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8
열일하는 과금 기사 37화
리벤지의 핵심은 공성전 등을 중심으로 하는 전쟁 콘텐츠다.
‘리벤지 그거 그냥 자동 사냥만 돌리면 되는 방치형 게임 같은 거 아냐?’
흔한 인식이지만 사실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압도적 매출 1위.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게임 자체가 사람들한테 무슨 최면을 걸어 돈을 쥐어짜는 게 아닌 이상 사람들이 돈을 쓰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아니겠는가?
‘리벤지 플레이 타임 태반이 자동 사냥인 건 사실이지. 하지만 그건 엄밀히 말해 전투라 말하기 어렵다. 굳이 말하자면 자원을 채취하기 위한 일종의 파밍(farming. 농사)에 가깝지.’
즉, 자동 사냥으로 스펙을 맞추고, 그 스펙으로 전쟁을 벌이는 것이 리벤지의 진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레이드 보스가 있다고 치자.
보통의 게임에서는 당연히 그 강대한 레이드 보스를 이겨 내는 것이 게임의 콘텐츠일 것이다.
죽든 말든 일단 도전해 레이드 몬스터의 스킬을 확인하고.
생명력을 가늠하고, 2페이즈, 3페이즈에 들어가는 조건을 확인하고.
특수한 기믹을 찾거나 해결해 공략맵을 짜고 다른 파티, 혹은 길드원들과 지속적인 트라이로 호흡을 맞춰 레이드를 수행하는 것.
그러나 리벤지는 다르다.
레이드 보스가 등장할 시간이 되면 길드 하나가 선언한다.
“이번에 나올 사이클롭스 대검호는 저희 허크 길드가 잡겠습니다.”
그러면 그에 대해 다른 길드가 입장을 밝힌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나두!”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가 먹으려고 왔는데요?”
자, 이렇게 되면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전쟁이다.
레이드 몬스터가 하루 종일 자리를 차지하고 플레이어를 기다리거나 심지어 인스턴트 형식으로 도전자만큼 레이드 보스를 찍어 주는 다른 게임들과 다르게 리벤지의 레이드 보스는 단 한 마리뿐이고 심지어 일정 시간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때문에 리벤지의 플레이어들은 레이드 몬스터를 공략함과 동시에 스틸하려고 몰려드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상황이 극단적으로 꼬이면 죽고 죽이는 전쟁으로 서로 손해만 잔뜩 보고 시간이 지나 레이드 보스는 사라져 버리는 최악의 경우도 나오는 것!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줄어드는 시간을 계속 확인하며 작전을 달리해야 한다.
적이었던 길드와 동맹을 맺어 다른 길드를 밀어내야 하고.
협상하고.
배신하고.
혹은 힘으로 찍어 누른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수백 명 정도가 아니라 수천 명 혹은 수만 명 단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단순히 게임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서 인터넷상에서 언론전도 하고, 때로는 현실에 직접 얼굴을 만나 진행되기도 한다.
심지어 돈을 주고 사람을 매수하기도 하고 상대 길드에 스파이를 넣어 정보를 캐내기도 한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회적인]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그게 리벤지가 매출 1위 게임인 이유지.’
전쟁의 재미.
인간과의 승부에서 승리하는 쾌감…… 프로그램으로 생성된 상대, 즉 NPC를 베어 넘기면서는 얻을 수 없는 재미다.
이런 점들은 그냥 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에게는 큰 의미가 없지만 리벤지의 주 고객.
그러니까 ‘고래 유저(과금을 많이 하는 슈퍼 유저)’에게는 크게 어필되어 리벤지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
‘아니, 그래도 아이템 시세는 미친 게 맞지. 시세 좀 그만 올려 이 정신 나간 것들아! 늬들이 그렇게 돈이 많아!? 희귀템 좀 천 원에 사고 싶다!’
뭐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리벤지는 보스 레이드도 전쟁이다.
필드에서도 좋은 사냥터를 두고 전쟁이 일어난다.
이벤트도 전쟁이고.
당연히 공성전도 전쟁이다.
“하. 그나마 던전 공략 하나 있었는데…… 이젠 그것마저 전쟁이야?”
