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a golden spoon songwriting genius RAW novel - Chapter 37
37. 돌아가기금수저 작곡천재가 되었다
같이 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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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으로 향하면서, 나는 고민에 잠겨있었다.
‘가람에서 송캠프라.’
바로 며칠 전 받은 이메일 때문.
가람 엔터는 플라잉맨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게도 송캠프 참여여부를 물어봤는데.
관련해 정확한 조건을 들으러 지금 가람에 가는 길이었다.
‘플라잉맨이나 다른 사람들도 가는 것 같으니까.’
한번 참여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그래도 역시 가람 엔터라는 점이 좀 걸리긴 하네.’
나야 별 감정이 없다곤 하지만 과연 그쪽에서도 그럴지.
좋은 일이면 몰라, 퇴출처럼 민감한 건에 대한 감정은 쉽게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뭐, 문제가 없으니 나를 불렀겠지만.’
일단 조건이라도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나는 주차를 하고서 건물 1층의 카페로 갔다.
담당자로 나온 것은 20대 후반의 여자였다.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받아보니, 이은별이라는 이름이었다.
“음료 드시겠어요?”
“커피로 부탁합니다.”
안 그래도 커피가 땡겼는데.
내가 말하자 그녀가 주문을 하고서 자리로 돌아왔다.
“내부까지 오시기에는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아서 여기로 모셨어요.”
“연습생이었던 것 때문에요?”
직접적인 질문에 이은별이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
“혹시 송캠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세요?”
“대략적으로는요.”
“그렇군요. 다른 곳에서 하는 송캠프도 비슷하긴 할 텐데, 세세한 부분이 다를 거예요. 한번 보시겠어요?”
그러면서 그녀가 서류를 내밀었다.
위쪽에는 참여하는 멤버들이 적혀있었는데, 확정된 인원들만 봤을 땐 별로 눈에 띄는 사람이 없었다.
대략 3주 뒤부터 시작되며 기간은 4박5일로 구성되어있었다.
첫날은 오티라 치고, 다섯 팀이 하루에 곡을 하나씩 만들어내야하니까.
끝나면 최소 20곡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엄청 뽑아먹네.’
보통 12곡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저러고서 실제로 쓰이는 곡은 많아도 5곡을 넘지 않을 거 아냐.
내가 말없이 보고만 있자 이은별이 말했다.
“숙식제공 될 거고, 머무시는 동안 불편함 없이 작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드릴 거예요. 국내외의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교류하기 때문에 김도하 씨의 음악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로서도 김도하 씨가 꼭 참여해주셨으면 하고요.”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저희 쪽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겠지만, 곡의 방향성은 미리 논의가 되어있어서 저희가 말씀드릴 거예요.”
아직 참여의사를 확실히 밝히지 않아서 그런지, 가람 측에서는 아티스트에 대해 말을 아꼈다.
‘누군지는 몰라도 못 온다니.’
사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이은별은 몇 가지 사항들을 이야기하다 계약서를 내밀었다.
“만약 생각이 있으시면 계약 진행하도록 할게요. 편하게 보세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계약서를 훑었다.
특별할 것 없는 조건들이었다.
따로 곡비를 받지 못한다는 점은 예상했고.
저작권자에 이름이 올라가는 건 당연했으니까.
그런데 몇몇 거슬리는 부분들이 보였다.
“아이디어를 내지 않아도 최종적으로 픽스한 곡에 이름이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아, 그건.”
이은별이 눈을 굴리며 말했다.
“이미 모두 아이디어를 교류하고서 만들어진 결과일 테니, 공평하게 이름을 올리자는 취지예요.”
공평하게 이름을 올려?
크레딧에 열 명이 넘는 작곡가 이름이 적혀진 건 본 적이 없는데.
그러고보니 가람에서 내는 노래들 중 작사나 작곡란에 가수의 이름이 올라가는 경우를 종종 봤다.
특히나 아이돌 그룹에서 솔로로 데뷔할 때 말이다.
송캠프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리도 만무.
여태 이런 식으로 슬쩍 크레딧을 넣었던 걸지도 몰랐다.
나는 표정을 살짝 굳히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또 ‘가람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시하는 조건에 불응할 경우 생기는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부분. 조건이 정확히 뭡니까?”
“웬만해서는 일어나지 않을 텐데, 말씀드리자면 방향성에 어긋나는 곡이 만들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에요. 캠프에 참여하시는 동안 대체로 저희 측 디렉팅을 반영해주시면 되는 거죠.”
디렉팅이 있다는 건 생각만큼 자유로운 환경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어쩌면 주최 측에서 만족할 때까지 수정사항이 계속 발생할 수도 있고, 한낱 개성같은 건 묻힐 수도 있는.
