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48
열일하는 과금 기사 147화
본디 일주일로 예정되어 있던 서바이벌 아일랜드의 촬영은 고작 3일 만에 막을 내렸다.
그렇다 한들, 나태석의 편집팀이 분량 부족으로 고생할 일은 없었다.
오히려 편집할 부분이 너무 많겠지.
“그런데도 인터뷰를 이렇게 길게 따요?”
“에이. 재연 씨가 이번 방송의 주인공이잖아요. 저한테 받기로 한 돈이 얼마인데 겨우 인터뷰 가지고 엄살은.”
샴고양이 모습의 외계인, 나태석이 능청스럽게 웃는다. 그의 주위에 온갖 종류의 고양이들이 따라다니며 나를 응시하고 있다.
언뜻 광야를 헤집는 냥아치 무리처럼 보이지만, 이는 촬영을 진행 중인 PD와 카메라들이다.
“그나저나 방송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바로 내보낼 수는 없어요. 이번 사건은 예능에서 먼저 다루기엔 덩치가 너무 커서…….”
그렇게 말한 태석이 한쪽 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이 깜빡이자 나무 재질로 보이던 벽이 디스플레이로 변하며 뉴스가 나온다.
[몬스터 사태 관련 뉴스입니다. 인기 프로그램 서바이벌 아일랜드 촬영 도중 27레벨의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습니다. 놀랍게도 다수의 초월급 몬스터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치열했던 현장을 시청자 여러분께 생생하게 전달해 드리고자, 현장에 나가 있는 취재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임연희 기자?]화면이 바뀌자, 예쁘장한 외모의 기자가 브레스가 만들어 낸 거대한 크레이터 위에 서 있다.
[임연희입니다. 저는 불초섬 중앙부에 와 있는데요. 대지에 남겨진 상흔과 아직도 요동치는 마력이 사고 당시의 치열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7레벨 몬스터 웨이브…… 종말 프로젝트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지난 22일 새벽 3시 30분. 수많은 연예인과 촬영진을 집어삼켜 많은 이들을 걱정시키던 불초섬의 균열이 해제되었는데요. 그 안에서 살아나온 목격자들과 촬영 결과물로 인해 상상을 초월하는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인기 프로그램 서바이벌 아일랜드의 촬영지인 이곳은…….]삑!
화면이 꺼진다. 태석이 꼬리를 살랑거리며 말했다.
“어휴. 요새 정신이 없어요. 정신이. 뉴스 버전 편집하랴, 보고서 첨부 영상 만들랴, 심지어 다큐멘터리도 제작하고 있다니까요!”
“그렇게 바쁘면…….”
“하지만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서바이벌 아일랜드죠!”
“…….”
나는 태석을 보며 구시렁거렸다.
‘아주 그냥 신났구먼.’
입꼬리가 하늘까지 치솟고 있다. 어찌나 신나는지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복슬복슬한 엉덩이가 둥실둥실한다.
“아, 그러고 보니 PD님도 표창 받으시죠?”
“네, 사람들을 잘 이끌었다나 뭐라나. 운이 좋았을 뿐이지만 공이라고 쳐 주면 저야 좋죠.”
촬영에 참여했던 연예인들과 촬영팀은 단체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였다.
부상자가 워낙 많았던 데다가 서른 시간이 넘는 연전으로 다들 탈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일선에서 싸운 마스터들의 경우, 최고급 특실이 배정되어 어지간한 고급 호텔만큼의 호사를 누리는 중이다.
“방송도 그렇지만, 이번 수상의 주인공도 재연 씨죠. 전공부터가 1등이고요.”
“F·D가 있지 않나요?”
“그분들은 이런 거 참여 안 해요. 1,000살의 파릇파릇한 성룡이라더니…… 이번 전투만 해도 그래요. 아니 한 문장으로 궁극 마법을 발동시키는 성룡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그게 가능했으면 벌써 드래곤이 우주 다 정복했죠. 아무리 봐도 4,000살은 넘어 보이는데 드래고니아에 문의하면 앵무새처럼 F·D의 말이 사실이라고만…….”
아무래도 F·D의 정체를 아는 이는 없는 모양이다. 하기야 시간 정지까지 걸었는데, 누가 그 모습을 볼 수 있었겠는가?
‘누가 보긴. 내가 봤지.’
사실, 이해가 잘 안 가는 일이다. 이건 폐급 마나 적성과도 상관없다. 시간 정지는 물질계를 강제하는 실질적인 현상이 아닌가?
‘아르데니아 때문인 것 같긴 한데…….’
잠깐 생각에 잠겼을 때 똑똑 소리와 함께 스태프 하나가 고개를 들이민다.
“한재연 님. 시상식까지 1시간 남았습니다. 슬슬 준비해 주세요. 아! 태석 님, 또 여기 계세요? 가서 준비!”
“네네. 좀 이따 봐요, 재연 씨.”
