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unted Foreword Genius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희성예고의 망령들 (2)
우리는, 송수현 이사장과 같은 모습을 했지만.
극과 극으로 다른 인격이 담긴.
그녀의 동생을, 침묵한 채 응시했다.
“이런 모습으로 만나는 건, 정말 오랜만이지?”
그녀가 앉은 의자는 이사장실의 의자와 같았다.
아니, 지금 그녀가 있는 공간 전체는.
이사장실과 똑같이 만들어져 있었다.
마치, 그녀의 욕망을 반영이라도 하듯.
“어때? 지금 언니가 나를 여기 처박은 후에 차지한 이사장실과 똑같이 만들어 봤는데. 좀 그럴듯해?”
“수진아.”
“친근한 척 부르지 말아 줄래? 역겨우니까.”
그녀의 얼굴 세포 하나하나가.
증오를 부르짖는 것만 같다.
“당신들은 모를 거야. 학교의 틈으로 빨려 들어가, 악령인 채로 버텨야 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를.”
“…….”
“구해 달라고 했잖아. 살려 달라고 했잖아. 나를 여기서 제발 꺼내 달라고, 제발 한 번이라도 붙잡아 달라고 했잖아!”
“수진아, 정말 미안…….”
“됐어. 그냥 닥쳐 줘, 제발.”
그녀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내가 현실로 돌아가는 것을 막을 존재는 어디에도 없어. 어디에도!”
[송수진. 도대체 무엇을 할 생각이냐.]윤성이 처음으로 입을 열어 질문을 던졌고.
그녀는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아, 일단은 말이야. 현실의 모든 것을 악몽으로 좀 바꿀 거야. 지금까지 내가 당했던 모든 것을, 이 세상의 모두가 나누어서 당해 봐야 하지 않겠어?”
[미쳤군.]“그게 왜 미친 짓이야? 나만 당하기에는 너무 억울하잖아. 안 그래?”
그녀가 천천히 걸어가며 손을 뻗자.
전혀 다른 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문에서 불길함을 느낀 나는, 바로 외쳤다.
“폭신이즈!”
바로 내 곁의 열두 유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희재 선배가 발견한 폭신이즈는.
사실, 아주 먼 곳에서 그들이 내게 보낸.
나와 학교를 지키는 수호령들.
그들은, 바로 열두 개의 수호령으로 변해.
송수진의 행동을 막으려고 했지만.
파아앙!
그녀가 손을 한 번 휘두르자, 막히고 말았다.
“아하하하핫!”
그녀는 손뼉까지 치면서 좋아했다.
“이제, 너희들은 절대 나를 막지 못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너와 내 언니가 없는 세상을, 내가 마음대로 작곡하고 연주할 테니까.”
그리고 그녀는 닫힌 문을 열고는.
그 문을 통해 이 세계를 빠져나갔다.
동시에, 이 세계가 불길해진다.
별들이 피를 흘리기 시작하고.
바깥의 풍경이 기괴하게 일그러진다.
수호령들은 내게 다급하게 외쳤다.
[당장 음악으로 이 세계를 깨야 해요.]열두 유령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외친다.
[오직 열두 개의 음들이 있을 뿐이에요.] [이 음들을,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해요.]결국,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음악뿐이다.
[그런데, 무엇을?]윤성은 내게 이렇게 물었지만.
나의 직관은 바로 답을 내놓았다.
“바흐의 《샤콘느》.”
[맞아요. 마에스트로 김리듬.]나는 이곳에 유일하게 남겨진 피아노로 다가가.
호흡을 고르고, 손을 풀고는 연주를 시작했다.
나의 무거운 연주가.
날개 없이 추락하는 천사의 형상을 끌어낸다.
신에게서 버려진 조각이 되어.
절망과 고통, 분노와 좌절에 몸부림치는.
[부조니의 샤콘느 편곡은 가혹해. 정말 가혹하지. 피아노의 88 건반을 전부 사용해야 하고, 도약과 연타도 끔찍하게 많으니까.]그러나 그 무저갱과 같은 연옥에 머무르지 않는.
[브람스가 샤콘느를 가리켜 무엇이라 했는지 아니?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라고 했어.]흉곽을 깊게 파고들어.
끝내 심장을 스치는 음악을 연주한다.
이제 알 것 같다.
추락과, 공허와, 아픔과, 고통과, 반전과, 승화와, 전율과, 영원의 일대기를 한 대의 바이올린에 담았다는 드라마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대사의 의미가.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 계속해. 세상의 모든 음색이 내 손가락 아래 모여 있다는 느낌으로.]멈추지 말고 나아가라.
