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93)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93화
“으으-”
윤아는 아침부터······. 아니. 해가 중천에 뜬 오후부터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슬쩍 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윤아야. 세수는 했니?”
“으응?”
“일어났으면 세수부터 해야지. 양치는 했고?”
아주 당연하게도 윤아는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고 12시가 넘어서야 잠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부스스한 눈으로 깨자마자 핸드폰을 붙잡은 채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는 중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는 건가 싶었는데,
“누를까, 말까, 누를까, 말까.”
뭔가 자신의 앞날을 위한 그런 고민이 아닌, 게임 캐릭터 뽑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윤아는 10연속 뽑기 버튼을 누를지 말지 고민하며 침대 위에서 뒹굴어댔다.
“······그래. 그거 참 고민이 되긴 하겠네.”
나도 저번 생에서는 핸드폰 게임을 많이 했었던 터라 별로 할 말은 없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거야? 그냥 뽑으면 되잖아.”
“사실 오늘 2주년 이벤트로 10연속 뽑기권을 줬거든? 근데 내가 이 캐릭터를 뽑아야 할지, 아니면 다른 캐릭터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어서.”
뽑기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가 있어서 원하는 캐릭터들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가챠를 돌려야 하는 것 같았다.
“게임이 좀 악랄하네.”
“그치? 하지만 이게 제일 재미있는걸?”
“그냥 아무거나 뽑아.”
“안 돼! 언제 또 뽑기권을 줄지 모른단 말이야.”
그러다 윤아는 뭔가 떠올랐는지 내게 캐릭터들을 하나씩 보여 주었다.
“오빠. 이거 봐봐. 여기 있는 애가 헤리아라는 여자 캐릭터거든. 아주 예쁘지? 그리고 여기는 넬리카라는 남자 캐릭터인데······.”
구구절절 설명을 하다 마지막에는 내게 선택권을 주었다.
“오빠가 딱 하나만 뽑아 봐. 누가 좋을 거 같아?”
“음······.”
지금 윤아가 하고 있는 이 게임은 외국에서도 많은 유저가 하고 있는 RPG 모바일 게임이었다. 나중에도 이 게임이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나는 건드려 보지도 않았던 거라 그냥 외형만 보고 결정했다.
“흠. 이 캐릭터가 난 나은 거 같은데?”
“오빠는 이렇게 성숙한 여자 캐릭터를 좋아하는구나?”
얘기가 또 그렇게 되는 건가?
“좋아. 그럼 오빠가 뽑아 줘.”
“뭐?”
“나 대신해서 오빠가 뽑아 달라는 거야. 나는 똥손이라 이런 거 진짜 더럽게 못 뽑거든. 그러니까 자. 한번 뽑아 봐.”
“괜찮겠어? 이상한 거 나오면 어쩌려고.”
“그럼 어쩔 수 없지. 괜찮으니까 편하게 뽑아 봐.”
대리로 뽑는 건 처음인데.
별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건 윤아도 마찬가지인지, 베개를 꼭 안으며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럼 뽑는다?”
난 천천히 뽑기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여러 가지 효과음이 들리면서 화려한 이펙트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두근두근-
긴장되는 순간.
회오리치던 이펙트가 사라지고 갑자기 황금빛 카드들이 뿅뿅 나타났다.
“오오!!”
그러자 윤아가 화들짝 놀라며 탄성을 내질렀다.
“황금 카드가 무려 3장?!”
윤아는 두 손을 간절하게 모으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 하나님. 제발 나오게 해주세요. 제발 제발 제발.”
그 기도가 통했던 것일까.
3장의 황금 카드가 뒤집어지면서 윤아가 원했던 캐릭터가 빙긋 웃으며 등장했다.
“······!”
잠시 정적이 흐르고,
“꺄아아아아-!!”
귀를 따갑게 하는 윤아의 목소리가 방안 가득 울려 퍼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얼마나 목소리가 컸는지, 거실에 있던 어머니가 후다닥 방으로 뛰어올 정도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아는 어머니를 얼싸안으며 소리쳤다.
“엄마! 뽑았어! 내가 헤리아를 뽑았다고~!!”
나는 당연히 어머니가 윤아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등짝 스매싱을 날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머! 이걸 뽑았어? 아니. 어떻게?”
