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a golden spoon songwriting genius RAW novel - Chapter 10
10. 돌아가기금수저 작곡천재가 되었다
라이브 방송 (2)
유정아가 오프닝 멘트를 치자 유하라는 단어가 채팅창을 도배했다.
아마도 유정아 하이라는 뜻이겠지.
너튜브 시청자한테는 ‘너하’라는 말을 쓰니까.
“네, 우리 유미들! 제가 오늘은 특별히 게스트를 모셨는데요! 다들 알고 있죠?”
버틀러스! 라고 정답을 외치는 소리가 채팅창에 가득하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유미?”
“정아 팬덤 이름이에요. 유앤미 줄여서 유미.”
윤해찬이 속닥거렸다.
유하까지는 그렇다 쳐도, 안 그래도 짧은 단어를 줄일 필요까지 있나?
정말 별걸 다 줄이는구만.
“아이, 다들 잘 아시네! 근데 이분이 누군지는 모를 거야. 그죠?”
당연히 ‘이분’은 나다.
채팅창이 배우, 기타리스트, 새 멤버 등 갖가지 추측으로 도배됐다.
유정아는 꺄르르 웃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세 분, 소개 부탁드려요.”
여기서부터는 미리 준비해 온 대로 읊는 거였다.
우리는 앉은 순서대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어제 미니 1집 ‘Lovers’를 발매한 2인조 밴드 ‘버틀러스’의 윤해찬.”
“최동주입니다!”
둘이 세트로 묶여서 인사를 하고.
나는 렌즈 쪽을 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러버스’의 타이틀곡 ‘드리밍’의 작곡을 맡은 김도하입니다.”
버틀러스보려고가입 : 네..?
p냥냥q : 작곡가라고요?????
정아링 : 헐 아이돌인줄 알았어요ㄷㄷ 완전 잘생기셨당
LDlake : ㅋㅋㅋㅋㅋ아니 새멤버가 아니라 작곡가였다고??? 그것도 타이틀곡???
sawaz : ㅁ친 작곡가였어?? 하..이게 나라냐
채팅이 올라오는 속도가 빨라졌다.
역시 다들 몰랐구나.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보통 노래만 듣지 곡은 누가 썼는지, 가사는 누가 적었는지 별로 궁금해하지 않으니까.
가수가 참여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유정아가 버틀러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들 많이 놀라셨나 봐요. 사실 저도 궁금한 게, 버틀러스는 원래 곡을 직접 쓴다고 알고 있어요. 이번에는 어쩌다 김도하 작곡가님과 작업하게 됐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능청스러운 질문에 윤해찬이 답했다.
“사정이 조금 있었어요. 원래 수록하려고 했던 곡에 문제가 좀 있었는데, 이걸 너무 늦게 알아차리게 돼서. 그래서 사실 앨범 자체가 무산될 뻔했습니다.”
“아하······근데 시청자분들 반응을 보니 그 곡도 좋았다고 하네요? 대체 무슨 문제였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최동주와 윤해찬이 눈을 마주쳤다.
이건 미리 이야기가 된 부분이었다.
나중에 표절이니 뭐니 하면서 구설수에 오를 바에야, 여기서 확실히 밝히고 가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멜로디 저작권 문제가 있었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떠오른 멜로디를 썼는데, 알고 보니 이미 있던 노래와 흡사하더라고요. 당연히 이런 건 쓸 수 없죠.”
“아, 그렇겠네요. 만약 계속 몰랐으면 큰일이었을 텐데, 너무 다행이에요.”
“사실 이거랑 관련해서는 도하 씨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네? 왜요?”
“도하 씨가 귀띔해주셔서 알 수 있었으니까요. 그걸 계기로 함께 작업하게 됐었어요. 일정이 너무 촉박해서 새로 곡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와. 완전 구원투수였네요.”
“그렇죠. 도하 씨 덕분에 앨범이 무사히 나온 거나 마찬가지예요. 저희로서는 너무 감사한 분이죠.”
윤해찬과 최동주가 나를 보며 웃었다.
그래, 저렇게 감사를 표할 만도 했다.
앨범을 낼 때마다 들어가는 시간, 비용, 노력은 쉽게 가치를 따지기 힘들 정도니까.
그래도.
시청자들 있는데 저렇게까지 말하는 건 좀.
“아, 그만하자. 민망해하시잖아.”
“꺄하학! 김도하 씨, 왜 눈을 피하고 그래요!”
유정아가 놀리듯 말했다.
그만해라.
내가 흘겨보자 그제서야 웃음을 멈추고 질문을 마저 했다.
뮤비의 의미, 앨범의 컨셉 등.
이건 앨범 홍보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버틀러스가 준비해온 대답을 술술 내뱉자 차례가 나에게로 넘어왔다.
“김도하 씨는 사실 작곡가로서는 생소한 이름인데요. 드리밍이 첫 작업물인가요?”
“두 번째입니다.”
