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9
열일하는 과금 기사 38화
그곳에, 소드 마스터가 있었다.
나의…… 적으로서.
“누구냐!”
“오크! 오크다!”
“늑대왕!”
뒤늦게 영주성에서 뛰쳐나온 스틸스톤과 헌드레드. 그리고 몰려 온 병사들이 무장을 들어 올리며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흠. 네까짓 것들이 날 어쩔 수 있을 리 없지만.”
그리고 그 모습에 칸 슬래셔가 싱긋 웃는다.
“그래도 포위당해서 좋을 건 없겠지?”
“……안 돼!”
기겁해 소리를 질렀지만 그걸로 녀석의 검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핑.
가벼운 바람 소리. 허공에 하나의 선이 그어지고.
쩍!
“……어? 가슴팍에 선이.”
“수, 숨이…… 숨이…… 끄르륵…….”
다가서던 방패병들이 방패째로 썰려 나간다. 철판을 덧댄 두꺼운 가죽방패는 상당한 방어력을 지닌 물건이었지만, 검기를 상대로는 의미 없는 일이다.
뚜득.
온몸의 근육이 뒤틀린다. 왼발은 단단히 땅을 디디고 뼈 장검을 든 팔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당겼다.
그리고 투척.
쩌…… 엉!
굉음이 들린다.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던 칸 슬래셔가 5미터쯤 밀려나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검을 든 녀석의 표정에 황당함이 가득하다.
“이게…… 뭐야? 지금 던진 거야? 칼을?”
우르르!
그 즈음 상하체가 분리된 방패병들이 무너져 내린다. 일 검에 서른이 넘는 정예병이 죽었다.
뿌득!
근육을 쥐어짠다. 왜냐하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못 접근하면…… 죽는다!’
검기를 다루는 소드 마스터는 근접전의 스페셜 리스트. 살아 움직이는 살육 병기다.
지구에서야 ‘어차피 기가스 타면 별 쓸모도 없는 검기.’라며 무시당하지만 서로가 무기만 하나 달랑 가지고 있다 가정했을 때, 무공 수련자는 모든 이능력자들을 통틀어 최상위급 전투 능력을 갖는다.
쩌정!
나를 향해 몸을 날렸던 칸 슬래셔가 뼈 장검을 쳐 내며 뒤로 밀려난다.
녀석은 검기와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뼈 장검을 쳐낼 수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거기에 담긴 무지막지한 물리력을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었다.
‘좋아! 피하지 못한다!’
내가 던지는 뼈 장검의 속도는 단순 투척이라고 치부하기엔 과할 정도로 빠르다.
물론 소드 마스터쯤 되면 총알도 피하는 괴물이지만, 그건 총알이 점(點)의 공격이라 가능한 일이지 뼈 장검처럼 넓은 범위를 그어 버리면 회피가 불가능하다.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도 몸 전체가 음속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접근하지 마라! 거리를 벌리고 원거리 공격만 시도해!”
그렇게 소리치고 포션을 한 병 마셨다.
“로그아웃.”
지구로 돌아온다. 나는 입에 가득 머금고 있는 포션을 천천히 마시며 팔을 주무른다.
이번에는 왼팔이다. 뿐만 아니라 등근육도 실핏줄이 죄다 터지고 근섬유가 끊어진 듯 아프다. 근육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가만히 있어도 경련을 일으킬 정도다.
“아, 소드 마스터. 소드 마스터 어떻게 하지…….”
전력을 다한 투척으로 조금의 이득을 보긴 했지만 아직까지 칸 슬래셔에게 입힌 피해는 전무(全無)하다.
반면에 공격을 한 나는 몸 상태가 엉망이 되었으니 로그아웃 능력이 없었다면 장난감처럼 놀아나다 죽음을 맞이했겠지.
“힐!”
클래스를 바꿔 치료 마법을 쓰고 잠시 침대에 누워 쉬었다. 다행히 송편 버프의 힘이 남아 있어 서서히 몸이 치유되는 게 느껴졌다.
“아, 희귀급 송편을 먹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먹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아르데니아에서 칸 슬래셔와 나와의 간격은 고작 50m.
날 죽이려 드는 소드 마스터가 지척에 있는데 송편 17개를 먹는다?
죽겠다는 말이다.
딸깍. 딸깍.
나는 체력을 회복할 겸, 양팔과 등 쪽 근육을 회복시킬 겸 휴식을 취하며 송편을 주웠다.
시커멓던 팔이 푸르딩딩해졌을 때 즈음 어떤 캐릭터가 내 곁으로 다가온다.
토끼공듀 : 저기요! 저기요!
킬리언스쓰리 : 네?
토끼공듀 : 송편은 왜 줍고 계신 거예요? 24시간 게임 돌려도 어차피 먹을 수 있는 송편은 6접시가 한계잖아요.
당연한 의문이었다.
그나마 리벤지가 죄다 자동 사냥을 돌리는 게임이라 아무도 관심을 안 가졌던 것이지 사람이 직접 플레이하는 게임이었으면 지나가는 사람마다 와서 질문했을 것이다.
