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52)
케이네스는 사르반을 본인의 조로 데려와야 할지, 잠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그러나 이미 4인조가 형성된 자신의 조에 사르반을 받아들이려면, 눈앞의 세 사람 중 누군가 한 명을 제외해야 한다.
세 사람을 뺄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작게 혀를 차면서 카타리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렇구나.”
시험을 볼 수 있다면,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한편, 그런 케이네스를 지켜보던 네리스는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다른 학생을 걱정하는 것보다도 저희들의 상황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해요. 물론, 조금 전, 아이리스 선배님의 말씀대로 케이네스 님이 함께하신다면, 큰 문제 없이 고득점이 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케이네스만이 유능하단 뜻은 아니었다.
아르데알은 제2 서클 마법을 익혀 본인의 천재적인 재능을 아카데미의 모두에게 보여주었고, 카타리나와 네리스 역시 제1 서클의 심화 과정을 마무리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단지, 그 뛰어난 능력들이 케이네스의 말도 안 되는 재능에 가려졌을 뿐.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문제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치명적인 건…… 실전경험의 부족이겠지.’
아르데알의 경우에는 그나마 나쁘지 않았다. 몇 차례 마수들과 조우한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카타리나와 네리스는 실전경험이 전무했다.
‘아무리 또래들 사이에서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제1 서클 마법으로는……. F~E랭크 마수를 상대하는 것이 겨우라고 해야겠지.’
하지만 그만큼 1학년에게는 제한 시간을 상당히 길게 주었다.
덕분에 매년 1학년 제1차 실기평가에서 A클래스의 커트라인은 30~40점 정도로 측정됐다.
제1차 실기평가에서 30~40점을 받아 두고, 제2차 실기평가에서 20~30점을 받아 둔다면, 실기평가의 종합점수는 60~70점 정도로 A클래스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할 수 있겠지.
그러나 아르데알은 그 사실을 알고도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희들의 경우에는 제2차 실기평가에서 20점 정도만 받으면 되겠군요.”
“그건…….”
카타리나가 아르데알의 발언에 잠시 머뭇거리며, 케이네스를 힐끔 살펴보았다.
그러자,
“후우……. 뭐, 특별한 상황만을 제외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
케이네스의 대답으로 아르데알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저는 케이네스 군과 친해지게 돼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느끼고 있답니다. 덕분에 제1차 실기평가를 만점으로 통과할 테니까요.”
“……그건 너무 속물적인 발언 아니냐?”
어이가 없다는 듯한 케이네스의 질문에 아르데알은 생긋 이빨을 보였다.
근래 살짝 장난기가 늘어난 아르데알.
케이네스는 아르데알이 지금까지 감추고 있었던 행동과 마음을 조금씩 겉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도 저는 진심으로 케이네스 군과 한 조가 된 것에 안도하고 있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D~C랭크 마수를 토벌하는 것조차 정말로 어렵거든요. 다른 분들과 힘을 합치더라도 제한 시간인 여섯 시간 이내에 50점 만점을 채우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할 겁니다. 교수님들께서도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1학년 중 제1차 실기평가를 만점으로 통과하는 경우는 없으리라 확신하고 계시겠죠.”
서클의 문제가 아니다.
제1~2 서클이라는 경지보다도 학생들의 제한적인 마나량 탓에 만점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그 특수한 경우라는 게…… 나라는 건가?”
아르데알이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게 될 겁니다.”
케이네스는 주변에서 계속 자신을 띄워주기만 하여 살짝 민망한 표정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르데알은 극찬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이야기에 케이네스는 씁쓸히 웃었다.
‘제6서클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면…… 더 이상 재능이라고만 설명할 수 없겠어. 최악의 경우에는 황실에서 나를 위협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거야. 심지어 교단의 놈들까지도…….’
제4서클의 경지만으로도 이 정도의 극찬인데. 제6서클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면…….
케이네스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 작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보다도 내게 골드샵이라는 능력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사르반과 한 조가 되었으려나?’
그런 생각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케이네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사르반이 아무리 평민 출신이라지만, 마나도 없는 무능한 것과 한 조가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먼저 A클래스로 입학하는 것조차 불가능했겠지.
물론, 이제 와서 ‘만약’이라는 경우를 생각해 봐야 무의미하겠지만.
케이네스는 세 사람과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자리가 없네.”
“음료를 사서 기숙사 주변의 정원으로 가 보죠.”
아르데알의 제안에 케이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500ml의 일회용 종이컵에 담긴 음료를 구매한 뒤, 곧바로 A클래스 전용의 정원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곳도 만석이네.”
“흐음, 그렇다면 공원은 어떨까요?”
