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74
열일하는 과금 기사 273화
온갖 연명 장치와 주문으로 둘둘 둘러싸인.
머리통 하나가 거기에 떠 있었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려나.’
목이 잘린 정도를 넘어 목 아래가 전부 날아간 상황. 34지구의 발전된 기술과 신화급 사제로서의 능력을 가진 하모니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절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초월자도 아닌 데다 경지에 비해 육체 능력이 떨어지는 그녀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잠시만요.”
웅-!
하모니가 두 눈을 감고 신성력을 일으키자 치유의 기운이 소향의 머리를 휘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승무원들을 지휘하고 있던 천현일 청장이 다가온다.
“덕분에 살았군. 전함의 의료 기기로도 치유하기 힘든 부상자들이 많았는데.”
그의 묘한 표정으로 신성력을 발휘하고 있는 하모니를 바라본다.
“그나저나…… 저 스마트 펫 뭐지? 초월자 같기는 한데. 원격 접속인가? 아니면 빙의?”
이해 안 가는 무언가를 보는 표정에 적당히 답해 준다.
“빙의입니다. 사정이 좀 있어서.”
“도와주는 거니 그냥 넘어가겠지만…… 이 정도의 인원을 끼워 올 거라면 가진 능력에 대해서도 대략적이나마 언급해 줘. 육체가 없어 반쪽짜리 느낌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초월자급 힐러를 데리고 아무 말도 안 해 주다니.”
어이없어하는 현일에게 멋쩍게 웃어 주고 있는 사이, 강력한 신성력이 휘몰아치더니 반으로 잘려 있던 초코의 몸이 하나로 합쳐진다.
하모니 혼자의 힘은 아니고 그녀와 케르베로스에 탑승해 있던 치유사들이 힘을 합친 결과였다.
“흐…… 냐…….”
잠시 혼절 상태이던 초코가 눈을 뜬다. 목숨에 지장은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꽤 장시간 요양을 해야 할 상태로 보인다.
“아, 그, 너. 하모니.”
“……절 어떻게 아시죠?”
하모니의 분위기가 엄중해진다. 자기소개를 한 적이 없는데 초월자가 자신을 알아보니 자연스러운 반응.
그런데 초코가 말했다.
“나, 봐도봐도귀엽냥…….”
‘뜬금없이 뭔 미친 소리를?’
황당해하는 나와 달리 하모니의 얼굴은 활짝 피었다.
“어머나! 후원자분이셨군요! 봐도봐도귀엽냥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덕분에 아크엔젤 마이크 너무 잘 쓰고 있어요!”
“…….”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초짜 스트리머에게 억대 후원을 하는 부자가 대체 누군가 했더니 초코 저 양반이었구먼!
그런데 그때였다.
턱.
초코의 앞다리가 느닷없이 하모니의 가슴을 더듬었다.
“……!?”
하모니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든 말든 초코는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오…… 정말 스마트 펫이네…… 젖꼭지가 없어…… 영혼이 느껴져 틀림없이 프라야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
스마트 펫은 전신이 디스플레이고 하모니의 전신인 체다의 빵빵한 뱃살은 특히나 자주 터치되는 지점이니 터치에 방해가 되는 젖꼭지가 있을 리 없다. 디테일에 목숨 거는 동물 애호가가 아니고서야 그렇게 쓸데없는 부위를 만들 리는 없겠지.
문제는 하모니의 몸이 기계라고 정신까지 그렇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게 뭔 짓이야!”
빡!
분노의 냥냥펀치가 초코의 머리를 후려친다!
“켁!?”
가뜩이나 상태가 안 좋던 초코가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아이고, 어르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쯧. 재활용은 불가능한가…….”
한쪽 팔이 잘려 나간 하인델이 산산조각 나 버린 초월급 언데드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자신의 몸이 상한 것보다 파괴된 언데드가 더 안타까운 모양.
‘하긴 초월급 언데드가 그리 쉽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니.’
“초즌…….”
럭키 스트라이크는 침울한 표정으로 엘프 남성의 시체를 쓰다듬고 있다. 자세히 보니 외모가 꽤 닮아 있다.
‘혈육이었던 건가.’
