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영원히 쉬어요
현역 아이돌이, 그것도 갓 데뷔한 신인이 팬들과 친목을 하다가 걸렸다.
그 사실이 밝혀지기만 해도 파장이 상당할 터인데, 주고받은 대화 내용은 한층 더 가관이었다.
같은 팀 멤버들의 욕, 연예계 선배들의 욕.
“하…!”
차라리 입만 털었으면 다행인데 뒤에서 명품 시계까지 받아먹은 것 같았다.
강지혁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레이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낚아채었다.
“야, 너 미쳤어? 왜 남의 물건에 손을 대.”
“하….”
레이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이를 악물었다.
적반하장으로 나와서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다. 이 일은 따지자면 후자였다.
“와, 진짜 당당하다.”
“뭐?”
“이건 밝혀지면 바로 매장 감인데, 이걸 이렇게 넘기겠다고?”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날이 선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형은 그 시계가 그렇게 받고 싶어? 나 같으면 쪽팔려서 아이돌 못 하겠다. 팬들한테 부끄럽지도 않냐?”
“…말 가려서 해.”
“형이야말로 상황을 가려가면서 살았어야지.”
레이는 강지혁을 살벌하게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누구는 강지혁이 벌여둔 일을 뒷수습하느라 2주 넘게 고생했는데.
어차피 뒤에서 헛짓거리를 하고 다닐 거면 팬송은 왜 내자고 했냐.
어이가 없었다.
“팬송은 왜 내? 아무것도 모르는 팬들 속여먹으려고? 팬들한테 진심인 척, 입이라도 털어보시게?”
“야!”
강지혁이 새빨개진 얼굴로 고함을 확 질렀다.
레이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띤 채 비아냥거렸다.
“아, 아니면 그 팬송도 그분들께 바치는 세레나데인가-?”
“이 새끼가….”
바로 그때.
레이의 눈앞으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퍽-
꽤 큰 타격음과 함께 턱이 돌아갔다.
상당한 충격에 몸이 비틀거리다가 균형을 잃었다.
“와….”
존나 아프다.
바닥에 엎어진 레이는 얼얼한 얼굴을 매만지며 두 눈을 굴렸다.
차가웠던 뺨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나 친 거야?”
한 대 얻어맞고 나니, 레이 역시 강지혁을 따라 눈이 돌았다.
“미친 새끼야.”
“야, 너 눈에 뵈는 게 없지?”
자칫하면 숙소 거실 바닥에서 나란히 구를 뻔한 그때,
“미, 미쳤어?”
“지금 뭐 해!”
뒤늦게 소란을 들은 멤버들이 놀라서 뛰쳐나왔다.
지여준은 몸을 날려서 두 사람 사이를 막았다.
“아씨, 돌았냐고! 왜들 이래!”
방안에서 치고받는 소리를 들었다.
녹음 전 잠깐 낮잠을 자둘 생각이었는데 잠이 확 깨고 말았다.
애새끼들도 아니고 이게 지금 말이 되는 거냐.
이 나이에 열 받아서 주먹다짐하는 게 말이 되냐고.
요 근래 둘 사이가 냉전인 것은 알았지만 이 지경까지 갈 줄 몰랐던 멤버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동생들은 눈치를 살피며 말을 얹었다.
“형들 왜 그래요!”
“진정해요, 제발.”
강지혁은 여전히 분노가 가라앉질 않았는지 레이를 노려다 보았고, 레이 역시 살벌한 그 시선에 지지 않았다.
“저 형이 먼저 쳤거든?”
“야, 제발.”
“하아….”
인상을 찌푸리며 입가를 닦으니, 예상대로 피가 배어 나왔다.
어쩐지 아까부터 비린 맛이 난다 싶었다.
그 얼굴을 본 지여준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렸다.
‘미치겠다, 진짜.’
당장 내일 자컨 촬영 잡혀있는데.
얻어맞은 견적을 보아하니 붓기가 바로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다.
안 되겠다.
지여준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동생들에게 외쳤다.
“야, 매니저 형 불러와.”
“네, 넵!”
