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84)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84화
수목 오후 10시는 방송계에서 말하는 일명 황금 시간대다.
주말 오후 8시에 하는 일일 드라마를 제외하고 이 시간대가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국을 대표하는 메인 드라마를 선정해 그 시간대에 올려놓는 것이 방송국의 관례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 시간이 가장 긴장되기도 했다.
“자자. 모두 눈 똑바로 뜨고 확인해.”
수목 드라마로 방송국끼리 진검 승부를 벌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였다.
또한 짭짤한 보너스는 그 덤이었다.
“일단 지상파 시청률만 확인하면 될까요?”
“당연히 지상파만 확인해야지. 어디를 확인하려고?”
“그 케이블 채널은······.”
“뭐? 케이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그놈들이 언제 우리를 넘어서긴 해봤냐?”
케이블 tv가 지속적으로 발전을 이뤄내고 있지만, 아직 지상파에 비빌 수준은 아니었다.
가끔 히트작이 나오긴 해도 지상파 히트작에 비교면 절반도 안 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것이 현재 케이블 채널의 위치였다.
물론 나중 가서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나, 아직은 그들을 경계할 때가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시청률 체크해. 그리고 커뮤니티에도 우리 경쟁 채널 드라마가 재미없고 별로라는 말을 뿌려.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 쪽으로 시청률을 끌어들이란 말이야.”
알게 모르게 커뮤니티나 뉴튜브를 통해서 경쟁 드라마를 깎아내리는 것이 이제는 일상처럼 변해 버렸다.
제일 중요한 건 드라마 내용이 재미있느냐, 재미없느냐겠지만, 초반 시청률을 다지는 것도 무척 중요했다.
“김 PD. 근데 이번에는 케이블 채널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어?”
“뭐?”
김 PD는 동료인 박 PD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참나. 그 근본 없는 놈들이랑 우리가 경쟁하는 것 자체가 실례 아닌가?”
“글쎄. 이번에 케이블 TV에서 진행한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가 우리 지상파 방송국 목을 따지 않았나?”
그 변종을 말하는 건가.
김 PD는 짧게 입맛을 다셨다.
“그건 예능이고. 거기다 같은 시간대에서의 예능이 밀렸을 뿐이잖아. 우리가 진행하는 대박 예능들 시청률이랑 비교하면 턱도 없어.”
“그것도 솔직히 가 장기로 운영을 했으면 따라잡혔을지도? 그것 때문에 지금 각 방송국에서 그거랑 똑같은 예능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잖아.”
“뭐야.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왜 갑자기 시비야?”
“내 말은, 이번에 수목 드라마로 나오는 이라는 작품, 그 작품이 주목을 많이 받고 있잖아. 우리 를 진행한 그 귀여운 두 남매 덕분에 말이야.”
일일 남매.
정윤성과 정윤아.
라는 변종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 두 사람 때문이었다.
이 둘이 없었다면 는 얼마 못 가 사라졌을 터.
이제는 그 두 사람이 드라마에 나온다.
한 명은 주인공 역할을, 다른 한 명은 작곡을 맡았다.
“알지. 커뮤니티에서 말이 많았으니까. 심지어 정윤성, 그 천재 작곡가가 이번 드라마 노래를 전부 떠맡았다면서. 하지만 우린 근본적으로 달라. 그런 어린 애들 드라마가 아니라, 우린 스타 배우들을 데리고 드라마를 찍었잖아?”
드라마의 초반 시청률을 결정하는 건 좋은 시간대와 좋은 배우였다.
첫 화를 보기 전까지는 이 드라마가 재밌는지, 재미가 없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출연진을 보고 결정을 하는 것이다.
“거기다 소재도 좋잖아?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막장 드라마를 찍었으니까.”
요즘 트렌드에 맞춰 방송국에서는 막장 드라마를 계속해서 찍어내고 있었다.
“글쎄. 막장 드라마는 이제 슬슬 질릴 때가 되지 않았나?”
“크크. 그건 아닐걸? 사람들은 늘 자극적인 걸 원하잖아. 막장 드라마는 딱 좋은 자극제이고. 그런데 뭐? 하이틴 스쿨? 심지어 뮤지컬 드라마? 그런 같잖은 시트콤 같은 게 우리나라에서 잘도 먹히겠다.”
그렇게 신랄한 비판을 던진 뒤 김 PD는 다시 부하 직원들과 함께 시청률을 확인하고자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는 동안 박 PD는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동일 시간대에 방영하는 을 지켜보았다.
