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89
열일하는 과금 기사 88화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사건이 클라이맥스에 다다르고, 던져졌던 복선이 회수된다.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얽히고 갈등이 폭발했다.
영화 초반에는 악역3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었던 도검이 어느새 조연을 넘어 주연 자리를 넘보는 수준에 이르렀다. 주인공 원맨쇼의 액션 추리물에 가까웠던 분위기는 극도로 강화된 액션에 로맨스까지 더해져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되었다.
“자자, 재연 씨! 상의 찢고 갈게요!”
앨런 감독의 말에 손을 든다.
“저기 감독님.”
“음? 뭡니까?”
“제가 상의 탈의를 너무 자주 하는 거 같은데…….”
상의 탈의 씬이 벌써 7번째다. 무슨 사건만 터지면 옷이 찢어지는 수준. 그리고 내 의문에 앨런이 답했다.
“재연 씨. 오른쪽 좀 봐 봐.”
“……?”
그의 말에 고개를 돌린다. 촬영장 한쪽에서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성재의 모습이 보인다.
‘그림이군.’
단순히 이목구비의 문제가 아니라 비율, 스타일, 피부 모두가 완벽하다. 인상을 쓰면 사나운 남성미가 느껴지고 웃으면 소년 같은 천진함이 드러나는 절세미남.
앨런이 말했다.
“알겠지?”
“뭘 말입니까?”
“얼굴로는 안 돼.”
“…….”
황당해하는 나에게 앨런이 말한다.
“찢어.”
“…….”
결국, 나는 상의를 찢었다.
“오오…….”
“와. 봐도 봐도 끝내준다. 대체 운동을 얼마나 하는 거지?”
“엄청 부푼 근육도 아닌데 저렇게 선명하다니…….”
“저 몸이 생체력 수련자가 아니라니 미쳤다 진짜.”
스태프들의 웅성거림이 들렸지만 무시하고 연기를 이어 나간다.
쾅!
떨어지는 파편을 주먹으로 쳐 낸다. 원래는 드림워커의 마법사들이 이런저런 처리를 해 줘야 하지만 내가 기가스를 던져 버릴 괴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아는 앨런 감독은 그냥 실제로 때리고 부수고 던지는 액션 수행을 요구했다.
“흡!”
불타는 우주선 안을 달린다. 정말 우주선은 아니고 드림워커 학파의 마법사들이 우주 관련 꿈들을 모아 만든 세트장.
복도를 질주하는 내 등에는 스칼렛이 업혀 있다.
“미안해…….”
“헛소리하지 말고 정신 차려! 미련한 것! 머저리 같은 것! 네가 이런다고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제가 알고…….”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로 스칼렛이 말한다.
“당신이 알겠지요.”
“미친…… 미친, 미친! 멍청한 멍청한 멍청한!”
“컷! 좋아 다음!”
앨런의 말에 스칼렛을 내려놓는다.
앨런은 이미 다른 스태프들을 보며 소리 지르고 있었다.
“빨리 스턴트하고 용병 역할들 오라고 해! 임시 세트니 시간 없어! 야! 거기! 걷지 말고 뛰어!”
바쁘게 움직이는 스태프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문득 스칼렛이 말을 걸었다.
“재연 씨.”
처음엔 나를 많이 어려워하던 그녀였지만 촬영을 함께하며 거리감이 많이 사라졌다. 벌써 몇 번이나 싸우고, 안고, 심지어 키스씬까지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네, 스칼렛.”
“아이, 참! 이제 혜영이라고 부르라니까요! 언제까지 망한 아이돌 가명으로 부를 거예요?”
“아, 그 이름이 익숙해서…… 더 신경 쓰죠.”
“네. 아 그리고 이건 좀 늦은 질문이긴 한데.”
스칼렛, 아니 혜영이 넝마가 된 옷들을 벗고 그 위에 검은색의 약식 한복을 걸치며 묻는다.
“재연 씨는 연기 경험이 있는 거죠?”
“그럴 리가요. 이쪽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내 연기가 능숙해 보인다면 그건 그저 어느 날 중세 랜드에 던져져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수행해 온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리라.
거짓말이 금기시되는 34지구와 달리 아르데니아는 내 모든 게 거짓. 자신조차 속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재연 씨는…… 진짜 대단해요. 연기도 잘하시고 이렇게 많은 스태프와 카메라 앞에서 떨지도 않고. 전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되거든요.”
“뭐, 스태프가 날 죽이진 않을 테니까요.”