물론 그 전쟁은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전쟁이 아니라 몬스터들과의 전쟁이지만 리벤지의 몬스터들과 달리 이곳의 몬스터들은 무리를 짓고 작전을 짠다.
절대 만만치 않다는 뜻. 요번 붉은 도끼 언덕에서야 단박에 보스 몬스터를 처리해 헬 난이도 클리어 판정을 받았지만……. 이건 이런 ‘저렙 존’에서나 가능한 일.
대륙 중앙부로 갈수록 헬 난이도 클리어는 몹시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쿠구궁!
“읏! 뭐야!? 뒤로 물러나!”
“무, 물러날 것도 없이…… 땅이 우리를 밀어내고 있습니다!”
어느새 나는 던전에서 나와, 병사들 곁에 서 있었다.
워낙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던전 클리어가 순식간에 끝나 버렸기에 병사들은 내가 다시 나왔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얼마나 걸린 거지? 한 15분 걸렸나.’
문자 그대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이게 가능한 건 보스가 희귀급일 때까지다.’
게임에서 던전을 깨도 이렇게 빨리 깨지는 못하리라.
당장 100km 아래.
그러니까 내 영지만 해도 그러하다. 그곳의 헬 난이도 보스는 소드 마스터가 아니던가?
내 무기 투척이 마스터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위력적인 공격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 봤자 단순한 물리 공격일 뿐…….
경지를 넘어선 상대를 쓰러트릴 수준은 아니다.
‘지금의 내 전투 스타일을 굳이 표현하자면…… 양학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
지구와 아르데니아를 오갈 수 있는 능력으로 인해 사실상 무한한 스테미너를 가지고 있고 치명상이 아닌 이상, 아니 설사 치명상이라도 회복시킬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단박에 나를 죽일 수 있는 적을 만난다면?
‘지구에 아무리 왔다 갔다 해도 소용이 없지.’
그때 대지의 확장이 멈춘다.
보이는 것은 반경 1km 정도의 널찍한 공터 그리고…….
쩌적!
땅이 갈라지고 벽이 솟아난다.
“오오. 이럴 수가.”
“세상에 성벽이!”
“영주님께서 뭔가를 하신 걸까? 이런 변화는…… 헉! 영주님!”
천칠백에 달하는 영지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이 점점 완성되어 간다.
성벽의 높이는 3.5m로 별로 높지 않다. 성벽이라기 보단 조금 높은 담벼락 수준이지만 거대한 컴퍼스로 그은 듯 완벽한 원형으로 빈틈없이 쌓여 올라가는 성벽의 모습은 나름 장관이다.
‘뭐 그래 봐야 토성(土城)이지만.’
흙을 쌓아 만든 성벽은 좀 가파른 언덕에 불과하기에 육체 능력이 뛰어나다면 얼마든지 타고 올라갈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비바람이 몰아치면 깎여 나가기도 하겠지.
“얼른 차지해서 바로 업글 해야지.”
그렇게 다짐하고 있는 내 눈에 빛줄기가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것들은 활을 든 고블린, 지팡이를 든 고블린이 되어 성벽 위에 자리 잡았다.
“소드맨.”
“네, 영주님.”
“성문을 부수고 들어갈 테니 그 뒤로 전 병력을 이끌고 전진해라. 성을 장악할 것이다.”
“충!”
“스틸 스톤, 헌드레드. 너희 둘은 따라와.”
“충!”
<철갑 코뿔소 스팅(희귀)이 소환됩니다!>
펫을 소환한다. 그리고 두 장의 카드를 두 기사에게 넘겨준다.
“이건…….”
“몇 번 봐서 알겠지? 바로 소환해.”
내 말에 스틸스톤과 헌드레드가 잠시 허공에 손짓한다.
팟! 팟!
완전히 동일하게 생긴 두 마리의 준마가 두 기사의 뒤에 각각 소환된다.
철갑기마 제인(고급).
화살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오오! 덩치가 제법이군요!”
“이토록 훌륭한 강철 마갑이라니!”
두 기사는 반색하며 좋아했다. 명색에 기사(騎士)인데 뚜벅이로 다닌 시간이 너무 길어서인지 감격까지 하는 분위기다.
‘원래 가지고 있던 말은 오크 놈들한테 다 죽었으니, 원.’
