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5)
5화. 등급 평가(1)
스타더스트 프로젝트의 진행을 맡은 MC 한다원은 피곤한 눈을 잠시 감았다.
연달아서 열댓 명이 넘는 연습생들의 무대를 봤다.
이건 조금 괜찮다 싶은 무대도 있었다면, 솔직히 기대 이하인 무대가 더 많았다.
3대 기획사인 더블즈 엔터 소속 연습생들의 실력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다만 그가 익히 봐온 아이돌은 1, 2군에 속하는 실력있는 아이돌이었을 뿐.
다듬어지지 않은 연습생들의 무대를 계속해서 보려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자기소개 해주세요.”
“더블즈 엔터의 6개월 차 연습생 도서한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다원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방송용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전혀 관심이 동하지는 않았다.
바로 전 순서가 졸리던 그마저 깨울 정도로 대단한 무대를 선보인 케빈이었다.
‘운이 없는 녀석이네. 안됐다.’
이미 심사위원들의 피로감은 쌓일 대로 쌓였다. 그러니 웬만한 무대로는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을 수 없을 터다.
여기서 별로 흥미로운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면 방송에 쓰기도 애매하니 통편집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
한다원은 앞에 둔 이력을 짧게 훑었다.
월말평가 성적을 보아하니 그렇게 두각을 보이는 애도 아닌 것 같은데.
“이 친구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됐네요. 그 전에는 다른 곳에서?”
“5년 정도 했습니다.”
“6개월 차 연습생이라 했는데, 잔뼈가 굵네요. 병아리는 아니네.”
“나이도 어린데 생각보다 오래 했네요. 근데 왜 데뷔를 못 했지.”
“아직 어리잖아요. 열일곱 살?”
다른 트레이너들 역시 비슷한 마음인지 설렁설렁 감흥 없는 말을 뱉었다.
그중 유일하게 두 눈을 반짝이고 있는 건 한 사람뿐이었다.
도서한을 적극 추천했던 보컬 트레이너 유민서 선생.
“…….”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는 와중에 두 손을 깍지 낀 채 도서한을 올려다보고 있다. 눈빛만 봐서는 꿀이 떨어질 지경이었다. 유민서 선생은 생글거리며 말을 얹었다.
“뭔가 되게 끼가 많을 것 같은데요? 매력 있는 얼굴이네.”
“아, 감사합니다!”
옆에서 그렇게 말하니 괜히 한 번 더 보게 된다.
한다원은 고개를 들어 도서한을 훑었다.
조명을 받아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페이스만 놓고 봤을 땐 제법 잘생긴 축에 속했다.
“…그렇긴 하네요.”
특별히 화려하거나 튀는 얼굴상은 아니지만 동글동글한 눈망울에 확고한 이목구비. 고개를 쭉 뺀 채 긴장한 기색으로 눈치를 살피는 얼굴은….
그러니까.
우리 밖을 탈출하다 걸린 햄스터 같았다.
“귀엽네.”
그 나이 때의 풋풋함이 있다.
한다원은 피식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무슨 곡 준비했어요?”
대본에 있는 대로 물으면서도 한다원은 어느 정도 확신했다. 지금까지의 경향을 미루어 봤을 때 저런 인상의 연습생들은 본인 생김새를 가장 잘 살릴 수 있을 만한 곡들을 선곡했다.
적당히 가볍고, 무난하지만 귀여운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곡.
저 아이한텐 그런 곡이 딱 어울리겠다.
‘막내 포지션 느낌으로 잡는 게 그나마 현명하지.’
실력이 월등히 뛰어난 게 아니라면 차라리 그게 더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1차 평가는 특히나 연습생의 이미지를 결정하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도서한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전혀 뜻밖이었다.
“LROY 선배님들의 댄싱 온 뮤비 준비해 봤습니다.”
“어?”
그제야 한다원은 하단에 적혀있는 선곡을 발견했다.
옆에 앉은 트레이너들의 얼굴도 동시에 굳어갔다. 유민서 선생을 제외하고는 그랬다.
“댄싱 온 뮤비를요?”
“여기서 지금 할 거야?”
“잠깐만. 진짜예요?”
한다원은 심사위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왜요? 이게 무슨 노래예요?”
“LROY의 데뷔곡이요. 되게 난해한 노래예요.”
한 심사위원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짧게 설명을 더했다.
