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1)
1화. 회귀(1)
죽여주게 파란만장한 날에도 하늘은 푸르고 새는 지저귄다.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오전부터 대한민국 연예계를 휩쓸 폭탄 하나가 던져진 날.
내 구 직장의 얘기기도 했다.
“서한아, 저거 뭐냐?”
“네? 무슨 일 났어요?”
알바로 다니는 카페집 사장님이 TV에서 흘러나오는 따끈따끈한 연예뉴스를 손으로 가리켰다.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너 갈 뻔했던 그룹이라 하지 않았냐?”
“스타더스트요?”
그랬던 적 없다고 몇 번이고 부정했지만 3대 기획사 중에서도 원탑인 더블즈 엔터에서 데뷔조 2순위였다는 말을 하고 나서부턴 늘 저 소리셨다.
그런데 여기서 더블즈 얘기가 왜 나오는 거….
“저 그룹 터졌단다.”
“어?”
별생각 없이 고개를 돌린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두 눈을 의심할 만한 소식이었다.
[스타더스트 막내 멤버 최한, 깜짝 결혼 발표] [스타더스트 최한, 혼전임신 사실일까?] [팬과의 결혼, 스타더스트 재계약 앞둔 행방 묘연]뭐?
“…저게 뭐냐?”
컴백만 했다 하면 먼지처럼 멤버들이 사라졌던, 탑아이돌 스타더스트.
한 놈은 마약, 한 놈은 멤버 폭행, 마지막 한 놈은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탈퇴.
그렇게 7명이던 그룹은 4명이 되고 마는데….
그 모든 고난을 겪고 나서도 히트곡 하나로 뜨기 시작하면서 스타더스트는 다시 탑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 멤버 한 명을 영입한 뒤였다.
문제는… 그 추가 영입한 막내 멤버가.
연예계에 길이 남을 대형사고를 쳐버렸다는 거지.
심지어 저 새끼는 나보다도 어렸다.
내 감상은 이랬다.
“미친 거 아니야?”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그대로 떨어뜨릴 뻔했다.
커뮤니티는 이미 뒤집혀 있었다.
-팀명 ㅈㄴ 잘 지었네 ㅋㅋㅋㅋ 스타더스트 우주먼지 ㅋㅋㅋㅋ
⨽먼지가 되어~ 먼지가 되어~
⨽멤버들이 다 먼지가 됐네 ㅋㅋㅋㅋㅋㅋ
⨽웃을 때가 아니야 지금…. 굿즈라도 내다팔까?
⨽최한 굿즈? 팔리겠냐? ㅋㅋㅋㅋㅋ
⨽와이프 되실 분한테 팔아 ㅎㅎ 팬이라던데
⨽팬을? 팬이랑 결혼해? 미친 거 아님?
⨽와 우리가 쏟아부은 돈으로 열심히 아기 까까 사주겠네^^
-저 새끼는 정신머리가 어떻게 나가면 컴백 직전에 일을 터트리냐?
⨽그냥 컴백 직전도 아님 ㅎㅎ 내년이면 재계약임
⨽물 건너갔네 ㅋㅋㅋㅋㅋ
⨽음주운전돌 폭행돌 마약돌에 이어서 애아빠돌까지 ㅎ….
⨽실화야?
⨽팬들 포스터 찢고 난리났더라 ㅋㅋㅋㅋㅋ
⨽해체 각 밟겠네. 아깝다….
-이전에 방출된 애들 억울하겠다. 이렇게 거하게 터진 적이 없었는데
⨽억울할 놈들이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하게 터진 적이 없어? 다들 하나같이 케이팝 역사에 기록될 병크를 남기고 떠났는데?
⨽지금 깜빵에서 정모하고 있는 거 아님?
⨽차라리 키즈카페에서 놀아주고 있는 애아빠가 낫지, 마약 유통한 약쟁이가 낫냐 멤버 폭행범이 낫냐
⨽어느 쪽이든 팬입장에선 와르르 멘션임 ㅎ
“하하…. 미친.”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잔인한 걸로 유명한 더블즈 엔터에서 살아남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장장 5년이 넘는 시간을 연습생으로 버티면서 못 볼 꼴은 다 봤다.
매달마다 피가 말려오는 월말평가. 정신없이 치고 올라오는 다른 연습생들.
숨 막힐 듯 냉정한 방출. 월말평가에서 상위권에 든 적도 있었고, 고꾸라진 적도 있었다.
언제 쫓겨날지 몰라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연습했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열렸다.
내 등수는 데뷔 멤버에서 딱 한 자리 벗어난 등수.
꿈의 문턱에서 바스러진 후, 깔끔히 미련을 버렸다.
