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88
열일하는 과금 기사 187화
모든 것은 저녁 식사 시간에 결정될 것이다.
“아, 당연한 말이지만.”
여태껏 조용히 있던 화이트 드래곤 스노우가 말한다.
“매니저 오빠는 오지 마세요.”
그녀의 말에 쉐도우 드래곤 어둑서니가 깜짝 놀라 항의한다.
“뭐!? 아이돌이 남자랑 밥을 먹으러 가는데 매니저를 빼고 간다는 게 말이 돼?”
“하아…… 적당히 해요 매니저 오빠. 아무리 미성년자라지만, 저희는 전부 초월자예요. 게다가 지금 가는 게 무슨 데이트하러 가는 거로 보여요?”
“하지만…….”
당혹스러워하는 어둑서니의 말을 루비가 끊는다.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오지 말라면 오지 마.”
“어둑서니 오빠 눈치 챙겨~.”
“아오. 저 오빠는 매니저 역할에 왜 이렇게 과몰입함? 적당히 해 적당히!”
다다다 쏘아붙이는 다섯 여인의 공세에 어둑서니는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미성년자라 해도 F·D는 전원이 초월자.
사실 초월자가 사생활 통제를 받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하위 문명에서는 신으로 추앙받는 것이 바로 초월자라는 존재가 아니던가?
이 대화 자체가 어둑서니가 그녀들의 아이돌 생활에 너무나 진심이기에 벌어지는 해프닝일 뿐이다.
‘게다가…… 문제는 더 있지.’
어둑서니는 드래고니안에서의 대화를 떠올렸다.
[너, 아이돌에 관심 많았지? 다섯 쌍둥이가 아이돌을 한다고 하니 매니저를 맡아라.] [가급적 하고 싶다는 건 다 하게 해. 경비는 원로원에 무제한으로 요청해도 된다.] [뭐, 정체? 그런 건 없어! 평범하고 귀여운 다섯 쌍둥이지, 정체는 무슨 정체!] [다시 말한다. 하고 싶다는 건 다 해 줘!]F·D는 원로원의 절대적인 후원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루비가 기가스를 타고 싶다고 했을 때에는 당일에 성(星)급 기가스가 지원되는 미친 경우도 있었다.
‘설마 진짜 용신님의 직계 혈통 뭐 그런 건가? 하긴 450살의 나이로 이만한 마법 역량은 말이 안 되긴 하는데…… 아니 그런데 용신 직계 혈통이면 금룡이나 쉐도우 드래곤. 하다못해 용신족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평범한 색채룡이신 용신님은 없으신데.’
“그나저나.”
생각에 잠겨 있던 어둑서니에게 사파이어가 묻는다.
“그 재연이라는 남자. 드래곤 러버(Dragon Lover)라거나 한 건 아니죠?”
그녀의 말에 어둑서니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건 전혀 아니었어. 평범한 인간 초월자지.”
드래곤 러버(Dragon Lover)란 드래곤을 홀리는 영혼의 기질이다. 외향에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드래곤이 매력을 느끼는 영웅. 용사의 자질에 더해 그 성정을 더 아름답게 빛내는 영혼의 재능이 겹쳐져야 탄생하는 존재.
이런 기질, 혹은 재능을 타고난 존재는 세상 모든 용종에게 사랑받게 되는데, 이들은 과거로부터 드래고니안의 사회 문제였다.
‘왜냐하면, 드래곤 러버는 필연적으로 용족들에게 경멸받는 반룡(半龍)을 만들어 내니까.’
다행히 드래곤 러버는 꽤 명확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미 재연과 마주해 본 적이 있는 어둑서니는 그가 용사나 영웅에 걸맞은 기질은 가지고 있어도 드래곤 러버의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기야 드래곤 러버였으면 저번 방송 때 몰라봤을 리 없지. 슬쩍 봐도 알 정도인데.”
“응? 드래곤 러버를 본 적이 있는 거니? 하지만 그럴 틈이 있을 리 없…….”
흑요가 의문을 표하는 어둑서니의 말을 끊는다.
“아, 시간이다. 우리 갈 테니까, 오빠는 이만 퇴근해. 내일 부를게.”
“하지만…….”
“퇴근하라면 좀 해!”
“아오~ 왜 이렇게 열심히 해, 진짜!”