진작 줄걸 그랬나. 하고 약간 후회하며 공성전 UI를 선택한다.
공성전은 총 4단계로 진행된다.
1. 자격 있는 길드가 공성전을 선포한다. 공성전은 이 주에 한 번만 진행된다.
2. 공성이 시작되면 최대 10개의 길드가 공격팀이 되고 기존 지배 길드는 방어팀이 되어 외성 전투를 진행한다. 외성 전투는 성문이 파괴될 시 종료된다.
3. 성문이 파괴되면 내성 전투가 진행된다. 전투는 내성 안의 수호탑이 파괴될 시 종료된다.
4. 수호탑이 파괴되어 결계가 사라지면 영주성에 공격팀이 침입한다. 마지막 전투는 옥좌에서 이루어지며 공격팀의 길드장이 옥좌에 이름을 각인하게 되면, 공성전이 종료된다.
나는 [공성전 선포]를 선택했다.
[한 길드에서 붉은 송곳 고블린 요새에 공성전을 선포했습니다!] [공성에 참가하길 원하시는 길드들은 공성전을 선포해 주세요!]만일 아르데니아 대륙에 다른 길드가 있어서 UI의 공성전 선포를 선택하면 공성전 시간이 다소 뒤로 미뤄지고 공성전 자체도 경쟁으로 치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좀 번거롭겠지만.’
그러나 당연하게도 지원 길드는 없었다.
하기야 어떻게 운이 좋아 클래스 카드를 먹은 사람이 있을 수는 있어도 그가 길드까지 만들긴 불가능한 일이리라.
아무리 한글로 되어 있어도 중세시대를 살던 사람들에게 시스템 UI란 몹시 낯선 존재. 하물며 길드를 창설하려면 20이 넘긴 레벨과 상당량의 골드가 필요하다.
쿵쿵쿵!
철갑 코뿔소와 철갑기마가 토성을 향해 달려간다. 나는 달려가며 말했다.
“음식 먹어.”
“네!”
두 기사가 인벤토리에서 송편 접시를 꺼내 하나씩 집어먹는 모습을 확인한 뒤 나 역시 송편을 꺼내 삼켰다.
[쑥 송편(고급)를 섭취하였습니다! 4시간 동안 회복력과 마나 회복력이 100포인트 증가합니다!]송편 접시를 대충 집어던지고 뼈 장검을 꺼낸다. 저 멀리 성문과 성벽.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고블린들이 보인다.
‘전투를 길게 끌 필요가 없어.’
내가 과금한 돈이 얼마던가? 수천만 원이다.
리벤지에서 이 정도 과금한 플레이어가 이런 저렙존에서 사냥하고 있으면 다른 유저들한테 욕먹을 것이다.
꾸드득!
근육이 뒤틀린다. 그리고 달려가던 그대로.
그것을 쏘아낸다.
쿠아아앙!
굉음과 함께 빛줄기가 성문을 후려친다.
콰콰쾅!
반작용으로 거칠게 달리던 스팅의 몸이 한순간 멈춰 버렸지만 녀석은 푸륵! 하고 콧김 한번 내뿜더니 다시 속도를 붙였다.
고개를 들어 다시 정면을 바라보니, 박살 난 성문이 보인다.
“성문이 부서졌다! 전진하라!”
“열 맞춰! 달리지 마!”
뒤에서 들리는 고함 소리를 들으며 달린다.
“강철 인간! 강철 인간 달려온다!”
“활을 쏴!”
“돌을 던져라!”
성벽 위의 고블린들이 기겁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얻어맞으며 성문을 통과해 버렸다.
콰콰콰!
박살 난 성문 잔해를 짓밟으며 스팅이 돌진한다. 그 뒤로 철갑기마를 탄 두 기사가 따라붙는다.
콰쾅!
일직선으로 길게 이어진 대로를 따라 날아간 뼈 장검이 수호탑을 파괴한다.
[내성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영주성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로그아웃!”
그리고 원룸으로 돌아간다.
“하악…… 하악…… 헉헉!”
거친 숨을 내뱉으며 팔을 주무른다. 오른팔이 손끝부터 어깨까지 검게 멍들어 있다. 투척을 너무 남발한 대가. 나는 즉시 클래스를 변경했다.