2년 뒤, 더블즈 엔터에서 방출된 후, 다른 기획사에도 충분히 갈 수는 있었겠지만 그 숨 막히는 생활을 반복하고 싶진 않았다.
기약 없는 인생.
내 나이는 그 시점에서 이미 열아홉이었고, 또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렇게 평생을 후회하면서 포기했던 자리를 얻어낸 녀석들이 저렇게 제 발로 차버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차피 수백만, 수천만의 믿음을 저버릴 거라면 시작을 하지 말지.
차라리 저 자리에 내가 들어갔다면….
내가 데뷔했더라면….
말도 안 되는 얘기는 다시 밀어넣었다. 헛웃음을 치며 다시 그릇을 집어 들었다.
카페 사장님이 복잡해진 내 얼굴을 보고 불쑥 말을 던졌다.
“…아직도 하고 싶냐?”
“…….”
수세미를 내려놓고선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했으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
“저한테 믿음 준 사람들은 배신 안 했을 거 같아서요.”
사장님은 은근히 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이제라도 해보는 건 좀 힘드려나?”
“사장님, 저 스물다섯이에요. 안 받아줘요.”
“인마, 그 정도면 어린 것이여.”
“다른 걸 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죠. 근데 아이돌은 아니에요.”
“쯧. 새파랗게 어린 놈이 무슨 소릴.”
사장님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그래도 내 말이 사실인 걸 어쩌나. 어차피 이번 생엔 불가능한 소리다.
다시 저 때로 돌려보내 준다면 모를까. 그때는 몰랐던 내 부족함을 깨닫고 조금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적어도 한 등수만, 딱 한 등수만은 올릴 수 있었을 텐데.
그래 봤자 그 정도의 미련이다.
이뤄지지 않을 미련.
딸랑-
카페 유리문에서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안녕하세요!”
반사적으로 인사를 건네며 영업용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싸늘한 목소리가 답으로 돌아왔다.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뜨거운 아이스…아….”
건들건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고 있다.
마스크에 가려서 번들거리는 두 눈만 보였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착각이 들었다.
특유의 서늘함이 가까워져 왔다.
저 쎄한 실루엣은….
빠르게 상대를 스캔하던 순간, 검은 마스크가 먼저 입을 뗐다.
“뭐야? 너 여기서 일하냐?”
* * *
이제야 기억난다. 저 쎄한 이목구비에 짜증 섞인 목소리.
연습생 시절부터 한 성격 했던 싸가지. 스타더스트 폭발에 한 획을 그었던 멤버 폭행 사건, 그 당사자였다.
이준혁.
뭐가 그리도 기분이 좋은지 두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채 깔깔거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것도 카페 안에서 담배꽁초까지 입에 물고선. 사람 없는 오전 시간이라고 막 나가도 너무 막 나간다.
“실내 흡연은 안 됩니다. 집어넣어주시죠.”
“스타더스트 망했더라, 봤지?”
“…….”
“하, 시발 새끼들. 나 쫓아내고 얼마나 잘 사나 볼라 했는데. 거하게 말아먹었네. 병신들.”
같이 나락 간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긴 했다.
남들 안 보이는 데에서 팬 것도 아니고, 팬싸인회 현장에서 죄 없는 멤버 하나랑 매니저를 폭행해서 바로 퇴출된 게 저 인간이다.
무조건 멤버들 죄가 아니라 저 녀석 잘못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저 지랄 맞은 성격. 개념 없는 태도.
몇 년 만에 봐도 여전했다.
“하준서 그 새끼, 불쌍하긴 해. 옆에서 큰 건 하나씩 터질 때마다 실시간으로 말라가는 거 웃기지 않냐. 괜히 나서다가 나한테 한 대 처맞고. 착한 척 위선 떠는데 제일 재수없지만.”
“…….”
“근데 너는 이 카페 네 거야?”
“대학 다니면서 알바하고 있는데요.”
“…한심하게 사네.”
너만 할까.
그간 벌어둔 게 충분하니 스타더스트에서 쫓겨나고 나서도 펑펑 놀 만큼 돈을 쌓아두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저런 인성은 부러워 본 적이 없었다.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어색하게 입꼬리를 들어 올리자, 이준혁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야, 너도 사람처럼 좀 하고 다녀라. 그지 새끼처럼 다니지 말고. 네가 그래서 데뷔를 못 한 거야. 아, 다른 데 가서도 떨어졌었냐?”
더블즈 엔터를 관두고선 엔터 쪽은 쳐다도 안 봤지만 굳이 헛소리에 답하고 싶진 않았다.
준혁은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채 피식 웃었다. 가장 마지막까지 라이벌로 싸웠던 상대였다.
이렇게라도 이겨먹고 싶었던 눈치가 선연했다.
