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a golden spoon songwriting genius RAW novel - Chapter 9
9. 돌아가기금수저 작곡천재가 되었다
라이브 방송 (1)
라이브 방송이라.
유정아는 너튜브를 하고 있으니, 무슨 방송인지는 뻔했다.
“그러니까 네 채널에 출연해달라고?”
-맞아! 매주 월수금은 라이브 하는 날이거든.
오늘은 목요일이니까.
출연한다면 내일이란 소리였다.
무슨 섭외를 이렇게 여유없이 하지.
그나저나 버틀러스 음원 풀리는 게 오늘 저녁인데.
혹시······.
“버틀러스도 나오냐?”
아니라면 굳이 나를 부를 필요가 없었다.
유정아가 밝게 대답했다.
-응! 나와서 곡 홍보좀 하라고 했지. 그랬더니 타이틀은 오빠의 힘이 컸다면서 오빠 출연의사도 물어봐달라던데?
내 힘이 크다라.
맞는 말이긴 하다.
물론 영감을 주고 곡을 완성시킨 건 버틀러스지만, 작곡 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니.
나한테 확인해야하는 게 있는지도 몰랐다.
어쨌든 내가 출연함으로써 도움이 된다면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작업실, 집만 반복하는 생활에 잠시 일탈이 필요하기도 했고.
“하지 뭐.”
-앗, 정말?! 사실 좀 불안했는데. 역시 김도하! 얼굴천재! 관종천재!
관종천재는 대체 뭐냐.
“······하지말까?”
-죄송합니다. 나와주세요.
진짜 웃기지도 않네.
나는 김새는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내일 어디로 가면 되는데?”
나는 유정아가 말해주는 주소를 받아적었다.
보니까 렌탈 스튜디오인 것 같았다.
평소 방송은 홈스튜디오에서 하지만 게스트가 올 때는 대여한다나 뭐라나.
나로서도 그 편이 편했다.
-부담 가지지 말고 몸만 오면 돼. 만약 따로 하고 싶은 컨텐츠 있으면 준비해와도 되고.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내 라방 시청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 끽해봐야 500명 정도 되려나?
시청자수는 들어도 별로 감이 안 잡힌다.
저게 적은 건가?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마음가짐은 곤란해. 나중에 편집해서 올릴거니까. 아, 그리고 언행조심! 이 정도는 알지?
“그래, 그래.”
-하긴, 가람 연습생 짬밥이 있으니까. 그럼 간단한 질문 카드 보내줄테니 답변 생각해 놔. 내일 봐~!
오늘은 정말로 이 용건이 다였는지 전화가 바로 끊겼다.
하도 전화를 해대서 잊고 있었는데.
원래 바쁜 녀석이었지.
문득 유정아의 채널이 궁금해졌다.
그녀가 무슨 컨텐츠를 하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유앤정아······아, 이거네.”
구독자수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25만명.
생각보다 많은 숫자였다.
‘역시 예뻐서 그런가.’
유정아가 외모는 정말 예쁘긴 했다.
모델급이 득시글한 가람에서도 데뷔조에 들 정도였으니까.
입만 열었다 하면 워낙 까불거려서 깬다는 점이 문제지만.
가장 최근에 업로드된 건 외국 곡을 커버한 영상이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최신곡이라 그런지 조회수가 50만 정도로 꽤 잘 나오고 있었다.
나는 별 기대없이 영상을 클릭했다.
자리에 앉아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는 유정아.
MR이 흘러나오고, 이윽고 그녀가 노래를 시작한다.
첫 소절을 듣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이 노래를 이렇게 부른다고?”
파워풀하고 거친 발성으로 내지르는 원곡과는 달리, 유정아는 청초한 자신의 음색을 살려 곡의 분위기를 확 바꿔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힘 빠지게 들리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강세가 들어가야 하는 구간에서는 적절하게 창법을 바꿔가며 부른 덕에 원곡과는 다른 매력이 넘쳤다.
아마 현 아이돌 중에서도 이만한 실력을 가진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보기보다 물건이었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편곡일까.
듣기에 비슷한 정도로 미디만 대충 찍은 듯했다.
