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5
열일하는 과금 기사 44화
‘한 달에 10억.’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예술이라는 건 함부로 발을 들이밀 영역이 아니다.
수많은 지망생들과 천재, 노력가들이 가득한 판에 단순히 돈 많이 번다는 말만 듣고 들어가서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는가?
‘하물며 나는 그쪽에 관심도 없어.’
만화를 그리고 소설을 쓰기는커녕 읽어 본 적도 별로 없다. 인풋이 없는데 아웃풋이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
그러나 방법은 있었다.
‘베끼면 돼.’
아르데니아에도 문화란 것이 존재한다. 소설 역시 당연히 있었다. 기사 소설, 연애 소설, 전쟁 소설 등등.
‘물론 인기는 없겠지.’
당연한 일이다. 현대에 중세 희곡을 팔아먹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거리 아닌가? 중세 랜드의 작품들이 온갖 놀이 문화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먹히길 바라는 게 도둑놈 심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소수 취향이란 게 있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내겐 다른 작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나름의 강점이 있었다.
‘양으로 승부하면 된다.’
작정하고 베끼면 하루에 몇 권도 쓸 수 있다. 아르데니아의 작품을 읽는 최소한의 독자만 확보해도 상당한 수익이 생기는 것!
물론…… 그 ‘최소한의’ 독자도 확보하지 못해 망작만을 무수히 양산하는 경우의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돈 드는 것도 아니니.’
문명의 수준이 낮다곤 해도 아르데니아는 판타지 세상. 거기서 써지는 소설들은 나름대로 정통 판타지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서사를 중시하는 아르데니아의 글들은, 따분하고 지루하긴 해도 좋아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삐비빅!
원룸으로 돌아와 PC를 켠다. ‘소설 볼 만한 곳’이라고 치니 무수하게 뜨는 플랫폼들을 살피며 아르데니아에 대해 생각한다.
정확히는 소설책이 많을 법한 장소에 대해서.
‘가장 가까운 곳은 크롬 왕궁의 수도에 있는 왕실 도서관. 그리고 수레바퀴 마탑인가.’
크롬 왕국은 딱히 문화가 발달한 나라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쯤 되면 장서의 양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
문제는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쏟아져 나온 작금의 상황에 그 책들이 무사할 수 있냐는 것이다.
심지어 크롬 왕국의 수도 지마일의 위치는 우상귀 화점.
[특별]한 공략이 필요한 장소다.‘뭐, 결국 점령해야 할 장소긴 하지.’
나는 리벤지 홈페이지를 켜 던전 정보를 확인했다.
던전의 등급 자체는 오크 던전과 똑같지만 그렇다고 정말 동급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화점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의 특징 때문이다.
‘냉기 저항이 없으면 클리어가 불가능하다.’
그뿐이 아니라 [화점]의 던전들은 헬 난이도에 도전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스페셜 레이드를 해야 해.’
똑같이 영웅 등급 몬스터라도 일반과 엘리트는 다르고 보스는 또 다르다.
그리고.
레이드 보스는 차원이 다르다. 화점마다 존재하는 스페셜 보스는 더더욱 그러하다.
‘아직은 점령할 상황이 안 돼.’
화점은커녕 내 영지도 되찾지 못하는 상황.
그렇기에 일차적인 목표는 서적을 훔쳐오는 것으로 정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여유롭네.”
자동 사냥을 돌려 두자, 오랜만에 할 일이 없었다.
방송국에서 스턴트를 한 것만으로 오늘의 일정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래. 이참에 밀린 메인 퀘스트나 쭉 밀어 두자.”
킬리언스에서 킬리언스포까지 모두 39레벨.
정말 레벨 뒤지게 안 오른다.
‘하긴. 이 레벨에 아직도 일반 하고 고급 사냥터에서 놀고 있으니.’
게다가 좀 괜찮은 아이템이 생기면 죄다 아르데니아로 보내고 있으니 사냥 속도도 엉망.
아르데니아의 나는 점점 컬렉션도 추가되고 레벨도 오르는데 비해 게임 속 캐릭터는 바뀌는 게 없다. 사실상 무과금 이하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나머지 네 캐릭터는 굳이 키울 필요 없겠지.”
킬리언스파이브부터 에잇까지는 그저 송편들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들이다.
원래대로라면 인벤토리가 꽉 찰 때마다 아르데니아에서 비우기 때문에 상관없었는데 칸 슬래셔와 싸우는 동안은 그럴 수가 없어 캐시템 [캐릭터 슬롯 확장]을 구매해 늘렸던 캐릭터들.
카인 : 놀 유격병들이 요새 소란이야. 150마리만 잡아줄래?
