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7
열일하는 과금 기사 6화
“이게 뭐야. 크냥 퀘스트 창만 클릭클릭하면 다 되잖아?”
이동도 자동, 전투도 자동, 대화도 자동, 퀘스트도 자동이다.
“그야말로 구닥다리…… 이렇게 시시한데 어떻게 전세계 매출 1위지? 죄다 자동이라 컨트롤할 것도 없고 대화가 휙휙 지나가니 스토리를 읽어 볼 맘도 안 드는데.”
나 역시 게임을 무수하게 해 왔다. RPG, MMORPG게임은 물론이고 전략 시뮬레이션도, 대전 게임도, 경영 시뮬레이션도 해 봤다.
PC게임은 당연하고 모바일 게임도, 가상 현실 게임도 해 보았다. 그중에는 수작도 많고 명작도 있었다.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 게임을 잘하는 것만으로도 스타가 될 수 있는 세상이었기에 훌륭한 게임이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게임을 제치고 전 세계 매출 1위인 게임이 이렇게 밋밋하다니?
게임이 얼마나 쉬운지 시스템을 이해하는 최소한의 과정조차 필요하지 않다. 무려 20년을 중세 랜드에서 살아온 나조차 플레이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
아케인 : 각성자인가. 10레벨이 되었군. 이제 전직을 통해 그대는 직업을 가지게 될 걸세.
전직 도우미 NPC <소울 마스터 아케인(영웅)>이 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내 캐릭터에게 넘겨준다.
<아케인에게 100다이아를 얻으셨습니다!>
<100다이아는 1만 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케인 : 화면 왼쪽 위의 캐시숍을 터치하게. 아, PC로 플레이 중이니 클릭인가.
아케인의 안내에 따라 캐시숍을 열었다. 모든 창이 비활성화되어 있고 오직 하나, [클래스 소환] 창만이 반짝인다.
<클래스 소환권을 획득하였습니다!>
<100다이아가 소모됩니다!>
티리링~!
획득한 카드를 클릭하자 카드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여신상의 모습이 언뜻 스쳐 지나가더니.
텅!
하늘에서 활 한 자루가 떨어져 바닥에 박힌다.
아케인이 말한다.
아케인 : 축하하네! 전직이 완료되었군! 자네는 지금부터 아처(일반)일세!
영문 모를 사태에 입이 벌어진다.
“뭔 개소리야? 직업 선택창 어디 갔어? 에러인가?”
나는 황당해 채팅을 쳤다. 다행히 리벤지의 NPC들은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A.I를 가지고 있다. 3단계 이상의 A.I들이 만만치 않은 가격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생각 해 보면 과연 매출 1위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킬리언스 : 저기, 저는 검사 하고 싶은데요?
아케인 : 그런데?
킬리언스 : ?
아케인 : ?
킬리언스 : ?
서로 갈고리로 대화를 나누기를 10여 초. 상황을 파악했다는 듯 아케인이 설명한다.
아케인 : 아하, 클래스 체인지 시스템을 모르는 모양이군. 다른 직업을 하고 싶으면 새로 직업을 획득해 언제든 클래스 체인지를 하면 된다네.
킬리언스 : 클래스는 어떻게 또 얻을 수 있나요?
아케인 : 10레벨마다 주어지는 퀘스트를 수행해 획득하거나 아주 희귀한 확률(0.000001%. 대륙 전 몬스터 대상.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에 따라 공개됩니다. 앞으로 안내 문구는 보이지 않습니다.)로 드랍되는 클래스 소환권을 획득하거나……
킬리언스 : 획득하거나?
아케인 : 다이아로 클래스를 구매하면 되지.
킬리언스 : …….
입이 떡 벌어진다. 이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미친. 직업을 돈 주고 사야 한다고? 그것도 한번 굴리는 데 만 원. 심지어 랜덤으로 나오는 카드를?”
아케인 : 확률은 괜찮은 편이네. 10장을 사면 1장 정도는 고급이지.
킬리언스 : …….
그야말로 미친 소리.
그제야 나는 온갖 게임을 다 하던 20년 전의 내가 왜 리벤지를 건드리지 않았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미친 과금겜…….”
리벤지, 리벤지 말은 많이 들어 봤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내가 황당해하거나 말거나 아케인은 안내를 계속한다.
아케인 : 아, 참고로 스타터 패키지에는 <고급 직업 선택권>이 포함되어 있지. 반드시 선택하고 싶은 직업이 있다면 이것 역시 좋은 선택일 거다.
