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91
열일하는 과금 기사 190화
여기저기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내 앞에 플라워가 있다.
“오.”
순간 정말 그녀가 나타났다고 생각할 정도로 생생한 모습이지만, 기계로 뒤덮인 주변 상황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은 절대로 진짜 플라워일 수 없다.
[말도, 안 돼. 한 번에…… 사람을?] [저거, 설마 살아 있는 겁니까? 숨을 쉬고 있어요?] [아니 아이템 하나도 적용하기 힘든데 단번에 NPC라니…… ]시끌시끌한 스피커를 무시하고 손을 뻗어 본다.
턱.
플라워가 만져진다.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아이를 낳고 어느새 10년.
여전히 젊지만, 예전에 비하면 상당한 관록이 쌓인 얼굴이다. 눈가에는 조금씩 주름이 보이고 살도 조금 붙어서 날카롭던 이미지가 온화해졌다.
그저 나를 보며 웃을 뿐 말을 하지도,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는 플라워.
그러나 이 순간, 그녀는 분명히 살아서 숨 쉬고 있다.
‘이거, 어쩌면 가능하겠군.’
나는 그녀의 손을 놓은 후 말했다. 누구한테 하는 말이라기보다 내 이미지를 명확하게 한정하기 위한 말이다.
“성.”
[네? 아니 그보다 재연 씨 지금 대체 뭘 어떻게 한.]“기가스 랜드.”
[네?]의아해하는 사랑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오른발을 들었다.
쿵.
그리고 바닥을 내려찍자.
온 세상이 뒤집혔다.
두두두두!
바닥으로 보도블록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간다. 아스팔트가 깔리고 건물들이 대나무 자라듯 쑥쑥 자라났다.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내게는 새로울 것도 없는 광경이다.
내가 성을 업그레이드 할 때마다 보던 광경이 아닌가?
쿠구구구궁—-!
넓다고는 하나 반지름 100미터 정도에 불과하던 금속의 공간이 끝도 없이 넓어진다.
물론 진짜로 넓어지는 건 아니다. 짙은 마나가 내 감각을 그렇게 속이고 있는 것이지.
“이, 이게 무슨…….”
“세상에! 필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7만 점 이상의 오브젝트가……!”
“게다가 이 양식들…… 리벤지 아닙니까?”
“아니, 개발 팀이 지난 한 달 동안 집 한 채 겨우 만들었는데…….”
“이게 초월자의 힘……?”
연구원들이 혼란에 빠져들었다. 나는 내심 기가 막혀서 웃었다.
‘아니 뭐야, 무슨 리액션 담당인가?’
그렇다면 실망시키면 안 되지.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우웅!
부릉!
“으악! 이럴 수가!”
“도, 도시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버스가 움직이고 있어요!”
“아니, 초월자여도 이게 말이 됩니까? 이 많은 건축물을, 그 크기, 재질, 질감과 중량들을 단번에 구현하는 게 인간에게 가능할 리가…….”
연구원들의 내지르는 비명을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나는 기가스 랜드의 길드 타워 앞에 서 있다.
‘소환을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군.’
나는 차크라 요소 소환(召還)으로 아르데니아의 구성품들을 지구로 불러올 수 있다. 그것들을 완전히 현실에 꺼내는 건 아니고 잠시 들고 나왔다가 다시 되돌리는 쪽에 가깝다.
아이템을 현실에서 쓰다 부숴 먹으면 아르데니아에서도 부서져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
‘다만 지금의 경우는 조금 달라.’
내가 아르데니아에서 꺼낼 수 있는 것은 등급을 가진 ‘아이템’에 한정되어 있다. 지금 같은 식으로 ‘장소’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게다가 지금 내가 불러온 도시는 소환한 물건들과 달리 진짜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현실처럼 보여도 가상인 것이다.
다른 것은 또 있다.
‘아이템 설명이 안 떠.’
오른손이 빛난다. 전설급 행운 장비인 [행운의 찬란한 빛 장갑]을 꺼내 장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갑을 아무리 살펴도 아이템 창이 뜨지 않고 늘어난 스텟도 감지되지 않는다. 내가 구현할 수 있는 것이 겉모습뿐이라는 이야기다.