“몰라. 오빠가 눌러줘서 뽑았어!”
“어머머. 이걸 어떻게 뽑았대? 뽑기 어렵다고 하던데.”
“······?”
나만 지금 이 대화에 못 끼어들고 있는 건가?
“윤성아. 네가 금손이구나.”
“······네?”
“안 되겠다. 이따 엄마 것도 네가 해줘라. 알겠지?”
그리 말씀하시며 어머니는 드라마를 마저 봐야 한다면서 다시 거실로 돌아가셨다.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나는 멍하니 눈을 껌뻑였다.
어머니도 같이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히히. 역시 오빠가 최고야.”
윤아는 웃음꽃이 핀 채로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한테 인생 최고의 행운을 뽑으라고 하면 난 이렇게 말할 거야.”
“응?”
“오빠의 동생인 거.”
“······.”
내가 원하는 캐릭터를 뽑아줘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만.
이제까지 윤아한테 들은 말 중에서 가장 기분이 좋았다.
* * *
“허어- 이거 참.”
이장원 교수는 허탈한 침음성을 흘렸다.
“왜 그러세요?”
“집 나갔다가 돌아온 탕아의 실력이 녹슬기는커녕 오히려 더 좋아졌구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누가 보면 제가 몇 년 동안 안 친 줄 알겠어요, 교수님.”
“이놈아. 거의 한 달을 피아노도 안 치고 살았잖아! 그게 피아니스트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건지 몰라서 그래?”
이것저것 할 게 많다는 이유로, 이 녀석은 요즘 피아노 레슨실도 오지 않고 당연히 연습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웃긴 건,
“그래도 교수님 말씀대로 실력이 녹슬진 않았잖아요?”
전혀 실력이 죽지 않았다.
오히려 늘어났을 정도.
“그러니깐! 그게 내가 어이가 없다는 거야. 보통은 한 달만 안 쳐도 손이 굳어서 삑사리가 나는 게 정상이거든. 근데 네놈은 어떻게 된 게 아주 멀쩡해? 너, 말만 연습 안 한다고 했지. 사실은 몰래 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뭐, 실제로 친 적은 없긴 한데요······.”
“그런데?”
“그냥 상상으로만 연습했어요.”
“뭬, 뭬야? 상상으로?”
“뭐라 말로 설명하기는 그런데······. 요즘 피아노 연습을 너무 안 한 거 같아서 가끔 시간 날 때마다 머릿속으로 연습했어요. 건반을 상상하면서 해봤는데, 의외로 진짜 연습하는 것처럼 생생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둔기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참나. 이젠 그런 것도 할 줄 아냐?”
남들이 들었다면 헛소리를 한다고 했겠지만, 이장원 교수는 그럴 수 없었다.
상상으로 악기를 연주하고, 상상으로 작곡을 한다-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거장이라 불리던, 아니. 불리고 있는 유명한 음악가들도 정윤성처럼 저런 말들을 한 적이 많다.
상상 속에서 연습하며 수많은 곡을 탄생시켰다고 말이다.
‘난 죽어도 안 되던데.’
이장원 교수라고 해서 그것을 따라 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상상만으로 피아노를 연습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곡을 탄생시키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냥 그 거장들을 더 위대하게 보이도록 만들려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정윤성을 보니, 그것은 거짓이 아닌 진실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너, 요즘엔 뭐하냐? 그 힙합인가 뭐시기인가 한다면서?”
“네. 그것도 준비하는 중이고, 윤아랑 스케줄 있으면 공연도 하러 다니고 그래요. 그리고 이번에 드라마 하나도 촬영할 거 같고요.”
“어이쿠. 바쁘다 바빠. 그렇게 해서 학교 공부는 언제 하냐?”
“그러게요. 그래도 다행히 전호 예고에서 출석을 다 인정해 줘서 어려움은 없어요. 성적도 늘 상위권으로 유지 중이고요.”
하여튼 무엇 하나 빠질 것 없이 잘하는 놈이라니깐.
솔직히 지 잘난 맛에 살아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텐데, 이놈은 가끔 시건방을 떨어도 결코 교만하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그게 제일 무섭지.’
천재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교만함이다.
