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이방인(1)
의 뮤직비디오 촬영장.
아직 최종 프로듀싱본이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이른 촬영이 이어졌다.
뮤비팀이 따로 생각했던 그림이 있었던 터라, 뉴욕에서 몇 가지 씬을 미리 찍고 갈 예정이었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네에-.”
카메라의 빨간 불이 들어오자, 파스텔톤의 의상을 입은 서하임이 농구공을 튕기며 코트를 갈랐다.
운동에는 영 재능이 없는 형이지만, 화면 안에는 꽤 근사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
최대한 느리게 당겨서 찍은 영상이라 빨리감기를 하면 더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카메라 감독님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우, 컷! 이대로 가겠습니다.”
“괜찮았어용?”
“어, 그림 너무 잘 뽑혔다. 포즈 좋았는데?”
“헤헿. 감사합니다…!”
팬들이 꽤 오랫동안 기다려 온 청량 컨셉이 담긴 싱글 앨범이다.
촬영을 하는 멤버들의 얼굴 또한 밝았다.
“오늘 컨디션 낫배드인데?”
서하임은 생글거리며 농구공을 두 어번 튕겼다.
당연하지만, 예상했던 방향과는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억!”
서하임은 제 턱을 올려치고 굴러가 버린 농구공을 찾아 쪼르르 달려갔다. 결국 농구공을 대신 잡아챈 것은 진세현이다.
“아우, 칠칠 맞아라….”
“너도 농구 못하잖아!”
“응, 너보다는 잘함.”
어김없이 투닥대는 막내 라인들.
진세현이 해맑게 웃으며 농구공을 멀리 던졌다.
한 번에…골이다.
“봤냐?”
“뭐야, 너 선수 출신이야?”
“그냥 일반인 중에서 평범한 정도겠지-.”
한편, 다음 컷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차성빈은 진지한 얼굴이다.
이번 싱글은 특히나 차성빈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 편에 속했다.
회사에서는 원하는 대로 다 해보라며 대놓고 판을 깔아주었고, 내가 그 옆에서 빌보드니 뭐니 기대치를 부풀려 두었으니 개복치 성격상 부담감이 들 것이다.
원래라면 막내 라인들과 장난치고 놀 형이, 오늘따라 모니터링에 여념이 없다.
최상의 퀄리티로 곡 작업의 모든 것을 마치는 것이 차성빈의 목표일 것이다.
현시점 그의 가장 큰 고민이고.
물론….
나는 나대로 나름의 고민이 있었다.
이걸 어떡하지.
마른침을 삼키며 농구 코트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바로 그때.
옆에서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한아, 왜 그래…?”
“어.”
한참 동안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자, 하준서가 놀란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
키치한 농구복 의상에 머리 위에는 새하얀 밴드를 둘렀다.
밝고 청량한 의상과는 상반되게, 팀 멤버가 고민하고 있으면 금세 시무룩한 얼굴이 되는 천사 형이다.
사실 별일은 아닌데.
우리 예능 피디 도서준 씨.
의 촬영 뒤에 텐션이 조금 달라졌다.
그러다가 문득.
지난주, 쭈뼛거리면서도 할 말은 다 했던 형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부담스러운데 한 번 더 출연하는 건 나쁘지 않을지도….
부담스럽지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촬영 의사를 내비치고.
“아.”
-시간 되면 언제 한번 라이브나 같이 할까….
누가 피디 아니랄까 봐 다음 촬영 일정까지 고려하는 철두철미함.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확신이 들었다.
“이 형 진심인데?”
그 도서준이.
천하의 도서준이… 관종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충격적이라 말문이 막혔다.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할 줄만 알았지… 이걸 이렇게….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뱉었다.
“형이 관심을 너무 즐기는 것 같아요.”
“어?”
“이렇게까지 즐기길 바란 건 아닌데….”
비공개로 전환했던 SNS 다시 팠더라…!!
무물도 다시 받더라…!!
“아윽.”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디 가서 사고 칠 타입은 아니라 상관은 없거든요. 그래도, 그래도….”
선을 잘 지키는 것의 여부를 떠나서, 이건 본능적인 거부감이다.
뭐랄까.
하나뿐인 혈육이 자기애에 취한 모습 꼴 보기 싫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건 제 확신인데, 스스로 굉장히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음…그러신 편이지.”
“그런 얘기를 옆에서 해주니까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거예요!”
“푸흡.”
내 말에 하준서가 웃음을 참으며 아랫입술을 악물었다.
“야, 근데 서한아.”
“심각하다고요. 제가 봤을 때는 연예인병 초기예요. 어제는 심지어 도 피디의 토크쇼, 이딴 아이디어를 내고 있으니… 정말 어지러워진다.”
이게 맞아?
이게 맞냐고!
“하아….”
심각해진 내 얼굴을 본 하준서가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뱉었다.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한마디였다.
“…내 생각에는 유전자의 힘도 있는 것 같아.”
“네?”
설마.
하준서의 돌직구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잔상처럼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슴 깊은 한구석에서부터 비집고 올라오는 이 기시감.
섹시에 취했던 나….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나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아니야, 잘 생각해 봐.”
“어, 역시 그럴 리가….”
어째 부정하려 할수록 더 말려드는 느낌.
떨떠름한 얼굴로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맞는 것 같네요.”
이런 식의 현실 직시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 * *
이방인이 어느 동네에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태어날 적부터 뉴욕 땅을 떠나본 적 없는 맥 프레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뉴욕의 음악 시장은 이방인에게 그리 따뜻한 곳이 아니라고.
어쩌면 편견이고, 어쩌면 핑계인 그 말을 되뇌며 맥 프레드는 깊은 미간을 찌푸렸다.
“케이팝이야?”