살벌한 분위기 속 멤버들마저 다급히 자리를 피하자, 숙소에는 싸늘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
와중에도 지여준의 시선은 여전히 부어오른 레이의 얼굴로 향해 있었다.
골때리는 광경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스트레스가 확 치밀어올랐다.
“아악, 시발!”
쾅-
지여준은 신경질을 내며 죄 없는 벽을 냅다 걷어찼다.
두 사람의 난동으로 어지럽혀진 거실.
한 놈은 얻어터져서 열이 올라있고, 친 놈은 이를 악문 채 말없이 벽을 보고 있었다.
“둘 다 도대체 왜 그래?”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조
섞인 말만이 튀어나왔다.
“하, 팀 꼬라지 진짜 잘 돌아간다.”
* * *
KJ 엔터의 사무실.
“하아….”
KJ 소속 매니지먼트팀 이현승 실장은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름 이 엔터 업계에 오래 몸을 담으면서 별의별 꼬라지는 다 봤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오늘 건 또 새롭네?
살다 살다 촬영 전날에 몸으로 치고받고 싸우다가 매니저한테 끌려온 신인은 처음 본다.
니들이 아이돌이 맞냐?
“하하…하….”
이현승 실장은 실성한 사람처럼 잠시 웃어대다가 이를 악물었다.
실장은 사무실이 떠나갈 듯한 고함을 내질렀다.
“새끼들아, 너네 돌았어?”
그 한마디에, 레이가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강지혁을 살살 긁을 때부터 험한 꼴을 보리라는 건 예상했는데,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던 탓이다.
“아.”
와중에 퉁퉁 부어오른 아랫입술이 쓰라리길래 잘근거리다가 멈췄다.
“후우….”
이현승 실장의 한숨 소리가 사무실 가득 울려 퍼졌다.
“이제 어쩔 거야, 너네.”
“…….”
“니들이 제정신이야? 어린애도 아니고 숙소에서 주먹다짐을 하게?”
실장은 퉁퉁 부은 레이의 얼굴을 보며 이마를 짚었다. 한눈에 봐도 하루이틀새에 가라앉을 견적이 아니었다.
“그 꼬라지로, 그 얼굴로…. 내일 촬영은 할 수 있겠냐?”
사실 논할 가치도 없었다.
그 모습으로 카메라에 나올 수는 없으니, 이번 자컨에서 레이는 빠져야 했다.
때린 놈이 빠지는 게 이치에 맞겠다만, 보이는 입장에선 그런 건 고려 사항이 되지 못했다.
그건 그렇다 쳐도 진짜 문제는 일주일도 안 남은 팬송 발매인데….
골치가 아프다.
‘이걸 어쩌냐.’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이현승 실장이 힘겹게 입을 떼었다.
백번을 생각해 봐도 이건 어쩔 수 없었다.
“레이야, 너 쉬어야겠다.”
레이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팬송도… 건강상의 이유라고 둘러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예?”
“어떻게 생각해?”
정식 앨범 활동기도 아니니까 차라리 이참에 몇 주 정도 쉬고 오라는 제안이었다.
그게 당사자에게도, 팀 전체에도 나을 거라는 게 실장의 판단이었다.
아마 회사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릴 게 뻔했다.
“…….”
레이는 심각한 얼굴로 시선을 떨구었다.
“2, 3주면 될 거야.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너네 지금 공백기라 스케줄도 별로 없어.”
“네….”
팬송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자신인데, 활동에 참여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이해가 가는 판단이었지만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레이는 죄 없는 손만 매만지며 마른 침을 삼켰다.
‘좀 참을걸.’
감정 조절을 못 한 손해는 본인만 보게 됐다.
후회와 함께 고개를 푹 숙일 때였다.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던 강지혁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 지극히 태연한 목소리였다.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푹 쉬고 와라.”
“…?”
미친놈인가?
실장과 멤버들의 시선이 동시에 강지혁에게 꽂혔다.
옆에 있던 지여준마저 혀를 내둘렀다.
“와…. 형 싸패야?”
지가 쳐놓고 더럽게 뻔뻔하네.
저 정도면 사탄도 울고 가겠다.
