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신인상(1)
삐이이이-
적막한 무대 위로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쿵쿵쿵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공간을 메웠다.
Mayday Mayday Mayday
서이안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울려 퍼졌다가 이내 사그라든다.
누군가의 간절한 구조 요청.
우주선과 함께 이름 모를 행성에 표류된 한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안개 속에서 도서한이 걸어 나오자, 더스티 정원은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머리 위를 아슬하게 덮고 있는 안개 때문인지 백금발의 도서한은 오늘따라 유난히도 몽환적이었다.
‘뭐야, 오늘 왜 이렇게 잘생겼어….’
쿵쿵쿵.
다시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무대 위를 울리고,
서한이 허공에 팔을 뻗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나둘씩 서한의 주위로 모여드는 댄서들.
열댓 명의 댄서들과 함께 대형을 맞춘 서한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와….”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웨이브에 이어지는 강렬한 크럼핑.
무대를 다 때려 부술 듯 헤집고 다니던 서한은 섬세한 손끝을 하늘 위로 올렸다.
쿵.
쿵.
쿵.
사람 없는 행성에 갇힌 소년은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듯, 허공에 거칠게 문을 두드린다.
Mayday Mayday Mayday
당연하지만, 문밖은 텅 빈 우주일 뿐이다. 대답은 없다.
닿지 않을 구조 요청을 보내면서도 소년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댄서들의 대형이 휘몰아치듯 서한을 휘감았다가 이내 멀어진다.
이제 완전히 혼자가 된 소년.
무대를 부술 듯 격정적인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Mayday.
어딘가로 보내는 중인지 소년조차 모를 그 구조 신호는 언젠가는 어딘가에 닿겠지.
‘갇혔어.’
그러나, 발버둥 칠 것이다.
세상에 끝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
안개가 걷히고 무대 뒤편에서 멤버들이 천천히 걸어 나온다.
도서한의 안무를 건네받은 강시우가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무대를 누볐다.
그 모습은 마치 얼음 위에서 아이스 스케이팅을 하는 것처럼 예술이었다.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텅빈 무대 위에 아름다운 춤선을 그려내던 두 사람이 뒤로 물러선다.
곧바로 이어지는 하준서와 차성빈의 페어 안무.
차성빈이 능숙하게 박자를 쪼개며 본인의 편곡에 제 안무를 녹여내었다.
“미쳤다….”
팬들은 숨을 죽인 채 무대를 지켜보았다.
스타프 시절부터 실력 되는 애들 모아놓은 건 알았지만, 우리 애들이 저렇게 춤을 잘 췄던가.
조명 아래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근사한 퍼포먼스는….
스타더스트가 이전에 보여준 것들과 살짝 결이 달랐다.
곧바로 단체 군무가 이어진다.
오직 이 시상식을 위해 따로 맞춰봤을 안무인데도, 마치 활동 시즌에 만들어진 것처럼 각이 탁탁 맞아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전율이 일게 했다.
Mayday Mayday Mayday
마지막 구조요청에도 우주 너머의 상대는 화답하지 않는다.
하나둘씩 멤버들이 쓰러지며 어둠이 무대 위를 잠식한다.
쾅-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댄스 브레이크가 마무리되자,
Mayday Mayday Mayday
무언가 잘못됐어 내 손을 잡아줘
엇갈린 시간선에 표류된 것 같아
빈 우주를 떠돌고 있어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되었다.
* * *
[애들 이 악물고 댄브 파트 준비했네]서한아 수고했어 너무 잘한다 진짜
다른 멤들도 오늘 미쳤음….
착장 보고 눈 돌아갔다 외계 행성 왕자님인 줄
-ㅅㅂ 외계 행성 왕자님 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다지 간지가 살지 않는 주접이라 죄송합니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딴 건 모르겠고 오늘 애들 얼굴 극락인 건 분명함
└도서한 눈치껏 다음 앨범도 백금발로 해주면 안 되겠니
-더스티라서 행복하다 너네가 내 자부심이다
└2222 빨리 단콘 해줘 제발 통장 비워놨어 개같이 빌게 얘들아
└정규 앨범 또 내줘 ㅠㅠㅠ 컴백한 지 얼마 안 된 거 알지만 내가 좀 양심이 없어서 그래 ㅠㅠ
└이런 인재들이 매달 앨범을 내지 않는 것은 더블즈의 크나큰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들이 컴백 준비하느라 힘든 건 마음 아픈데 그래도 자주 보고 싶은 마음… 이 혼란스러운 감정은 뭘까?
-성빈이 편곡 미쳤다
└얘는 진짜 천재라는 말밖에 안 나옴 ㅋㅋㅋㅋㅋ 10년 차 아이돌도 아니고 신인이 어떻게 작곡을 저리 잘함 ㅠㅠ
└내가 돌판에서 차성빈 같은 재능러를 본 적이 없다
└성빈이는 노력도 겁나 한다는 게 치이는 부분임…. 이번 시상식 준비하려고 애 밤샜을 걸요?
