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50
열일하는 과금 기사 149화
“그래. 이제는 아니다. [그]는 이제 혼자가 아니야.”
깊게 한숨 쉬며 대하가 말했다.
“[그녀]가 나타났으니까.”
“…….”
여기서부터는 34지구의 교육에서도 다루지 않는 부분이다.
말 그대로 신화 그 자체.
문제는 이 신화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창조신과…… 대등한 존재가 탄생했다는 건가요?”
“알 수 없지. 대등한지 뒤처지는지, 오히려 더 강한지…… 우리같이 하잘것없는 존재들이 뭘 장담할 수 있겠어?”
대우주 전체를 뒤져 봐도 비견될 존재가 거의 없는 최상급 신이 쓰게 웃는다.
“덕분에 [그]는 자신이 만든 대차원의 관리를 그만뒀지. 엄격히 관리하던 차원 관리도 내팽개친 채, 아수라도 회수해서 의식 깊이 봉인했던 언네임드가 대우주에 난장을 부리게 되었다.”
약 500년 전 대우주 전체를 휩쓸었던 대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언네임드, 천족과 마족, 그로테스크, 리전, 그리고 온갖 초월자와 신들이 뒤섞인 대우주 규모의 난장판.
“그게 다 [그녀] 때문이라는 건가요?”
“뭐, 진짜 대등한 존재가 나타났으니 피조물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 만하지. 문제는…… 처음엔 [그]만 신경 쓰던 [그녀]가 그 피조물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사실이지.”
하기야 당연한 일이다. 아무래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에겐 어른보다 장난감이 보이기 마련일 테니까.
나는 그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창조신은 홀로 억겁의 세월을 살아오다 외로움을 이겨 내기 위해 세상을 만들었다. 애정으로 만들었으니 당연히 관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나타났다. 창조신과 대등할지도 모를 유일(唯一)한 타자(他者).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창조신이 대차원의 관리에 손을 놓게 된 이유인 [그녀]는 [그]가 만든 세상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럼 그녀의 목적은 뭡니까?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
“그걸 목표라고 할 수는 없지. 이미 미친 듯이 만들고 있잖아?”
그것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몬스터 사태의 정체였다. 닥치는 대로 게임 속 세상과 몬스터를 복사해 대차원에 뿌리고 있는 것!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죠?”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짐작하기로…… [그녀]는 우리 같은 존재를 만들고 싶은 모양이야. 이 모든 게 그 과정이라는 말이지.”
“우리?”
“최상급 신들.”
대하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 세상은 창조신의 꿈, 혹은 소설 같은 세상으로 우리는 자유 의지로 살아간다고 믿어도 사실 다 그의 관념하에서의 움직임이다.
창조신의 [시나리오]가 일종의 운명과 같은 개념으로 작동하는 것.
“그것을 읽어 내는 능력 계통도 있어.”
“……예지(豫知).”
“그래. 시나리오를 훔쳐보는 힘이지.”
그러나 누군가 초월지경에 이르러 운명을 초월하게 되면, 그는 예지를 빗나가게 할 수 있다.
초월자의 세계에서 예지를 100% 신뢰할 수 없는 이유이며, 운명 마탑의 마탑주이자 대마법사 럭키 스트라이크가 주식으로 쪽박을 차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조차도 완전한 초월은 아니야. 말하자면…… 그래. 그런 이야기가 있지? 소설가들이 소설을 쓰는데, 캐릭터가 작가가 쓰고 싶었던 전개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등의 이야기.”
흔히 있는 이야기다. 소설은 최초의 한 줄부터 마무리까지 작가가 써 내려가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를 완전히 통제하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게 정말로 캐릭터가 살아 움직인다는 뜻은 아닐 텐데요.”
“하급 초월자의 한계지. 그건 중급, 상급 초월자일 때에도 그리 크게 개선되지 않지만…… 최상급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또 달라. 최상급 신은 [오롯한 자]. 근원적인 한계를 깨부수고 [시나리오]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게 가능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시나리오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니.
“예지에 완전히 면역된다는 뜻인가요?”
“그런 정도가 아니야. 오롯한 자는 [시나리오] 자체에서 탈출할 수 있다.”
그것은 전혀 뜻밖의 말이다.
“대우주…… 아니. 대차원 밖은, 있다라는 개념 자체조차 없는 무(無)라면서요?”
“그런 곳에서조차 존재할 수 있기에 [오롯한 자]인 거지. 그리고 그렇게 되면…… 최상급 신은 대차원의 [밖]으로 나가 [그]와 마주하는 게 가능해진다.”
“소설을 썼더니…… 그 캐릭터가 현실에 튀어나온다?”
