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5화
‘또 나왔다. 그 아우라.’
정윤아에게서 나오는 아우라는 마치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를 닮은 듯 그 색감도 곱고 포근했다.
이렇게 예쁜 색감의 핑크빛 아우라는 처음 보는 터라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만 보았다.
“뭐야. 왜 시작 안 해?”
“······어?”
“왜 사람을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 봐.”
그러면서 정윤아는 머리를 뒤로 풀어헤쳤다.
길고 가는 뽀얀 목 라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훗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하긴. 내가 좀 예쁘긴 하지?”
그러자 나는 가만히 있는데, 그녀와 내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기함을 터트리며 본인들 게임에 집중하지 않고 정윤아를 멍하나 바라보았다.
나는 일부러 머리카락을 위로 들고 살랑살랑 어깨춤을 추고 있는 정윤아를 멈추게 했다.
이러다가는 피시방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게임은 안 하고 여기만 쳐다볼 거 같았기 때문이다.
“뚫어져라 본 거 아니야. 그거 자의식 과잉이다.”
“그래? 근데 오빠는 봐도 상관없어. 내 오빠잖아.”
“······.”
“빨랑 시작해, 오빠. 피방 시간 다 간다.”
“아, 응.”
나는 떨떠름하게 키보드를 눌렀다.
* * *
“꼬오오오올!!”
“······.”
나는 축 가라앉은 눈동자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내가 게임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이 정도로 처참하게 발렸던 적이 있던가.
벌써 스코어는 5대0을 달리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싸커 온라인을 많이 안 해봤다고 해도 게임 센스는 남들보다 좋아서 어떤 것이든 평타는 친다고 생각했는데.
“아싸. 해트트릭 업적 달성!”
“······.”
“오빠. 왜 말이 없어.”
내가 아무 말이 없자 환호성을 지르던 정윤아가 슬쩍 내 눈치를 봤다.
“혹시 삐졌어?”
“······아, 아니야.”
“그래? 근데 오빠 오늘 왜 이렇게 못 해. 원래 나보다 못 하긴 했지만, 오늘은 좀 심한데.”
내가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정윤아가 잘하는 것도 있었다.
이 게임을 잘 몰라도 상대방이 잘하는지 못 하는지는 딱 보면 알 수 있다.
설마 게임에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잠깐. 이거 설마?’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우라라는 것은 그 사람의 재능에 따라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 말이다.
그렇다면 수업 시간마다 왜 학생들마다 아우라를 내뿜는 것이 제각각이었는지 설명이 된다.
‘자기한테 맞는 과목을 할 때만 아우라를 뿜어내는 거였나?’
아주 가능성이 높은 가설이었다.
“윤아야. 너는 이 게임 진짜 잘하네?”
“응? 당연하지. 아마 우리 학교에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없을걸~?”
허세를 부리는 거 같진 않았다.
아까 플레이를 보니까 패스를 이리 저리 돌리며 티키타카를 하는 게 보통이 아니었다.
거기다 개인기를 하면서 내 수비수들을 농락하는 것 역시 고인물의 냄새가 났다.
그렇다면 내 추측이 어느 정도 맞다는 건데.
확인하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 두 번 졌지?”
“응. 7대0 한번. 지금은 5대0 한번. 총 두 번 졌네.”
“좋아. 굿게임이었다. 악수.”
“응? 갑자기?”
정윤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와 악수를 나눴다.
그러자 분홍빛 아우라가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을 타고 내게 흐르기 시작했다.
김태영의 손을 잡았을 때 넘어오던 폭발적인 힘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지금 내가 키보드를 싸커 온라인으로는 누구든지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 강렬한 감정이 끓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정윤아에게 말했다.
“5판 3승제 어때?”
“좋아. 그럼 다음판이 막판이겠네~?”
“그건 두고 봐야 알지.”
우린 다시 각자의 컴퓨터 앞으로 돌아갔다.
모니터에 보이던 선수 구성과 전술 포메이션 등등.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수선해 보였는데, 지금은 아주 명확하게 보였다.
정윤아의 스쿼드가 가진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지금 나를 봐주려고 일부러 주전 선수 몇 명을 후보로 놔뒀다는 것 역시 확인했다.
