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
“이, 이게 별관…….”
“확실히 스페이원 가문다운 건물이군요.”
본관은 마치 거대한 궁전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재력, 군사력, 명예까지 모두 고루 갖춘 대륙 최고의 귀족 가문.
스페이원 가문의 명성은 제국 최고가 아닌 대륙 최고라 부를 정도로 유명했다.
때문에 케이네스라는 스페이원 가문의 흠집에 대한 이야기도 제국 바깥에서 드문드문 들려왔다.
별관은 본관처럼 궁전 같은 느낌은 없었으나, 스페이원의 이름답게 거대하고 세련되었다.
그리고…….
“어서 오십시오. 저는 스페이원 제2 별관을 총괄하는 미르바라고 합니다.”
두 사람을 마중 나온 제2별 관의 하녀장, 미르바.
설마, 제1 별관도 아닌 제2 별관에 막내아들을 처박아 두다니.
미르바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자, 한스 역시 마찬가지로 고개를 작게 숙여 예의를 갖추었다.
“저는 로즈 가문의 집사장, 한스입니다. 오늘은 엘리자베스 아가씨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만, 케이네스 도련님께서는…….”
한스가 잠시 말끝을 흐리자, 이내 저택의 문이 열리면서 신장 130cm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덜컥!
“준비하느라 조금 늦어졌군요. 제가 케이네스 H 스페이원입니다.”
별관의 정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온 케이네스.
엘리자베스와 한스는 소년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케이네스 H 스페이원은 검술과 마법의 재능을 가지지 못했으며, 추한 얼굴로 태어나, 스페이원 가문에 흠집을 만들어 낸 유일한 존재이다.’
딱히 추하다고 할 정도의 외모는 아니었지만, 기존의 소문들이 왜곡을 거듭하면서 케이네스라는 존재가 이 제국에서 가장 추한 아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가게 되었다.
정작 그 당사자는 모르는 눈치였지만.
“그쪽이 엘리자베스 영애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케이네스 H 스페이원입니다. 누추하지만 안으로 들어오시죠.”
“아……. 가, 감사합니다.”
고작 한 살 차이라고 볼 수 없는 빠른 대응과 기품이 느껴지는 행동.
미르바는 그런 케이네스의 모습에 뿌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주먹을 세게 쥐었다.
‘잘하고 있어요. 도련님!’
하녀들은 대체로 귀족들의 움직임과 말투에 대해 자주 듣고, 보는 편이었다. 때문에 하녀장은 로즈 가문에게 케이네스가 무시당하지 않도록 대략 2개월 동안 간단한 예절교육을 진행했고, 케이네스는 훌륭하게 미르바의 교육을 수료해 냈다.
뚜벅뚜벅.
새하얀 와이셔츠에 각이 잡혀 있는 검은 바지. 깔끔하면서도 ‘고작 8살의 아이가 입기에는 약간 어른스럽지 않을까?’라고 생각되는 케이네스의 캐주얼적인 복장.
한스는 머릿속에 떠오른 그의 소문을 조금씩 수정하기 시작했다.
‘이게 8살의 소년이 풍기는 기품인가? 미숙한 부분이 보이기는 하지만, 연령대를 생각해 보면…….’
엘리자베스와 케이네스는 고작 한 살 차이였다.
당당한 케이네스와 달리 우물쭈물하면서 수줍음을 보이는 엘리자베스.
너무나도 상반되는 모습에 한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로즈 자작은 아내를 여의고, 외동딸인 엘리자베스를 정말 귀하게 키웠는데.
아내를 잃은 뒤에도 새로운 아내를 들이지 않았던 그는 이 제국에서도 소문난 사랑꾼이었다. 그만큼 자식인 엘리자베스에 대한 사랑도 정말 애틋했다.
‘일전의 마수 레이드만 아니었다면, 그 정도의 빚이 생기지도 않았겠지.’