LROY의 DANCING ON MOVIE. 줄여서 댄오뮤라는 노래인데, 지금 한창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LROY의 대표곡이기도 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크게 문제 될 곡이 아닌 것 같으나, 문제는 이 곡의 난이도였다. 몽환적이면서도 오묘한 분위기의 곡.
그렇게 듣고보니 조금 이상하다.
‘그걸 쟤가…?’
두 눈을 끔뻑이는 햄스터가 오묘함을 논하고 있다.
한다원은 저도 모르게 말을 뱉었다.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 말리고 싶은데.”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트레이너들의 표정을 조명했다.
독특한 선곡으로 관심이라도 모으고 싶었던 거라면 성공했다.
어쨌든 통편집은 안 당하겠네.
조롱이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한다원의 옆에 앉은 심사위원은 이어서 짧은 한숨을 후- 내쉬었다.
“댄오뮤는… 아…. 연습생이 소화하는 것 자체가 조금 힘들텐데. 일단 봅시다.”
댄오뮤는 보컬과 춤의 난이도보다도 그 난해한 분위기를 살려내는 게 너무 어려운 곡이었다. 자칫 잘못 해석했다가는 4분 내내 흐느적거리는 해파리 같은 섹시댄스를 보게 될 터.
실제로 한 신인 아이돌이 방송에 나가서 이걸 커버했다가 두고두고 까이며 놀림받은 적이 있었다.
유민서 선생은 싱긋 웃으며 물었다.
“어려운 곡인 건 알죠?”
“네, 압니다.”
쉽게 말해서 네가 그 분위기를 살릴 수 있겠냐는 거였다.
하지만, 도서한은 누구보다도 패기 넘치게 싱긋 웃어 보였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 * *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음이 묵직하게 깔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도서한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잘할 수 있을까?”
“평균만 했으면 좋겠어요, 이 노래는.”
심사위원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서한이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퓨쳐 베이스 장르. 무거운 비트 위로 도서한이 음을 쌓아 올렸다.
여전히 알 수가 없어
여전히 알 수가 없어
보컬도 랩도 아닌 나직이 읊조리는 목소리. 어쩌면 음색이 가장 중요시되는 파트였다.
여기서 유민서 선생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갇혀버린 이곳은 아마도 prison
닿을 수 없는 어둠의 그 끝
보컬이 특별히 돋보이지 않는 도서한의 최대 강점.
타고난 특유의 음색이었다.
‘설마.’
그 숱한 곡들을 다 제치고 이 곡을 고른 이유가.
제 음색을 가장 잘 살릴 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던가?
그게 맞다면, 도서한은 답을 찾았다.
나직한 도서한의 목소리가 힘을 실어 한 단어 한 단어를 울리게 했다.
그 목소리에는 분명 묘한 힘이 있었다.
랩도 아니고 노래도 아닌.
오묘한 리듬의 멜로디.
“어?”
아까 전까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젓던 트레이너들이 일제히 당황하기 시작했다.
“표정이 좋은데?”
“그, 그러게요?”
놓아버린 너는 아마도 prisoner
의미 없는 방황의 종지부를 찍으려 해
조명 때문일까.
생글거리던 눈빛은 오묘하게 빛났고, 도서한은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작은 무대를 채워나갔다.
“오….”
“뭐지?”
한다원은 눈썹을 들썩이며 도서한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배우 출신인지라 춤에 대해 전문적으론 알지 못해도, 직감이란 게 있다.
묘하게 눈길이 간다.
두 손을 과감하게 뻗는 손짓. 삐걱거림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동작.
어려서부터 쌓아온 기본기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트레이너들이 지적했던 저 표정.
‘…아주 제법인데?’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타고난 것인지는 몰라도 살살 흘리는 눈웃음이 묘하게 사람을 홀렸다.
치명적 햄스터.
이런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도서한은 콘셉트에 충실하게 제 매력을 온전히 쏟아낸다.
동동. 동동.
몽환적인 사운드와 함께 가볍게 튀어오르는 안무.
자칫하면 흐느적거리는 해파리처럼 보일 수 있는 곡이거늘, 강약조절이 확실한 안무는 심미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제야 심사위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졸려 죽으려던 이들이. 일말의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이들이.
하나같이 두 눈을 반짝이며 서한을 주목하고 있었다.
“이 친구 이름이 서한이라고 했죠?”
“어우, 이거 진짜. 정말 어려운 곡이거든요.”
“눈빛 봐라. 무대 씹어먹을 것 같네.”
기껏해야 제2의 댄오뮤 희생자로 온갖 커뮤니티에 박제될 거라 판단했던 무대다.