훅!
잡념에 빠지자 기가스 랜드가 사라진다. 강철의 성벽, 수백 수천 채의 건물, 아스팔트 도로와 그 위를 오가던 버스. 그리고 플라워까지.
모두 흔적도 없다.
“……재연 씨. 지금 뭘 어떻게 한 거예요?”
사랑의 질문에 대답한다.
“리벤지의 도시를 구현한 거죠.”
“아니, 평면 그림도 구현이 힘든데 도시를 한 번에요?”
어이없어하는 사랑의 반응이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한 권의 책을 달달 외워도 ‘237페이지 5번째 줄 8번째 글자는?’하고 묻는다면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그림 하나를 지겹도록 보아도 배경에 있는 인물의 치마 색을 기억 못 하는 건 흔하디흔한 일.
물론 그 기준은 어디까지나 일반인. [초인]의 영역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아무리 그래도 도시 전체를 머릿속으로 그린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영역이다.
‘사실…… 나도 못하지 그런 건.’
내가 현실에서 카심을 소환할 수 있다고 그게 눈을 감고 카심을 그려 낼 수 있다는 말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그저 아르데니아의 ‘정보’를 복사해 꺼내 오는 것에 불과하다.
“흠. 저는 생체력 초월자이지만…… 동시에 차크라 초월자이기도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차크라 수련자라고 하셨었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랑과 달리 연구원들은 헛웃음을 흘린다.
“더블…… 그랜드 마스터?”
“아니, 아직 30살도 안 된 사람이 초월자인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심지어 더블이라고?”
“진짜 신족 아냐? 위대하고 위대하신 게임 마스터님의 숨겨진 자식이라는 음모론이 있던데…….”
“아니, 소설로 있어도 개연성 똥망이라고 욕할 텐데 이게 현실?”
당혹스러워하는 연구원들을 보며 생각한다.
‘뭐, 결국 언젠가는 깔 일이긴 했지. 용병 일도 해야 하는 상황에 언제까지 소환을 봉인할 수는 없는 일이니.’
나는 스스로를 차크라 초월자라 말하기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마력만 하늘을 찌르는 6클래스 마법사처럼 내 차크라 기예가 능력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하나. 내게는 천문(天門).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를 요소가 있다.
“……재연 씨. 실례가 안 된다면 대체 어떤 요소일지 알 수 있을까요? 소환? 구현?”
사랑의 물음에 대답한다.
“아뇨. 사랑 씨에게 좀 더 익숙한 요소일 겁니다.”
“저한테요?”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대답한다.
“아르데니아.”
“…….”
그렇다. 몬스터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마음껏 쓰지는 못했지만…… 아르데니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열려 있었다.
내면에 소우주가 열리는 정도를 넘어 아예 세상 하나가 굴러가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나는 짝짝 손뼉을 쳐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자자! 저 3시간 뒤면 다음 일정 가야 합니다! 바쁜 몸이니 멍 때리지 말고, 해야 할 걸 말씀해 주세요!”
“앗! 그, 그럼 소모품을 구현해 주실 수 있나요? 그리고 마셔 주시기도!”
“장비들도 가능한가요? 예시용 장비 리스트를 띄워 드리겠습니다!”
“사람! 아까처럼 다시 사람을…….”
약간은 소란스럽게 작업을 시작한다.
나는 약속했던 시간 동안 그들이 바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오브젝트를 구현했으며, 그들이 짜 놓은 일정보다 훨씬 더 빠르게 업무를 진척시켰고, 그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일을 잘했다.
그럼에도 내가 업무를 끝내자 모두가 난리를 친다.
“악! 10분! 아니, 30분만 더!”
“재연 님! 연구비 제가 어떻게든 해 볼 테니…….”
“자자. 다음에 또 올 테니 여기까지.”
안타까워하는 연구원들을 헤치고 나오자 사랑이 혀를 찬다.