나는 캐시숍에 들어가 클래스 소환권의 상품 설명을 읽었다.
리벤지의 등급 분류는 <일반>, <고급>, <희귀>, <영웅>, <전설>, <신화>.
그리고 각각의 확률은.
일반(90%), 고급(9%), 희귀(0.9%), 영웅(0.1%).
합쳐서 100%.
킬리언스 : 저기, 확률표에 전설이랑 신화가 없는데.
아케인 : 전설 직업과 신화 직업은 상급 클래스 소환권에서 얻거나 특수한 레이드 퀘스트를 수행하셔야 하네.
나는 캐시숍을 뒤져 상급 클래스 소환권의 확률표를 보았다.
일반(90%), 고급(9%), 희귀(0.9%), 영웅(0.09%). 전설(0.009%), 신화(0.001%).
참고로 클래스 소환권의 가격은 100다이아(1만 원)이고 상급 클래스 소환권의 가격은 1000다이아(10만 원)이다.
아케인 : 상급 클래스 소환권 10장 묶음에는 확정 고급이 한 장씩 껴 있다네! 나름대로의 배려라 할 수 있지.
킬리언스 : 상급 소환권 10장이면 1만 다이아(100만 원)잖아요! 가격이 10배가 뛰는데 이게 배려라고요?
“잠깐…… 잠깐. 그럼 신화 클래스를 뽑으려면 얼마가 필요한 거야?”
신화 클래스는 상급 클래스 소환권에서만 등장하니 상급 클래스 소환권을 구매해야 한다. 상급 클래스 소환권은 한 장에 10만 원.
신화급 직업의 등장 확률은 0.001%, 그러니까 10만분의 1이다.
확률대로 등장한다고 가정할 시 신화 클래스를 뽑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10만*10만 원.
“100억…… 원?”
대략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제는 숫제 의문이 들었다. 이런 걸 뽑는 정신병자가 정말 세상에 존재한단 말인가?
그런데 그때 한 캐릭터가 내 캐릭터 옆으로 다가온다.
두꺼운 오른팔 : 직업 맘에 안 드시면 리세마라 하세요.
그러자 아케인이 신경질을 부린다.
아케인 : 아, 좀 초치지 말고 꺼져.
두꺼운 오른팔 : 아니 아케인 아저씨, 초를 치다뇨. 이건 게임사도 인정한 플레이 방식이거든요?
킬리언스 : 리세마라요?
두꺼운 오른팔 : 리세마라 몰라요? 리셋+마라톤이요. 지금 게임 삭제하고 계정을 새로 만들어서 튜토리얼 다 하고 10렙 찍어서 아까 그 소환권 다시 받아 굴리는 거죠. 10분 정도 더 진행하시면 수호령 뽑기권이랑 펫 뽑기권도 주니까 그것까지 받고, 고급이 하나도 없으면 리세하는 거예요. 베스트는 직업을 희귀급으로 뽑는 거지만 셋 중 하나라도 희귀 뜨면 그 계정은 굴릴 가치가 있죠. 영웅급이 뜨면 대박이구요.
아까도 그랬지만 친절한 설명이다.
‘확실히 가치가 있군.’
공짜로 준 클래스 소환권만 해도 1만 원짜리. 수호령 소환권과 펫 소환권이 비슷한 가치를 가진다면 리세마라를 시도할 때마다 3만 원의 자원을 아끼는 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킬리언스 : 시간은 얼마나 걸리죠?
두꺼운 오른팔 : 익숙해지시면 2시간 정도 걸러요. 설치 시간하고 계정 만드는 시간도 있어서.
잠시 고민한다.
‘튜토리얼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클릭만 하면 되니 못할 건 없다.’
그러나 돈 대신 시간이 날아간다는 게 문제다. 다시 한다고 언제 검사가 나올까? 리벤지의 직업 계통은 3전사(소드맨, 워리어, 실더), 3도적(어쌔신, 아처, 헌터), 3술사(위저드, 클레릭, 워록)로 9개나 되는데 말이다.
하물며 고급과 희귀를 노린다면?
고급을 위해 리세마라를 10번(9%) 한다면 20시간이고 희귀를 위해 100(0.9%)번 한다면 200시간이 아닌가?
때문에 채팅을 쳤다.
킬리언스 : 아뇨, 그냥 스타팅 패키지를 사죠.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두꺼운 오른팔 : 여유 있으면 당연히 그쪽이 낫지요. 요새 뉴비가 점점 줄어들던데 접지 말고 힘내서 하세요!
킬리언스 : 감사합니다!