“공원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그냥 강의실로 가 보자.”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곧바로 강의실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1학년 A-1클래스에 도착한 그들은 조별로 회의를 진행하는 몇몇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 사람은 본인들의 자리에서 의자를 가져와 케이네스의 책상에 둘러앉았고, 케이네스는 본인이 소지한 안내문을 책상 위에 펼친 뒤, 곧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먼저, 우리가 진입하게 될 출입구는 이쪽의 8번 출입구야. 출입구에 진입한 뒤, 우측통로로 이동하다 보면, 이곳. 51번 룸으로 들어갈 수 있어.”
나락의 던전은 미로의 형태를 띠고 있었으며, 그 내부에는 수백 평 면적의 룸(Room)들이 존재했다.
안내문에 제시된 지도에는 1번~173번까지 룸의 번호들이 표시되었고, 지도의 옆에는 룸마다 서식하는 마수의 종류와 랭크들이 일렬로 기입되어 있었다.
덕분에 학생들은 목적지를 설정하는 데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 51번 룸을 통과한 뒤, 곧바로 71번 룸까지 일직선으로 나아갈 생각이야.”
“71번 룸이면……. C랭크 마수인 오크들이 서식하는 곳이네요.”
네리스가 안내문을 살펴보면서 말하자, 케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C랭크인 오크는 10마리만 잡아도 만점이지.”
“10마리……. 확실히 많아 보이는 숫자는 아니네요.”
“우선 51번 룸을 통과할 때, E랭크인 킬러 레빗을 어느 정도 토벌해 둔다면, 토벌해야 될 오크의 숫자도 줄어들게 될 거야. 그렇지만 오크를 너무 얕봐서는 안 돼. 오크는 전사, 궁사, 주술사, 장군, 족장 등으로 구분되는데, C랭크인 전사와 궁사의 실력은 검술 학부에 재학 중인 3학년 A클래스 학생들조차 쉽게 이길 수 없었다고 하니까.”
케이네스의 부연 설명으로 아르데알을 제외한 두 여인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
“그리고 1년 전, 내가 녀석들과 충돌해 본 결과, 제2 서클 이상의 마법만이 녀석들에게 유효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어. 오크족 특유의 질긴 가죽도 그렇지만, 녀석들은 다른 마수들을 죽여 가죽 갑옷을 만들어 입거든.”
무구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마수들과는 달리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지니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지.
케이네스의 생생한 경험담에 카타리나와 네리스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그렇다면 우리는…….”
말을 더듬는 카타리나.
케이네스는 ‘너무 겁을 줬나?’라는 생각을 하며 씁쓸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지도에서 51번 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우선 아르데알을 선두로 세 사람은 킬러 레빗의 토벌을 부탁할게. 나는 마나를 온전히 보존해 둔 뒤, 오크들을 토벌할 테니까. 71번 룸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51번 룸을 통과해야 돼. 너희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겠지.”
케이네스가 ‘반드시’라는 단어를 강조하자, 카타리나와 네리스의 눈빛에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본인들이 이번 실기평가에서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안도한 것이다.
반면, 아르데알은 케이네스가 말한 ‘반드시’라는 단어가 불필요함을 직감하고 있었다.
제4 서클의 마법사가 고작 E랭크와 C랭크 마수를 토벌하는 데 제1~2 서클 마법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그럴 리가.
아르데알은 속으로 부정했다.
하지만 케이네스의 발언으로 두 소녀의 굳었던 표정이 풀린 것을 확인한 아르데알은 미소를 지으면서 해당 부분을 흘려 넘겼고, 이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죠. 51번 룸에서는 저희 세 사람에게 맡겨 주세요. 그리고…… 71번 룸에서는 케이네스 군의 마법을 기대하도록 하죠.”
제4 서클 마법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제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문들 중, 제4 서클 마법사를 부리는 가문은 10%에도 미치지 않겠지.
케이네스는 아르데알의 기대감에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뭐,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노력은 해 볼게.”
아이리스에 이어 아르데알의 기대감에 케이네스는 살짝 마음이 무거워졌다.
누군가로부터 ‘기대한다.’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도대체 언제였을까?
환생한 뒤로 단 한 번도 듣지 못했었던 단어.
‘……아니, 전생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가?’
케이네스는 피식 웃으면서 가슴을 한 번 쓸어내렸다. 그리고 안내문에 기입된 무기들의 항목을 살펴봤다.
마법 학부 학생으로서 네리스와 아르데알, 케이네스는 무난하게 스태프를 골랐다. 하지만 카타리나는 세 사람과 달리 활이라는 무기를 선택했다.
“나는 무기에 속성마법을 부여하는 게 특기야. 그러니 후위에서 지원사격을 하도록 할게. 아니, 애초에 전위가 없으니…… 후위고 뭐고 없겠구나.”
카타리나는 궁도부에서도 유망주로 불리고 있는 만큼 뛰어난 저격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화살에 속성을 부여하여 그 위력을 더해 주니 정확도와 위력의 면에서는 훌륭하다고 봐야겠지.
그렇게 30~40분간 진행된 회의.