“주전 선수를 다 안 넣었네? 그래도 괜찮아?”
“이렇게 해서 내가 오빠 5대0으로 이긴 거잖아. 더 빼줄까?”
“아니. 후회할까봐 그렇지.”
“호호.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 아주 자신감은 넘쳐.”
나는 씨익 웃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렇게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고,
“어··· 어어?”
당황스러워 하는 정윤아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자비하게 그녀의 수비진을 박살냈고, 그녀가 내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개인기로 돌파하며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골키퍼를 농락해 골을 따내는 등, 철저하게 짓밟아 놓았다.
“뭐, 뭐야. 오빠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해?”
그렇게 스코어는 어느새 3대0
정윤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머리에 깍지를 낀 채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음-. 이 정도?”
“으. 빡쳐.”
“그러니까 오빠가 주전 선수 빼지 말라고 했잖아, 바보야.”
“윽.”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내가 정신병에 걸려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우라는 그 사람이 재능 있는 것을 할 때마다 나오는 것이며, 나는 상대방과 접촉할 경우 그 아우라를 내 몸에 흡수할 수가 있다.
물론, 영구적인 건 아닌 듯했다.
김태영과 접촉했을 때도 잠깐 힘이 폭발했었으니까.
그러다 김태영이 빠르게 일어나 내 앞에서 사라지자,
‘내 아우라도 사라졌었지.’
즉, 상대방이 가까운 거리에 있을 경우 아우라를 유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안 봐줄 거야!”
“응~. 열심히 해봐.”
정윤아는 씩씩 대며 포메이션을 새롭게 짜고 있었다.
주전 선수들을 전부 끌어 왔고, 아까는 보지 못했던 전술을 채용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그녀의 아우라 덕분인가.
난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벌써 파악이 끝났다.
참 신기한 능력이었다.
난 그녀의 전술을 카운터 치기 위해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그럼 시작한다?”
“응! 이번엔 내가 이길 거야.”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며 플레이를 시작했다.
과연 전판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패스도 날카로웠고, 슈팅각도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헐······.”
그녀가 1골을 넣으면 나는 2골을 넣었다.
정윤아는 이를 악 물고 경기를 풀어 가려 했다.
그렇게 쫓고 쫓기는 경기를 이어가면서 결국 그녀는,
“마, 말도 안 돼. 대체 이게 왜 들어가?”
5대3으로 내게 패배했다.
“어때? 오빠가 만든 신기술인데.”
“아니. 이게 들어가? 코너킥에서 센터링 올린 걸 헤딩으로 패스하고 또 헤딩으로 패스한 다음에 헤딩슛으로 골을 넣어?”
“말이 안 되고 판타지이니까 게임이지.”
“히잉. 이건 주작이야. 이렇게 축구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하지만 정윤아의 승부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직 한판 남았어.”
“응. 어디 덤벼 봐.”
이것으로 한 가지 더 확인한 사실.
내가 아우라를 이어받으면 상대방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김태영 같은 거구를 집어 던졌을 때도 그렇고, 고인물이나 다름없는 정윤아를 상대로 농락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았다.
“후으읍-!”
정윤아는 심호흡을 하며 마지막 경기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듯 만전을 기했다.
나는 그냥 편한 마음으로 게임을 이어 갔다.
“어이쿠. 이런. 또 골이네.”
“으으······.”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내가 공을 잡아 패스를 하는 족족 정윤아의 수비진은 힘을 못 썼다.
그렇게 한바탕 공격을 몰아치던 중,
“후우웅······.”
눈을 부릅뜨면서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정윤아를 보게 되었다.
툭 튀어 나온 볼따구를 콕콕 찌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렸다.
‘내가 너무 심했나?’
따지고 보면 이 아우라는 그녀에게서 받은 것이다.
그러니 내가 그녀의 능력을 훔쳐 쓰는 거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걸로 상대방을 처참하게 짓밟아 놓는다는 건 역시,
“꺄아아!”
오빠로서 할 만한 행동이 아닌 거겠지?
“역전이다! 역전!”
정윤아는 후반 추가 시간을 남기고 들어간 골을 보며 양팔을 높이 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아쉬운 듯 말했다.