센슨 : 리자드맨 창병들이 마을을 습격했어! 200마리만 잡아 줘!
돌체 : 사악한 언데드를 무찔러야 하네! 스켈레톤 워리어 300마리를…….
“아, 노가다 진짜. 뭔 퀘스트들이 이렇게 성의가 없나!”
투덜거리며 밀린 메인 퀘스트를 쭉 밀었다. 잡느라 포션 값이 더 나오는 비효율적인 사냥이었지만 퀘스트 자체가 목표였던 만큼 감수하고 진행한다.
그리고 그 보상으로 골드와 경험치. 그리고 클래스 소환권을 획득한다.
“뭐 나오려나. 아니 뭐 여기서는 잘 나와도 문제지.”
내가 리벤지의 아이템을 가져가는 데는 조건이 필요하다. 내가 가져오려는 리벤지의 아이템이 [삭제] 판정되어야 한다는 것.
어차피 복사도 되는 데이터 주제 왜 이런 제한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불가능하다.
만약 아이템을 가져오는 데 조건이 없었다면 메인 퀘스트 중 잠시 맡게 되는 [왕검 아스갈드(전설)]라든가 [수호의 여신상(전설)]을 아르데니아 쪽에서 꺼내 버렸겠지.
즉.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클래스 소환권은 삭제가 불가능하고.
혹시라도 여기에서 영웅급 직업이라도 나오게 된다면……!
소드맨(일반), 위저드(일반)……
번쩍!
아이언 실더(고급)! 하이 아처(고급)!
“참.”
나는 웃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였구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메인 퀘스트를 마쳤다. 연계 퀘스트가 떴지만 40의 레벨 제한이 있기에 진행이 불가능하다.
“뭐, 그래도 클래스 소환권 4장 중 2장이 고급이면 꽤 괜찮은 편이라고 해야 하나? 퀘스트 보상으로 나오는 클래스 소환권은 확률이 더 높다더니 정말인 모…… 저게 뭐야?”
화점에 위치한 전설 등급의 성. [엘사의 얼음왕국]에서 메인 스토리 보상을 받고 있던 내 눈에 중앙 광장에서 춤을 추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두 명이 아니다. 족히 100명…… 아니 200명은 되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는 이런 글자가 쓰여 있다.
[길마님 전설 스킬 득 기원의 춤]“저게 뭐야?”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춤추는 플레이어들에게 다가갔다.
킬리언스 : 지금 뭐 하고 계신 거예요?
북북노인 : 길마님을 위한 기원의 댄스!
킬리언스 : 뭘 기원하는데요?
북북노인 : 직접 보세요!
그의 말에 중앙 광장에 서 있는 플레이어를 본다. 가만히 지켜보니 캐릭터 머리 위로 화면이 떠오른다.
그가 인터넷 방송 중이라는 의미였다.
[아…… 또 실패네요. 다시 보물 상자 100개 깐 다음 스킬 상자 제작으로 들어갈게요. 잠시 다이아 결제 좀 하고……]‘아, 그렇군. 저 길드 마스터가…… 상자를 까고 있다.’
스킬 북을 획득하는 방법은 3가지다.
‘첫 번째는 몬스터 드랍.’
가장 의미 없는 보기다. 이젠 말하기 입 아프지만 리벤지는 희귀급이 드랍되도 월드 메시지가 뜨는 게임이다. 그런데 드랍으로 영웅, 전설을 기대한다? 욕심이 과하다고 할 수 있겠지.
‘물론…… 드랍이 안 되는 건 아니야.’
드랍 테이블에는 분명 존재한다. 영웅, 전설급은 물론이고 신화템까지. 분명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
그 많은 플레이어들이 자동 사냥을 돌리고 있음에도 드랍되는 전설급 스킬 북은 리벤지 전체를 통틀어 1년에 한두 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레이드 보스가 떨군 것이다.
‘두 번째는 제작이다.’
마력이 깃든 양피지와 마력이 깃든 잉크를 재료로 스킬 북을 제작할 수 있다.
문제는 양피지와 잉크도 결국 드랍 템이라는 사실이다. 완제품보다야 당연히 잘 드랍되지만, 대신 제작에는 막대한 골드가 들어가며 실패 확률까지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여신의 보물 상자.’
더 길게 말해 무엇 하리오.
그렇다. ‘뽑기’이다.
나는 자동 사냥을 돌리는 것도 잊고 방송을 지켜보았다.
뾰로롱! 롱! 롱롱!
상자 100개가 주르륵 열리고 스킬 비석이 덜어진다. 대부분 1개였지만 간혹 2개가 떨어질 때도 있다.
[한 번 리스할게요.]캐릭터가 사라지더니 바로 다시 나타났다.