케이네스는 회의가 마무리되자,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세 사람과 눈을 한 번씩 마주했다.
“그러면…… 회의는 이걸로 끝내고, 다음 주 실기평가를 위해 주말 동안에는 편히 쉬도록 하자. 너무 긴장들 하지 말고.”
표정을 굳힌 카타리나와 네리스가 케이네스의 말에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케이네스가 안내문을 회수하자, 아르데알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기, 포션, 통신구, 아공간 주머니 등은 모두 아카데미에서 지급해 주니, 딱히 준비해야 될 물건은 없겠네요. 저도 오늘은 그만 기숙사로 돌아가서 쉬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주말 동안 컨디션 잘 조절해 주세요.”
네리스와 카타리나는 여유로워 보이는 아르데알과 케이네스를 보면서 ‘역시 실전경험이 존재하는 사람들은 다르구나.’라며 작게 감탄했다.
잠시 뒤, 네 사람은 강의실을 나서면서 각자의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조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케이네스는 30분이나 일찍 마중을 나와 기다리는 아르덴 가문의 마차에 탑승했다.
이내, 창턱에 팔꿈치를 올리며 턱을 괴었다.
“도련님, 먼저 출발하시겠습니까?”
“아니, 누님이 도착하면 그때 출발해. 굳이 두 번이나 오갈 필요는 없잖아.”
“알겠습니다.”
케이네스는 마부의 대답을 듣고, 창밖을 내다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뭐, 나락의 던전 수준이면…… 단독으로 71번 룸까지 돌파한 뒤, 일격으로 오크들을 박살내 버려도 문제는 없겠지. 하지만…… 지금은 적당히 어울려 주자. 그보다도 아르데알 녀석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단 말이야?”
지난 도난사건으로부터 아르데알을 친구라는 카테고리에 저장시켜둔 케이네스. 그러나 표정 변화가 적은 그의 모습에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13살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포커페이스. 심지어 감정조절 역시 또래의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때문에 케이네스는 그의 생각과 의도를 정확히 짐작할 수가 없었는데.
“하아…….”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쉰 뒤, 맞은편 좌석에 다리를 올려 쭉 뻗고는 두 눈을 감았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흘렀다.
덜컥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소피아가 마차에 탑승하려 하자, 케이네스는 눈을 번쩍 뜨면서 재빨리 맞은편 좌석에 올려 둔 다리를 내렸다.
“어머, 벌써 돌아왔었니?”
“응, 회의가 조금 일찍 끝나서. 그보다 누나네 조는 어때?”
“그냥…… 뭐, 어느 정도 실력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됐어.”
케이네스는 소피아로부터 하워드, 라디크, 아레닐이라는 소년들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그런 이름이었던가?’
엑스트라나 다름없는 그들의 이름에 케이네스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려 보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겠지.
세 명의 엑스트라들과 함께하게 된 소피아.
그로부터 질투심으로 가득한 여학생들이 소피아에 대한 새로운 험담들을 제조해 냈다는 이야기에 케이네스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검지로 미간을 꾸욱 눌렀다.
“하아……. 무슨 험담 제조기냐? 그보다, 그 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어?”
“……교내재판 이후로 여학생들은 나를 피하려는 기색으로 가득해.”
소문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의심하는 학생. 소피아의 인기에 질투를 품은 학생. 세린의 위협을 받고 소피아로부터 멀어졌던 학생 등.
의심, 질투, 죄책감 등의 감정으로 동급생들은 소피아를 멀리하였다.
한편, 교내재판 당시 소피아의 험담으로 수군거렸던 하워드, 라디크, 아레닐.
세 사람은 소피아를 조원으로 받아들인 뒤, 뻔뻔한 얼굴로 교내재판 당시 믿고 있었다는 등. 허례와 같은 이야기를 쏟아 내면서 소피아로부터 환심을 사려 하였다.
“사람이 그렇게까지 뻔뻔해질 수 있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어. 약간 소름이 돋을 지경이랄까?”
과거, 세 사람이 자신을 험담하는 것을 우연히 엿들었던 소피아.
덕분에 그녀는 세 사람의 호감이 거짓임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고, 그들이 다정한 척하며 말할 때마다 역겨움이 몰려와 구역질을 할 뻔했다고 한다.
한편, 소피아의 이야기에 케이네스는 무언가가 떠오른 듯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크라베이와 충돌하게 될 당시…… 그 녀석들은 누나를 버리고 도망쳤었지?’
여학생 한 명을 내 버려두고 달아나는 세 명의 남학생.
머릿속으로 이미지화해 본다면, 그 세 사람이 얼마나 쓰레기인지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
최소한 그 여학생을 데리고 도망갔더라면…….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버리고 가야 했었던 상황이었다면, 이해라도 할 수 있었겠지.
그러나 소피아를 챙기기는커녕 본인의 목숨을 최우선시하며 달아나 버린 세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