물론 여러 명이 모인 캠프이다보니 개성까지 따지길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낯선 사람들과 밤낮없이 작업을 하며 윗선의 오더까지 신경써야 할 수도 있는 거다.
“곡이 픽스된 후 수정하는 게 아니라, 만드는 와중에도 계속 수정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죠?”
“네. 하지만 그것 외에 다른 문제만 없다면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으세요.”
문제는 없겠지만.
썩 끌리지는 않네.
나는 계약서를 툭, 내려놓았다.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네? 혹시 원하시는 조건 같은 게 있으시면 말씀을······.”
“불만이 있긴 하지만, 담당자분께서 맞춰주실 만한 권한은 없을 것 같네요.”
이은별은 당황한 듯 내 눈치를 살피다 입만 벙긋했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윗선에서도 내게 그만큼의 기대는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반짝 뜨는 정도로 생각했을지도.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구슬려 참여하도록 설득하라 미리 언질을 줬을 테니까.
나는 그대로 건물을 나섰다.
크게 싫은 점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끌리지도 않는다.
‘플라잉맨은 워낙 사람이 무난하니까 잘 하겠지.’
고민좀 해보다가 별로다 싶으면, 그냥 나중에 플라잉맨에게서 얘기나 들어봐야겠다.
주차장으로 가서 시동을 켜는데 전화가 왔다.
설마 가람인가 싶었지만.
[남영진]액정에 뜬 건 그보다 반가운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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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김도하입니다.”
-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네, 남영진 씨는요?”
-에휴, 요즘 주식이 바닥을 쳐서 죽겠다.
앓는 소리 하기는.
그가 주식 이야기를 농담 소재로 써먹는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다시 오를 건데요, 뭐.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전화하셨어요?”
블루투스로 전환하며 묻자 차 안에 그의 목소리가 퍼진다.
-너 혹시 가람 엔터 송캠프 가냐?
“안 그래도 방금 가람 쪽이랑 얘기하고 왔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플라잉맨이 간다고 하길래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 너희 샤이닝 걸스 앨범 같이 작업했잖아.
“아.”
그러면 나한테는 동종업계 사람이라 얘기를 안 한 걸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무래도 사측의 초대를 통해 가는 거니까, 나는 초대받고 쟤는 초대 안 받으면 괜한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남영진이 물었다.
-그래서 얘기는 잘 됐어?
“음. 생각해보겠다고 했어요. 제가 원하는 조건이랑 좀 달라서.”
-그래?
남영진은 뭔가를 고민하는 듯 잠시 침묵하다 물었다.
-만약 다른 곳에서 송캠프 한다면 갈 생각 있어?
“다른 곳? 어디요?”
가람 말고 또 하는 데가 있나?
내가 물어보자 남영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보면 알 걸. 그렇지 않아도 그쪽에서 너 만나고 싶다고 했거든.
“저를요?”
송캠프를 열 정도면 꽤 이름 있는 기획사일 텐데, 그쪽에서도 나를 보자고 했다니.
의아하게 생각하는데 그가 말했다.
-한번 물어보고 연락줄게. 일단 가볍게 생각하고 있어봐.
그러면서 흐흠, 이라며 만족하는 듯한 소리를 낸다.
마치 내게 연락을 준 게 뿌듯하기라도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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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Night Live cafe>
영어로 적힌 간판.
올드한 느낌보다는 세련되어 보인다.
영등포 데이앤나잇, 맞지?
나는 주소를 다시금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밤 시간대임에도 테이블이 꽤 찼다.
혹시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후드를 쓴 상태로 나는 자리에 앉았다.
맥주를 한 잔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아는 얼굴은 없었다.
‘꼭 이 시간대에 오라더니, 누굴 만나라고 그런 거야?’
이때 오면 볼 수 있다고 했는데.
혹시 무대에 오르는 사람인가 싶었지만, 역시나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나저나 분위기가 거의 배우인데.’
웨이브진 긴 생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그런데도 웬만한 배우보다 아름다워보였다.
라이브카페와 어울리는 나른한 표정을 한 그녀가 입을 열었다.
“반가워요, 여러분. 저는 아리아라고, 너튜브랑 파프리카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예요. 가끔 홍대에서 버스킹도 하고요. 관심있으면 다음에 한번 놀러와요.”
약간 졸린 듯한 말투가 특이하다.
별 거 없는 말이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꺄아! 아리아 언니 최고다!”
“하늘정원 불러주세요! 하늘정원!”
“누나 보려고 왔어요!”
보니까 인터넷 방송에서 인기가 꽤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건반에 손을 올리고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여러분은 하늘정원이 좋아요? 그러면 그거 부르지 뭐.”