결국 F·D는 어둑서니를 떨쳐 내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예약한 식당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단독 주택이다. 하루에 오직 1팀의 손님만 받는 이곳은 34지구에 존재하는 식당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성을 지닌 장소.
만약 손님이 초월자 다섯으로 이루어진 F·D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급하게 예약을 잡는 게 불가능했을 장소다.
실제로 최상급 정령사이자 쿠킹 학파의 학파장 ‘온종일’은 휴가를 반납하고 오늘의 자리를 준비했다.
“그 유명한 F·D분들을 접대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온종일 쉐프입니다.”
“난데없는 예약이었는데 받아 주셔서 감사해요. 저번에 왔을 때 너무 맛있게 먹어서 멤버들도 데려오게 되었어요.”
플라워는 자꾸 치밀어 오르는 긴장을 누르고 부드럽게 웃었다.
한편 종일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 멤버들의 분위기가…….’
그가 운영하는 식당. [온종일 행복해]는 VVIP들이 애용하는 최고급 식당이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1인 500만 원의 식당은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과 오기 마련이니 찾아오는 손님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온화하기 마련.
그러나 F·D의 분위기는 달랐다.
‘마치 전쟁을 앞둔 기사 같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F·D 멤버들의 분위기는 살벌하다. 묘하게 칼날 위를 걷는 듯한 그 기세는 아무리 봐도 식당이라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것.
그들과 달리 울상을 짓고 있던 플라워가 종일을 보고 말했다.
“시, 식사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긴밀한 대화를 할 예정이라 코스 요리 설명은 생략해 주셔도 돼요.”
“네, 플라워 양.”
종일이 물러나고 F·D가 집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오자 가운데에 자리해 식당 내부를 길게 가로지르는 중정이 제일 먼저 시선을 끈다. 중정에는 연못이 자리했는데, 연못 주위에 심어진 나무와 풀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고급스러운 정원을 실내로 들여온 느낌을 주었다.
중정을 중심으로 요리를 만드는 곳과 식사를 하는 곳이 구분되어 있어, 벽이나 문으로 프라이빗함을 내는 룸과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다섯 명이 모두 들어서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인사와 함께 안쪽으로 안내한다.
그들이 안내받은 곳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고, 서울의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행복한 식사 시간 되십시오.”
직원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러자 중정을 구성하고 있는 연못, 나무, 풀, 돌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더니, 길을 숨긴다.
“분위기가 너무 평화롭네.”
쩌적!
스노우의 한숨이 끝나기 무섭게 야경이 사라지고, 새하얗다 못해 코끝이 시릴 것 같은 꽝꽝 언 호수, 그리고 저 멀리로는 하얀 눈으로 뒤덮인 숲이 나타난다. 그러고는 화룡점정으로 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는 눈보라까지.
“이 정도는 되어야지.”
그제야 스노우가 만족스럽다는 듯 의자에 앉자, 플라워가 소심하게 중얼거린다.
“그러지 마.”
우우웅-
다시금 마력광이 발하자 꽁꽁 언 호수는 사라지고 파릇파릇한 잔디와 연핑크의 대리석이 깔린 정원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정원 가운데에는 네모반듯한 모양으로 잽싸게 바뀐 분수대가 자리했고, 그 너머 하늘에는 아름다운 붉은 노을이 깔리고 있었다.
“봐라. 봐라. 이거. 분위기 봐라.”
흑요가 못 마땅한 듯 눈을 흘겼지만, 플라워는 모르는 척 노을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았다.
모두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 테이블 위로 향긋한 꽃 향이 감도는 차가 담긴 찻잔과 몇 가지 애피타이저가 나타난다.
호륵.
호르르륵.
찻잔은 차가 비워지면 자동으로 채워져 직원을 따로 부를 필요가 없었기에 그들은 몇 잔이고 비워 댔다.
“개념이 없네.”
루비가 대뜸 말했다.
“숙녀랑 데이트 약속을 하고 더 늦게 온다고?”
아니다. 아직 약속 시각은 1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초월자가 되니 눈에 뵈는 게 없나 보네.”
“우리 플라워한테 연락 한 번 안 하다가 그거 지적하니 바로 꼽 주는 놈인데 뭐!”
“하! 진짜 어이없지 않아? 우리 플라워가 뭐가 부족해서 이런 취급이야?”
“이쁘지, 강하지, 성격도 좋지, 일도 잘하고, 돈도 많지!”