몇 시간 동안 쓰지도 못할 소모품을 줍고 있으니 누가 봐도 이상하다.
“흠. 걍 씹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지…… 신고를 할 수도 있고 거슬린다고 죽여 버릴지도 모르니.”
때문에 나는 침착하게 채팅을 쳤다. 이럴 때는 논리적인 답변보다 차라리 개소리를 해야 한다.
킬리언스쓰리 : 쓰레기를 치우고 있습니다.
토끼공듀 : ?
킬리언스쓰리 : 환경 보호. 그것이 내 운명이니까……
토끼공듀 : ……뭐야 이건. 뭔 컨셉이야?
다행히 녀석은 흥미를 잃고 떠나갔다.
그리고.
“로그인.”
쩌엉!
“아니…… 이게 말이 되나? 어떻게 이딴 속도로 검을 던지지?”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려던 칸 슬래셔가 다시 주르륵 밀려난다.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던 그는 이내 피식 웃었다.
“나름의 장기인 모양인데…….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한 번 볼까?”
그러곤 자세를 낮춘 그에게서 강렬한 기세가 뿜어진다.
고오오……
걸친 거라고는 가죽 바지 한 장. 들고 있는 거라곤 한 자루의 태도(太刀)가 전부.
그러나 그가 진심이 되자…… 나는 물론이고 몰려든 수백의 정예병들이 압도되어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
그는 검의(劍意)를 완성한 자.
소드 마스터.
‘이런 제길.’
나는 깨달았다. 생에 그 어떤 때보다 강렬한 예지가 머리통을 찌르는 게 느껴진다.
‘이번엔 빗나간다.’
아직 던지지 않았음에도 알 수 있다.
이번 투척은 빗나갈 것이다.
뼈 장검을 피한 녀석은 벼락처럼 다가와 나를 자신의 [간격] 안으로 집어넣을 것이다.
그리고.
‘죽는다.’
대화를 해야 한다.
“잠깐, 무슨 목적으로 100km나 떨어진.”
그러나 칸 슬래셔가 땅을 박찬다.
“죽엇!”
난 뼈 장검을 던졌다.
“이런 씨발!”
쩌엉!
굉음과 함께 칸 슬래셔의 몸이 주르륵 뒤로 밀려난다.
그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져 있다.
“비겁한 놈! 감히 내 친구를 노려!?”
“크르르!”
살기를 뿜어 대는 두 짐승을 보며 식은땀을 흘린다.
‘다행이다.’
만일 칸 슬래셔가 늑대왕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으면 잘못된 선택의 대가로 난 목을 내놔야 했을 것이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뼈 장검을 꺼내 투척 자세를 취한다.
“로그아웃.”
지구로 돌아와 머리를 쥐어뜯는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짐작하고 있던 대로 전투력의 차이가 막대하다. 일격에 성문을 때려 부수는 투척 공격을 세 번이나 맞고도 조금의 타격도 입지 않았다.
“지구에서 수련이라도 하고 가야 하나?”
그러나 어림없는 소리다. 지구에서 수련을 해서 강해질 수 있었으면 과거의 내가 왜 방황하며 살았겠는가?
전투력은 과금을 해서 올려야지 지구에서 백 년, 천 년 수련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기교야 늘겠지만 근본적인 역량이 성장하지 않으니 다 소용없는 이야기다.
“아니! 왜 100킬로미터나 올라와서 지랄이야!”
이를 갈며 송편을 줍는다. 그러다 캐릭터를 변경해 자동 사냥을 시키고 접속기에 들어갔다.
“어떻게 하면 소드 마스터를 이기죠?”
“뭔 소리야. 네가 소드 마스터를 어떻게 이겨?”
소향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지금 이 상태에서 오우거 정도의 근력을 가지고 있다면요?”
“바로 그 오우거가 덤벼도 어림없는데? 절정 고수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구국절절 옳은 소리다. 그래서 나도 한동안은 내 영지 근처에도 갈 생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싸워야 한다면?”
차분한 반문에 이제야 진지한 질문이라는 것을 파악한 소향이 말한다.
“그래도 싸워야 한다면…… 기가스에 타야지.”
“아 좀! 기가스가 있으면 질문을 했겠어요?”
“나 참 조건 까다롭구먼. 그렇다면…….”
잠시 고민하던 소향이 말한다.
“최소한, 검기를 버틸 무기와 검기의 충격력을 막아 낼 영능이 있어야 한다.”
접속기에서 나온다. PC 앞에 앉아 거래소를 뒤진다.
“하.”
그리고 신음했다.
“뭔 스킬 하나가…….”
검색한 스킬은 이것이다.
검기 발현(영웅).
“15,000다이아…….”
150만 원이다. 정예병을 100명도 더 만들 수 있는 돈. 게다가 지금까지의 전투에서는 어차피 검기 발현은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칼 맞으면 다 죽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서, 또 검기 특유의 충격력을 막아 내기 위해서라도 검기가 필요했다.
“아, 뭔가 시세 장난 같은 거 아냐? 내가 급해서 산다. 급해서.”
투덜거리며 구입 버튼을 누른다.
“제길…….”