“뭔가 능숙하시네요.”
“무수한 악수의 요청이 한두 번도 아니고 뭐.”
어깨를 으쓱이는 내게 인형같이 예쁜 소녀, 엘리스가 다가온다.
“초월자.”
“한재연입니다.”
“그래. 인간 초월자. 혹시 언제 나도 도와줄 수 있을까?”
소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페이만 맞는다면.”
“그래. 돈이라면 얼마든지.”
그 말을 끝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녀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후 물었다.
“누굽니까? 엄청 강해 보이던데.”
“리전이에요.”
“아하.”
나는 그제야 네메시스 소프트가 다른 기업들이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드높은 기술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계 영혼 리전의 과학 기술은 우주에도 몇 없는 제4문명.
그들과 기술 교류를 할 수 있다면 우주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34지구에서도 충분히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
“그럼 다음 주에 뵙죠.”
“그렇게 나중예요?”
“일이 많아서요. 매주 월요일마다 오도록 하죠.”
“에휴…… 네. 오늘 한 것만 해도 엄청나긴 했으니까요.”
“자, 그럼.”
나는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사랑을 두고 다음 스케줄로 이동했다.
[강해지고 싶니? 하이 파워!] [몰아치는 천둥! 썬더 유니콘!]광고를 찍는다.
‘와. 둘 다 메이저인데 바로 이런 걸 따오네…… 이게 초월자 매니저의 힘인가?’
화요일에 일성 제약의 영약 광고를, 수요일에는 환웅 컴퍼니의 수급 기가스 광고를 찍었다.
저녁에는 소설 필사를 했는데, 그 장소는 지금까지의 원룸이 아니다.
팟!
공간을 넘어 하늘을 찌를 듯 거대한 빌딩의 정면에 도착한다.
빌딩에는 이런 글자가 쓰여 있다.
[드래곤 스타 엔터테인먼트]“고작 한 팀의 소속 가수로 이 정도 규모라니.”
피식 웃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로비에는 중갑주를 걸치고 있는 3미터자리 거인이 서 있다.
그들은 용의 이빨에 특수한 술식을 투자해 만들어진 진짜배기 용아병(龍牙兵).
나는 그들의 환대에 고개를 끄덕인 후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띵!
84층에 도착한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바로 거실로 연결된다.
‘호화롭군.’
이곳이 내 새로운 숙소다. 84층 한 층도 아니고 84층부터 87까지 무려 4개 층이 내 숙소로 할애되어 있는 것!
“이 모든 게 무료에 분배 비율 10:0이라니…… 나중에 장기라도 떼 가는 건 아니겠지?”
헛웃음 지으며 벽에 손을 올린다.
“환복.”
내 말에 벽에 마법진이 주르륵 떠오른다.
풀 스펠 하우징.
빌딩 전체에 주문이 꽉 찬 데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까지 하기에 언제 어느 위치에서든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팟!
삽시간에 양복이 사라지고 편안한 활동복으로 갈아입혀진다. 그뿐이 아니다.
[꺄르르~] [저항하지 마세요~]물의 정령과 바람의 정령이 나타나 내 몸을 씻기고 지나간다. 나는 삽시간에 뽀송뽀송해진 몸으로 커다란 접속기에 들어갔다.
[계정을 확인 중입니다.] [신체 데이터를 습득 중입니다.] [영능 데이터을 습득 중입니다.] [작업용 소프트웨어. 텍스트 월드를 실행합니다.]의식이 한순간 확 가라앉는가 싶더니 어느새 탁 트인 숲속으로 이동해 있다. 예전 애용했던 시뮬레이션 소프트. [차크라 개방과 수련]가 그러했듯 가상의 세계라는 게 분명히 느껴지는 세상이지만 상관없다.
완전한 가상현실은 게임을 할 때나 중요하지 학습이나 작업에는 그리 필수적이지 않다.
“원고 왼쪽에 띄워 주고 사이트는 오른쪽.”
나는 가볍게 말로 지시한 후 허공에 떠오른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필사.
