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51
열일하는 과금 기사 150화
* * *
그로부터 3일 뒤.
나는 여전히 병원에 남아 있었다. 부상은 이미 다 회복되었지만 받아야 할 수술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데…… 이 체질이 [그녀]로 인한 것이면 고치는 게 가능한가?’
물론 이 체질은 [그녀]가 악의를 가지고 내린 저주가 아니라 일종의 부작용이니, 가능해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된다면?
‘아니야. 만약 정말 그렇다면 게임 마스터가 안 된다고 언급했을 거야.’
그러나 지 일 아니라고 대충 넘긴 거라면…….
“후.”
자꾸 떠오르는 잡념을 떨치고는 체다의 배를 두들긴다.
지난 3일 동안 병실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음에도 너무나 바쁘다.
[와우! M-4님께서 드래곤 스톤 8백만 개를 후원하셨습니다!]빛의 성서를 연재해 후원을 챙겼다. 기독교‧천주교‧이슬람교 짬뽕이라 좀 불안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성과다.
[M-4 : 오랜만에 괜찮음.]언제나 그랬듯 후원액에 비해 성의 없는 후원 메시지를 보며 계산한다.
“태석에게 25억을 받고, 거기에 후원금을 다 더하면…… 대충 35억 정도.”
어마어마한 돈이다. 예전의 나라면 죽을 때까지 일해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금액.
그러나.
“아…… 애매하네. 그냥 신화급 말고 전설급으로 만족할까?”
사도 입명 후, 한 번도 로그인하지 않았다.
아르데니아의 시간이 흐르는 순간, 그만큼 인류제국의 피해가 누적될 뿐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신화급 성 가격은 문제가 없어. 다 더해 봐야 14억.”
문제는 부속 건물들이다.
‘생산 건물 다 포기하고 방어 타워랑 수성 오브젝트만 설치하면 3억 4천.’
7개의 성을 최소한의 방어 능력을 갖춘 신화성으로 만들려면 5억 4천 곱하기 7이니, 결론적으로 38억이 필요하다.
즉, 돈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아…… 차라리 내실이 충만한 전설 성으로 맞출까?”
그러나 그렇게 하면 나중에 일이 복잡해진다. 제국민들이 살고 있는 상태에서 성을 승급시키면 그동안 들여 놓은 화물이나 자리 배치가 엉망이 되기 때문.
물론 승급을 안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설 성으로는 결국 나중에 막을 수 없는 순간이 올 거야. 무엇보다 기가스 생산을 포기하기 아깝다.’
자리에서 한참을 고민한다.
“돈 나올 구멍이…….”
“한재연 환자님. 수술실로 이동하실게요~”
“아, 네.”
나는 체다의 배를 두들겨 캐릭터의 인벤토리를 비운 후 자동 사냥을 돌려 두었다.
“여기서 기다려.”
“야옹!”
고개를 끄덕이는 체다를 놔두고 병실을 나선다. 문 앞에 간호사가 기다리고 있다.
“그럼 이동하실게요.”
“네.”
나는 살짝 긴장한 상태로 간호사를 따라 걸었다. 빼어난 미모의 간호사는 나를 슬쩍 훔쳐 보더니 물었다.
“소문의 사도님을 직접 뵙게 된다니, 운이 좋네요. 뉴스를 보니 초월자를 둘이나 잡으셨다고 하던데.”
“운이 좋았죠.”
겸손이 아니라 진짜로 운이 좋았다. 특히나 다크 메시아의 경우는 중첩된 행운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결과였으니까.
‘다크 메시아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불행일 테고.’
뭐, 오룡의 정체가 크로매틱 드래곤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승패가 결정된 싸움이기는 했다.
꽤 치열한 전투였지만, 애초에 그녀들이 정체를 숨기고 싶어 했으니 성립된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저기 한재연 환자님? 시계는 푸셔야…….”
“아.”