아무리 많은 사람이 날 봐 봤자 나를 혐오하던 귀족 무리, 증오와 질투를 불사르던 기사, 탐욕에 쩔어 눈치만 살피는 용병놈들에 비하면 귀엽기 짝이 없다.
심지어 이제는 만 단위의 병력을 지휘하는 상황인데 고작 이 정도 시선에 긴장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후후. 뭔가 재연 씨다운 말이네요. 사실 좀 걱정했는데 이렇게 잘해 주실 줄이야.”
그녀의 말대로 난 이 일을 처음부터 능숙하게 해 낸 편이다. NG도 거의 없었고 암기력도 좋아 대본도 두어 번 보면 다 외우는 편.
“컷!”
그러나 나도 모든 연기를 잘 소화하는 건 아니었다.
“컷! 재연 씨, 좀 더 자부심을 담아서 웅변하듯이! 도검이 황제로서의 자신을 자각하는 장면이잖아요. 고귀한 피. 노블 블러드로서 사람들을 이끈다는 느낌으로!”
앨런의 말에 나도 모르게 항변한다.
“하지만 감독님. 이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말이 안 되는데요. 도검은 34지구에서 살다가 범죄에 얽혀 우주 해적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미 대우주의 생리를 다 알 테고 34지구의 시민이자 우주 해적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 텐데 고작 수천 명 이끌게 되었다고 자신을 황제라고 자각한다는 건…….”
앨런은, 어르신까지 모시는 34지구 원주민이라 그런지 이방인의 인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황족으로서의 자긍심이라니? 스스로를 황제라고 자각하다니?
자신의 문명이 멸망한 다음 고만고만한 문명에 머물렀다면 모르지만 34지구처럼 대우주에서도 이름 높은 세계에 와서 그런 감성을 유지한다는 건 지금의 처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등신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황제 클래스도 아니고 말이지.’
극도로 발달된 문명들 속에서도 황제라 불리는 이들이 있긴 하다.
초월의 경지를 넘고 다시 넘어섬으로써 문명의 힘을 넘어선 초월적인 존재.
홀몸으로 우주 함대를 깨부수고 항성조차 파괴하는 게 가능한 괴물
중급 초월자. 중급 신.
마법 경지로 치면 10클래스. 무공으로 치면 자연경이나 신화경이라 불리는 경지.
‘진짜 황제들.’
홀로 문명을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초월자는 아무리 발전된 문명이라 한들 우러름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34지구가 속해 있는 [레온하르트 제국] 역시 중급 초월자인 레온하르트 황제가 세운 국가가 아니던가? 물론 34지구에 대우주에서도 완전히 예외적인 존재. 게임 마스터(최상급 신)가 자리 잡게 되면서 일반적인 제국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아니, 물론 대우주 시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꼭 그런 사람들만 황제란 이름을 다는 건 아니잖아요? 막말로 이가 사람들도 자기 가주를 대한제국의 여황이라 부르니까요.”
“…….”
황제를 무슨 기업 회장이나 명예직 같은 거로 인식해야 나올 수 있는 발언에 머리가 아파져 왔다.
황제란 군주 중의 군주. 하늘 아래 유일무이한 권위와 지위를 가진 존재다.
개구리가 우물을 나와 그들의 황제가 하찮고 미미한 것으로 변하는 그 순간, 황제란 지위는 더는 명예의 자리가 될 수 없다.
“컷! 다시!”
“컷! 다시!”
“컷! 흠…… 안 되겠다. 오늘은 이만하죠. 다른 장면부터 찍고 내가 대본을 좀 더 고민해 볼게요. 이렇게까지 거부감을 느낄 정도면 내 인식이 좀 문제가 있는 거지. 요새 이런 문제가 민감하기도 하고…….”
결국, 그쯤에서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다.
1인실의 문을 닫은 난 자동 사냥을 돌고 있던 캐릭터의 인벤토리를 정리한 후 다시 사냥을 돌려 두었다.
“황제.”
무심코 중얼거린다. 침대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댔다.
“황제…… 노블 블러드라…….”
문득 예전 일이 떠오른다.
[나는 왕족이야! 신왕가(神王家)의 피를 이은 자란 말이다! 네깟 것들이 날 무시해?]내 아버지는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34지구에 정착한 지 십수 년이 지나도 98지구에서 살던 때만을 추억했다.
아버지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다.
일을 하지도 않았고 가족을 부양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시녀 출신이던 어머니를 멸시했고 조금만 기분이 나빠도 주먹을 들었다.