“가슴도 짱 크고 엉덩이도…….”
“그, 그만들 좀 해!”
얼굴이 새빨개진 플라워가 소리칠 때였다.
[예약 손님이 도착했습니다.]“들여보내.”
착 가라앉는 루비의 목소리에 플라워가 말했다.
“예의는 지켜야 해. 아무리 ‘다수결’에서 밀려서 함께 본다지만…… 너희 방금처럼 이야기하면 나 자리 깨고 나갈 거야!”
“야, 우리가 애니? 너무 걱정하지 마.”
“맞아. 잘 알아듣게 이야기를…….”
바스락.
중정에 있는 풀들을 헤치고, 재연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등장과 동시에 루비의 입에서 불이 뿜어진다. 어떤 상징이 아닌 물리적인 불꽃이다.
“오냐 잘 왔다! 뭘 하다가 이제야…….”
“아, 벌써 다 와 계셨군요. 나름대로 일찍 왔는데.”
재연이 성큼성큼 걸어온다.
“이제야, 이제야…….”
“어……?”
“아니, 무슨, 뭐지?”
“헤…….”
일단 기부터 죽여 놓겠다고 작당했던 F·D의 네 멈버는 분노를 토하는 대신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 앞에서 재연이 웃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재연이라고 합니다.”
“…….”
“…….”
“…….”
“…….”
우리는 왜 미남·미녀에게 매력을 느끼는가?
이성과 교제를 한다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목표를 가진 사람. 자신과 성향이 맞는 사람과 함께하는 게 좋다. 세상에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매력’을 느끼는 이들은 어떤 사람인가?
키가 큰 사람. 이목구비가 반듯한 사람. 몸매가 좋은 사람……
즉.
아름다운 사람이다.
관련된 교육을 받은 적도, 문화의 영향을 받은 적이 없는 아이들조차 아름다운 외모를 선호하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이는 아름다움을 쫓는 것이 이성과는 상관없는 본능(本能)의 영역이라는 뜻.
더 우월한 피를 받아들여 더 나은 후손을 쌓고자 하는, 말하자면 ‘유전자의 명령’이 적합한 대상을 ‘매력적인 존재’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 그, 안녕하세요. 사파이어라고 해요…….”
“루비라고 불러 줘!”
“흑요다. 만나서 반가워.”
“스노우입니다.”
멤버들이 차례대로 재연에게 인사했다. 재연은 플라워에게 선물 받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 어떤 명품보다 가치 있는 드래곤제 블랙수트에 인류제국 전속 이발사가 깔끔하게 정리한 머리 스타일은 그를 성공한 기업가로 보이게 했다.
생체력으로 초월한 극의지체는 2미터의 키가 전혀 거대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비율을 자랑한다.
재연이 자리에 앉는다.
F·D의 멤버들은.
그녀들은…… 재연을 박살 낼 생각이었다. 당연히 진짜 공격한다는 말은 아니고 말로, 눈치로, 몸짓과 행동으로 면박을 줄 예정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재연이 그들 앞에 서는 순간.
상황은 그들의 작전 계획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요번에 초월지경에 오르셨다고 들었어요. 정말 대단하세요.”
“초월급 몬스터와 싸우시는 걸 봤는데…….”
내 소중한 친구가 썸을 타는데 아무리 봐도 내 친구보다 부족해 보이는 썸남이 고가의 선물을 받고 모른 척하고, 전화도 먼저 안 하고, 그걸 서운해하는 티를 냈더니 오히려 면박을 주었다.
어찌 이걸 혼쭐 내지 않을 수 있는가?
그런데.
그렇게 만난 쓰레기 같은 썸남이 막상 만나 보니. 너무.
너무.
잘생겼다.
실제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녀들을 본능에 휘둘리게 한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하하하!”
“호호호!”
“하하! 대박 웃기다!”
모든 말에 대화를 이어 나갈 여지를 남기고 끊임없이 화제를 찾는다. 상대를 칭찬하고 슬쩍슬쩍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행 중 넷이 이렇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니 대화가 온화하게 흘러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순간, 그녀들의 본능이 소리치고 있다.
[저것]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플라워도 그랬지만.’
한편 재연은 생각했다.
‘F·D멤버들은 다들 성격이 좋네. 인터넷에서는 까탈스럽다고 하던데…….’
역시 인터넷 썰은 믿을 게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