“아. 오늘은 이기는 줄 알았는데. 아깝네.”
“하핫! 내가 마지막은 꼭 이길 거라고 했징?”
“그래. 잘했어. 오빠가 완벽하게 졌다.”
“아냐. 사실 나도 진짜 겨우 이겼어. 방금 거 뽀록으로 안 들어갔으면 졌을 거야. 그런데 오빠 언제 이렇게 실력이 는 거야?”
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게 다 네 아우라 덕분이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냥 오늘 운이 좋았달까?”
“엥? 그게 뭐야.”
“늦었다. 이제 집에 가자.”
“아, 응.”
우린 가방을 챙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길을 가는 동안 내내 정윤아는 한시도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그래서 오늘 내가 문제를 푸는데, 아니 글쎄 거기서······ 아! 맞다. 근데 오빠. 어제 나 도와 준 수학 숙제있잖아.”
“어?”
“그거 절반 넘게 틀렸더라?”
“······.”
“일부러 나 엿 먹이려고 그런 거지. 그치?”
“쓰읍. 엿이라니. 말을 예쁘게 해야지.”
그러자 정윤아는 제자리에 서서 입을 틀어 막았다.
“헐. 말을 예쁘게 하라니······. 평소에 나한테 미친년, 병신년, 우라질년, 있는 년 없는 년 다 갖다 붙이더니. 이제 와서?”
“······.”
그래. 내가 다 미안하다.
“엄마~!”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정윤아는 신발을 거의 던지는 수준으로 벗은 다음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어머니한테 뛰어갔다.
“야야. 깜짝이야. 얘가 왜 오자마자 들러 붙어.”
“아이잉. 보고 싶었단 말이야.”
엄마한테 애교를 부리는 여느 집의 딸과 다를 바 없었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근데 너희들······.”
어머님은 킁킁 냄새를 맡더니 곧 미간을 찌푸리셨다.
“또 피시방 다녀왔어?!”
높아진 언성.
설마 여기 가족은 피시방 가는 게 금지였나?
지금이라도 얼른 대가리 박고 죄송하다고 말씀 드려야겠다.
하지만,
“응! 다녀왔어.”
정윤아는 아주 당당했다.
어깨까지 쫙 펼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이 기지배야. 엄마가 맨날 피시방 다니지 말라고 했지.”
찰싹 등짝 스매싱을 맞아도 정윤아의 얼굴에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머니 역시 혼낼 생각으로 소리를 친 게 아닌 듯하다.
딸과 똑같이 예쁜 미소를 하고 계셨다.
그리고 그 다음 이어지는 어머님의 말이 가관이었다.
“그래서 오늘 누가 이겼니?”
“아이참. 엄마. 당연히 내가 이겼지!”
“또? 또 네가 이겼어? 그 싸커 온라인?”
“응. 오빠 코를 아주 납작하게 만들어줬더니, 아까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거 같더라.”
“어머. 그래~? 윤성이 너는 대체 언제쯤 이기려고 그러니?”
둘은 아주 죽이 잘 맞았다.
까르르 웃으며 날 놀리는 게 익숙해 보였다.
“오빠. 언제든 말해. 다음에는 내가 꼭 봐줄게.”
“얘. 오빠 또 그러다 삐진다. 그러니까 티 안 내게 봐줘야 돼. 알겠지?”
“응!”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오빠가 오늘은 봐준 거야. 다음에는 절대 안 봐줘.”
“아, 네. 그러믄입죠.”
“오~ 우리 아들 눈빛 멋있는데. 다음에는 꼭 이겨라?”
두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니까 왠지 내가 다 힐링을 받는 기분이었다.
놀림을 받아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은,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거라 조금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이 가족의 일원이 되었으니, 언젠가는 완벽하게 적응을 하게 되겠지?
그리고,
‘다음에는 절대 봐주지 말아야지.’
아주 눈물이 쏙 빠지도록 이겨줘야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무너진 오빠의 권위를 세울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난 이미 알고 있었다.
막상 그 순간이 되면 결국 난 또 마음이 약해져서 정윤아에게 져줄 것이라는 걸.
그녀와 어머니가 한번이라도 더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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