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23
열일하는 과금 기사 122화
쿠콰콰쾅!
랜드웜이 지상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수직으로 올라갔겠지만, 이번엔 통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대각선으로 뚫었다.
“아, 깜빡할 뻔했다.”
눈앞에서 몰아치는 토사의 파도를 무시한 채 인벤토리를 연다. 어차피 강대한 대지 속성력에 붙잡혀 먼지 한 톨 다가오지 못하는 상황.
‘여신의 가호는…… 됐어. 어차피 전설 몬스터도 없는데 굳이 3단계를 맞출 필요는 없겠지.’
캐시숍에서 산 용옥(30일) 덕분에, 여신의 가호는 2단계에 고정된 상태. 나는 굳이 가호를 더 채우는 대신 장비를 변경했다.
“아, 이 옷 입을 때마다 이 일에 회의감이 드네.”
누누이 말하지만.
행운 세트는 내가 고르고 고른 결과물이다.
그 태생이 예능 템인 행운템들은 어차피 성능이 다 비슷해 나는 철저히 그 외향만을 보고 골랐다.
인간을 새싹 화(化)하는 피어오르는 새싹 세트.
가린 곳보다 안 가린 곳이 더 많은 섹시 산타 세트.
그냥 인형 탈을 뒤집어쓴 거나 다름없는 심쿵 고양고양 세트와는 다르다.
적어도 보는 순간 비웃을 정도는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기묘하지.’
[행운의 골든 크라운+9(전설).]근사한 디자인이지만 전투 시에 쓰고 있기에는 너무나 화려하다. 전체가 금으로 된 헬멧과, 그 가운데서 빛을 수천 줄기로 반사시키는 커다란 다이아는 보는 것만으로 눈이 부실 정도였으니까.
[행운의 엔젤 윙 수트 +9(전설).]얼핏 보기에 평범한 양복의 형태의 옷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름을 봐라.
‘윙 수트는 제길, 활강용 복장이 윙 수트지.’
당연하지만 그 윙 수트와는 다르다. 괜히 앞에 엔젤이 달려 있겠는가?
이 수트를 입으면 등 뒤에 앙증맞은 천사의 날개가 생겨난다. 끔찍한 건 이 날개 역시 빛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바지는 문제없지. 상의랑 세트라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행운의 찬란한 빛 슈즈 +9(전설).] [행운의 찬란한 빛 장갑 +9(전설).]신발과 장갑은 디자인적으로 문제가 없다. 아주 평범한 백구두와 백장갑.
다만.
‘너무 빛나…….’
이름만 봐도 알다시피, 원래도 빛나는 물건인데 9강화를 하면서 그 빛이 더 강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화룡점정은 뭐니 뭐니 해도 무기다.
[행운의 토끼발 망치 +9(전설).]이 앙증흉악(?)한 외형은 그야말로 기괴함의 끝이라 할 수 있다. 은은히 퍼져 나오는 빛 때문에 더 짜증 난다.
“하, 고르고 골랐는데도…….”
그러나 이 꼬라지여도 행운템을 포기할 수는 없다. 행운템을 장착하지 않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드랍률은, 여우비와 국지성 소나기 수준으로 차이 나기 때문이다.
사아-
잠시 현타를 느끼고 있을 즈음 주변이 확 밝아진다. 랜드웜이 지면을 뚫고 올라간 것.
지상에서는 당연히 난리가 났다.
“적……!”
“대형 적!”
“전파!”
“말살!”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관리하고 있던 엘프들이 모조리 몰려든다.
신목의 엘프 검사(고급), 신목의 엘프 궁수(고급) 등의 직업으로 구분된 녀석들이다.
티티팅!
쏟아진 화살이 랜드웜의 피부에 막혀 튕겨 나간다.
“와, 겁대가리들이 없네. 이 덩치를 보고 활 쏠 생각을 하다니.”
신을 향한 광신(狂信)으로 두려움을 이겨 낸 천신병과는 다르다.
아예 공포라는 감정이 거세된 듯 아무런 동요가 없다. 생명체가 아니라 전투용 안드로이드에 가까운 종류.
그리고 무엇보다…… 피부가 검다.
‘다크 엘프인가? 이런 설정은 없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세계수 역시 오크나 에드워드가 그러했듯 무언가 수단을 찾아낸 모양이다.
[아니, 이것들이.]파가가가각!
한순간, 나조차 정말 간신히 인지할 정도로 찰나의 순간 대지에 거대한 물결이 일었다.
랜드웜을 향해 화살을 날리던 엘프들이 떼 몰살을 당했다.
“악! 지금 뭐 하는 거야!? 아이템 드랍 똥망된다고!”
당연한 말이지만 내 행운 스텟은 펫의 공격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하기야 플레이어의 스텟이 하루에 한 번 쓸 수 있는 펫 스킬에 크리티컬을 터트리는 것도 가능하겠지.
[아니 그럼 그냥 맞고 있으라고?]“간지럽지도 않으면서 엄살은. 자꾸 이러면 밥 안 준다?”