내 말에 대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시각으로 보면 그렇지. 실제로 꽤 긴 시간 동안 [그]의 목표는 최상급 신을 늘리는 것이었어. 윤회자(輪迴者)와 구원자(救援者), 그리고 사람(human)이 바로 그런 시도의 결과물이었지. 동등한 존재는 아니더라도 외로움을 달래는 정도는 가능하니까. 그마저도 [그녀]가 나타나며 다 그만둔 모양이지만.”
윤회자와 구원자는 지구에서도 아주 유명한 존재다.
깨달은 자 붓다(Buddha)와 세계의 화신 지저스 수퍼스타(Jesus Superstar).
꽤 최근까지도 지구인들은 그들을 지구 태생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사실 그들은 우주적인 존재고 꽤 많은 문명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 왔다.
‘뭐, 어쨌든.’
대하의 말은 명확하다.
“밖으로 나온 최상급 신을 보고 자기도 같은 걸 만들고 싶어 한다는 말이군요…….”
“그런데 잘 안 되는 거지.”
“아무래도 그렇겠죠.”
창조신은 아무도 없는 허무에서 억겁의 시간 동안 외로움에 몸부림치다가 세상을 만들었다. 창조신이 아무리 대단한 존재라 해도 이 세상을 만드는 그 과정이 과연 쉬웠겠는가?
어떻게 생각하면…… 이 세상은 외로움에 미쳐 버린 광기(狂氣)의 산물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어떨까?’
이제 갓 태어난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그]가 있고 그 말고도 다수의 오롯한 자, 즉 최상급 신들이 있다.
‘완전히 처음부터 새로 만들…… 이유가 없다.’
아르데니아를 떠올린다. 아르데니아의 역사는 스토리 작가들이 쓴 것이고 세상은 맵 에디터들이 만들었다. 캐릭터는 캐릭터 디자이너가, 능력과 스텟 등은 개발자들이 만들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것들을 대충 가져다 세상을 만들었다.단지 그것만으로 초월자를 찍어 낼 정도로 그녀는 격을 넘어선 존재였지만, 그렇다 해도 최상급 신은커녕 아직 중급 신조차 구현하지 못했다.
“…….”
하긴 예전부터 이상하긴 했다.
아무리 차크라 수련자들이 자신의 안에 소우주를 연다 해도, 내 안에 있는 아르데니아의 존재는 명백히 정상이 아니다.
소우주를 하나의 세상으로 비유한다 해도 특정 조건을 구현하는 것이지 그 소우주 안에서 자유롭게 살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심지어 능력을 획득한다는 건 그야말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
어디 그뿐인가?
내게는 최상급 신인 대하의 사도 지정이 먹히지 않는다.
즉.
“저는…… 그녀의 피조물이군요.”
“아닌데?”
“…….”
불경한 말이지만, 저놈을 확 한 대 때려 주고 싶다.
“아니, 그럼 여태 한 이야기는 다 뭡니까? 태초에 공허가 있었다, 부터 시작했잖아요! 여기까지 타이핑해도 수천 자는 되겠네!”
버럭하는 내 모습에 대하가 웃었다.
“진정해. 그녀가 널 만들지는 않았어도 관련은 있으니까. 너는…… 말하자면 그녀의 사도 ‘같은’ 존재야. 내 사도 임명이 안 된 게 바로 그런 이유지.”
그의 말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저는 원래 이쪽 차원 출신인데 그녀가 사도로 만들어서 이런 능력을 얻었다?”
“예상일 뿐 나도 자세한 건 알 수 없어.”
“아니, 그럼…… 저 같은 사람이 많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멋대로 만들 수 있다면.”
생각해 보면 몬스터만 해도 리벤지 출신이 다가 아니다. 블레이드&매직이나 다크 스타 등등 온갖 게임의 몬스터들이 있었다.
그 몬스터 종류만큼 나 같은 게임 능력자가 있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12명이야.”
“아, 이미 다 찾으셨나요?”
“직접 본 건 나도 네가 처음이야. 34지구는커녕 레온하르트 제국을 통틀어도 너 하나밖에 없지. 너무나 거대한 존재인 [그녀]는 대차원의 내부를 명확하게 보지 못해. 바로 옆에 붙여 놨다고 생각해도 은하계 몇 개는 간격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럼 인원수는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내가 누군지 잊은 거 아니냐? 간섭은 못해도 게임 관련인데 당연히 알 수 있지. 다만…… 생존자는 너를 포함해서 셋.”
즉, 아홉 명이 죽었다는 말이다.
“아니, 왜……?”
“아니, 왜가 아니라 일반인이 갑자기 게임 속으로 들어가면 죽는 게 정상 아니냐? 심지어 그녀에게 사도로 찍히면 이 세계와 마나 소통이 완전히 차단되어 버리는데.”
“……아니, 아니 잠깐만요.”
머리가 싸늘하게 식는다.
“설마 폐급 마나 적성이……?”