수술실 앞에서 나는 왼팔에 차고 있던 깔끔한 디자인의 시계를 보았다. 은은한 검은 광택을 흘리는 녀석은 시침과 분침이 달린 아날로그 방식이었는데, 고급스러워 보이긴 해도 그 정체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은 물건이다.
‘이게 초월병기…… 거대 함선을 살 정도의 보물…….’
나는 슬쩍 시계를 보았다.
[제로섬(zero-sum)]이득과 손해를 합치면 제로가 된다.
[드랍 조정 1단계] 신화 이상의 아이템을 획득할 시, 그것을 없던 일로 하는 대신 그 확률을 저장한다.저장된 확률은 원하는 시기에 발동 가능.
2단계 상승까지 1,000포인트 필요.
[이벤트 조정 1단계] [개방에 100만 포인트 필요.]‘이득과 손해를 합치면 제로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좋은 거잖아?’
드랍 확률을 저장할 수 있다면 드랍 테이블을 따져 가며 필요한 아이템만 파밍하는 게 가능하다. 아니면 이번 카드 사태처럼 내가 사용할 수 없는 종류의 드랍을 방지하는 쪽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
‘다만 성장을 시켜야 한다는 게 문제인데…… 대하의 말대로라면 드랍 템을 먹이면 되겠지.’
나는 제로섬을 풀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다행히 별문제 없이 들어간다. 아르데니아에서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요! 파이팅!”
“아, 네.”
간호사의 응원을 받으며 수술실로 들어간다.
말이 좋아 수술실이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서재처럼 보이는 공간이다.
“어머, 오셨군요.”
벽난로 앞에서 책을 보고 있던 녹색 머리칼의 여인이 고개를 든다. 아는 얼굴이었다.
“플라워 님?”
F‧D의 메인 보컬인 그린 드래곤 플라워.
지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어도 이번 몬스터 사태로 안면 정도는 튼 사이다.
“재연 님 수술을 진행한다기에 지원했어요. 마침 쉬는 중이기도 했고.”
“앗…… 감사합니다.”
그야말로 최고의 패다. 왜냐하면 그녀는 평범한 용이 아닌 크로매틱 드래곤!
비록 다섯 개의 머리 중 하나라고 해도 그녀의 역량은 일반적인 초월자를 아득히 넘어설 것이다.
딸깍!
그때 문이 열리고 새로운 사람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에도 아는 얼굴이다.
“어? 플라워 아냐? 바쁠 텐데 이런 곳에서 보네.”
“안녕하세요, 샤이닝 님.”
놀랍게도 그는 스카이 소프트의 대표인 샤이닝. 그는 나를 보고 인상을 썼다.
“아우…… 내가 바짝 돈 벌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네!”
아무래도 주식 전쟁에서 패배한 여파가 있는 모양이다. 하기야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썼을 테니 피해가 막심했겠지.
“모두들 안녕…….”
다시 문이 열리고 칙칙한 금발의 엘프 미녀가 안으로 들어온다.
“아, 운명 마탑의 마탑주님이시군요.”
그렇다. 그녀는 바로 주식 쪽박으로 거액의 빚을 지게 된 운명 마탑의 주인, 럭키 스트라이크였다.
예지 능력을 믿고 주식판을 놀이터처럼 뛰어다니다가 무려 300조의 손해를 본 그녀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과연 샤이닝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오, 빚쟁이! 내가 너는 올 줄 알았지. 빚은 다 갚아 가?”
“거의.”
“뭐, 맨날 거의래.”
그때 다시 문이 열린다. 이번에 들어온 이는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회색 머리칼의 사내였다. 그는 검은색으로 일렁이는 망토를 입고 있었는데 그것은 물질이 아닌 영혼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진짜 이 인원인가. 적성개변 수술이 어렵긴 해도 좀 지나친 인선인데? 대마법사를 넷이나 동원하다니.”
