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49)
“그럼, 저는 이만 기숙사로 돌아가 봐야겠군요. 내일 보도록 하죠. 케이네스 군.”
“저도 그럼…….”
사교부실을 나서게 된 나는 아르데알, 네리스, 카타리나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아카데미의 정문에서 대기 중이던 마차에 탑승했다.
털썩.
“하아, 사교부…… 괜히 가입했나? 차라리 운동부가 더 편했을지도…….”
나는 정신적 피로를 느끼면서 좌석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맞은편 좌석에 다리를 올렸다.
그렇게 두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던 순간, 마차가 멈춰서면서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자택에 도착했습니다.”
“제길……. 또냐.”
왜 이렇게 가까운 걸까? 조금은 쉬게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괜히 마부에게 화풀이를 할 수도 없고.
조금은 먼 곳에 저택을 마련할 걸 그랬나? 아니, 차라리 빨리 도착해서 편히 쉬는 게 낫겠지.
나는 작게 혀를 차면서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덜컥.
마차의 문이 열리자, 나는 바닥에 설치된 이동식 계단을 밟으며 내려왔다.
“후우, 그래. 오늘도 고생했어.”
“아닙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 재혼한다면서?”
“예? 아, 아하하하, 들으셨습니까?”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는 마부.
나는 품속에서 은화가 담긴 동전 주머니를 꺼내 그의 가슴에 툭 가져다 대었다.
마부는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트리더니, 이내 돈주머니를 받아 들었다.
“이건…….”
주머니의 내부를 확인하게 된 그는 화들짝 놀라면서 눈을 크게 떴다.
“축의금이야. 나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거든. 그리고…… 이번에 결혼할 여성분에게는 자식까지 있다면서?”
마부가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 그건 또 어디에서…….”
“작년까지 너와 같이 근무했던 사람한테 들었어.”
내 대답으로 누군가를 떠올린 것일까?
그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이를 갈았다.
“마크, 그 자식…….”
“그를 너무 탓하진 마. 나는 적어도 내 주변 사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아 두자는 주의라서 말이야. 뭐, 지금은 그것보다도…… 이번에는 꼭 행복하게 해 줘.”
사별하게 된 전 아내.
마부는 죽은 아내를 떠올리면서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명심하겠습니다.”
눈빛을 굳히며 대답했다.
하지만 주머니에 담긴 돈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마부는 금세 부담스럽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래도…… 이건 너무 많습니다.”
확실히 은화 100닢을 축의금이라며 건네주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
“됐어. 결혼식장 구할 때 보태든지 알아서 해. 그리고 정말로 고맙게 생각한다면, 평소의 근무태도로 그 고마움을 보여주든가.”
나는 피식 웃으면서 오른손으로 가방을 쥔 채 저택으로 걸어갔다.
마부는 은화로 가득한 돈주머니를 꽈악 쥐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도련님.”
“그래, 그러면 내일도 오늘처럼 안전 운전 부탁한다.”
나는 어깨 위로 손을 몇 번 흔들면서 저택으로 들어갔다.
* * *
대륙력 1252년 4월 28일.
라바디안 제국 중앙 아카데미의 사교부실을 방문한 라이어드.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그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케이네스 일행을 발견하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여어~ 오랜만인가?”
“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전하.”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네는 케이네스.
라이어드는 손사래를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전하는 무슨……. 적당히 선배라고 불러도 돼.”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이어드는 시선을 옮겨 케이네스의 좌우에 앉아 있던 네리스와 아르데알에게 인사를 건넸다.
“윌트 영애는 이번에 처음으로 보는 거고, 세필로드 영식은 저번 신년 파티에서 얼굴을 봤었지?”
“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방해가 될지도 모르지만, 잠시 합석해도 괜찮을까?”
라이어드의 요청에 아르데알과 네리스는 기꺼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라이어드의 합석에 케이네스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것을 본 것일까?
라이어드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케이네스를 바라봤다.
“……어이, 너는 표정 관리부터 해 보는 게 어떠냐?”
“이런, 실례했습니다.”
“실례라고 생각한다면, 미간의 주름부터 풀지 그래? 일단은 내 가신이잖아!”
“아참, 그랬었군요. 며칠 전부터 누님에게 달라붙어 점심을 먹는 누군가 덕분에 잠시 잊고 말았습니다.”
“……보고 있었냐?”
“우연찮게도.”
“그보다 어제는 루벨리스랑 펠리엘도 같이 있었어!”
항변하는 라이어드의 모습에 케이네스는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농담입니다.”
“하아……. 그보다 1학기 중간고사에서 만점을 받은 소감은 어때?”
“들으셨군요.”
“당연하지. 네 소문은 이 아카데미에서도 꽤 유명하니까.”
불과 이 주일 전에 시행되었던 중간고사.
그리고 바로 어제, 시험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발표된 마법 학부 1학년 중간고사 순위에는 떡하니 케이네스의 이름이 최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순간, 케이네스의 인지도는 급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1차 실기평가까지 며칠이나 남았지?”