보컬이 달라졌는데도 그걸 전혀 살려주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
사실상 ‘목소리’라는 악기 혼자 곡을 씹어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도 댓글란은 호평일색이었다.
한글보다도 꼬부랑 글씨가 많이 보였는데.
아무래도 외국 곡 커버라 그런 것 같다.
내친김에 다른 영상도 둘러보니, 컨텐츠가 다양했다.
토크쇼도 있고, 각종 게스트 인터뷰도 간간이 보였다.
심지어는 게임 방송도 있었다.
이쯤되면 채널의 정체성이 궁금해진다.
어쨌든 확실한 건.
“역시 인디음악 쪽은 조회수가 별로 안 나오네.”
버틀러스처럼 팬덤을 형성한 경우가 아니라면 1, 2만 정도의 조회수에 그치는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다른 영상이 기본 10만은 넘는 걸 고려했을 때 상당히 적은 수치.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저조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도 인디 컨텐츠를 포기하지 않는 걸 보면, 유정아도 상당히 진심인 듯했다.
내일 방송에서 홍보할만한 소스가 좀 나와야 할 텐데.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뭐라도 하나 준비해갈까?’
유정아는 몸만 오라고 했지만.
어차피 나를 배려해서 하는 말이었을 테니 아무래도 상관없을 거다.
오히려 더 반기지 않으려나.
결정을 내린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뭘 준비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잘 하는 거라면 역시······
“이것밖에 없지.”
#
오후 5시 50분.
곧 버틀러스의 앨범이 발매될 시간이었다.
동시에 뮤직비디오도 유통사의 너튜브 채널에 업로드가 된다.
팬들은 앞다투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스트리밍, 영상 시청을 독려했지만.
사실 그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몇백년만의 뮤비인데 걍 버스킹 영상으로 퉁친다니 너무한거 아니냐구요…
└저예산이니 어쩔수 없었겠지만 좀 아쉽긴 하다ㅠㅠ 이왕 찍는거 예쁜 스튜디오 빌려서 찍지
└감독도 따로 있던데 일을 안했네;;
└그때 현장에서 직관한 사람입니다. 노래는 너무 좋았지만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과연 영상이 잘 나올지 걱정이 되더군요.
오랜간만의 뮤비 컨셉이 다름아닌 버스킹이라는 게 이미 다 밝혀졌기 때문.
자기 가수의 멋지고 화려한 모습을 원하는 팬들로서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윽고 여섯 시가 되고.
버틀러스 공식 계정들에 음원과 영상 주소가 올라왔다.
팬들은 너나할것 없이 주소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유명 가수의 팬덤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화력이었지만, 팬들이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일단 무작정 스트리밍부터 돌리던 팬들은 음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거 버틀러스 앨범 맞죠??? 차트곡 틀어놓은줄 알았네ㄷㄷ
└와 여러분..타이틀 꼭 들어보세요. 진짜 한번만 들어보세요ㅠㅠㅠㅠ 갓틀러스 노래 모르는 사람 없게 해주세요…ㅠㅠㅠㅠㅠ
└아니 우리가 후기 과장한게 아니라니까? 라이브도 진심 역대급이었음ㄹㅇ
당장 차트인한 노래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인 감각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곡을 몰랐던 팬들은 감격에 겨운 글을 올려댔고, 이미 곡을 알고있던 팬들은 생생한 후기를 늘어놓기에 바빴다.
어쨌거나 상당히 잘 만들어진 곡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저 팬들끼리만 알고있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울 정도로 말이다.
그래, 뮤비가 좀 구리면 어때. 곡이 이렇게 잘 뽑혔는데!
팬들은 자연스레 합리화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다.
뮤비를 본 어느 팬의 조막글이 화제를 몰고 왔기 때문.
[버틀러스 뮤비 본 사람????]······이라는 머리말로 시작하는 글에는 스크린샷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은은한 조명을 받는 버틀러스 멤버들과 누군지 모를 한 사람.
작성자는 그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거 누구예요?? 버틀러스는 따로 세션 안쓸텐데..? 근데 또 다른 날에 촬영된 장면에서는 없네요?]└어떤 분 말로는 동주가 계속 실수해서 급하게 투입된 세션맨이래요.