태석이 나간 뒤, 나는 한 번 더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늘 그랬듯 배사랑이 선물해 주었던 양복이다.
뭔가 좀 단벌신사 느낌이 나지만 워낙 명품이라 어디에 입고 가도 문제 생길 일이 없다.
“후.”
창가에 서서 도시를 내려다본다. 길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이 보인다.
‘주인공이라.’
나는 카메라 앞에서 히페리온과 다크 메시아를 처치했다. 이는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니다.
34지구가 경찰이 초월자를 잡아가는 마경이라 해도 그게 초월자가 하찮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강대한 초월자를 잡아갈 수 있는 34지구의 공권력이 무시무시한 것에 가깝지.’
초월자쯤 되면 34지구에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재벌이 되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
물론 난 초월자가 아니지만……. 남들이 보기에 난 고작 파릇파릇한 20대가 아닌가?
‘많은 것이 바뀔 거야.’
많은 사람이 나를 주목할 것이다.
많은 선택지가 나에게 주어질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얻을 유명세는 이제는 주류도 아닌 영화의 성공으로 얻은 유명세와 차원이 다르다.
사람들은 나를 단순한 셀럽이 아니라 미래의 초월자로 이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재연 님. 이제 준비하실게요~”
“네.”
병원에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과한다.
시상식에는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우주적 이슈인 몬스터 사태이니 만큼, 피해가 전혀 없는 34지구에서도 중히 다룰 수밖에 없다.
“이야기 들었어? 주변 문명들에 등장하는 몬스터 수가 대폭 줄었데.”
“하기야, 그 한 자리에 그렇게 쏟아부었으니…….”
“무한한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라는 말이지. 게다가 초월자들까지 있었다고 하고.”
“아, 그런데 괜찮은 거 맞겠지? 아무리 34지구라도 초월자급 몬스터가 자살 테러하면 감당이 안 될 텐데.”
“초월자면 엔간한 문명에서는 신으로 추대도 되는데 그놈들이 자살 테러를 할까 봐 걱정해야 한다니…….”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지나 정해진 자리에 도착한다. 먼저 와 있던 성재가 손을 흔든다.
“요~ 준신(准神)님 오셨군요.”
“뭔 헛소리야.”
“초월자가 아닌데 초월자를 조졌으면 준초월자는 되는 거 아냐? 어쨌든 덕분에 나도 7클래스 찍었어. 사역 주문도 성장한 듯하고.”
“쓰승! 나도 받아들일 수 있는 진동이 확 늘었어! 가슴 사이즈도 한 반 컵…….”
올리야의 말에 성재가 울컥한다.
“아, 제발! 그런 이야기 좀 하지 마! 아, 좀 손으로 가슴 잡지 마! 여기 카메라가 몇 개인데!”
“오우. 성재 씨. 생긴 거답지 않게 완전 꼰대야.”
“내, 내가 꼰……? 아, 머리 아프다. 진짜…….”
나는 티격태격하는 둘을 두고 자리에 앉았다.
같은 조였던 증폭술사 레아가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물론이죠. 레아 씨는요?”
“저야 증폭밖에 안 했는데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성재 씨처럼 클래스가 오르지는 못했어도 증폭 계수가 많이 늘었어요.”
뒤이어 혜영도 인사한다.
“저도 암 속성의 인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재연 씨 덕이에요.”
“각자 노력한 결과인데 그렇게들 말씀하시니 좀…….”
그저 등짝이나 좀 쳐 주었을 뿐인데 말이야.
그때 사회자가 말했다.
“대통령님께서 들어오십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중년의 사내가 단상 위로 올라선다.
“뭔가 설레는군요. 대통령 표창을 직접 주는 건 임기를 시작하고 처음입니다.”
너털웃음을 짓는 그는 34지구 최강국, 대한민국의 대통령 천종명이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
정의신과 진실신의 자리가 공고해진 후 첫 이민자 출신의 대통령이다. 심지어 그는 검사 출신도 아니었다.
– 지구에서 가장 정의로운 직업은 무엇일까?
34지구에서 저런 질문을 듣는다면, 열 중 아홉은 같은 직업을 뽑을 것이다.
바로 검사.
당연한 말이지만 검사(劍士)가 아닌, 검사(檢事)이다.
검찰청은 세상에서 가장 정의로운 단체이며, 정의신전보다 정의신의 사제가 더 많은 곳.
때문에, 정치인들은 대부분 검사 출신이다. 아니더라도 변호사나 경찰 출신인데, 1세대 이민자이자 검사나 변호사는커녕 영능조차 없던 문명의 운동선수 출신인 그가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실로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대단한 사람이지.’
한 100여 년 전에는 지구에서도 너도나도 정치하겠다고 설쳤다고 한다.
종교인, 연예인, 재벌, 심지어 범죄자도 정치하려 들었다던가.