자작은 케이네스 H 스페이원이라는 소년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부친으로서 딸이 누구보다 잘나고 뛰어난 남자와 맺어지길 간절히 바랐었는데. 불의의 사건으로 엘리자베스를 스페이원 가문의 영식과 약혼을 맺게 할 수밖에 없었던 로즈 자작은 최소한 차남인 델트와 엘리자베스를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도대체 이게 웬일인가? 마나의 축복을 받지 못한 스페이원 가문의 무능아가 엘리자베스의 약혼자로 거론되었다.
심지어 추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는 그를…….
갑작스러운 빚 때문에 스페이원 가문의 조력을 받게 되었지만, 로즈 자작은 스페이원의 결정에 불쾌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결국엔 스페이원의 뜻대로 약혼이 성사되었으나, 로즈 자작은 엘리자베스와 케이네스의 관계를 어디까지나 ‘약혼 관계’임을 강조했다. 언제든지 파혼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그런 로즈 가문과 스페이원 가문의 사건을 떠올리던 한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슬쩍 엘리자베스를 바라봤다.
‘……엘리자베스 님께서도 생각이 깊으신 분이시다.’
불과 7살의 나이에 가문의 어려움을 눈치채고, 케이네스와 만나겠다며 먼저 앞으로 나선 그녀.
로즈 자작은 본인의 나약함을 비난하면서 끝내 딸아이를 스페이원 가문으로 보내야만 하였다.
덜컥.
“이곳입니다.”
한스는 객실로 안내해 주는 케이네스를 지그시 응시했고, 이내 ‘아가씨에게 어울리는 남자인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군.’이라 생각하면서 곧바로 엘리자베스와 함께 객실로 들어갔다.
* * *
“미르바, 다과와 음료를 부탁할게.”
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하녀장인 미르바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평소에도 그러했듯 미르바는 프로다운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게 미르바가 객실을 나서자, 나는 곧바로 엘리자베스와 눈을 마주했다.
얼굴을 붉게 물들인 소녀.
확실히 외모가 제대로 한몫을 해 주는구나. 잘하면 로즈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갈 수도 있겠어.
“크흠…….”
내가 엘리자베스를 응시하자, 그녀의 등 뒤에 서 있던 한스라는 집사가 작게 헛기침을 하였다.
“오늘은 두 분께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시간을 마련한 것입니다. 만약 두 분께서 서로에게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직 7~8살 어린아이이기 때문일까? 한스는 마치 소개팅을 주선한 사회자처럼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우물쭈물하자, 나는 사전에 머릿속으로 생각해 둔 질문들을 건넸는데.
초대면인 사람에게 물어봐야 무엇을 묻겠는가.
나는 적당히 취미 또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식 등. 간단한 질문을 건네면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요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마법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가게 되자, 나는 살짝 감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벌써 제1 서클을 익혔단 말이야?’
아무리 기초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7살의 소녀가 벌써부터 서클을 형성해 내다니.
연령을 고려해 보면 그녀의 재능은 확실히 뛰어났다.
“대단하시군요. 확실히 제1 서클의 마법을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마나 운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엘리자베스 영애께서는 분명 제1 서클을 마스터하실 수 있겠죠.”
“아, 그……. 감사합니다.”
원작에서 엘리자베스의 비중은 꽤나 적었으나, 그 짧은 비중에서도 날카로운 고양이의 인상을 받았었다.
그런데…… 내 눈앞에서 수줍게 미소 짓는 귀여운 소녀는 도대체 누구지?
내가 상상했던 엘리자베스의 이미지와 눈앞의 소녀 사이에는 너무나도 큰 갭이 존재했다.
‘부디 지금 이 상태로 자라주기를…….’
나는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인상보다는 다정하면서도 상냥한 여인이 취향이었다.
어차피 데릴사위로 들어가야 한다면, 부디 그녀가 상냥한 여인으로 성장해 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을까?
본인을 한스라고 소개했던 중년 집사가 얼굴을 굳힌 채 오른손을 들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예, 무슨 일이시죠?”