└차성빈 이 악물고 작곡함. 프로듀싱 쪽 하는 지인 있는데 이거 그 지인한테 들었음 ㅋㅋㅋㅋ
-도서한 스르륵 미끄러질 때 나 진심 무대가 아이스링크장인 줄 알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인정
└도대체 발에 뭐가 달렸길래 그렇게 춤을 부드럽게 추는지 궁금함
└와중에 힘줘야 할 파트에서는 힘 팍팍 실린 게 너무 멋있음
└도서한이 이제 남자로 보인다…. 어떡하지
└안 돼 서한아 영원히 내 아가 햄스터로 남아줘 ㅠㅠㅠㅠㅠ
.
.
.
.
“우와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
공연장 전체가 흔들거릴 정도로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멀지 않은 거리에 팬석이 보였다.
손을 살짝 흔들어 보이자, 다시금 환호성이 귀를 때렸다.
“아아아아아악!”
“스타더스트! 신인상 가자아아아!”
사회자가 무대 위로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서을 케이팝 어워드 [NEW ARTIST] 부문, 즉 신인상 시상을 앞두고 있다.
애써 떨리지 않는 척을 하려 했지만 쉽게 될 리가 없었다.
손발이 자꾸만 차가워지는 것을 허벅지의 온기로 녹였다.
“후아….”
숨을 깊게 들이쉬며 고개를 돌리자마자 하준서의 창백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형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형 괜찮아요?”
“아니….”
사실 얼굴만 봐도 답이 나오는데… 괜한 걸 물어봤다. 이 형은 의외로 멘탈이 약한 사람이 어떻게 전에는 리더 했는지 몰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차성빈이 생글대며 끼어들었다.
“지금이 더 떨려, 아니면 스타프 최종 순발식이 더 떨려?”
“그야 당연히….”
갑자기 긴장이 사라졌다.
“스타프 최종 순발식이요.”
“그걸 비교라고 해요, 형?”
진세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 소리를 던졌다.
응.
아무리 떨려서 데뷔 발표식보다 더 떨릴 수는 없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인상 발표의 긴장감이 완전히 사그라드는 것은 아닌데….
“근데 사실 둘 다 떨려요.”
“응, 나도. 지금 좀 죽을 것 같아….”
“준서 형, 여기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로 준비해 올걸….”
하준서는 후회하며 남은 아메리카노를 몰래 털털 털어 넣었다.
“형이 마시는 6샷 아메리카노는 사실상 에스프레소가 아닐까요….”
진세현이 짠한 시선을 보내며 중얼거렸다.
나는 떨리는 저 심정이 이해되어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감사한 시선들만큼 중압감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스타더스트가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올해는 유독 신인들의 반응이 좋았다.
스타더스트만 음반 성적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쟁쟁한 상대가 너무 많았다는 소리다.
신인상을 확신하고 있다가 못 받으면 얼마나 마음이 쓰리겠나.
그래서 마음을 조금 비우고 왔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강시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저 괜찮아요. 많이 내려놓았어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아, 왜요.”
티 났냐고.
헛기침을 하면서 시선을 돌렸다.
다행인 건 더 이상 잡담을 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다.
“…….”
서율 케이팝 어워드, 시상을 맡은 사회자가 대본을 들고 다시 올라왔다.
잠깐의 정적이 일었다가 다시 뒤편이 웅성거렸다.
“네, 다음은 서울 케이팝 어워드 NEW ARTIST 부문 시상을 이어서 진행하겠습니다.”
검은 양복을 멀끔하게 차려입은 사회자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 모습이 전광판에 잡힐 때마다 긴장한 팬들이 비명을 터트렸다.
“하….”
내 중압감이 배가 되는 것도 당연한 이치였다.
아, 떨려서 죽을 것 같아.
“NEW ARTIST…. 신인들을 위해 준비된 상인데요. 저도 바로 이 자리에서 NEW ARTIST 부문을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장 긴장되고… 떨리고 행복했던 시간입니다.”
사회자는 대본을 힐끗 확인하고는 천천히 말을 끌었다.
“이후에 받게 될 많은 상들 중에서, 이 상은 신인으로서 받는 첫 번째 상이라는 의미에서 어쩌면 가장 빛나는 상일지도 모릅니다. NEW ARTIST 부문…후보를 먼저 공개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악!”
전광판에 후보가 한 명씩 잡힐 때마다 환호성이 점점 더 거세졌다.
“스타더스트! 스타더스트! 스타더스트!”
우리가 화면에 비쳤을 때는 아까보다 더 뜨거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태연하게 손을 들어 반응해 드리고 싶었지만 몸이 굳어서 그것도 잘 안되더라.
“아… 떨려.”
죄 없는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전광판만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네, 후보를 보고 왔습니다. 너무 쟁쟁한 후보들이 많았네요.”
사회자의 말이 귀에 웅웅 울려대었다. 어깨를 짓누르는 중압감에 어느 순간부터 말이 흐릿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이 대단한 후보분들 중에서… 어떤 분들이 올해의 NEW ARTIST 상을 받게 될지…! 이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아….
“NEW ARTIST 부문!”
죽겠다…
“영광의 수상자는…!”
제발.
제발.
“스타더스트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와아아아아악!”
팡-
바로 옆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