그러나 제대로 하려고 하면.
세상에 정치보다 힘든 일은 몇 존재하지 않는다.
‘브람 녀석만 봐도 알 수 있지.’
인정하긴 싫지만 브람은 만 명의 하나. 아니 십만에 한 명 있을까 한 인재다. 아무리 34지구의 인프라가 잘 발달해 있다 해도 어찌 보통 사람이 8클래스에 도달할 수 있겠는가?
그런 그조차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차관 레벨에서 컷당했다.
‘정의신에게 검증 받기도 전에 때려치운 거지.’
정치인에게는 다양한 영역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하며 사회적인 역량과 창의성 또한 필요하다.
일은 해도 해도 끝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데, 그 엄청난 노력에 걸맞은 대가를 챙겨 갈 수도 없다. 대가를 챙기는 순간, 그건 부정부패(不正腐敗)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그 엄청난 권한만큼 엄정한 도덕심과 정의감이 필요한 직업이 바로 정치인.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런 정치인들의 정점이다.
“……하였으므로. 이는 34지구만의 쾌거가 아니라 몬스터 사태로 고통받는 온 우주의…….”
천종명이 나를 비롯해 서른 명의 사람을 치하했다.
약간 교장 선생님 훈화 같은 느낌이었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받는 것은 별 쓸모도 없는 표창장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올리야 그랜트 님께는 표창장과 수급 기가스 붉은 포효룡의 영구 대여권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혜영 님께는 표창장과 수급 기가스 어둠 범의 영구 대여권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재 님께는 표창장과 수급 기가스 황금 유니콘의 영구 대여권을 드리겠습니다.”
“네!”
표창장과 함께 부상을 챙겨 준다.
‘와. 죄다 기가스로 받네.’
이번 몬스터 사태를 해결한 공으로 받을 수 있는 부상의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했고, 선택지도 넓었다.
단, 금전적 보상이나 되파는 게 가능한 물건도 금지였다. 표창의 의미가 퇴색된다나 뭐라나.
그래서 기가스도 통째로 주는 게 아닌 영구 대여권을 준다.
‘판매는 불가능해도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고 AS도 해 주니 그냥 받는 것보다 더 좋은 물건이지.’
그러나 나는 그들처럼 기가스 대여를 선택할 수 없었다. 내게는 기가스 적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지 않다.
“저도 영상을 봤습니다. 한재연 군. 2세대 이민자가 초월지경에 근접하다니…… 정말 대단하군요.”
“운이 좋았습니다.”
“하하. 제가 말이 많았죠? 한재연 군. 아니, 한재연 님께는 표창장과…….”
그렇다. 아쉽지 않다. 나는 기가스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적성개변 시술권을 드리겠습니다.”
평생 나를 옭아매던…… 저주스러운 사슬을 끊을 때가 되었다.
폐급 마나 적성을.
“아아.”
금빛으로 빛나는 카드를 받아 든 손이 살짝 떨린다. 그 모습을 천종명 대통령이 싱글벙글하며 바라본다.
“기뻐하는 듯하니 다행이군요. 자, 그럼 이것으로.”
“이것으로 끝내면 아쉽겠지?”
“끝내면 아쉽…… 아니 이게 무슨 소. 헛?”
천종명 대통령 옆에 한 사내가 서 있다. 훤칠하지만 약간은 가느다래 보이는 인상. 대단한 위엄이나 화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그냥 적당한 훈남 정도로 보이는 사내.
“엉?”
“아?”
“어…….”
그야말로 난데없는 등장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무슨 짓이냐고. 당장 끌어내라고 외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아? 아. 아…… 아! 아!?”
“아니,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그렇다. 알아본다. 과연 34지구에 그를 못 알아보는 사람이 존재하기나 할까?
대우주에 당할 자가 없는 최상급 신.
신의 혈통을 타고나 그 한계조차 깨 버린 초인.
멸망이 확정된 지구를 구원하고 온 우주에 그 이름을 떨친 구원자.
위대하고.
위대한.
게임 마스터.
“한재연.”
그가 나를 불렀다.
“너를 나의 사도로 임명한다.”
번쩍!
하늘 높은 곳에서 빛이 떨어져 나를 후려친다. 고통은 전혀 없었다. 그저 쏟아지는 빛을 맞고 있을 뿐이다.
“사도, 지금…… 사제가 아니라 사도라고 했지?”
“게임신의 사도는, 지금 한 명 아닌가?”
“그 한 명도 소문이야! 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임명을 한다니……!”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난데없는 신의 강림이었으니 당연한 일.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모두가 멈춰 버린다.
“……!?”
낯익은 감각이다.
시간 정지.
“아, 역시 이렇게 되나.”
정지된 시간 속에서 게임 마스터가 툭 고개를 내민다. 정지된 시간을 인식할 수는 있어도 움직일 수 없는 난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사도 임명이…… 안 되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게임 마스터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