가상 세계로 들어와 물리적인 형태로 타이핑을 친다는 게 웃기지만…… [의식]으로 텍스트를 쓰는 건 여전히 오류가 많다. 잡념이 텍스트 사이사이에 끼기도 하고 속도 자체도 별로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두두두두!
타자 소리를 배경 삼아 원고를 쏟아 내고 그것들을 연재 게시판에 올렸다.
⤷튀긴감자 : 노잼소설 요새 연재 속도 왜이럼? 미친 거 아님?
⤷정판마니아 : 아니 매일연재라는 게…… 매일 1권씩 연재하는 거였나요. 원래?
⤷신작사냥꾼 : 와 요새 신인들 연재속도 장난없네……
나는 연재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그 ‘조절’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 10년간 쌓인 분량이 얼마나 많던가?
심지어 아르데니아의 문학은 그야말로 폭발하듯 성장하고 있다. 예전 공모전에 올라왔던 작품들은 물론이고 신인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엄선된 작품들이 수천 종 이상 쌓인 상황인 것이다.
당연하지만 평균 구매 수는 그리 높지 않다.
연재도 시간을 두고 이루어져야지 단번에 수백 편이 올라오는데 선뜻 손을 댈 수가 없다. 하물며 이름도 모를 신인작가들이 아닌가?
그러나 이미 충분한 인지도를 얻은 작가들은 다르다.
⤷튀긴감자 : 와 요새 너무 좋다 황제기사 매일 1권 연재 ㅋㅋㅋㅋㅋㅋ
⤷뀨뀨2020 : 아니 미쳤냐고 요새 신작들 연재 속도 보고 자극받은 건가?
⤷검사 : 아니, 봐도 봐도 소설이 안 끝납니다! 제가 읽는 속도보다 연재 속도가 빠른 거 같아요!
⤷튀긴감자 : 난 더 빨라도 좋다. 매일 2권 연재 ㄱㄱ
⤷검사 : 미친놈아ㅋㅋ
4부에 들어선 황제기사는 여전히 반응이 좋았다. 편수가 어마어마함에도 퀄리티가 별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이렇게 수천 편 단위로 찍어 내는 소설은 자기 복제에 늘여 쓰기가 기본이지만 황제기사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 가며 쓴 글이었기에 그런 것도 없다.
⤷별바다 : 게이트 이후(以後) 보셨어요? 진짜 찐명작 ㅠㅠ
⤷버둥버둥 :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사는 법 말이죠? 와 게이트 드리프트로 개똥망일 줄 알았는데 너무 잘 풀어 내시는 거 같아요.
⤷별바다 : 사이클롭스 사무라이가 이렇게 멋질 줄 누가 알았냐구 ㅠㅠ 드레이크 안 골랐다고 욕해서 미안해 ㅠㅠ
⤷버둥버둥 : 지혜로운 상남자 젠타경 ㅠㅠ
새순이 돋을 때도 순항 중이다. 여전히 댓글창은 시끄럽지만 예전처럼 매일 불타는 수준은 아닌 상황.
다만 짐작하던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한다.
⤷버둥버둥 : 그런데 이 세계관 그거 맞죠? 리벤지?
⤷별바다 : 설마 표절인 걸까요? 너무 똑같은데…….
⤷뀨뀨2020 : 공지 사항 봐봐. 네메시스랑 저작권 협의했다고 나온다!
다행히 미리 네메시스 측과 정리한 문제. 다만 예상과 다른 식으로 이야기가 나온다.
⤷버둥버둥 : 아 진짜요? 다행이다…… 그런데 왜 굳이 이런 양판 배경을 활용하죠? 차라리 새로 짜는 게 낫지 않음?
⤷무적김초코 : 맞아요. 이건 설정을 가져다 써서 오히려 새순이 돋을 때 수준이 떨어지는 거 같은데…….
⤷뀨뀨2020 : 아니 리벤지 배경이 뭐 어때서!?
가져다 써도 왜 하필 리벤지냐는 것이다.
심지어 리벤지의 세계관을 차용한 작품은 그 한 작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