“어째서 마법에 대해…… 그토록 자세히 알고 계신지 여쭈어도 괜찮겠습니까?”
설마, 내가 마법을 익히고 있다고 생각한 걸까? 물론, 익히고는 있지만, 지금 당장 밝힐 필요는 없겠지.
“이 별관에도 5백여 권의 서적이 보관된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마법에 관련된 서적들을 읽다 보니 조금 관심이 생기게 되더군요. 아, 영애께서도 제 이야기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서적에 기록된 지식에 불과하니까요.”
그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잠시 턱을 매만졌다.
‘아무리 서적을 통해 배웠다고는 하지만, 이토록 방대한 지식들을 가지고 있다니…….’
한스라는 중년 집사가 잠시 생각에 잠기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서적을 통해 배웠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단지, 골드 포인트로 구매했던 서적……. 스킬북의 내용이 그대로 머릿속에 주입되었을 뿐.
마치 암기라도 한 것처럼 해당 문장들이 그대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저는 마법과 검술에 특별한 재능이 없습니다. 때문에 최대한 지식을 쌓을 수밖에 없었죠.”
“가정교사는…….”
엘리자베스의 물음에 나는 미소를 유지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들이지 않았습니다.”
“아…….”
로즈 가문에서는 엘리자베스가 7살이 되자마자, 곧바로 가정교사를 들여 수많은 교육을 시작했다.
본래 귀족의 자제들은 6세부터 12세까지 가정교사로부터 사교육을 받은 뒤, 13세에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다.
그냥 내가 예외적인 경우라고 봐야겠지.
똑똑똑.
“도련님, 음료와 다과를 준비했습니다.”
“그래, 들어와.”
내 허락에 미르바는 객실로 들어오자마자 테이블에 다과와 음료를 조심스럽게 내려 두었다.
그 순간, 엘리자베스의 눈동자가 반짝거리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별관에 버려졌다고는 하지만, 식량이 부족할 정도로 빈궁한 생활을 누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풍족한 식사와 함께 맛있는 다과와 음료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지.
물론, 본관에 사용되는 예산에 비하면, 별관에 투입되는 예산은 발톱의 때보다 못하겠지만 말이야.
꿀꺽.
엘리자베스가 침을 삼키면서 입을 작게 벌리자, 한스가 작게 헛기침을 하였다.
“크흠…….”
“아……!”
한스의 헛기침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리고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엘리자베스의 귀여운 반응에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드셔도 괜찮습니다.”
“그, 그럼…… 한 입만…….”
그녀는 한스의 눈치를 살피면서 슬그머니 쿠키를 하나 집었다.
쿠키를 하나 먹을 때도 눈치를 살펴야 하는 건가.
나는 엘리자베스를 지그시 주시하고 있는 한스의 모습에 쓰게 웃어 보였다.
“집사장께서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저희 연령대에서는 이런 달콤한 음식을 가장 좋아할 시기니까요.”
“……예, 실례했습니다.”
한스가 고개를 작게 숙여 보이자,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 * *
3시간이 지나서야 엘리자베스와 한스는 별관을 나설 수 있었다.
케이네스의 배웅을 받으면서 스페이원 가문의 본관을 향해 걷기 시작한 두 사람.
후원을 걷던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들어 한스를 바라봤다.
“……어땠어?”
“예?”
“케이네스 영식이…… 정말로 내 약혼자가 되는 거야?”
“……우선은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자작님께서는 스페이원 가문에게 빌린 금액을 모두 변제한 뒤, 아가씨를 다른 분과 맺어드리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지켜봐야겠죠.”
“그……렇구나.”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이는 그녀.
도대체 무엇에 실망한 것일까?
한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엘리자베스와 함께 로즈 가문의 마차에 탑승했다.
* * *
“하아……. 힘들어.”
짝짝짝짝.
“훌륭하셨어요!”