“……거의 이 주일 정도 남았을 겁니다.”
케이네스가 덤덤한 모습으로 대답하자, 라이어드는 씨익 웃으면서 턱을 괴었다.
“이러다가 정말로 1학년 종합평가점수를 만점으로 마무리 짓는 거 아니야?”
“제1차 실기평가는 꽤나 까다롭게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까다롭다고 해 봐야 마수를 토벌하는 것 정도잖아. 이참에 S랭크 마수를 토벌해 오는 건 어때?”
라이어드의 장난스러운 말투에도 케이네스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며, 조용히 찻잔을 들어 올렸다.
“나락의 던전에는 S랭크 마수가 없다더군요.”
찻물을 홀짝이며 대답한 케이네스.
라이어드는 잠시 얼굴을 경직시켰다.
케이네스의 좌우에 착석한 아르데알과 네리스 역시 온몸이 얼어붙었다.
“……뭐야? 무슨 S랭크 마수를 토벌해 본 사람처럼 말하네?”
라이어드의 물음에 케이네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요. 실전경험을 익히기 위해 마수들을 토벌해 본 경험은 있습니다만, S랭크 마수와 조우한 경험은 전무합니다. 게다가…… S랭크를 상대로 이길 자신 따위는 없습니다. 단지, 나락의 던전에 S랭크 마수는 출현하지 않는다고 들었기에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케이네스가 차분히 발언했다.
그러자 라이어드는 어깨를 추욱 늘어트렸다.
“난 또…… 뭐라고. 그러면 A랭크 마수를 토벌해 본 경험은…….”
“예, A랭크의 경우에는 몇 번 있습니다.”
그 순간, 라이어드의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인간을 상대해 본 적은?”
“산적단의 토벌이라면…… 작년에 두세 번 정도 있었군요.”
케이네스의 풍부한 경험담에 라이어드는 작게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13살에 불과한 소년에게 이 정도의 전투 경험이 존재하다니.
헛웃음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하겠는가.
반면, 케이네스와 라이어드의 진지한 대화 내용에 네리스는 잠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대화에 참가하는 것이 약간 버겁게 느껴진 것이다.
그 때문일까? 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경청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아르데알의 경우에는 케이네스의 경험담을 듣고 한 번씩 감탄사를 흘렸는데.
범죄자의 소탕은 이 세계에서 특별히 이상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니었다. 귀족 가문들 역시 영지에 피해를 끼치는 도적과 산적들을 토벌하기 위해 병력을 내보낼 때도 있으니까.
토벌대에 가주가 직접 참가하는 경우도 종종 존재했다.
그러나 13세의 연령으로 풍부한 경험이 존재한다는 것은 확실히 드물다고 해야겠지.
“……그렇다면 전장에서 경험을 쌓아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지? 만약 네가 원한다면,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에라도 북부 전선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추천을 넣어볼 수 있는데…….”
“그 경험이 공적으로 인정되어 백작으로 승작할 수 있게 된다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런 케이네스의 대답에 라이어드는 허탈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백작으로의 승작은 웬만한 공적으로는 불가능할 거다. 남작에서 자작이라면 모르지만, 자작에서 백작으로 승작하는 경우는 정말로 찾아보기 드물거든. 네가 제5 서클에 도달해서 일개 군단을 지휘하는 사령관을 쓰러트린다면 또 모르지만…….”
라이어드는 말끝을 흐리며 쿠키를 집어 먹었다.
그 순간, 찻잔을 내려 두면서 눈동자를 번뜩이는 케이네스였다.
“방금 그 발언, 절대로 잊지 마십시오.”
쿠키를 우물거리던 라이어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뭐야, 꽤나 자신만만한 표정인데? 설마, 본인이 제5 서클의 경지에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라이어드가 쿠키를 꿀꺽 삼킨 뒤,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렸다.
케이네스는 그의 시선을 회피하듯 두 눈을 감으면서 이내 어깨를 으쓱거렸다.
“제4 서클에 도달하기까지 4~5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게 재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가능성이 0%는 아니겠죠.”
“그렇게 따지면 가능성은 이 아카데미 모두에게 존재하잖아!”
라이어드는 어이가 없다는 듯 엉덩이를 들썩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너무 시끄러웠던 것일까? 주변의 시선이 잠시 모였다.
라이어드는 살짝 민망한 얼굴로 의자에 바로 앉았다.
“크흠……. 하지만 확실히 네 말 대로네. 졸업까지 제5 서클에 도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이 아카데미에서도 너뿐일 테니까.”
아카데미의 학생들 중 졸업까지 제5 서클에 도달한 사람은 지금까지 아카데미 설립 이래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케이네스가 졸업까지 제5 서클에 도달하게 된다면? 분명, 아카데미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겠지.
“그런데 소피아는 언제 온대?”