그는 사령 마탑의 마탑주, 대사령술사 하인델이었다.
‘이게 뭐야.’
상상을 초월하는 멤버의 면면에 어안이 벙벙한 심정이었다.
초월자, 그중에서도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른 이만 넷이라니.
적성개변 수술이 인건비보단 원자재비용이 중요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비정상인지 알 수 있으리라.
“한재연 씨. 여기로 와서 누워 주시겠어요?”
“아, 네.”
플라워의 나긋나긋한 말에 수백 개의 마법진이 그려진 카펫 위로 가 눕는다. 푹신푹신한 카펫의 정체 모를 털이 목을 간질인다.
“저기…….”
“타임 스톱(time stop).”
뭔가 질문을 하려는 순간 시간이 멈춘다.
‘요새 이거 진짜 많이 겪네.’
한 번 경험했기 때문인지 바로 내 상태를 [관점]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 상태에서 말도 할 수 있었지만 다시 볼일 없는 대마법사들에게 그런 능력을 보여 줄 수는 없었기에 잠자코 있었다.
“자! 일단 상태부터 파악해 보도록 하죠!”
“재료비는 정부에서 다 대 준다고 하니 막 때려 넣는 식으로 해 보자. 나 요새 너무 힘들어.”
“아무리 그래도 게임 마스터의 사도라는데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지.”
“게임 마스터님한테 부끄러운 결과만 내지 마라.”
멈춰진 시간 속에서 네 명의 대마법사가 마력을 휘두른다.
우우웅!
공간이 일렁이고 마력이 휘몰아친다.
‘뭔가, 신기하군.’
마력을 휘두른다고 말했지만 그걸 느끼는 건 아니다. 내가 괜히 폐급 마나 적성이겠는가?
그러나…… [관점]의 세상에서 나는 그들이 하는 일을 하나하나 [알] 수 있었다.
마치 책을 읽는 것과 같다.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전공 서적이라도, 그 내용이 한글로 되어 있다면 적어도 읽을 수는 있는 것과 같다.
실제로, 아까는 그 모습이 정확히 보이지 않던 하인델의 망토의 형태는 물론 질감까지 정확히 인지되는 상황!
덕택에 나는 마법에 대해 개뿔 모르고 있음에도 네 대마법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내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우-
웅!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따분한 일에 끌려 나와 의욕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던 얼굴에 경악이 깃든다.
“아니…… 이게 뭐야?”
“육체는 완전히 멀쩡해. 아니, 이 정도면 환골탈태도 한 수준 아닌가? 그런데…….”
“영맥도 정상적이고 몸 안에서는 마나가 흐른 흔적이 선명한데. 아니 어떻게 이렇지?”
“마나가…… 이 세상으로부터 유리(遊離)되어 있어요. 내공을 품고 있지만…… 그 내공은 외부의 것이 아니에요. 자신의 [안]에서 끌어오는 마나라니 살아 있는 차원문도 아니고, 이건…….”
네 대마법사가 진지하게 작업에 집중하자 수백 개의 마법진이 연신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영혼이다. 이건 영혼의 문제라서 고작 영단을 먹이는 걸로는 해결이 안 돼.”
“이거 설마 아바타(avatar)인가? 하지만 아바타면 오히려 이 세상과 더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야 할 텐데 이렇게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다니…….”
“웃기는 게 몸 자체는 현실에 있어서 마법에 면역인 것도 아냐. 아, 정신계나 저주 계열은 죽어도 안 먹히긴 하겠다. 다른 차원에 있는 상대한테 걸 수 있는 출력이 아닌 바에야…….”
연신 마법을 사용하며 의견을 나눈다.
“마나 증폭제 주사.”
“농도는?”
“0.55.”
“술식예장 가동합니다.”
내 몸에 주사기를 꽂거나 이상한 문신을 새겨 넣기도 한다. 다행히도 고통은 없다. [관점]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단지 정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소설책에서 고문당하는 장면을 본다고 실제로 내가 아픈 건 아니지 않은가?