자기 잘난 맛에 취해 정작 해야 할 것을 놓치고 본인 재능만을 믿다가 결국 한계에 다다라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봐왔던가.
하지만 그런 점에 있어서 정윤성은 남달랐다.
언제나 자신의 부족함을 잘 인지하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든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한번 음악 작업을 하면 밤이 새도록 매달리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리라.
“교수님. 저는요? 저는요? 저도 잘 치죠?”
“응? 윤아 너는······. 자, 잘 치네.”
“뭐야. 표정 보니까 아닌데요?”
“크흠. 알면 너는 와서 연습 좀 부지런히 해라.”
“히잉.”
급 침울해하는 윤아를 보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윤성아. 너, 피아노는 계속 진지하게 쳐 볼 생각인 거지?”
“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렇게 드문드문 치는 것보다 한번 진지하게 쭉 쳐서 끝을 봤으면 좋겠다.”
이장원 교수의 얼굴에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 정도 재능을 썩히는 것도 아깝잖아. 물론, 네가 연예계 활동을 하고 가수 일을 하면서 꽃을 피우고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피아노 쪽에서도 네 재능을 충분히 펼칠 수 있잖니.”
사실 정윤성은 그냥 이대로만 생활해도 충분하다.
연예계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저기서 뭘 더 바라겠는가.
하지만 그의 스승된 사람으로서, 그 재능이 아까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욕심이 났다.
“1년 뒤에 정말 중요한 무대 하나가 열려.”
“중요한 무대요?”
“응. 너도 많이 들어봤을 거야.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쇼팽 콩쿨. 알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라면, 아니. 피아노를 치지 않아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쇼팽 콩쿨.
“거기 한번 나가보는 게 어때?”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쇼팽 콩쿨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피아노 콩쿨이고, 피아노에 있어서는 각 나라에서 괴물, 혹은 천재라고 불리는 인재들만 모이는 가히 최고의 콩쿨이었다.
“넌 국내 콩쿨에서 우승한 적도 있어서 지원해 볼 자격이 있어. 물론, 한국에서 먼저 심사를 보고 세계로 나가는 거긴 한데, 한번쯤 도전해 볼 만 하지 않냐? 그리고 거기서 우승하게 되면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건 물론이고······.”
잠시 이장원 교수는 숨을 돌린 뒤 말을 이었다.
“군대도 면제할 수 있어.”
그 말에 정윤성의 몸이 살짝 들썩였다.
“어때? 아! 물론, 지금 당장 대답하라는 게 아니야.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라는 거지. 물론, 그것 때문에 네 스케줄이 꼬일 수도 있긴 한데, 그래도 결코 후회하진 않을 거다.”
오직 인생에서 단 한 번만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쇼팽 콩쿨.
정윤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해 볼게요.”
그 정도면 오늘은 충분했다.
“자, 그럼 오랜만에 왔으니까, 오늘은 이 교수님이 한턱 크게 쏜다. 가자. 소고기 먹으러.”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고, 마침 배가 고플 시간이니 이장원 교수는 기쁜 마음으로 고기를 사줄 요량이었다.
“아! 저는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요. 죄송해요, 교수님. 먼저 가볼게요.”
“뭐, 뭐야?”
“그럼 안녕히 계세요.”
정윤성은 얼른 짐을 챙기고 나가 버렸다.
예의 바르게 90도 인사까지 하는 터라 붙잡지도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 옆에 윤아가 있었다.
“교수님. 오늘 정말 소고기 사주시는 거예요?”
“응? 윤아 너는 같이 안 가?”
“네. 오늘 오빠 드라마 미팅이 있어서요. 저는 못 가요.”
“오~! 그러면 우리 둘이서 먹으면 되지. 같이 갈까?”
“헤헤. 저야 좋죠.”
그래. 윤아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이장원 교수는 잠시 찌푸려져 있던 얼굴을 폈다.
그런데,
“아참. 교수님 죄송해요. 오늘 제가 엄마랑 레이드 약속 있는 걸 깜빡했어요.”
“레이······뭐?”
“그럼 저도 가볼게요, 교수님! 소고기는 다음에 꼭 사주세용~!”
그렇게 정윤아마저 홀라당 가버렸다.
“이, 이놈들이······.”
갑자기 저 남매가 싫어지려 하는 이장원 교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