“혹시 전에 하셨던 작업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Take a rest’라고, 제윤 씨랑 같이 작업한 곡이 있습니다.”
“네? 제윤이요? 제가 아는 가수 제윤?”
“네, 그 가수 제윤이요.”
딱히 노린 건 아니었지만.
채팅이 또 난리가 났다.
p냥냥q : ????????????
LDlake : ? 내가 잘못 들었나?
ankd : ㄹㅇ임 이거..?
정아링 : 오 정말이네요. 둘다 엄청 좋던뎅ㅎㅎㅎ
sawaz : 아니 진짜 이게 나라냐?
“와. 이런 분들 보면 세상이 참 불공평한 것 같아요. 그쵸 여러분.”
유정아가 너스레를 떨었다.
정말로 연기 쪽으로 가도 되겠는데?
노래실력이 아깝긴 하지만.
쓸데없이 진지하게 생각하는데, 유정아가 박수를 쳤다.
“이쯤에서 버틀러스 신곡 한번 듣고 갈까요? 모르시는 분도 있을 것 같으니까. 어디, 음원은 좀 흔하고.”
그러더니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라이브 어때요? 뮤비처럼.”
이건······모르는 일이었다.
기타 쓰게 만든다더니 이런 거였냐.
하지만 뭐.
“좋죠.”
뺄 거면 애초에 들고오지도 않았다.
나는 뒤편에 놓았던 기타를 가지고 자리로 왔다.
“이럴 줄 알고 준비했습니다.”
태연하게 말하자 시청자들이 ‘오오~’를 연발했다.
버틀러스를 보니, 그쪽은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었다.
오히려 라이브 하던 실력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으니 홍보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그럼, 어떤 식으로 칠까.
다른 악기들 없이 기타로만 사운드를 채워야 하니, 지루하지 않게 편곡해주는 편이 나을 듯했다.
머릿속으로 코드를 짜깁기하고 전체적인 구성을 살짝씩 바꾼다.
아예 다른 곡이 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이 노래는 기타가 중심이니까.
편곡을 마치자마자 나는 줄을 튕겼다.
♩♬─
손을 쉬지 않으며 최동주를 힐끔 쳐다봤다.
내내 가볍던 최동주의 눈빛이 어느새 진지해져있었다.
“계절이 바뀐 그날♪ 운명처럼 마주한 그 순간♩”
익숙해진 노랫말이 들리고, 본격적으로 노래가 시작됐다.
사실 임의로 한 이 편곡을 버틀러스가 따라올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없잖아 있었지만.
마치 노래방에서 부르듯 여유만만한 둘의 모습을 보니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편안한 분위기 속.
1절이 무난하게 끝났다.
이제 슬슬 마무리해야지.
원래 이런 돌발 이벤트는 2절까지 하면 재미없는 법이었다.
─♪!
짧게 스트로크로 쳐 끝맺음을 하고서, 나는 유정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노래에 심취한 듯 눈을 살짝 감고 있었다.
거기에 대고 내가 말했다.
“여기까지.”
“뭐어? 왜?”
유정아가 눈썹을 휘며 아쉬운 듯 말했다.
왜라니.
아직 할 게 많은데 여기서 시간 잡아먹을 셈인가.
내가 어이없이 쳐다보자 유정아가 핫, 하며 정신을 차렸다.
“으으. 아쉽지만 여기까지! 잘 들었습니다아.”
“더 듣고 싶으시면 ‘수박’에서 버틀러스를 검색해주세요!”
윤해찬이 웃으며 깨알같이 말했다.
음. 좋은 자세다.
유정아는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그런데 이 어쿠스틱 버전은 대체 언제 준비하신 거예요? 음원 내도 될 정도로 너무 완벽하던데.”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질문이지.
“준비할 시간이 어딨어요. 바로 어제 연락 주셨으면서······.”
“아.”
헤헤, 하며 멋쩍은 웃음을 짓던 유정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그러면 오늘 처음 합 맞춘 거예요?”
“네.”
“편곡도 방금 막 하신 거구요?”
“그렇다니까요.”
“······뭐야! 이사람 무서워!”
유정아가 오싹하다는 듯 양손을 모았다.
웬 호들갑.
이 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닌가.
그녀를 이해못할 눈으로 보는데, 최동주가 반쯤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도하 씨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서운 사람이었네.”
“······네?”
“솔직히 그렇잖아요. 저는 미리 준비하신 줄 알았는데, 즉흥으로 편곡하신 거라니. 그것도 이렇게 완벽하게. 와, 진짜 사기캐 아니에요?”
윤해찬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칭찬이 과하네.
나는 태평하게 편곡을 따라와준 두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것 같은데.
내가 떨떠름해 보였는지 최동주가 화면을 가리켰다.
“봐요, 시청자분들 반응도 난리났잖아요.”
그 말대로 채팅창이 빠르게 갱신되고 있었다.