[밥 같은 소리 하네. 척 봐라. 저것들이 금속 장비를 떨구게 생겼냐?]그 말에 말문이 턱 막힌다. 완전히 맞는 말이다.
“네 이 녀석,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군…….”
녀석의 말대로 엘프들의 드랍 템에는 금속이 거의 없었다. 대체로 천옷이나 목궁 따위. 금속 무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단검류다.
[내가 움직이기 전에 빨리 죽여.]녀석의 말이 꼬왔지만 어쩔 수 없다. 요새 녀석이 하는 일에 비해 먹이를 안 주는 건 사실이니까.
“아오, 요새 일 많이 하니 내가 참는다.”
녀석의 머리를 박차고 뛰어내린다. 이제야 날 발견한 엘프 전사들이 몰려든다.
당연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
[치명타!] [치명타!] [치명타!] [치명타!] [치명타!]회초리 휘두르듯 휘둘러진 토끼발 망치가 스쳐 지나가는 모든 머리통을 박살 낸다. 가공할 힘과 속도를 가진 그 공격을 엘프들은 막지도 피하지도 못했다.
“……뭐지?”
그런데 손끝에 와 닿는 감각이 기묘하다.
“인간 적! 죽…… 켁!”
달려드는 신목의 엘프 암살자(고급)의 목을 잡아 챈다. 손에 와 닿는 피부의 질감이 딱딱하다.
“아니, 이게 뭐야…… 드라이어드도 아닌데 왜 피부가 나무야?”
저번 얼음 여왕 이후로, 필승의 상대일지라도 정보 수집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명, 팬 사이트에서 확인했던 몬스터 정보에는 이런 내용은 없었다.
뿌득!
목젖을 뜯어내자 체액을 쏟으며 죽어 버린다. 나는 뜯어낸 나무를 살폈다.
‘흑단목(黑檀木)이다.’
엘프 녀석들 왜 피부가 검나 했더니 나무의 재질 때문이었다.
‘세계수 녀석이 나름의 방식으로 고급 병사들을 강화했군.’
흑단은 매우 단단하고 조직이 치밀해 가공 난이도가 거의 돌을 깎는 조각에 가깝다 평가되는 목재다. 오죽하면 ‘금속과도 같이 단단한 나무’란 뜻에서 아이언우드로 분류될 정도이고, 물에 던지면 가라앉는다.
‘피부가 이런 걸로 되어 있으면 화살이 안 통하는 건 물론이고 도검에도 엄청난 저항력을 가지겠지.’
물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치명타!] [치명타!] [치명타!] [치명타!] [치명타!]세계수 녀석은 에드워드 녀석이 그러했듯 나름의 방식을 사용해 군세를 강화했지만 그래 봤자 학살을 피하지 못한다.
천억대의 과금을 한 나는 규격 외의 존재.
이 정도 강화로 그 간격을 좁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와아아아!”
한참 엘프들을 죽이다 보니 새로운 무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나 엘프들이지만, 아까와는 상황이 다르다.
“몬스터가 아니네.”
구분은 간단하다. 몬스터들은 머리 위에 칭호와 등급이 뜨기 때문이다.
뒤이어 등장하는 정상적인 외모의 엘프 전사들은, 그들에게 [처형]당하기 위해 존재하는 녀석들이다.
“아, 역시 여기도 아이템 공장이 있었구먼.”
너무 쉬운 기믹이다 보니 부하 몬스터에 대해 절대적인 통제력을 가진 스페셜 몬스터는 다 써먹는 느낌이다.
‘굳이 상대할 필요는 없지.’
슬슬 백인참&천지를 가르는 검 스택이 다 찼다는 걸 확인한 난 눈이 뒤집혀 달려오고 있는 아인들을 무시하고 던전으로 이동했다.
[세계수의 정원(고급~영웅)].나무가 빽빽한 숲으로 움직이자, 쏟아지는 탄환이 날 맞이한다.
투두두두!
가볍게 막거나 튕겨 낸다. 고개를 돌려보니 몰려드는 적들이 보인다.
이계의 엘프 사수(희귀)
레베티아
“아, 이 녀석이구먼.”
높은 확률로 탄환을 떨구고 극도로 희귀한 확률로 기관소총을 떨구는 엘리트 몬스터. 헬라인이 만든 소총을 만들 수 있던 것은 이 녀석을 죽이고 탄환을 얻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리라.
“적 확인! 화망을 짜라!”
“산개!”
지금까지의 엘프들과 달리 지성이 느껴지는 반응.
그러나 나는 전투를 길게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
쾅!
보법을 사용해도 줄일 수 없는 폭음과 함께 몸이 쏘아진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재앙이 터져 나온다.
[천검-백인참(百人斬)]&[천지를 가르는 검]랜드 브레이커(Land Breaker).
퍽!
토끼발에 얻어맞은 레베티아의 머리가 터져 나감과 동시에 숲 전체가 들썩인다. 바글바글 모여 있던 온갖 엘프들은 물론 보스까지 죽고 말았다.