요즘 들어 그의 토크쇼에 케이팝 가수들의 출연이 늘고 있다.
NBN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
동시간대 방송 중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인기 음악 프로그램이기에, 나름 엄선된 출연진만 받아 왔다.
헌데, 어째서인지 작년부터 제작진들의 케이팝 가수 섭외 비율이 늘었다.
그로서는 썩 달갑지 않은 현상이었다.
“하아….”
맥 프레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의 스타일리스트 에밀리가 방긋방긋 웃으며 프레드의 눈치를 살폈다.
“누가 나오는데요?”
“영 처음 듣는 그룹이야.”
이렇게 수준 낮은 가수까지 초청할 정도로 프레드 쇼의 권위가 떨어졌나, 깊은 유감이 들 지경이었다.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 케이팝은 뮤지션이 아니라니까. 100프로 립싱크에 실력도 되지 않은 어린놈들 줄줄이 엮어다가 데뷔시키는 시장이라고.”
“…그래도 라이브로 진행하겠다던데요?”
“하, 에밀리. 그래 놓고 추후 보정 해달라고 징징거리겠지. 처음 보는 것도 아니잖아.”
한두 번 본 케이스가 아니라는 듯, 맥 프레드는 진절머리난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자신이 봐온 출연진들은 칼군무가 인상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라이브는 되는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춤 없이 노래만 하는 뮤지션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에밀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맥 프레드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는 않아 입을 닫았다.
대신, 대기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저녁 8시.
곧 출연진들이 도착할 시간이다.
맥 프레드가 스튜디오로 출발할 시간이기도 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프레드는 즉각 준비를 시작했다.
“가봐야겠군. 이따 봐.”
프레드는 언제 투덜거렸냐는 듯 다정한 목소리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밀리는 싱긋 웃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곧바로 스튜디오로 향하려던 바로 그때.
“……?”
벌컥-.
문을 열자마자 대기실 앞에 낯선 얼굴들이 서있었다.
* * *
‘방송 전에 맥 프레드 씨를 꼭 찾아뵙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맥 프레드의 토크쇼를 챙겨봤다, 따위의 말도 안 되는 변명들을 덧붙이느라 힘들었다.
뉴욕은 대기실 방문 인사가 보편적인 땅은 아니라 더더욱 그랬다.
서한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맥 프레드의 대기실을 향해 걸었다.
굳이… 어색할 것이 뻔한 만남을 주최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뭐라도 보험은 들어놔야지.’
서한은 리스크 있는 방송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진 않지.
스케줄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더블즈가 특별히 멤버들의 의견을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다른 선택지는 없었을 것이다.
케이팝 가수들이 종종 출연하는 음악 토크쇼 중에서는 맥 프레드의 방송이 가장 유명했기 때문이다.
라이브 실력을 인증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 시청률도 높기에 화제성도 상당하다.
고작 여기서 무대 한 번 한다고 빌보드에 이름을 올릴 수 있으리라는 꽃밭 같은 생각은 하지 않지만, 최소한 인지도에 있어서는 안 나가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첫 번째는 주인장인 맥 프레드가 케이팝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점이다.
케이팝이 유치하니 뭐니, 핑계는 갖은 대로 붙이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동양인을 선호하지 않았다.
유명한 발언들이 몇 개 있지….
먼 훗날에 줄줄이 터지더라.
두 번째로는, 토크쇼가 라이브라는 점이다.
만에 하나 맥 프레드가 이를 악물고 불리한 질문을 던진다면 거기에 말려들 가능성이 컸다.
누가 봐도 시비조로 느껴지는 그런 질문들 말이다.
그걸 또 능청스레 쳐내는 것이 할리우드의 맛이겠지만…무른 멤버들의 정신력이 버틸지는 모르겠다.
말했지만, 도무지 리스크를 감수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들어갈까요?”
서한은 경고장을 날리러 왔다.
.
.
.
“안녕하세요, 스타더스트 도서한입니다.”
맥 프레드가 적잖이 당황한 기색으로 우리를 올려다보았다.
잠시 두 눈을 끔뻑이던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떼었다.
“어. 이런 식의 환영 인사는 낯설군요. 중국식인가.”
이 인간 케이팝인 걸 알면서 이러네.
해맑은 서하임이 생글거리며 대답했다.
“코리안 스타일!”
“…….”
“나이스 투 밑 유!”
저쪽은 순수하게 답변을 해줬을 뿐이지만, 영어를 잘하는 두 사람의 표정은 어두워져 있었다. 강시우와 차성빈이다.
누가 봐도 돌려까기식 인사였기 때문이다.
강시우는 차분하게 머리를 가라앉힌 채 어떤 식으로 상황을 넘어갈지 고민하고 있는 듯하고, 나는 그 옆에서 프레드를 어떻게 엿 먹일지 고민하고 있었다.
“…….”
내가 아는 미래에서 맥 프레드는 퍽 유명인이다.
굳이 따지자면, 여러 가지 스캔들로 유명한 축에 속했다.
미안하지만… 이도경은 발끝에도 못 미칠 대단한 사람이다.
몇 다리였지.
거의 옥토퍼스를 능가하는 수준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아마 저 뒤에 선 스타일리스트도 그의 내연녀일 것이다.
아니, 확실히 그랬다.
나는 맥 프레드 씨 앞에 서서 악수를 내밀었다.
“만나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엄청나게 팬이거든요.”
“아….”
“프레드 쇼를 한국에서 거의 매일 챙겨봤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맥 프레드의 옆에 다가온 젊은 스타일리스트.
에밀리. 명찰에 적힌 이름을 눈으로 훑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두 분은 굉장히 잘 어울리시네요, 부부처럼.”
“……!”
참고로 맥 프레드 씨는 결혼을 이미 하셨다.
아마… 자식도 있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