★☆전직 완료☆★
검왕 => 채플린
“힐!”
망설임 없이 스킬을 사용한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쉬었다.
자체적인 재생력과 음식의 효과. 거기에 힐이 더해지자 다행히 검게 멍들었던 팔이 원 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와, 투척 생각보다 효과 좋은데?”
처음에는 궁여지책으로 쓴 기술인데 그 성능이 상상 이상이다. 300미터도 넘는 유효 사거리에 성벽도 단번에 파괴하는 위력이라니?
게다가 투척은 반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높은 근력에 비해 부족한 생명력과 체력을 가진 나와 찰떡이다.
“무기 차크라가 아니라 투척 차크라를 열어 볼까? 투척 차크라 수련할 만한가?”
고민하며 휴식을 취한다. 물론 아주 쉰 것은 아니고 좀 괜찮은 왼팔로 마우스를 잡아 송편을 주웠다.
“로그인.”
쿠콰콰콰!
돌진한다. 막는 적은 거의 없었다. 고블린들이 거의 다 성벽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겁한 고블린들이 성벽에서 내려와 쫓으려 들었지만 그 짧은 다리로 달리는 말을 따라올 수 있을 리 없다. 오히려 자리를 비웠다가 뒤따라 들어온 병력들이 아무 피해 없이 성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을 따름이다.
그야말로 오합지졸. 우왕좌왕이 따로 없다.
쾅!
영주성으로 들어간다. 덤벼드는 고블린들을 갈아 버리며 옥좌에 도달했다.
“날 지켜!”
“네, 영주님!”
[한재연 님이 옥좌에 각인을 시도 중입니다!]공지가 뜬다. 얼른 달려와서 막으라는 뜻.
그러나 이곳에 다른 길드 따윈 없었고.
“하압!”
“흡!”
겨우 고블린들로는 오러를 다루는 두 기사를 뚫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15분이 지났다.
[축하합니다! 한 길드가 붉은 송곳 고블린 요새를 점령했습니다!] [새로운 성주. 한재연.]다른 길드 소유의 성이었다면 공성과 수성이 바뀌어 다시 진행되었겠지만 중립성이었기에 그대로 공성이 끝난다.
사방에서 악을 쓰던 고블린들이 한순간에 다 사라져 버리고 옥좌에는 우리 셋만이 남았다.
“후우…… 후우…… 끝났군요.”
“공성이 이토록 빨리 끝나다니. 예전에 이런 말을 들었으면 절대 믿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특이하군요……. 옥좌를 차지하면 공성이 성공이라니…….”
“뭐, 다들 고생했어.”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한다.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성을 먹었으니 이제 이곳에 머무는 정예병들은 천천히 여신의 가호가 차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여신의 가호가 차오른 상태에서 사냥을 한다면? 여신의 가호가 소모될 테고 나는 길드 경험치를 얻을 수 있겠지.
‘성을 먹었으니 중앙에 다시 던전이 생길 거야. 내가 성주니까 던전에 세금을 물릴 수도 있고……. 아. 판매 NPC도 생길까? 확인해야 할 게 많군.’
온갖 계획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진다. 병사들의 훈련 계획과 내 새로운 영지의 운영에 대한 온갖 상념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콰콰쾅!
그러나 이어진 폭음과.
“아우우——!”
긴 늑대 울음은 그런 내 상념을 송두리째 날려 버린다.
“뭐야?”
“이 울음소리는…… 말도 안 돼.”
“늑대왕? 늑대왕이 여기 왜? 용맥에 마수가 들어온다니……!”
깜짝 놀라는 두 기사를 뒤로하고 영주성에서 뛰쳐나갔다.
“하하하! 오! 그래 친구! 이제 들어올 수 있어? 잘됐다, 잘됐어.”
“…….”
나는 어느새 성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늑대와 그 등에 타고 있는 오크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고, 전혀 준비하지 못하던 상황이다.
“오! 거기 인간 꽤 세 보인다. 네가 여기 대빵이야?”
신나 보이는 목소리에 신음한다.
“……이런 미친.”
발칸 오크 대장군(영웅)
칸 슬래셔
그곳에, 소드 마스터가 있었다.
나의……. 적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