결국 16,000다이아에 스킬을 구매하고 이번에는 장비를 선택한다.
발할라(영웅)
무기 데미지 +33
명중 +11
모든 스텟 +2
스킬 데미지 증폭 +10%
재질 : 아다만티움 (손상 방지)
썩 효율이 좋은 무기는 아니다. 무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현실 구현의 문제다.
‘명중이 달려 있다.’
명중, 회피, 치명타, 패링 등등의 옵션들은 아르데니아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
왜냐하면 현실에서의 전투는 확률에 의해 굴러 가지 않기 때문이다. 내 공격이 적의 몸에 닿으면 명중이고 목이나 머리를 치면 치명타. 공격을 쳐 내면 패링이니 확률 스텟은 없는 거나 다름없는 상황.
내가 장비를 구매할 때 그런 옵션이 달린 장비들을 철저하게 피해 왔던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다. 아다만티움 재질 검 중에 영웅 이하는 이거밖에 없어.’
장비에는 [재질]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나무, 청동, 철, 은, 금, 미스릴 등등…….
같은 등급이라도 재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수리 비용, 특성이 각양각색 심지어 성능에서도 차이가 난다.
그중에 아다만티움은 손상 저항 특성을 가진다.
“게임에서는 그저 골렘이나 바위 정령 등에 가진 [무기 파괴]에 저항하는 능력이지만 아르데니아에서는 아다만티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겠지.”
아다만티움은 기가스 제작에도 많이 쓰이는 레어 메탈로 검기로도 베어 낼 수 없다.
기가스가 영자력 실드를 꺼도 소드 마스터의 공격을 우습게 버텨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격은 역시나 비쌌다.
“120만 원…… 와, 추석 상여금 받아서 천만다행이네.”
구매한 후 강화 주문서로 +6강으로 만들었다. 6강까지는 실패가 없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 7강부터가 문제지.
“후.”
의자에 앉아 호흡을 고른다. 로그아웃 직전의 전투 상황을 되새기다 온몸의 신경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말한다.
“로그인.”
아르데니아로 들어간다.
그리고 던진다. 이번에도 목표물은 늑대왕이었다.
쩌엉!
“너! 이 새끼!”
칸 슬래셔가 분노의 고함을 내질렀지만 듣지도 않는다.
검을 내던진 직후 인벤토리에서 두 개의 아이템을 꺼내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기 발현(영웅) 스킬을 획득했습니다!]나는 발할라(영웅)+6을 들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하고 있던 만큼 그 모든 과정이 신속하다.
내가 검을 던지고, 스킬을 습득하고, 아다만티움 검을 들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0.5초.
그러나 그 시간은.
섬뜩.
죽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씁!”
신음하며 허리를 튕긴다.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상체가 뒤로 젖혀진다.
그 덕에 내 목을 자르고 지나갔어야 할 검기는.
내 목을 자르고 지나갔다.
반만.
촤아악!
피가 터져 나온다. 나는 넘어지는 와중에도 왼발로 땅을 단단히 디뎠다.
그리고 오른발을 걷어찼다.
쾅!
“뭣!?”
아무리 그래도 이 공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듯 복부를 얻어맞은 칸 슬래셔가 하늘로 날아간다.
안타까움에 절로 눈이 찡그려진다.
‘제길 낭심을 차려고 했는데 그 상황에도 피하네!’
쿵!
넘어진다. 사방에서 병사들이 뛰어온다.
나는 목 근육을 조정해 혈관을 압박. 지혈을 시도하며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마셨다.
멀리 날아갔던 칸 슬래셔가 무지막지한 기세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영주님을 지켜라!”
“방패를 들고 덮쳐!”
“활을 쏴라!”
병사들이 칸 슬래셔의 앞을 막아선다. 나는 입을 열어 소리치려 했지만.
“컥! 그웨엑!”
피만 토한다.
촤악!
기껏 마신 포션이 잘려진 목젖을 통해 밖으로 뿜어진다.
콰드득! 쩍!
“크악!”
“컥!”
“물러서지 마라! 영주님을 지켜!”
“크…… 륵! 로그아웃!”
검기가 십 수 명의 정예병을 쪼개 버리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지구로 돌아온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어이없게도 이 와중에 차크라의 경지가 올랐다. 신체의 차크라가 제3문 거문(巨門)에 들어선 것!
내 의식 속에 선택지가 주어진다.
1. 회복.
2. 강화.
3. 변형.
4. 진화.
5. 신체.
나는 당장 필요한 회복을 거듭해 선택하고 수인을 완성했다.
“신체(身體). 거문(巨門). 개방(開放).”
회복 쪽으로 특화시킨 차크라가 전신을 감싼다.
치이익!
목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나는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자리에서 몇 시간을 치료에 집중했다. 끊어진 혈관과 혈관을 잇고, 근육과 신경을 원래의 형태로 되돌린다.
치료가 끝나고도 한참을 꼼짝 못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동맥이 터져 나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계속 흘러 오후 7시 30분이 되자.
“아…… 시발.”
욕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진짜 욕이 자동으로 나온다.
“시발.”
출근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