이번 전투로 34지구가 받은 피해는 엄청나다. 34지구에도 흔치 않은 성급 기가스가 2기가 완파(完破)파괴되었고 신급 기가스마저 반파(半破)된 상황. 34지구에도 하나뿐인 기가스 마스터가 불구 그 이상의 상태가 되었고 초월자가 죽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누구도 우리들에게 책임을 물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승(大勝)이니까.’
우주 평화군이 우주를 종횡할 정도로 엄청난 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감히 누구도 그들이 황제 클래스의 존재를 상대로 승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넘버링 초월병기 케르베로스와 신급 기가스 하데스가 있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고작 병기의 우위 정도로 황제 클래스를 상대할 수 있다면, 이 대우주 시대에 그들이 [황제]라 불릴 일은 없었겠지.
심지어 황제 클래스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라면?
사실 이번 승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는 종류의 것이고, 그런 일이 가능했던 원인은 누가 봐도 뻔하다.
“으아…… 죽겠다 정말…….”
크루제를 업고 있는 랜슬롯이 영자막을 통과해 함교로 들어온다. 녹스와의 전투로 많은 타격을 입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멀쩡한 상태인 영민이 그들을 반긴다.
“수고하셨습니다.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아, 열 받아 내 존재불확실…… 아니 현실에 버그픽스가 어디 있어?”
“버그픽스요?”
“역시 다들 잊었네. 하기야 그렇겠지…….”
투덜거리는 크루제를 보며 영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하…… 진짜 운명은 알 수 없네요. 그냥 우연히 만나서. 그것도 충동적으로 임무에 초대했던 것뿐이었는데 말이죠. 만약 두 분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맞는 말이다. 저 둘이 없었다면, 특히나 랜슬롯이 없었다면…… 아무리 선구자의 가면이 많아도 이번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가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황제 클래스 두 명은커녕 우주천마 한 명 선에서 컷되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랜슬롯이 고개를 흔든다.
“글쎄. 어쩌면 적당히 이겨 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하며 나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그는 내가 우주천마를 일대일로 잡은 것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운이 좋았던 건데 말이지.’
최악의 순간에 터진 영웅의 기상이 아니었다면 그냥 부활만 계속하다 짓눌려 죽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느닷없이 업적을 달성하셨던데. 뭔가 깨달음이 있었나요?”
“아,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보상을 좀 받았어.”
“보상이라니. 누가 업적을 보상으로 준단 말입니까?”
“비밀.”
녀석이 어깨를 으쓱이고 있을 때였다.
“전장이 정리되었습니다!”
승무원의 보고에 현일이 묻는다.
“케르베로스의 상태는?”
“30분 내로 긴급 수리가 완료됩니다. 긴급 수리가 완료되면 분리하여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케르베로스는 강력한 초월병기지만 항상 그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합체가 일방적으로 좋기만 하다면 평소에 왜 세 대로 나눠 다니겠는가? 흩어지는 것도 아닌데.
케르베로스는 강력한 만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상태다.
“……분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즉시 귀환을 시작한다! 수리 완료 후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 아스트랄 드라이브를 작동한다! 비축되어 있던 큐브의 봉인을 풀어!”
“네!”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승무원들.
크루제는 그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말했다.
“테라급 전함을 만들어 볼까.”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필살기를 뺏긴 건 짜증나지만 메모리가 거의 무한이 된 건, 확실히 좋거든. 진짜 가능할 거 같은데…… 야. 진짜 해 볼까?”
눈을 반짝이는 크루제의 말에 랜슬롯이 고개를 흔든다.
“오버하지는 말고 한동안은 수습하는 시간을 가져. 그리고 야라니. 아까는 찡찡대면서 오빠오빠 해 놓고.”
“뭐, 뭐!? 아니거든!? 뭔 소리를 들은 거야!?”
버럭하는 크루제와 부드럽게 웃는 랜슬롯.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느닷없이 내 쪽으로 화살이 돌아온다.
“그러고 보니, 너.”
“음?”
느닷없이 말을 거는 크루제의 모습에 의문을 표하자 그녀가 말했다.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 말을.
“다 같이 싸웠는데 왜 님이 아이템 다 먹음?”
“…….”
잔혹할 정도로 맞는 말이었다.
‘봤네.’
하기야 우주천마는 몰라도 녹스의 경우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막타를 치고 아이템을 먹었다. 전장에 초월자가 몇인데 그걸 못 봤겠는가?