아버지는 이능력자였다.
나름대로 왕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비전의 수련법(34지구 기준으로 치면 폐급으로 분류되겠지만)을 익히고 왕족으로 자라며 영약도 많이 먹어 익스퍼트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거의 일반인이나 다름없던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주먹질은 살인적이었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릴 때마다 어머니는 사경을 헤매야 했다.
상황은 나도 마찬가지.
타고나기를 강골로 타고난 나조차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은 견디기 어려웠다. 몇 번이고 뼈가 부러지고 피를 쏟았지.
병원에 못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보편의 정의에 용납되지 않는 가정 폭력을 행사해 온 아버지의 얼굴에는 이미 몇 개나 되는 [죄의 낙인]이 새겨져 있는 상태. 병원에 가 가정 폭력의 징후를 들킨다면 의사들이 가만있을 리 있겠는가?
집안의 일. 문화 차이라는 변명으로 무사했을 뿐 단 한 건의 경찰 신고만 들어갔어도 그는 콩밥을 먹었을 것이다. 알량한 전투 능력 따위 아내와 자식이나 팰 수 있지 정의신의 사제를 상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와~ 인간쓰레기다~]정의신이 사제들이 그렇게 신나서 달려오면 저항이고 뭐고 바로 끌려갔겠지.
‘차라리…… 그랬어야 했는데.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기라도 해서 도움을 청했다면…….’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때의 난 너무 어렸고, 어머니는 여전히 아버지에게 복종했다.
그리고 그날.
내가 중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불가해한 전투 예지]를 각성했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머니를 구타하던 아버지를 막아섰다.
“…….”
그날을 기억한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던 아버지. 울고만 계시던 어머니.
그리고 다음 날.
아버지가 자살했다.
“엿같군…….”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에 쓰게 웃었다.
34지구에서 방황하던 시간이 떠오른다. 낙원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발달된 문명에서도 나는 길을 찾지 못했다. 언제나 분노에 차 있었고 여기저기 민폐를 끼치고 다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참 웃기는 일이지.’
야만적이고 난폭하던, 시대의 낙오자나 다름없던 한 문명인은 피와 살, 거짓과 악의로 가득한 중세 랜드에 가서야 용맹한 전사, 믿을 수 있는 동료, 존경할 만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로그인.”
팟!
단숨에 배경이 변한다. 따듯한 현대의 숙소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던전으로 이동하자 온몸이 싸늘하게 식는다. 아무리 냉기 저항이 있어도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보스 세 마리 중 하나를 잡았어. 같은 방식으로 나머지 둘도 치우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날렸지만. 아쉽게도 적들 역시 바보가 아니다.
“깡통! 빠져!”
쿵! 쿵! 쿵!
설녀와 골렘이 공격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난다.
대신 수천의 몬스터들이 몰려왔다.
“키야악…… 컥!”
달려들던 예티의 목을 치며 전진하려 했지만, 사방에서 냉기 공격이 쏟아진다. 얼음의 검과 창이 몸을 후려치고 아이스 엘리멘탈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달려들어 움직임을 차단한다.
수의 폭력.
압구정동에서 오우거가 당했던 그것을 내가 당한다. 하나하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공격이 비처럼 쏟아지니 아무리 나라도 뚫고 갈 수가 없었다.
“성주님을 도와라!”
“우리도 갈겨!”
내 뒤를 기사와 병사들이 따라붙는다.
퍼펑! 쾅!
“주문! 주문을 더 빨리……!”
“너무 추워! 입이 얼어붙어…….”
마법사들 역시 화염 마법을 날려 몬스터들을 공격한다.
“크아아앙!”
“크워워!”
“차르르르릉!”
던전 전체에 흩어져 있던 몬스터가 모여들며 점점 싸움이 격해지기 시작한다. 얼음에 베이고 주먹에 얻어맞고 꽁꽁 얼어 사망한 병사들이 바닥에 널브러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병사들의 사기는 전혀 꺾이지 않는다.
“물러서지 마라!”
“자리를 지켜! 제자리에서 죽어라!”
던전이 열리고 몬스터가 등장한 지 이제 1년 좀 넘게 지났다. 역사와 전통은커녕 우리 세력을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이 남이나 다름없던 외국인들.
그러나 그럼에도 그들의 충성심과 자부심은 일반적인 선을 넘어섰다.
‘……그래. 그랬지.’
알고 있다.
나는 이미, 황제나 다름없다.