쿨하게 말한 그녀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섬세한 손끝에서 나오는 선율이 아름답게 울린다.
♪ ♩
‘잘 치는데?’
악기에 익숙한 듯 건반을 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어느새 무대만 비추는 불빛에 나는 후드를 벗었다.
4마디의 전주가 지나고, 아리아가 입술을 뗐다.
“그거 알아?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는걸 말야♩ 고개를 들어봐, 저기 저 높은 곳 푸른 빛♩”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편안한 목소리로 시작된 노래.
이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멜로디로 벌스가 흘러간다.
엇박으로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이었다.
나는 온전히 관객으로서 그녀의 노래를 감상했다.
사람부터 노래까지, 작업하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을 정도로 특이했다.
샤이닝 걸스 소미의 곡을 쓸 때처럼 통통 튀는 매력이 있었다.
다만 이쪽은 조금 더 능글맞은 느낌이었다.
‘직접 쓴 거겠지? 처음 보는 감성이야.’
동화나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노래에 나 또한 붕 뜬 기분이 되어있었다.
현실로 돌아온 건 누군가 나를 불렀을 때였다.
“오랜만이네요.”
말과 함께 어깨에 툭 얹은 손.
돌아보니, 힙한 차림으로 마스크와 모자를 쓴 남자가 눈으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얼굴을 다 가렸다고는 하지만 도저히 몰라볼 수가 없는 포스였다.
특히 촬영을 같이 한 입장으로서는.
“혼자죠? 여기 앉아도 돼요?”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디펑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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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펑크가 자연스레 자리에 앉았다.
검정색 가죽모자 사이로 백발이 반짝였다.
지난번 챌린저스 가요제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가 내게 물었다.
“노래 어때요? 하늘정원.”
“좋네요. 개성 있고. 가수분이랑 잘 어울려요.”
“그렇죠?”
디펑크는 답답했다는 듯 마스크를 벗고서 씨익 웃었다.
“아리아 씨도 같이 가기로 했어요.”
“가다니. 송캠프요?”
“네. 사실 저, 여기에 가끔 놀러오거든요. 사장 형이랑 아는 사이여서.”
그러면서 사장을 향해 손을 흔들자, 그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디펑크는 웃음을 거두지 않고서 말했다.
“그때 아리아 씨 보고서 아, 꼭 데려와야겠다 싶었죠. 획일화된 곡 스타일을 탈피하려는 송캠프의 취지에 딱 맞는 것 같아서요.”
확실히.
아리아의 노래를 들어보니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하늘정원’을 다 부르고서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그녀를 보는데, 디펑크가 말했다.
“물론 도하 씨도 그렇고요.”
역시 남영진이 말한 사람은 디펑크였다.
그가 라인업을 꺼내 보여준다.
“가람 엔터랑 먼저 이야기 나눈 건 아는데요. 저희 TX에서 하는 것도 한번 봐주세요.”
그에게서 종이를 받아 보니.
익숙한 이름이 보인다.
“제이든 밀러라면 혹시.”
“역시 아시네요. ‘Soul shout’ 퍼블리싱 소속 프로듀서예요. 사클에서도 유명하죠?”
제이든 밀러는 22살이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트렌드를 날카롭게 캐치하는 작곡가로 유명했다.
15살부터 작곡을 시작했는데, 그때 처음 만들었던 노래를 유명 가수 ‘올리비아 넬슨’이 불러 히트를 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천재지.’
여기에다가 아리아까지.
갑자기 가고 싶은 마음이 확 든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걸 눈치챘는지 디펑크가 말했다.
“5일동안 네 팀이 열두 곡을 만드는 게 목표고, 제 싱글이니만큼 저도 같이 참여하면서 다같이 좋은 곡을 제작해볼 생각이에요. 해외에서도 먹힐 만한 곡을요. 그렇다해도 딱히 터치는 안 할 테니, 도하 씨는 주제에 맞는 곡만 자유롭게 써주면 돼요. 챌린저스에서 했던 것처럼요.”
그러면서 눈을 찡긋했다.
저런 짓도 디펑크가 하니까 제법 상큼해보인다.
“저는 솔직히 가람이 도하 씨를 설득하지 못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실은 아리아 씨한테 갔다가 바로 도하 씨를 찾아뵈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마침 남영진 씨한테서 전화가 와서. 전에 잠깐 흘렸던 말을 기억하고 계셨나봐요.”
남영진 씨.
정말 의외로 섬세한 사람 같으니라고.
“그래서 집에서 열심히 멋 내고 달려왔죠. 어때요?”
무대를 끝낸 아리아가 인사를 하고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디펑크가 물었다.
“같이 해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