풋풋한 학생들의 등장.
요즘 언어로 나누는 대화.
진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학교생활.
그리고,
“!?”
순간 팡팡 터져 나오는 음악과 눈을 자극하는 역동적인 배우들의 군무에 어느 순간 박 PD는 시청률 확인도 잊은 채 드라마에 몰입했다.
‘뭐야. 이거 감독이 누구야? 베테랑 감독인가?’
뮤지컬 드라마라는 생소한 장르로 인해 아마 진입장벽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첫 시작부터 쉴새 없이 움직이는 카메라 워킹과 구도에 감탄을 터트렸다.
그에 이어지는 뮤지컬 노래와 그 음악에 맞춰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피를 끓게 했다.
같이 일어나서 몸을 흔들고 싶은 감정을 느끼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카메라 구도도 좋고 거기에 잡히는 배우들의 연기도 다 좋네.’
그중에서 가장 좋은 연기력을 보이는 건 바로 이 드라마의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정윤아였다.
‘연기를 처음 한다고 하지 않았나?’
명랑하고 발랄한 모습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보고 있으면 절로 행복 에너지가 뿜뿜 생겨나는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어쩌면 연기가 아니라 그냥 본인 스스로를 보여 주는 것일 수도.’
저렇게 해맑고 발랄한 연기는 오히려 어렵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어색하고 가식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윤아는 전혀 그런 점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게 드라마인지, 정윤아의 일인 BJ 방송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역시 단연 최고는-’
배경에 계속해서 깔리는 음악.
그래. 이 음악이 더욱 사람을 몰입하게 만든다.
웃기는 일이지 않은가.
보통 배우의 연기 때문에 화면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데, 이 드라마는 배우의 연기도 연기지만, 음악이 사람을 빨아들인다.
적절한 구도에 이은 배경음악은 긴장감을 더해 주고, 몰입도를 높여 준다.
‘이게 정윤성의 음악이라는 거지?’
과연 역대급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실력이었다.
드라마 OST가 이토록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다들 시청률 제대로 확인하고 있는 거 맞아?”
“네!”
“그런데 이거 꼬라지가 왜 이래? 우리 방송국도 그렇고 상대 방송국도 시청률 나오는 게 이상하잖아? 아무리 봐도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실시간으로 시청률을 확인하고 있던 김 PD가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저놈은 당황하면 저렇게 소리부터 지르고 보는 습관이 있다.
무슨 일인가 하고 가보니,
“음? 진짜 뭔가 이상하네?”
박 PD도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보통 이 시간대에 실시간으로 시청률을 뽑아 보면 각 방송국끼리 일정 수준으로 파이를 가져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모든 방송국의 시청률이 저조했다.
평소에 비하면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거 진짜 뭐 잘못된 거 아니야?”
이 경우라면 다른 방송국에서 시청률을 죄다 가져갔다는 뜻인데, 다른 방송국 시청률도 이곳과 상황이 다르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었다.
“설마······.”
그때 문득 박 PD는 떠오르는 것이 있어 커뮤니티를 확인해 보았다.
그곳에서 올라오는 글들을 확인한 박 PD가 서둘러 소리쳤다.
“케이블 채널 시청률도 확인해 봐. 지금 나오고 있는 방송국부터!”
“네? 아, 네.”
박 PD의 지시에 부하 직원이 서둘러 손을 움직이며 해당 방송국의 시청률을 화면에 띄웠다.
그리고 그곳에 나오는 수치에 모두 점점 눈을 크게 떴다.
“뭐, 뭐야. 이거.”
그중에서 김 PD의 입이 제일 많이 벌어졌다.
* * *
“엥? 벌써 끝이야?”
“그러게. 이거 드라마 왜 이렇게 짧아?”
드라마가 끝나고 화면이 광고로 전환되자 부모님은 아우성을 치고 계셨다.
하지만 두 분 말씀대로 드라마가 짧은 건 아니었다.
“한 시간은 했어요. 제가 알기로 첫 화 러닝타임이 65분이에요.”
“어? 진짜? 헉. 그러네? 정말 한 시간 했었네. 시간을 봐봐, 여보.”
“아니. 나는 너무 순식간에 끝나길래 30분도 안 한 줄 알았어.”
두 분의 반응은 결코 윤아나 나 때문에 보이는 억지스러운 리액션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드라마에 몰입해 있느라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헤헤. 어땠어? 나 잘 나온 거 같아?”