킬리언스 : 아니 왜 껐다 키시죠?
북북노인 : 껐다 키면 더 잘 성공한데요.
킬리언스 : ……
나는 춤을 추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다시 돌아보았다.
[길마님 전설 스킬 득 기원의 춤] [최강마초 김마초!] [우유빛깔 김마초!] [길마님 전설 뜰 때까지 숨 참음]“아…… 그런가.”
확률의 세계다. 더 애쓴다고 나아지는 게 있을 리 없으니 미신으로 갈 수밖에 없겠지.
나는 방송으로 보면서 새 창을 띄워 보물 상자의 가격을 확인했다.
‘800다이아.’
8만 원이다. 스킬 제작에는 스킬 비석이 10개 들어가고 보통 100개 정도 까면 110개 정도 나온다고 한다. 성공 확률은 5%.
계산을 단순화시켜 보면, 스킬 제작에 한 번 도전하는 데에 80만 원 정도의 자금이 들어가고 ‘보통’ 20번 정도에 성공한다.
즉.
“와…… 스킬 하나에 1,600만 원이라고? 아무리 전설이라지만…….”
[아! 이제 정말 슬슬 나올 때 됐다. 아! 이번에는 진짜입니다. 여러분…… 아!]화면 속 중년 남성이 연신 신음 소리를 낸다. 유리창에 금 가는 듯한 사운드와 함께 비석이 쪼개지며 [실패]라는 글자를 만들어 낸다.
리벤지의 실패 시스템은 가혹하다.
일단 실패를 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뭔가를 얻으려고 1억 원을 써도 결과가 실패라면 과금을 1원도 하지 않은 플레이어와 완전히 똑같은 입장이 되어 버리는 승자 독식의 구조!
그러나 끊임없는 시도는 결국 결과를 내기 마련이다.
화면 속 사내가 환호성을 지르고 모여 있던 길드원들도 폭죽을 터트리고 팡파레를 울리며 축하한다.
[길마님 전설 스킬 득 기념 축하의 춤]“와. 천만 원을 스킬 하나에 쏟아 넣고 감사하다고 하네…….”
기막혀 하는 사이, 멀리서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몰려온다.
파크라이 : 전설 스킬 득 축하드려요! 이제 저희 길마님 하실게요.
김마초 : 하하하! 네! 득템하세요!
모여서 춤추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빠지고 비슷한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들어온다.
나는 물었다.
킬리언스 : 저 사람들은 왜 여기로 들어와요? 여기서 강화하면 뭐가 달라요?
북북노인 : 여기가 명당이거든요! 마도지존님이 여기서 신화 클래스를 뽑았데요! 앗! 길마님이 저녁 회식이래서 전 가 볼게요!
킬리언스 : 아 네……
북북노인이 떠나간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플레이어 가 머리 위로 팻말을 띄웠다.
[길마님 전설 클래스 득 기원의 춤]“…….”
어이가 없어서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스킬명을 검색한다.
“어디보자…… 쉐도우 트와이스였지?”
결과는 바로 나온다.
[쉐도우 트와이스 (전설)(패시브)]치명타, 혹은 확정타, 혹은 최대 타격, 혹은 반격, 혹은 상태 이상 공격(기절, 실명, 침묵, 화상, 슬로우 등) 성공 시 1초 뒤에 동일한 데미지가 들어간다.
그리고 또 3초 뒤에 두 공격을 합친 만큼의 데미지가 다시 들어간다.
“…….”
잠시 어이가 없어서 스킬 설명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텍스트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아니 이런…… 미친 거 아냐? 이게 패시브라고?”
심지어 전사 공용 스킬이다. 직업에 상관없이 근접 직업이면 다 익히 수 있다는 말.
세상에, 스킬 판정 좀 봐라.
너무나 관대하다.
“아니 대체……. ‘혹은’이 대체 몇 번이나 들어가는 거야? 아니 아무리 전설 등급이어도 그렇지 이런 스킬을 만드나?”
개발사를 욕하면서도 스킬 설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1초 뒤에 동일한 데미지.
그리고 또 3초 뒤에 두 공격을 합친 만큼의 데미지.
보고보고 또 봐도 미친 효과다.
“와…… 진짜 돈 많이 벌어야겠네.”
이건 사야 한다.
“당장 움직여야겠다. 크롬 왕국 수도뿐 아니라 갈 수 있는 곳은 다 가 봐야겠어.”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던전과 던전 사이의 거리는 백 킬로미터나 되니까.
그러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오늘 번 돈…… 오늘 다 쓴다.”
나는 뽑기를 시작했다. 물론 보물 상자처럼 미친 과금은 아니고 비교적 효율적인 과금.
펫 뽑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