“실패! 답답하군. 한 번 죽여서 되살리거나 영체를 뽑아 보면 안 될까? 그럼 더 깔끔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게임 마스터님께 뒤지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표본이 한 개뿐인데 무슨 무식한 소리를…….”
[관점] 상태로 수술 과정을 지켜본다.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지나고.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시간이 물처럼 흘러간다.
‘와.’
나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작업을 이어 나가는 대마법사들의 모습에 절로 신음이 나온다.
‘괜히 시간을 멈춘 게 아니네.’
대마법사들이 온갖 장비와 영초, 마나석 등을 물처럼 쓰고 있음에도 작업 시간이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 있는 이들 모두가 함께 한 끼 식사하는 권리로 경매를 열 수 있는 귀한 몸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수술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알 수 있으리라.
‘재료비까지 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준이야. 기가스도 몇 대는 사겠어.’
그리고 그 천문학적인 투자는 기어코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수술이 시작되고 일주일 후.
샤이닝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완성.”
두근. 두근.
허공에 떠 있는 심장이 맹렬하게 뛰고 있다. 수십 개의 궁극 주문으로 둘러싸인 그것은 당연히 내 심장이다.
“이름은 제가 붙여도 될까요?”
플라워의 말에 세 명의 대마법사가 서로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이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아무리 생각해도 지분은 그쪽이 제일 높은 듯하니.”
“그런데 갓 성룡이라고 하지 않았나? 마력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마법 이해도도 너무 높은데…… 웜급 드래곤도 이 정도는 못했.”
“갓 성룡이에요. 1,002살입니다.”
눈을 가늘게 뜨는 플라워의 모습에 대마법사들이 궁시렁거린다.
“아니, 그건 좀…… 황금용신이 늦게 본 딸이라도 되나?”
“그렇게 보기에는 그린 드래곤이란 말이지.”
“설마 F‧D가 다 이 수준인 건 아니겠지?”
“아! 쓸데없는 소리 마시고요! 이 복합 주문의 이름은 차원 송곳 심장(Dimensional awl heart)으로 하겠습니다!”
그 선언과 함께.
쿵!
밖에 나와 있던 심장이 내 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팟!
네 명의 대마법사가 있던 수술실의 풍경이 단번에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넓은 평원으로 뒤바뀐다.
“……어?”
드디어 끝난 수술에 두근두근하고 있던 난 느닷없이 변한 배경에 놀라 신음했다.
“으악! 여긴 어디야?”
“……이렇게 갑자기?”
장소가 어딘지는 알 수 있었다. 내가 늘 찾아오던 내면세계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곳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뭐야? 여긴 어디죠?”
“아, 몸이 이동된 건 아니었군. 일종의 정신세계인가. 하지만 날 이렇게 갑자기 끌고 올 수 있다니. 이것도 [그녀]의 농간인가?”
불청객은 두 명이다. 1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소년과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사내.
‘즉, 총 세 명.’
문득 짐작되는 바가 있었기에 일단 손을 들었다.
날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차분히 설명한다.
“흠. 아마 제 사정 때문에 이렇게 된 듯한데. 상황 파악부터 하죠. 저는 킬리언스입니다. 리벤지를 플레이 중입니다.”
“앗……! 설마……!?”
“…….”
깜짝 놀라는 소년과 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내.
소년이 먼저 말한다.
“저, 저는 뭉개진 자루입니다. 브, 블레이드&매직을 플레이 중입니다.”
‘……역시.’
내 짐작이 맞다는 걸 확인한 후 사내를 돌아본다.
그 역시 상황을 파악한 듯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답한다.
“다크 스타를 플레이 중이다. 이름은…… 그래.”
붉은 로브의 사내가 씩 웃으며 말했다.
“멀린이라고 불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