“어휴. 아빠는 우리 딸밖에 안 보이더라. 어쩜 저렇게 귀엽고 깜찍하게 잘 나왔는지.”
아버지는 윤아의 두 볼을 꼬집으며 흔들어댔다.
하지만 저것도 역시 윤아가 당신의 딸이기에 보이는 리액션이 아니었다.
드라마는 주인공 중심으로 흘러가야 재미가 있다.
그것을 나도 알고, 감독도 알고 있었기에 윤아를 중심에 두고 카메라 워킹에 힘을 쓴 것이었다.
“늘어지는 곳도 없고 재밌네. 오랜만에 재밌는 드라마 봤다.”
드라마의 달인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어머니의 평가대로 윤아를 중심에 세워 계속 이야기를 끌고 간 결과, 지루하거나 늘어지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촬영하는데 엄청 힘들었어. 아까 저기 교실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책상 움직이며 노래 부르는 장면 있잖아. 거기서는······.”
윤아는 신나게 재잘대며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눴고, 나는 커뮤니티를 확인해 보았다.
[하이틴 스쿨 본 사람?]-다른 드라마 보느라 못 봤는데, 어떰?
-ㅋㅋㅋㅋㅋ그걸 안 보고 다른 걸 봤냐?
-진짜 꿀잼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드라마 레알 오랜만이었다.
-그냥 개재밌던데?
순식간에 댓글창이 꽉 찼다.
-윤아 너무 예뻐······. 진짜 윤아 하나만 봐도 될 만큼 너무 예쁨.
-노래가 진짜 미쳤어. 음원 언제 뜨냐?
-아. 한번 더 보고 싶네.
다들 반응이 무척 좋았다.
저번 생에서 봤던 하이틴 스쿨과는 확연히 다른 온도였다.
그땐 온통 쌍욕밖에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는 드라마와 윤아를 칭찬하는 댓글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윤아야. 다음 내용은 어떻게 되는 거야?”
“너랑 같이 밴드를 꾸리고 그 애들이 어디로 진출을 하는 건데?”
부모님의 물음에 윤아는 도도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스토리 유출은 자칫하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중대한 일이라구.”
그래도 조금은 힌트를 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에도 윤아는 꿋꿋하게 버텨냈다.
“오빠. 커뮤니티 확인해 보는 거야? 다들 뭐라고 해?”
“음~ 다들 좋다고 하지. 내가 봐도 이 드라마 첫 화는 진짜 잘 만들었거든. 거기 나오는 노래도 무척 좋고. 오빠가 그 노래 다 작곡했잖아. 당연히 좋겠지.”
“헐. 오빤 점점 더 뻔뻔해지는 거 같다?”
“그냥 있는 사실을 말할 뿐이야.”
그런 내 장난에 윤아는 풉 웃음을 터트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흐음~ 그럼 나도 확인을 해볼까?”
“엇. 너도 확인하려고?”
“응. 안 돼?”
“뭐, 안 될 건 없지만-”
아무리 드라마가 잘 만들어지고 반응이 좋아도, 우주의 법칙마냥 반드시 그 안에는 악플이 있기 마련이다.
드라마가 잘되는 꼴이, 우리 윤아가 잘되는 것이 꼴 보기 싫은 사람은 꼭 있을 테니까.
그게 염려되어 가급적이면 보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었지만.
“괜찮아. 오빠. 나 몰라? 내 멘탈이 얼마나 단단한데.”
음. 정말 멘탈이 단단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러나 윤아는 고집을 부리며 기어코 커뮤니티에 들어가 반응을 살폈다.
온통 칭찬뿐인 댓글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지, 윤아가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오빠 말대로 악플이 있긴 하네.”
“뭐? 어떤 놈이 감히!”
나는 순간 열이 뻗쳐서 후다닥 윤아에가 달려가 보고 있던 화면을 살펴보았다.
“아니. 그렇게 화낼 정도야?”
“당연히 화가 나지. 너한테 욕을 하는데. 왜 화가 안 나겠어?”
그러자 윤아가 잔잔하게 미소를 지었다.
“난 오빠가 있어서 앞으로도 든든하겠다. 누가 내 욕하면 이렇게 달려와 줄 테니까.”
윤아는 악플을 보고도 그냥 웃어넘겼다.
잠시 굳어 있던 얼굴이 활짝 웃는 것으로 바뀌었다.
“······.”
그것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저번 생에서 윤아가 오빠를 원했던 건, 이런 것이 필요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나는 백번이든 천번이든, 아니. 평생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