“정말로 귀족처럼 보이셨어요. 역시 하녀장님의 특훈이…….”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조차 꺼려하던 하녀들이 손바닥을 뒤집은 듯 태도를 바꾸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미르바 역시 따뜻한 미소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는데, 본래라면 일개 하녀가 귀족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는 절대로 허락되지 못했다. 단지, 내가 자주 애교를 부린 덕분에 지금과 같은 관계로 발전하게 된 것뿐.
“도련님, 욕조에 물을 받아두었습니다.”
“네에~”
“이젠 말을 편하게 놓으셔도 괜찮아요. 도련님은 귀족이시니까요.”
미르바의 발언에 하녀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귀족이 하녀에게 존대를 사용한다니…….
본관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본관의 하녀장 또는 집사장이 제2 별관의 하녀들에게 큰 벌을 내리리라.
“……응, 알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곧바로 미르바를 따라 욕실로 이동했다.
내 목욕을 도와주는 미르바. 덕분에 편안하게 목욕을 마친 뒤, 침대에 드러누워 쉴 수 있었다.
그렇게…… 엘리자베스와의 만남이 마무리되고.
내가 9살이 될 때까지는 정말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그리고 신년이 다가오면서 가족들…… 아니, 본가의 사람들이 제도로 올라갔다는 소식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눈앞의 서적을 툭툭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지금쯤이면 소피아도 최하급 익스퍼터에 도달했겠지?”
소피아가 검술을 익히고 있다는 소문을 접했던 순간, 나는 그녀가 미래에서 회귀를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생의 그녀였다면 모친에게 호되게 혼나면서 귀족으로서의 예의와 다양한 지식들을 습득하고 있어야 했을 테니 말이다.
반면, 지금의 그녀는 천재적인 면모로 다양한 지식과 예의들을 습득하고, 여가 시간에 검술을 훈련하고 있다는 모양이다.
“아카데미에서 배운 기초적인 검술을 기억하고 있을 테니……. 최하급 익스퍼터에 도달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겠지.”
참고로 검술은 익스퍼터에서 소드 마스터, 그랜드마스터로 최하급부터 최상급까지.
총 15단계까지 경지가 구분되어 있었다.
제1~9 서클로 9단계까지 구분된 마법과는 다르게 말이야.
‘벌써부터 최하급 익스퍼터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엄청날 텐데, 물의 정령왕인 엘라임과 계약까지 했을 테니……. 엄청난 회귀 특전이네.’
아니, 정령왕과의 계약을 회귀 특전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
아무튼 간에 지금쯤 소피아의 연령은 10세가 되었을 터.
“……나도 슬슬 서둘러야겠어.”
산적단 토벌을 계획했던 나는 본관이 한산해진 틈을 이용해 난생처음으로 이 저택을 나가기로 결심했다.
우선 재빠르게 침대 아래에 숨겨둔 스태프를 꺼냈는데, 골드샵에서 300GP로 구매한 초급자용 스태프다.
나는 슬그머니 저택에서 빠져나와 밤하늘의 아래, 제2 별관의 건물 뒤를 가로막은 숲속으로 들어갔고, 이내 10m 높이의 성벽을 바라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푸스슥.
“분명 여기에…….”
몇 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개구멍.
성벽의 두께는 무려 3m에 육박했기에 이 개구멍을 만드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수풀 속에서 어린아이 한 명이 출입할 수 있는 개구멍이 모습을 드러내자, 나는 엉금엉금 바닥을 기어 구멍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어 성벽 너머로 빠져나왔다.
“끄응…….”
이후 눈 앞에 펼쳐진 절벽의 모습에 나는 작게 심호흡을 한 뒤, 미리 준비해 둔 밧줄을 성벽 인근에 비치된 나무에 묶어 5m 높이의 절벽을 내려갔다.
절벽을 내려오자 더욱 뚜렷하게 보이는 도시의 광경.
스페이원의 저택이 언덕의 위에 지어져 있기 때문일까?
나는 도시 전체의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서두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