버틀러스보려고가입 : ㅠㅠㅠㅠㅠ제발 정규음원 내주세요 제발제발ㅠㅠㅠㅠㅠㅠ
ankd : 와 요즘 인디도 이 정도 하지 않으면 못 살아남는구나ㄷㄷㄷ 지렸습니다 형님
정아링 : 전 원곡보다 더 좋은듯요ㅎㅎ풀버전도 듣고싶네용
sawaz : ㅋㅋ..이젠 걍 어이가 없네. 미쳤나 진짜
좋다니 다행이네.
귀찮아도 기타를 챙겨온 보람이 있는 듯했다.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윤해찬이 조심스레 말했다.
“혹시 저희 공연할 때 이 버전 써먹어도 될까요? 반응을 보니 팬분들이 요청하실 것 같아서.”
“당연하죠.”
흔쾌히 대답하자 ‘고마워요’라며 인사를 한다.
별 것도 아닌데 뭐.
버틀러스 정도면 내가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알 테니까.
나로서도 귀찮은 일은 없는 셈이다.
이제는 걸리적거리는 기타를 갖다놓고 오자 유정아가 다음 컨텐츠를 진행했다.
그때쯤에는 시청자수가 천명을 돌파했다.
그 숫자는 다행히 촬영을 마칠 때까지 빠지지 않았다.
유정아가 말하길,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사실 내가 볼 때는 오백이나 천이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말이다.
여하튼 라이브 스트리밍을 마치고 나니 세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한 프로 작업한 거나 마찬가지인가.
거의 5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보며 하품을 하는데, 유정아가 다가왔다.
“정말 연예인 끼는 있다니까. 작곡으로 빠진 게 아쉬울 정도야.”
“하하.”
연예계와는 한평생 인연이 없던 나였기에 유정아의 말은 우스갯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영혼 빠진 웃음소리를 내자 유정아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그쪽은 진짜로 포기했구나.”
“음, 뭐.”
“그래도······하나는 이룬 셈이네.”
하나는 이뤄?
의아하게 쳐다보자 유정아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사람들이 내 이름 알게 할 거라는 거. 어쨌든 작곡가로서 당당하게 데뷔한 거잖아.”
그 말을 듣고서야 그날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김도하가 원래 가지고 있던 기억의 조각이었다.
밤하늘과 맥주, 그리고 약간의 취기가 오른 김도하와 유정아.
그때 그들은 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드라마에 몰입한 것처럼, 나도 모르게 말투가 아련해졌다.
“그렇지.”
“오빠 인생 이제 시작이야. 이번엔 절대 포기하지 마!”
······얘 뭘 알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팔에 소름이 돋는다.
한 발짝 떨어지려는데 유정아가 해맑게 내 어깨를 두드렸다.
“웬일로 있는 재능이 아까우니까!”
그럼 그렇지.
나는 유정아의 손을 갖다 치웠다.
그때 윤해찬이 유정아에게 말했다.
“이제 다 끝난 거 맞지?”
“응, 끝났어! 고생하셨습니다.”
“그럼······도하 씨.”
“네?”
윤해찬 쪽을 보자 그가 씨익 웃으며 손목을 꺾는 시늉을 했다.
“저희랑 저녁 먹고 한잔 어때요?”
그러고보니 전에는 모두 피곤하고 지쳐서 뒷풀이 따윈 없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죠.”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유정아를 돌아봤다.
“너도 시간 되지?”
“당연하지!”
기다렸다는 듯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를 정리한다.
버틀러스는 애초에 나 다음으로 유정아한테도 물어볼 생각이었던 듯했다.
사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만남의 여부조차 불투명했을 테니.
버틀러스로서는 고마운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
스튜디오를 나서자.
“맛집은 내가 훤히 꿰뚫고 있으니 나만 따라오라구!”
······라며 유정아가 호기롭게 말했지만.
“오늘은 저희가 쏴야죠.”
미리 예약한 곳이 있다는 버틀러스에 의해 저지되고 말았다.
이후로 우리는 고기로 가득한 저녁을 배불리 먹고, 1시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자리는 꽤 즐거웠다.
술에 약한 최동주가 김치전을 부치기 전까지는.
나도 원래는 술에 강한 편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취기만 있을 뿐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건 유정아도 마찬가지여서 내가 다 큰 성인을 세 명이나 책임질 필요는 없었다.
집에 들어와 안부문자를 돌리고서 나는 소파에 누웠다.
술기운은 거의 달아났지만 피곤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씻고 자야겠지.
사람이라면.
애써 몸을 일으키는데,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
아차.
컴퓨터 안 끄고 갔구나.
지금이라도 끌 요량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화면에는 마지막으로 보던 사이트가 띄워져있었다.
너튜브.
라이브 진행하기 전에 뮤비 복습용으로 켜둔 것이었다.
“뮤비라도 조회수가 좀 나와야 할 텐데.”
중얼거리며 습관적으로 새로고침을 하는데.
“어?”
나오고 있었다.
조회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