저주가 연습실 바깥을 포위하고.
창문 바깥을 포위하고.
너를 천천히 잠식하려 다가온다 할지라도.
흑암을 헤매는 음악에 한 줄기 빛이 떨어질 때까지.
[종말의 날에 주어지는 한 줄기 구원 같은 라장조의 빛. 찰나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나 달콤한 꿈을 꾸게 하기에 그저 물들 수밖에 없는 빛.]이제 저주는 피아노를 타고 올라와 내 손가락 끝을 침식하려 들지만, 그럼에도 연주는 멈추지 않았다.
기억해라.
너희가 종말을 향해 영원히 걸어가야 함을.
그럼에도, 살아가라.
너희가 부서져 흩날리는 천국의 파편임을 기억하며.
빠직.
나의 음악이 거의 끝나 가는 순간.
기괴하게 일그러지던 세계에 금이 갔고.
빠직. 빠지직……!
우지직. 우르르르……!
나의 연주가 끝나는 순간.
우리를 포위하던 세계와.
그녀의 계획이 같이 부서졌다.
나는 윤성과 그날 밤 재회했던 연습실 피아노에 앉아 있었다.
[김리듬. 일어나. 송수진을 쫓아야 해.]윤성과 이사장이 나를 일으켜 세웠고.
우리는 곧 희재 선배와 마주쳤다.
“희재 선배!”
“김리듬, 이쪽이야!”
우리는 복도 한복판에서 송수진을 발견했다.
인간의 육체와 아주 흡사해 보이지만.
색채가 옅고 위태로워 보이는 그녀를.
“어째서……?”
“이제 제발 멈춰. 수진아!”
송수현 이사장은 다급하게 외쳤다.
“내 생을 바친다고 해도, 너에게 용서받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과하고 싶어.”
“그게 뭐가 중요해, 언니?”
“수진아…….”
“이미, 전부 다 이렇게 되어 버렸는데.”
우리는 바깥 세계를 보았고.
환상과 상상과 몽환과 악몽의 세계가.
현실을, 급격하게 침식하는 것을 보았다.
“어차피 다 끝났어. 이제는 못 막아.”
“이게 대체…… 송수진?”
뒤늦게 나타난 이명진 원장의 표정은 황망했다.
“송수진, 멈춰!”
“못 멈춘다니까.”
“수현이는 너를 구하려고 했어! 이게 증거야!”
그는 품에서 열쇠 조각을 꺼내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네가 빨려 들어간 후, 수현이는 그 공간 속으로 뛰어들려고 했어! 내가 막지 않았으면 수현이도 너와 똑같은 상태가 되었을 거라고! 더 이상 왜곡된 기억으로 파멸을 자초하지 마. 제발, 지금이라도 멈춰!”
송수진의 표정에, 찰나의 시간 동안.
안타까움과 비슷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다시 차갑게 굳었다.
“이제 와서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송수진……!”
“이제 다 끝났…… 크어억?!”
달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무언가가.
그녀의 몸을 창백하게 관통했다.
“오랜만이야. 송수진.”
“크윽…… 반서준 너……!]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린 반서준이.
그녀의 몸뚱이를 꼬챙이로 꿰뚫어 버린 것이다.
육체가 있던 그녀의 모습은.
이제, 허무한 망령으로 무너져 간다.
“나를 버리고 갈 때는 기분 좋았지? 그런데 말이야, 너는 나를 너무 간과했어. 그래. 의지박약이고, 찌질하고, 열등감 덩어리인 내가 여기까지 쫓아와서 네게 칼을 꽂을 거라는 생각 자체가 없었겠지. 그렇지?”
[크으윽…… 크아아아악……!]“악령으로서의 네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는, 네가 빨아먹을 대상으로 다름 아닌 나를 선택했다는 거야.”
그가 사정없이 찔러 들어간 꼬챙이가 비틀리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그녀를 완벽하게 ‘부숴 버린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지옥의 최심부에서나 들을 법한.
가학과 공포와 절망의 아리아가.
오직 우리밖에 없고.
우리만 들을 수 있는 학교라는 무대에서.
길고, 길고, 아주 길게 울려 퍼지며.
잔혹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반서준은 꼬챙이를 천천히 놓아 버렸고.
그녀는 무기력하게 우리 쪽으로 쓰러졌다.
