!]뚜.
통신을 끊고 종합 통제실을 둘러본다. 이제 막 건설된 부속 건물이었기에 아무도 없다.
“앞으로는 사람을 상주시켜야겠군.”
성 전체의 상황을 살피는 것은 물론 상급 이하의 은신을 파악 가능하며 원하는 곳으로 목소리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은 전시에도 평시에도 너무나 쓸모가 많다.
지휘관과 참모, 상인과 행정관을 상주시킨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어디 보자…….”
나는 길드 타워 옥상으로 올라 잠시 고민했다.
“전투 풀셋을 갖추는 건 역시 오버겠지?”
세부 옵션까지 신경 쓴 전설 9강 장비셋을 거래소에서 구매해 놓은 상태.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걸 걸치고 나가는 건 오버다.
방심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
“그렇다면 뭐.”
대신 나는 다른 사용처의 장비들을 꺼냈다.
그 모든 것을 몸에 걸친 후 상태창에 뜬 내 모습을 본다.
“……제길, 고르고 골랐는데도 이러네.”
황금빛으로 빛나는 왕관.
천사의 날개가 달린 상의.
찬란하게 빛나는 장갑과 신발.
그나마 무난한 양복바지.
“너무 화려해…….”
화려함이 정도를 넘어선다. 심지어 +9강 특유의 아우라까지 있으니 더욱 그렇다.
거기에 화룡점정.
[행운의 토끼발 망치+9(전설)]“하.”
사람 머리통 세 개는 붙인 사이즈를 가진, 그러나 토끼 발 모양의 디자인이 귀여운 털이 뒤덮여 있는 외향 덕에 흉악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기를 들어 올린다.
다시 말하지만 고르고 고른 무기들이다.
파츠별로 가장 무난한 외향을 고른 게 이거였다.
“피어오르는 새싹 세트나 섹시 산타 세트. 심쿵 고양고양 세트보다는 이런 게 낫겠지…….”
행운 아이템은 대체로 이벤트 때 뿌린 것들이라 외향이 다 이 모양.
“성능, 성능만 보자…….”
이렇게 부담스러운 장비들이지만 장점은 확실하다.
운 : 47(+590).
“일단 드랍률부터 보고.”
옥상을 박차 하늘로 뛰어오른다.
“뽑기도 하자!”
외침과 함께 옥상을 박차고 뛰어오른다.
“크아앙!”
포효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카심이 하늘에 떠 있던 날 잡아채 남쪽으로 비행한다.
“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지.”
나는 끼고 있던 냉기 수호의 반지(희귀)+9를 빼 인벤토리에 넣고 빛 지배의 반지(전설)+9을 꺼내 꼈다.
버프 칸에서 냉기 저항+90%가 사라지고 빛 저항+90%. 빛 몬스터 상대로 데미지+10%. 실명 면역이 추가된다.
저항 반지 하나도 전설 9강으로 맞추는 내 모습.
취한다.
쉬이이익!!
마차로 달리면 1시간은 걸릴 정도의 거리였지만 카심은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달했다.
나는 굳이 남문에 들르는 대신 바로 몬스터 무리 한가운데로 날아들어.
카심의 소환을 취소했다.
쿠웅!!
주변 땅이 다 파일 정도로 거친 착지.
나는 경공을 쓰지 않았음에도 몸에 별 충격이 없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몸을 일으켰다.
“신이여…….”
“미친놈이군.”
“감히…….”
모두가 날 보고 있다. 성벽 위의 병사들. 수만 명이 넘는 광신도들.
은은한 빛에 둘러싸인 사내.
스페셜 보스, 광신자 에드워드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