제국, 하다못해 왕국이라도 선포하자는 수하들의 간언이 몇 번이고 있었고 그것은 실제로 가능한 일이었다. 인구가 좀 부족하다 하더라도 내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과 세력의 힘은 충분히 그게 가능한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러지 않았다. 마음의 거리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냥 아직 때가 일러서 그렇다. 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앨런 감독의 말을 듣고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멍청했군.’
쓰게 웃으며 전장 상황을 살핀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추위에 병사들이 제대로 힘을 못 썼고 전투가 길어지며 사방에 흩어져 있던 몬스터들이 모조리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주변을 빽빽하게 채운 몬스터들이 해변을 후려치는 파도처럼 내 군세를 깎아먹고 있었다.
이대로 싸우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전 병력이 전멸할 테고, 나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좋아.”
그러나 예상하고 있던 바다.
“충분히 모였군.”
쿠쿠쿵!
괴력검을 휘둘러 몬스터들을 모조리 쳐 내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소리친다.
“지금!”
지금 내 명령에 스틸스톤과 헌드레드. 스마일. 플라워 와 헤이즈가 동시에 소리친다.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인터페이스를 조작할 틈 따위는 없다. 모두 두 손이 바쁠 상황이니까.
“카심!”
<포효하는 드레이크 카심(전설)이 소환됩니다!>
무려 여섯 마리의 드레이크가 동시에 소환되자 사방에서 난리가 났다. 카심의 덩치에 몬스터들이 깔리고 개중 몇은 카심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몬스터들의 공격이 매서워도 전설 등급의 드레이크를 단번에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울어라.”
고오오오—
내 명령에 카심의 입 앞에 백색의 구체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울어! 포효하라고!”
“울어라, 카심!”
포효를 준비하는 카심은 내가 소환한 한 마리뿐 나머지들은 아니었다.
헤이즈가 소환한 녀석은 그냥 멀뚱히 자신의 주인을 쳐다보기만 했고, 나머지 녀석들은 그 정도도 아니다. 허리를 바짝 숙이는 것이, 당장이라도 땅을 박차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모양새.
‘이런 제길! 연습이라도 하고 왔어야 했나?’
그런 생각을 하며 소리쳤다.
“울어라!”
“크르르…….”
내 고함에 화이트 드레이크의 시선이 일시에 모여든다. 그리고 이내.
고오오오—
고오오오—
여기저기에서 빛 덩어리가 떠오른다.
“막아! 저 덩치들의 숨결을 막아!”
“크아아앙!”
몬스터들이 기겁해 몰려드는 모습이 보였지만 이미 늦었다. 애초에 카심의 숨결은 쿨 타임이 길지 시전 시간이 긴 기술이 아니다.
꿀꺽.
가장 먼저 내 카심이 빛의 구체를 삼킨다.
<카심이 포효합니다!>
<카심이 포효합니다!>
<카심이 포효합니다!>
<카심이……>
빛이 터졌다. 바글바글 모여 있던 몬스터들이 일거에 쓸려나간다. 광역 기술이 내 전진을 막기 위해 바글바글 모여 있던 몬스터 위로 떨어지자 그 효율이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
길드원. 거기에 연합군 시스템으로 연결된 정예병들과 달리, 몬스터들은 방어를 굳히건 몸을 웅크리건 신성 포효의 타격을 견딜 수가 없었다.
“크억…….”
그러나 엄청난 타격에도 두 보스 몬스터는 살아남았다. 보스급 몬스터에게 더해지는 보정의 힘이었지만, 그렇게 살아남은 녀석들 앞에 내가 서 있다.
“끝이다.”
“인간! 저주하겠…….”
촤악!
설녀의 머리가 떨어져 나간다. 이어서 아이스 골렘의 코어도 파괴된다.
그걸로 끝이었다.
“오, 오오…… 따듯해…….”
“숨쉴 수 있어…….”
쿠구궁!
밀려나는 땅 위에 병사들이 주저앉는다.
사실 지마일도 영하 15도가 넘을 정도로 추웠지만, 온몸을 꽁꽁 싸매고도 동사할 위기였던 던전에 비하면 천국 같은 환경.
나는 병사들의 수를 가늠했다. 그리 길지 않은 전투였음에도 3천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엄청난 피해에도, 병사들은 빛나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모두, 수고했다.”
“와아아아!”
“이겼다! 우리의 승리야!”
터져 나오는 환호성 속에서, 나는 이미 걷고 있었다.
황제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