애초에 화점도 아니고 착점.
생존자가 있을 수 없다.
[인벤토리 중량이 75%를 초과했습니다!] [인벤토리 중량이 75%를 초과하여 이동 속도가 느려집니다!] [인벤토리 중량이 100%를 초과했습니다!] [인벤토리 중량이 100%를 초과하여 이동 속도가 극도로 느려지고 체력, 생명력, 마나가 천천히 감소합니다!]어느새 던전 밖으로 나와 쏟아지는 아이템들을 본다.
[세계수의 정원(고급~영웅)의 헬 난이도가 공략되었습니다!] [조건을 우선 완료한 길드부터 공성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초라한 토성(일반)이 등장합니다!]“빛이다! 빛이야!”
“조심해서 가! 적들이 있을 거라고!”
“방패병부터 앞으로!”
그때 저 멀리 있던 구멍에서 아인족들이 나온다. 그들은 한껏 긴장해서 밖으로 나왔지만.
그들이 본 것은 사방에 가득한 시체와 아직도 쏟아지고 있는 아이템뿐이다.
펄럭!
인벤토리에서 둔기로 분류되어 있는 대형 파라솔(고급)을 꺼내 든다.
투두두두두! 투퉁! 타당! 깡!
쏟아진 아이템이 파라솔에 튕겨 사방으로 흩어진다.
“이, 이게, 이게 대체…….”
“맙소사…….”
“아니 잠깐. 왜 하늘에서 장비들이 떨어지는 거죠?”
“헉!? 이거 탄환! 탄환! 탄환이 막 쏟아진다! 그렇게 구하기 힘들었는데 어째서!?”
나는 비를 맞으며 구멍에서 올라오는 아인들을 보았다. 뜻밖에도 랜드웜이 뚫어 놓은 굴을 통해 끝도 없이 아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 나오고 있잖아?’
충분히 먹고 쉬어 체력이 돌아왔다 해도 꽤 대책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막상 나왔는데 몬스터가 잔뜩 모여 있으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헬라인.”
“엣! 아! 와! 응! 우, 우리도 싸울 준비가 되었어! 아무리 큰 피해가 생긴다 해도……!”
나는 비가 그친 것을 확인한 후 대형 파라솔(고급)을 접어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말했다.
“와서 장비들을 종류별로 정리해.”
“에?”
소총을 들고 각오를 다지던 헬라인이 멍청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몸을 돌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성을 향해 땅을 박찼다.
그 뒤의 과정은 간단하다.
정면으로 걸어가 성문을 발로 차 부수고.
토끼발 망치를 휘둘러 성을 지키려 하는 몬스터들을 학살한다.
최후에는 백인참&천지를 가르는 검 콤보를 사용하기도 했다.
[축하합니다! 한 길드가 세계수의 정원을 점령했습니다!] [새로운 성주, 한재연.]모든 일을 마치고 아인족들에게 돌아온다.
엘프, 드워프, 수인.
지하에 있던 10만 명에 지상에 잡혀 있던 포로들까지 더해져 족히 15만은 될 법한 숫자의 아인족들이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저벅. 저벅.
나는 그들 사이를 가로질러 한가운데까지 이동했다.
죽음과도 같은 침묵.
아인들은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그저 나를 바라만 보고 있다.
그럴 만하다.
그들에게 멧돼지 뒷다리를 나눠 준 것이 신과 같은 기적이었다면, 지금 보여 준 것은 악마와도 같은 무력이었기 때문이다.
일격에 1만 이상을 살해할 수 있는 힘.
34지구도 아닌 아르데니아 사람들이 그만한 무력을 보고 받을 충격은 보통이 아니리라.
쿠쿠쿵!
발밑에서 튀어나온 랜드웜이 그대로 수십 미터 정도 고개를 든다.
“히익…….”
“윽!”
“저, 저 거대한 존재가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다니……!”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을 들으며 자리에 앉는다. 15만은 대형 스포츠 경기장이 꽉 찰 정도로 까마득한 숫자지만, 랜드웜의 머리 위에 있으니 그들 모두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점점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었지만 내 몸에서 뿜어지는 은은한 빛으로 인해.
빛으로 인해…….
‘아, 미친.’
멈칫한다.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는 시선에 그제야 깨달았다.
‘옷…….’
전투가 끝나고 바로 갈아입었어야 했는데 입기에 불편한 물건들이 아니라 깜빡하고 말았다.
그러나 15만 명이 아인들이 날 우러러보는 이 웅장한 분위기 속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는 없는 일.
나는 토끼발 망치라도 슬쩍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뒤 공백 지대의 착점에 설치해 둔 요소를 활용해 만든 사치스러운 술식을 가동시켰다.
말(言), 위압(威壓), 중문(重門) 개방(開放).
황제의 진언.
“정식으로 다시 인사하지. 인류제국의 황제, 한재연이다.”
15만 명의 아인들 앞에서.
나는 그렇게 연설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