“야, 야. 그만들 해.”
이현승 실장은 급속도로 싸늘해지는 분위기를 휘어잡으려 말을 뱉었다.
그러나, 동시에 입을 뗀 것은 레이도 마찬가지였다.
“쉬는 건 저 형도 같이 쉬어야겠는데요.”
“뭐?”
당황한 실장의 시선이 레이에게 닿았다.
“저 형, 팬한테 시계 받다가 걸렸거든요.”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참에 영원히 쉬어요, 형.”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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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코어 레이 건강 상태 및 활동 관련 안내]안녕하세요, KJ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멤버 레이의 건강 상태 및 스케줄 불참 관련으로 공지를 드립니다.
레이는 최근 건강 이상 증세를 느껴 병원에 내원하였고, 의료진과의 논의 하에 당분간 휴식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당사는 레이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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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즈의 연습실.
이른 아침부터 진세현이 물고 온 소식은 사뭇 충격적이었다.
“야, 이거 봤어?”
“이게 뭐예요?”
첫 줄을 보곤 나도 모르게 놀라서 진세현의 휴대전화를 뺏어 들었다.
난데없는 레이의 활동 중단 소식.
형이 놀란 눈으로 내게 물었다.
“너 연락 받은 거 없어? 종종 연락하잖아.”
“어제 연락 안 됐어요.”
뭘 보내든 늘 칼답이던 양반이 어제는 연락이 아예 안 되길래 이상하다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건강상의 이유로 휴식을 한다고?
진세현이 두 눈을 천천히 끔뻑였다.
“짐작이 가?”
“전혀요.”
“멘탈건강도 건강이긴 하지. 요 근래 거기 시끄러웠다며.”
신경성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진세현의 의견이었다.
그렇다 쳐도 그 정도로 유약해 보이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진짜 개복치는 오히려 여기 있다고….
차성빈은 푹신한 방석에 발을 걸친 채 거꾸로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차성빈이 고개를 홱 돌렸다.
“나는 왜 봐?”
“아, 아니에요.”
“으잉. 멘탈 얘기만 나오면 다들 나를 쳐다보더라~.”
그야 당신이 여기서 가장 개복치니까.
아닌 척해도 내가 데뷔 무대 직전에 선물한 네잎클로버를 매일 아침마다 챙겨나오는 걸 알고 있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
차성빈은 기분 좋게 종알거리며 양팔을 길게 뻗었다.
“아, 이 몸이 또 기깔나는 비트를 뽑았잖아?”
적어도 요즘은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것 같고 말이야.
“어떡하지. 나… 혹시 천잰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생각해 보니까 엎어야 할 것 같기도….”
저 형은 왜 중간이 없을까?
차성빈은 정확히 1분 만에 다시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가 꿍얼거렸다.
아까와는 달리 정자세로 앉은 채였다.
보다 못한 진세현이 넌지시 말을 던졌다.
“형, 그냥 거꾸로 누워요.”
“응?”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인데 효과가 있었다.
“어? 영감이 샘솟는다….”
음-음음-
차성빈은 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거꾸로 자세를 잡았다.
아까보다 조금 더 중력을 거스르는 모습이었다.
저게 돼?
“저 형 진짜 특이해….”
그렇게 차성빈은 더 이상의 불만 없이 다음 미니앨범용 작곡에 들어갔고, 다른 멤버들도 각기 다른 이유로 바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준서는 너튜브에 올라갈 커버 영상을 위해 아침부터 빡센 연습을 반복하고 있었으며,
‘매번 광기야.’
강시우와 서이안은 방음 부스에 들어가서 아까부터 보컬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서하임과 진세현을 돌아보며 말을 뱉었다.
“저희도 다시 연습하죠.”
“오케이.”
“파이테엥!”
그렇게 단체로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바로 그때,
똑똑-
유리문 너머로 형체들이 보이더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
“으엥?”
거꾸로 누워있던 차성빈이 뒤로 감기를 하듯 벌떡 일어났다.
이 시간쯤 오기로 약속된 사람.
하준서가 침을 꿀꺽 삼켰다.
“티플 선배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