“흐음……. 이제 곧 올 시간이 된 거 같네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대답한 케이네스.
그와 동시에 사교부실의 문이 열리면서 새하얀 머리카락의 소녀가 부실로 들어왔다.
그녀의 등장에 부실 내부의 대화 소리가 잠시 수그러들었다.
뚜벅뚜벅.
부실로 들어온 소녀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푸른빛 눈동자로 학생들의 얼굴을 스윽 훑어보았는데, 케이네스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발걸음에 속도를 붙였다.
그리고 라이어드와 눈이 마주친 순간, 소녀는 한순간에 눈빛의 따스함을 차갑게 식혀버렸다.
“……전하께서도 계셨군요.”
소녀…… 아니, 소피아의 한 마디에 라이어드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하하……. 모처럼 시간이 비게 되어서 말이야.”
“그런가요.”
라이어드의 대답에도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한 번 끄덕일 뿐. 그 외의 반응은 없었다.
“그런데 이쪽은…….”
그녀가 아르데알과 네리스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케이네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손으로 가리켰다.
“두 사람은 내 친구들이야. 여러모로 신세를 지고 있지. 먼저 이쪽은…….”
아르데알은 케이네스가 본인을 소개하려 하자, 미소를 띤 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왼쪽 가슴에 오른손을 얹으며, 고개를 작게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세필로드 가문의 장남, 아르데알 T 세필로드라고 합니다.”
이어서 긴장한 듯 식은땀을 흘리던 네리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저는 윌트 백작가의 차녀, 네리스 H 윌트라고 합니다.”
그런 두 사람의 자기소개에 소피아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의 이야기는 남동생으로부터 익히 들었었답니다. 저는 스페이원 가문의 삼녀, 소피아 H 스페이원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저, 저야말로…….”
여유 넘치는 소피아의 인사말.
네리스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을 더듬었다.
소피아가 의자에 착석한 순간. 주변에서 수다를 떠들던 학생들이 일제히 케이네스 일행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니, 이 경우에는 라이어드 일행이라고 말해야겠지.
라바디안 제국의 제3 황자인 라이어드.
세필로드 가문의 후계자인 아르데알.
스페이원 가문의 삼녀 소피아.
윌트 가문의 차녀 네리스.
마지막으로 아르덴 자작 가문의 가주인 케이네스.
누가 봐도 중심이 되는 인물은 라이어드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한창 소란의 중심이 되었던 케이네스와 소피아 남매.
두 사람의 인지도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소문대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사교부의 학생들은 힐끔거리면서 두 남매를 살펴보았다.
“……저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모습은 처음 보네요.”
“정말 선남선녀들이 따로 없다니까요? 라이어드 전하와 아르덴 자작님, 거기에 아르데알 영식까지 함께하니, 사교부실의 분위기가 밝아지는 것 같아요.”
한 여학생이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동석한 대여섯 명의 여학생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소피아 영애께서는 장래에 라바디안 제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여인 중 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그러니 할버트 영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겠죠.”
“어휴……. 그렇게 말하면, 네리스 영애가 살짝 옥에 티처럼 보이네요.”
윌트 가문은 중규모 상회를 운영하는 가문이다. 재정적으로는 다른 가문들보다도 풍족했고, 군사력 역시 어느 백작 가문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그러나 세필로드 후작가와 스페이원 백작가의 앞에서는 초라해질 수밖에 없겠지.
심지어 근래에는 아르덴의 인지도가 윌트 가문의 인지도보다 더욱 높아 보일 정도였는데.
“소문으로 듣게 된 이야기인데, 아르덴 자작님이 로즈 가문의 엘리자베스 영애와 파혼을 하면서 네리스 영애가 아르덴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모양이에요.”
“그건 네리스 영애만이 아닐걸요? 아마 이 자리에서도 아르덴 자작님과 혼인을 바라는 영애들은 수두룩할 거예요. 며칠 전에는 1학년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아르덴 자작님을 봤었거든요.”
“어머, 그런 일이 있었나요?”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아르덴 자작님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를 실감했었답니다. 물론, 네리스 영애도 아름답고 집안도 훌륭하시지만……. 저 자리가 살짝 특별할 뿐이라고 해야겠네요.”
그렇게 수다를 떠들기 시작한 학생들.
네리스는 귀를 쫑긋 세우면서 주변의 이야기를 엿듣고 말았다.
가능하면 본인의 테이블에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외부 시선에 민감하며, 귀족사회에 물들어 버린 그녀는 주변 학생들의 대화 내용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에는 어깨가 위축되어 버렸다.
그녀에게 부족한 부분 따위는 없었다. 매주 한두 번씩 교제 신청을 받고도 있으며, 집안 배경 역시 뛰어났으니까.
지금은…… 단지 주변에 특별한 사람들만 모여 있을 뿐.
그중에서도 그나마 무난하게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스페이원 가문으로부터 독립한 케이네스 정도이리라.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