대하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나 그녀의 사도가 될 수는 없다. 초월적인 재능, 즉 차크라 초월자가 될 정도의 [소통력]을 가진 이들만이 대차원 밖에 있는 그녀와 연결될 수 있지. 그녀는 그 재능을 극한으로 개방시켜 버린 후…….”
쿠르릉!
그때, 난데없이 하늘에서 천둥이 친다. 여유롭게 설명하고 있던 대하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 그로테스크 이 등신 놈이 그걸 못 버티고 벌써 부르네. 나가 봐야겠다. 대충 설명 이해했지?”
그렇게 말한 대하가 허공에 손짓한다.
팟!
어느새 우리는 내면세계에서 벗어나 있었다.
“자, 잠깐만요! 폐급 마나 적성이…….”
“사도 임명은 됐다고 해. 어디서 돈 빌리고 다니는 수준 아니면 그냥 인정해 줄게. 아, 그리고 사도라면 신기(神器) 정도는 있어야지.”
번쩍!
한순간 섬광이 터지더니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시계가 내 팔에 채워진다.
“초월병기, 제로섬(zero-sum)이다. 내가 보니까, 넌 행운이 중요 스텟인 것 같더라고. 신제품이어서 넘버링에는 못 들어갔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물건이야. 성장형이고. 녀석 밥 좀 많이 줘야 할 텐데, 나한테 내는 세금이라고 생각해라.”
그렇게 말을 마무리한 대하가 한 걸음 물러서자 [관점]이 풀리고 시야가 원 상태로 돌아온다.
“사도 지정! 세상에!”
“놀랍군…….”
“설마 실제로 저분을 보게 될 줄이야…….”
장내가 점점 소란스러워졌지만, 대하는 씩 웃을 뿐이다.
“그럼. 나는 바빠서 이만…… 음?”
그대로 몸을 돌리려다 멈칫한다.
‘뭐야. 급한가 싶더니 할 말이 남았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성재였다.
“너, 이름이 뭐냐?”
“네, 넵! 저는 이! 성! 재! 라고 합니다! 나이는 52살! O형에, 부족하지만 배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 마스터님을 뵙게 되어 영광…….”
“TV를 본 지는 오래되었는데…… 뭐지? 왜지? 느낌이 익숙…….”
대하가 눈을 가늘게 뜬 채 중얼거리자 소란스럽던 주변이 점차 조용해진다.
“뭐지,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저 사람이 누구죠?”
“유명한 배우예요. 이성재 몰라요?”
수군거리는 사람들. 그러다 어느 순간.
“아!”
외마디 외침과 함께 대하의 입이 벌어진다. 이내 그 표정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것으로 변하더니, 마침내 그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그러나 그게 화가 났다는 뜻은 아니다.
“아, 아하하! 아하하하하!”
폭소(爆笑)한다. 그야말로 파안대소(破顔大笑)! 대하는 성재를 마주한 채 미친 듯이 웃었다.
“아니,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정말로…… 푸하하하! 아하하하! 세상에!”
영문도 모를 폭소에 주변이 완전히 얼어붙어 버렸다.
최상급 신이, 34지구의 구원자가 웃고 있다.
“아하하! 너, 진짜 잘생겼구나? 푸하하! 아이고 세상에…… 하하! 진짜로 잘생기다니!”
‘아니, 이 양반이 왜 이래? 약이라도 먹었나?’
너무 뜬금없는 상황이었기에 나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마침내 웃음이 잦아들고 눈물까지 흘리며 웃던 대하가 진정한다.
“아, 진짜 오랜만에 엄청나게 웃었다. 짬 내서 나오길 잘했어. 푸하!”
한 번 더 피식하더니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리고 그러다 다시 한번 고개를 돌리고서는 웃음을 꾹 참는 얼굴로.
“큭…… 미남이야.”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사라졌다.
“…….”
“…….”
“…….”
“…….”
모두가 멍청히 서 있었다. 촬영 나온 기자들도. 단상의 대통령도. 상을 받기 위해 늘어서 있던 배우와 스태프들도.
표창식은 그걸로 끝.
당연히 그날 저녁 모든 뉴스 채널에 난리가 났다.
[게임 마스터 강림! 그 장소는 대통령 표창식!] [게임 마스터의 사도가 탄생하다!] [한재연, 그는 누구인가.] [2대 사도의 권능은 과연?] [강보람, 曰 ‘비 초월자의 몸으로 초월자 둘을 해치우는 활약.’]참고로 난리가 난 곳은 한 군데 더 있었다.
바로 연예부이다.
[신께서 인정한 미모! 우주최강미남!] [이성재, 그는 누구인가.] [신께서 인정한 미모를 보시라!] [게임신의 사도와 우주최강미남의 투샷.] [강보람, 曰 ‘인정하긴 싫지만, 미남이긴 하다.’]그렇게 또다시.
내 삶에 격변이 찾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