└엥 급하게 투입된 사람이 어떻게 바로 실연을 함? 새 멤버 아님? 촬영 지분도 개많이가져갔는데.
└새 멤버는 너무 갔다ㅋㅋㅋ…걍 뮤비용으로 섭외한 무명 아이돌 같은데···
└아니 영상 퀄리티에 놀라는건 나밖에 없음? 뭔 뮤비가 영화처럼 뽑힘;;
└ㄹㅇ스타트어게인 영화 스샷인줄. 조명 쓰는거 겁나 예술적이다.
반응은 뮤비 퀄리티에 대한 칭찬과 정체모를 인물에 대한 추측으로 가득했다.
그때, 마침 정보가 하나 올라왔다.
바로 내일 있을 유정아의 라이브 방송에 버틀러스가 출연하여 팬들과 소통을 한다는 것.
궁금한 게 많은 팬들은 내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롭고 커다란 일이었지만.
아직까지는 작은 파동에 불과했다.
어디까지나 그들끼리만 알고있는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때때로, 특히나 연예계에서는.
이 작은 파동이 크게 번지기도 하는 법이었다.
#
“도하 씨!”
“잘 지냈어요?”
다음날 오후 1시.
유정아가 알려준 스튜디오로 찾아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최동주와 윤해찬, 그리고 카메라를 세팅하고 있는 유정아.
나는 둘에게 말했다.
“‘Lovers’ 앨범 나온거 봤어요. 자켓 이미지 좋던데요?”
“그렇죠? 그거 동주가 직접 그린 거예요. 이자식, 손재주가 좋아서.”
“오, 진짜요? 능력이 많으시네.”
“어어, 왜 이러실까. 그렇게 따지면 도하 씨가 제일이죠.”
훈훈한 분위기의 이야기가 오가는데.
혼자 열심히 끙끙거리던 유정아가 박수를 쳤다.
“휴우, 끝! 자자, 아저씨들! 이거 한번 봐주세요.”
그녀가 나눠준 것은 진행 순서가 적힌 종이였다.
라이브라고 해도 특별할 건 없었다.
자기소개하고, 신곡 감상하고 문답하고······.
나는 미리 생각해뒀던 답변들을 머릿속으로 되뇌이며 가지고 온 케이스를 옆에 뒀다.
그걸 발견했는지 최동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그러고보니 기타 가져오셨네요?”
“네. 아무래도 맨손으로 오기 좀 그래서.”
아직 이름도 뭣도 없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실력 그 자체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기타를 챙겨온 것이다.
이걸로 뭔가 컨텐츠가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유정아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뭐야, 이 정성! 나 완전 감동했어!”
“쓸 일이 있으려나?”
“그런 건 만들면 돼. 오빠 덕분에 소스 하나는 확보했네.”
유정아의 편집자가 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
뭐, 좋은 거겠지.
아무튼 간단한 리허설을 끝내자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카메라는 이쪽이라며 유정아가 표시해줬던 곳을 쳐다보고 있다가 문득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니.
“벌써 오백 명이나 들어왔네.”
“그러게. 오늘은 화력이 좀 세다?”
시청자수가 오백을 가뿐히 넘어가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유정아가 작게 인사하는 사이, 채팅들이 올라왔다.
정아링 : 유하 유하~~
버틀러스보려고가입 : 갓틀러스 갓정아 콜라보 실화냐ㅠㅠㅠㅠㅠㅠ
ankd : 어 저분 뮤비에 나온 분 아닌가?
LDlake : 뭐임 진짜로 새 멤버임???? 오늘 신고식 자리였던 거???
새 멤버?
뭔 소리야.
채팅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윤해찬이 속닥거렸다.
“저희 뮤비에 나오셨잖아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새 멤버라고요?”
“그런가봐요.”
윤해찬이 멋쩍게 웃었다.
하긴, 처음 보는 얼굴이 버틀러스 뮤비에 나왔다면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이해가 간다.
시청자가 어느정도 안정되어 700명이 되고 시간이 정확히 1시 30분을 가리킬 때.
“안녕하세요. 유앤정아~유정아입니다!”
유정아가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