[안 돼, 안 돼애애애! 이럴 순 없어어어……!]그녀는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는 자신의 영혼을 질질 끌면서 우리 쪽으로 향해 엉금엉금 기어 온다.
공포에 질린 그녀는, 사랑에서 애증으로, 결국 증오로 변해 버린 자신의 혈육에게 도움을 청했다.
[수현 언니, 도와……!]파아아아아악!
청명한 파공음과 함께.
그녀의 영혼이, 완전히 분해되어 사라졌다.
“…….”
내 시선이 옆의 이사장님을 향했다.
그녀는 지금 미친 듯이 떨고 있었다.
“안녕, 김리듬.”
녀석이 환하게 웃는다.
하얗게 세어 버린 머리를 한 채.
“가짜 우승 잘 봤어. 하지만, 이제는 진짜 우승자의 시간이야. 내가, 방금 전 내가 없애 버린 송수진이 알려 준 대로, 이 학교의 비밀로 우승자를 바꿀 거거든.”
그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문으로 다가갔다.
“자, 이제 잘 봐!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를!”
[저 미친 또라이 새끼 잡아!]윤성이 소리치고, 희재 선배가 달려들었지만.
녀석은 순식간에 우리를 피해 도망쳤다.
우리는 녀석이 도망친 문을 열려고 했지만.
철컥. 철컥, 철컥.
문은 열리지 않았다.
“모든 문이 잠겼어.”
“이제 어떻게 하지?”
이대로, 갑자기 나타난 반서준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한단 말인가?
그 순간.
내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얹혔다.
고개를 들어 보니.
[김리듬.]차분함을 넘어 고요한 표정의 윤성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를 믿어.]그와, 수호령으로 변한 폭신이즈가.
천천히 흐려지면서, 반서준이 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 * *
반서준은 연습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예전, 김리듬이 정윤성을 처음으로 만난.
그 비밀의 연습실에.
“네가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세계관은, 반드시 사라져야 해, 김리듬.”
반서준은 다짐했다.
그런 결말의 세계관이라면.
나는, 그 세계관을 부숴 버리고 말겠다고.
“내가 없애 버릴 거야. 내가 취소할 거야. 내가 부정할 거야!”
그의 모습은, 희재 선배가 내게 말해 준 ≪파우스트 박사≫의 주인공 아드리안 레버퀸과 닮아 있었다.
불가능한 것을 취소하려 하고.
불가능한 것을 부정하려 드는.
이미 망가진 것조차 모르는 망가진 천재.
* * *
“정말, 김리듬.”
김우진 실장의 차가 학교 앞에 멈추자마자, 뒷좌석에서 이민아와 전수정이 내렸다.
“이런 위험한 순간에, 이런 식으로 나오기야?”
“전수정. 저기……!”
민아의 목소리에 전수정은 하늘을 보았다.
그들의 눈에, 경이가 펼쳐지고 있었다.
김리듬이 우승한 세계관과.
우승하지 못한 세계관이.
마구 겹쳐서 섞이고 있는 것을.
늦가을 바로 옆에서 휘몰아치는.
삭풍이 휘몰아치는, 눈 내리는 겨울을.
“……들어갈 수 있을까?”
“들어갈 수 있어.”
전수정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닫혀 있는 학교의 문을, 천천히 열었다.
“문제는, 나올 수 있느냐는 거지.”
세 사람은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학교 어딘가에 있는, 김리듬을 찾기 위해.
* * *
반서준은 가지고 싶었다.
자신이 평생을 몸부림쳐도 절대 가질 수 없던.
그 황홀한 천재성을.
그 녀석은 이미 17살부터 가져 버린.
그 사람의 영혼을 태우는 천재성을.
“그래, 바로 이거야…….”
파멸의 형상이 어른거리는.
파멸적인 기교의 극단을.
희열에 젖어 있던 그의 표정이, 공허와 공포에 잠식당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 나만의 쇼팽 콩쿠르다.
아니, 그때보다 더욱 완벽한.
나만의 연주를……!
[이제, 그만 멈춰라.]없애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전에 없애 버린 송수진처럼.
그렇게 모두 다 없앤 줄 알았는데.
[너의 연주는, 더 이상 연주가 아니다.]이 망령 녀석들이, 지금 내 손가락을 붙잡고.
내가 더 이상 연주를 하지 못하게 막는다.
“……너희들이 내 연주를 막는다면, 손가락을 물어뜯어서라도 하겠어.”