제작진들 역시 선곡을 듣자마자 그쪽으로 편집 방향을 잡을 생각이었고.
그런데.
이걸 해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서한은 씨익 웃으며 도입부에서처럼 과감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이미 승리를 확신했다는 듯, 오묘했던 눈빛은 어느덧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동동- 동동-
여전히 알 수가 없어
여전히 알 수가 없어
이젠 널 알아보려 해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 무대가 끝남과 동시에.
“…와.”
“와아아아악!”
단체로 홀린 듯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 * *
“미쳤나 봐.”
“저걸 하네. 5년 차 연습생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그러게.”
쿨럭.
하준서는 사레가 들리는 바람에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긴장 때문에 아메리카노를 원샷한 탓이었다.
“커헉…와. 진짜 잘한다.”
“와아아악!”
이미 무대 뒤편에서는 난리가 났다.
“엘로이의 댄오뮤….”
와, 저걸 서바이벌에서 추는 애가 있구나.
사실 하준서는 무대가 살짝 보이는 자리에서 도서한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솔직히 놀라운 수준이었다.
월말평가 상위권을 줄곧 달렸던 자신이지만, 저 무대를 하라고 했으면 무조건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무대였다. 아마 제법 수준급으로 커버한다고 해도 혹평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특별히 하이라이트라고 느껴지는 파트도 없지, 줄곧 몽환적인 베이스에 춤은 또 얼마나 난해한지.
그런데.
묘하게 어울렸다.
도서한이 특별히 수준급으로 해냈다기보다도, 마치 본인의 곡인 것처럼 깔끔하고 노련하게 해석해 냈다.
이질감이 전혀 없었다.
“대단하다, 도서한.”
무대 위에서는 여전히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었다.
다들 하준서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여운이 가시지 않는지, 유민서 선생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마이크를 들었다.
“이 노래를 선곡한 이유가 뭐예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고,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춤을 정말 잘 추네. 되게 어려운 곡인데요, 그렇죠?”
“노래를 엄청 잘하는 건 아닌데, 목소리 때문에 그런가. 되게 매력 있었어요.”
“보컬만 조금 더 실력 올리면 정말 괜찮게 뽑힐 거 같은데. 이미 기본기는 잡혀있어요.”
“괜히 5년 차 연습생은 아닌 거 같습니다.”
단기간에 보컬 실력을 팍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제 음색을 가장 잘 살릴 수 있을 만한 곡을 선곡한 것이다. 분위기나 춤에서는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등급 평가에서 반드시 임팩트를 남기겠다는 도서한의 고민이 묻어있는 선곡.
짝짝짝.
다시 한번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최명환 안무가. 유민서 선생으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은 그가 입을 뗐다.
“월말평가 때 도서한 연습생의 무대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이렇게까지 끌리는 뭔가가 부족하다고 느꼈었거든요.”
“아, 저도 공감해요.”
“그런데 오늘은 딱 무대 시작하자마자 아우라가…. 어우, 막 뭐가 느껴지던데요?”
“얘는 되겠다, 이런 거?”
도서한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호평이었다. 하지만, 무대를 본 제3자라면 모두가 비슷한 평을 내릴 터. 하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최명환 안무가의 말에 동감했다.
“진짜 느껴졌지.”
도서한의 존재감을 되짚어 보았을 때….
글쎄다. 스타더스트 프로젝트 전에는 미미한 편이었다.
그냥 좀 똑똑하고 착한 동생. 하준서의 기억에도 그렇게 남아있었다.
그 무던한 성격이 마음에 들어서 나름대로 친하게 지내온 편이었지만, 그런 그조차 도서한에게 저런 재능이 숨어져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잘하네, 서한이.”
그때, 한다원이 웃으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네, 무대 잘 봤습니다.”
잠시 술렁이며 상의하던 심사위원단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도서한 연습생 1차 평가 등급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이건 A등급이다.
하준서는 확신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주변에 선 다른 연습생들 역시 비슷한 생각인지 더 볼 것도 없다는 투였다.
“와, 케빈 형 뒤로 연달아서 A등급 또 나오겠네.”
“그러게요.”
모두가 납득할 만한 무대였고, 선곡의 난이도를 생각해 봤을 땐 A등급을 주고도 모자랐다.
“네, 도서한 연습생 등급 평가…. 결과를 화면에 공개하겠습니다.”
파앗-
도서한의 등급이 화면 위로 떠오른 순간.
하준서는 당황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저건…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