플레이어를 떠나 보낸 나는 캐시숍에 들어가 5만 원짜리 스타터 패키지를 구입했다.
★☆스타터 패키지☆★를 구입하셨습니다!
본 상품은 [6강 고급 무기 선택권]와 [4강 고급 방어구 5세트 선택권], 그리고 [고급 등급 클래스 선택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버당 1회 구입 가능합니다!
※스타터 패키지 관련 상품은 향후 유사한 형태로 재판매될 수 있습니다.
“직업은 검사, 무기는 검, 방어구는 가죽으로 해야겠다.”
게임을 꽤 해 왔지만 과금은 처음이다. 차라리 패키지 게임을 하거나 게임방을 이용했지, 이런 식의 과금은 호구 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띠링!
내 캐릭터 위로 커다란 덩치의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상자 하나를 던져 주고 사라진다.
상자를 클릭하니 내용물이 쏟아진다.
“이런 식으로 주는구나. 난 또 로그인이라도 새로 해야 하는 줄 알…….”
팟!
순간 세상이 일그러지고 배경이 변한다. 로그인 된 것이다.
‘……혼잣말이었는데.’
그러나 내가 무슨 생각으로 말하건 상관없이 로그인이라는 말을 입에 담으면 끌려오는 모양이다.
“영주님, 즉시 준비시키겠지만…… 지금 영지민들 상태로는 오크 추적대를 떨궈 낼 수 없습니다.”
나는 스틸스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잠시 혼동이 왔지만 이내 수천의 오크가 던전에서 나와 사방으로 흩어진 상황에서 로그아웃했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일단 준비시켜. 방법을 찾아볼 테니.”
“그건…… 네. 알겠습니다, 영주님.”
스틸스톤을 보내고 잠시 고민한다.
‘지구에서야 112에 신고만 해도 끝날 문제인데.’
만약 그럴 수 있었으면 고생할 이유가 없다. 전화 한 통이면 기가스를 탄 경찰 특공대가 우르르 몰려와 기관총과 입자포, 레이저포를 쾅쾅 쏴 오크가 1만 마리든 10만 마리든 다 날려 버렸을 것이다.
‘지구의 병기를 가져올 수도 없고.’
온간 방법으로 시도해 봤지만 지구의 물건을 아르데니아로 가져올 수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아르데니아의 물건도 현실로 가져갈 수 없다.
공유되는 것은 오직 하나. 내 육신과 기억뿐.
아르데니아에서 20년간의 사투로 얻게 된 흉터들은 현실의 몸에도 남아 있다.
아르데니아에서 밥을 먹으면 현실에서 먹을 필요 없고 현실에서 잠을 자면 아르데니아에서 잠을 잘 필요가 없는 상황.
사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어드밴티지지만 이건 그저 내 한 몸 간수하는 데에나 이득이지 영지민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응?”
그런데 그렇게 고민하는 내 앞에.
기묘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인벤토리. 17/50. 무게 40%]“뭐야…….”
잠시 그걸 가만히 지켜보자 어떤 이미지가 머릿속으로 떠오른다. 힐링 포션, 짐승의 가죽, 너덜너덜한 천 옷, 멧돼지의 살점 등등의 잡동사니들.
나는 그것들 중에서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무언가를 무심코 잡아…….
꺼냈다.
투두둑!
약간은 화려한 외양의 장검이 떨어진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상의가, 하의가, 장갑과 신발이, 그리고 투구가 바닥을 구른다.
그리고.
한 장의 카드도.
티리링~!
획득한 카드를 잡아 던진다. 카드가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여신상의 모습이 언뜻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텅!
하늘에서 한 자루의 검이 떨어져 바닥에 박힌다. 내가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아 뽑자…….
★☆전직 완료☆★
[하이 소드맨(고급)]근력+80 민첩+40 체력+20 생명력+40 마나+20
-검 계열 스킬 사용 가능-
난데없는 상황에 영지민들과 병사들을 지휘하던 스틸스톤이 다가온다.
“영주님? 그 장비들은 뭡니까?”
그의 설명에 바닥에 떨어진 장비들을 바라봤다.
[시작의 장검(고급)+6], [시작의 가죽 갑옷 상의(고급)+4], [시작의 가죽 갑옷 하의(고급)+4], [시작의 가죽 장갑(고급)+4], [시작의 가죽 부츠(고급)+4], [시작의 가죽 투구(고급)+4].일명 [시작] 세트.
“미친.”
그렇다. 그것은 스타터 패키지.
내가 과금한 장비들이…… 아르데니아에 나타났다는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