[지금 멈추지 않으면.] [너의 마지막 남은 재능까지 잃게 된다.]“크으으윽……!”
반서준은 망령들을 떨쳐 내기 위해 자기 손가락을 물어뜯어 피를 내기 시작했다.
곧, 건반 위에 지저분한 유혈이 낭자해졌다.
마침내 망령들은 그 유혈극에 흩어져 버리고.
그는 광상으로 가득한 연주를 건반에 풀어놓는다.
하지만, 아직 하나의 망령이 남아 있었다.
[반서준. 그만해라.]반서준은 그의 얼굴을 알아보았고.
곧 섬뜩한 웃음을 흘렸다.
“나, 알아. 네가 누군지.”
[지금이라도 멈춰라. 너에게 남은 몇 안 되는 진짜 음악마저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에.]“닥쳐! 정윤성!”
[지금 네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어!]윤성의 일갈에, 반서준은 순간 멈칫했다.
[지금 네가 연주하는 건 음악이 아니야. 음악의 껍데기를 쓴 추악한 무언가지. 정말 들리지 않는 거냐? 너는, 지금 쇼팽조차 연주하고 있지 않다고!]사실은 아까 전부터 듣고 있었다.
이제 그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연주는.
차마 연주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추하고, 엉망진창인 소음의 산물일 뿐.
[제발 손을 떼라. 네가 망령을 없애기 시작한 순간부터, 두 세계의 연결도 끊어지기 시작하고 있어. 그리고, 그 세계는 네 마지막 재능까지 가져갈 거라고!]하지만 반서준은 파국에서 손을 떼려 하지 않았고.
“어, 이런, 제길.”
결국, 건반 위에서 스며 올라오는 다른 세계가 그의 손가락 사이에까지 스며들었다.
“그만, 제발, 그만해! 제바알……!”
그의 양손을 먹어 치운 다른 세계는.
손가락에 아직 남은 가냘픈 재능까지 먹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안 돼애애애……!”
그의 마지막 재능까지 먹어 치운 다른 세계는.
새벽 햇빛을 받는 순간, 깨끗하게 사라졌다.
* * *
철컥.
“열렸다.”
문을 열자마자, 나는 바로 연습실로 뛰었다.
전력을 다해 뛰는 복도를 따라.
긴 밤이 지나가고 새벽이 찾아온다.
동시에, 현실로 침입하던 다른 세계의 세계관이.
어둠이 소멸하듯, 그렇게 사라진다.
나는 연습실 문을 벌컥 열면서 소리쳤다.
“정 마에 선생님!”
반서준은 이미 거기에 없었다.
대신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새벽 햇빛을 받으며 승화하는.
무수한 망령의 파편들과.
[김리듬. 이제 악몽은 끝난 것 같아.]내 앞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부서지고, 흐려진 채, 사라지려 하는.
윤성의 모습이었다.
“정 마에 선생님! 안 돼요!”
[알고 있잖아, 김리듬. 망령들이 사라지고 연결된 두 세계가 완전히 분리되면, 나도 사라져야 한다는 거.]사실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가 곧, 나를 완전히 떠나야만 한다는 사실을.
그러나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를 위해 흘릴 눈물을 준비하지 못했고.
계량할 수 없을 만큼의 눈물을 흘려야 함을 준비하지 못했다.
[내가 가지 못한 미래들을, 나를 대신해 가 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한다. 김리듬.]“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고…… 제발……!”
투명하기만 했던 그의 모습에.
새벽의 가느다란 햇빛이 혈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아, 그래도 마지막 포옹은 허락을 해 주네.”
“선생님…….”
그의 모습이, 이제 육체로 보인다.
지금 이 순간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태양이 완벽히 떠오르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그의 따뜻한 몸에 안겨 포옹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니까.
“자, 김리듬!”
활짝 펼쳐진 그의 두 팔이.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사랑하는, 나의 제자 김리듬.
“마지막으로, 정말 가슴 벅차게 안아 보자!”
나는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그래. 정말 고맙다.”
“선생님…… 흐흑…….”
서늘하던 이전과는 다르게.
따스한 마지막 포옹의 순간이다.
“그러면, 이제는 정말로 안녕.”
마침내, 그가 햇빛 속에서 천천히 부스러진다.
아침 해가 높이 떠오르며.
티 한 점 없이 맑은 10월 말 아침을 밝힐 때.
그는 찬란한 빛무리에 완전히 동화되어.
내가 있던 세계에서 완전히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