“야, 네가 이렇게 쫄딱 망해서 알바하고 살 줄 알았으면 내 데뷔 자리, 너한테 양보해 줄 걸 그랬다. 그렇지?”
오전부터 전 직장의 좋지 않은 소식을 들어서인지, 아니면 저 면상을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였는지.
하지 말아도 될 소리가 튀어나왔다.
“너야말로 분수 넘치게 사랑받았으면, 그렇게 살지 말지 그랬냐.”
“뭐?”
TV에서는 여전히, 분수 넘치는 사랑을 받아놓고선 사고 친 멤버들의 화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조금 기가 죽었을 이준혁의 시퍼런 눈길이 오늘따라 크게 무섭지 않았다.
“말 그대로야. 그런 식으로 한심하게 살지 말지 그랬냐고.”
“뭐? 이 새끼가 돌았냐. 뒈지고 싶어?”
퍽.
이준혁은 갑작스레 내 멱살을 움켜쥐었다. 수백 명의 팬들이 보는 앞에서도 같은 멤버의 멱살을 잡고 팼던 인간이었다. 그 분노조절장애가 이 상황을 참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카페 사장님의 고함 소리가 뒤늦게 들려왔지만.
“서한아! 어이, 학생! 야, 미친 것들아!”
순식간이었다.
쾅.
유리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이를 악물고서 이준혁을 노려보았다.
이 분노가 대체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거지같이 노력해도 한심한 인간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이 세상을 향한 분노였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너 같은 인간이 한심한 인생이라고 재단할 정도로 멍청하게 살진 않았다.
노력했고 노력했으며, 매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
멱살을 잡혀서인지 악에 받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너처럼 한심하게 살지는 않았어.”
“야, 죽고 싶냐?”
“치든가. 내일 연예 뉴스에 혼전임신 터진 막내랑 나란히 나오겠네.”
“뭐? 너 같은 새끼는 돈 몇 푼만 던져주면….”
멱살을 더욱 세게 움켜쥔 이준혁의 눈빛이 풀린 것은 그다음이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던 그의 표정이 넋이 나가 있었다.
왜 저래?
드디어 미쳤나.
떨떠름한 표정으로 굳어있는 이준혁을 돌아보았다.
내 멱살을 움켜쥔 채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것처럼, 이준혁은 유리창 너머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시발….”
이준혁의 시선이 따라간 곳을 돌아본 순간.
충격적인 광경이 내 망막을 관통했다.
철골을 잔뜩 실은 트럭 하나가 미친놈처럼 카페로 돌진하고 있는 장면.
저게 뭐냐…?
대체 무슨 일이…
“…!”
쾅!
와장창.
커다란 트럭이 이쪽을 덮쳤다.
미처 몸을 피할 시간도 없는 찰나였다.
“커억….”
유리 파편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으으.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끌시끌한 목소리들이 귓가를 때렸다. 분명 방금 전까지 카페에 있었던 것 같은데.
스윽.
누군가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깜짝이야.”
소름 돋는 느낌에 벌떡 고개를 들었다. 시야가 잠시 흔들리더니 흐릿한 얼굴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준서 형?”
스타더스트의 리더. 퍽 오랫만에 만나는 얼굴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잔뜩 야위어 있던, 창백하게 질린 리더의 얼굴이 아침에 본 뉴스와 겹쳐져 망막에 새겨졌다.
아니, 이 형이 지금 왜 내 앞에….
지끈.
다시 머리가 박살 날 듯이 조여온다. 인상을 찌푸리며 다급히 물었다.
“형이 왜 여기 있어요? 지금 터진 거 수습하기 바쁘지 않아요?”
댁의 막내가 저질러 놓은 사고 때문에 밖에는 나돌아다니지도 못할 텐데.
…왜 태평하게 내 앞에 있는 거야?
하준서의 반응은 전혀 예상외였다.
“어엉? 그게 무슨 소리냐? 나, 뭐 목격담 터졌어?”
“네?”
그제야 사방이 시야에 들어왔다. 유리 파편이 널브러진 카페가 아닌, 너무도 익숙한 연습실.
어디서 많이 본 것은 기시감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뭐야, 여기….”
동시에, 불길한 가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 속도 모르고 하준서가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종알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헉. 진짜 목격담이야? 나 벌써 유명해졌나? 아직 방송도 안 탔는데, 이게 무슨 일이래?”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하다.
아니, 다른 거 다 둘째 치고 너무 어린데.
최소 5년 이상은 젊어진 듯한 형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설마.
“미친.”
정말 돌아온 거라고?
‘저 새끼들 밀어내고 내가 데뷔했더라면….’
-에서 ‘라면’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