“나중에 분배할 생각이었습니다.”
“……진짜지?”
의심스럽다는 표정에 쓰게 웃는다. 그래, 분명히 줄 거다.
……히페리온은 안 줄 거지만.
* * *
34지구로 돌아왔다.
부상자들은 즉시 강철계에 있는 최고 수준의 치료시설로 이송되고 비교적 멀쩡한 이들도 검진을 받았다.
나는 정신적인 타격을 받았다는 진단을 받고 정신계 궁극 주문을 몇 번이고 맞아야 했다.
“흠. 머리가 좀 맑아진 것 같기도 하고.”
요번 전투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에게는 막대한 보상과 포상이 주어졌다. 그 보상이 얼마나 엄청났는지는 단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다.
-럭키 스트라이크의 부채가 탕감되었다.
지금까지 열심히 벌어 온 돈과 요번에 죽게 된 부관에 대한 보상금이 더해져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일이다.
‘초월 노예도 이제 옛말이 되었군.’
나는 호화스러운 병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사랑이 녀석은 괜찮을까…….”
머리통만 남은 소향의 부상도 심하지만 사랑이 입은 부상도 결코 그에 못지않다. 두개골을 포함한 전신의 모든 뼈가 박살 나고 근육과 살점이 터져 나간, 살아 있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참혹했던 몰골.
외부의 충격을 [진동]으로 바꿔 전신으로 흩어 내는 경천칠색의 방어 능력이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타격을 받았을 때 벌어지는 참상이었다.
“생체력 수련자라고 해 봐야 회복력은 500포인트를 간신히 넘길 정도였지…… 쯧. 그렇게 연약해야 이 험한 세상 어찌 살아갈지.”
두개골이 깨지고 뇌가 검에 찔려도 결국 회복하는 나와는 경우가 다르다. 내가 요번 임무에 하모니를 데려가지 않았다면 도저히 살릴 수 없었을 정도다.
‘사랑이 죽기라도 한다면…….’
솔직히 아찔한 일이다.
사랑이 죽는 것 자체도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대로 그녀가 죽기라도 한다면 리벤지의 상승세가 끝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녀만 한 게임 회사 CEO가 세상에 더 존재할 거라고 믿기 어렵다.
나를 위해서라도 그녀는 살아 줘야만 한다.
“속물이 따로 없군.”
쓰게 웃고는 고개를 돌린다.
“뉴스.”
“어, 뉴스, 뉴스를…… 어떻게 켜죠. 폐하?”
하양이, 아니 하양이에 깃든 에드워드가 허겁지겁 다가와 옆구리를 내민다. 나는 혀를 찼다.
“아직도 못하겠어?”
“몸 자체에는 금방 익숙해졌지만 기능들은 아직 좀…… 그래도 인터넷 서핑은 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못하면 300만 원짜리 강아지로 옮길 거야.”
기껏 구매한 초고가 군용 스마트 펫의 기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에드워드 녀석이 초월자의 경지에 올라섰고, 현실에서도 그중 일부를 쓸 수 있다 하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발 강아지만은…… 앗! 됐습니다!”
팟!
에드워드의 옆구리로 화면이 떠오른다.
[……치료 중입니다. 다만 그녀가 앞으로도 사자여왕으로 자리할 수 있을지는…….]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이 몬스터라는 존재들은 세계의 이치를 무시하고 있어요. 황제 클래스라니! 어지간한 문명은 멸망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입니다!] [이번 전투에서 어마어마한 활약을 보인 황제 한재연 님은…….] [어쩌면 가장 어린 황제 클래스가 될지도 모르는…….]짐작한 대로 난리가 나 있다. 온 우주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평화롭던 34지구지만 아무리 그래도 황제급 몬스터는 선을 넘었다.
굳이 황제급 몬스터가 아니라도 밀집된 몬스터 군단의 위험성은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르다.
몬스터들이 우주 문명에 들어선 세력들조차 사활을 걸고 싸워야 하는, [전쟁]의 대상이 된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어?”
그런데 뉴스에서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보인다.
‘오룡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룡이가 아니다. 그녀들의 본체, 용황 칸.
그녀가 카메라를 보고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말한다.
[모든 용족은 즉시 드래고니안으로 귀환하라.]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은 노블레스가 대대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