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천재를 찾았다
김세영 과장은 멤버들의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말을 던졌다.
“어, 마음에 안 들어요?”
“아, 아뇨. 너무 좋은데요?”
“음, 좋…을걸요?”
“저는 좀… 아닌 것 같은데.”
진세현의 소신 발언이 있었지만, 애매한 타이밍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들 얼굴에서 충분히 생각이 읽혀버렸다.
김세영 과장은 차가운 반응에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더했다.
“걱정 마요. 이건 타이틀곡 후보니까, 실장님, 저희 다른 후보도 있었죠?”
“그렇긴 한데. 대표님이 이 곡을 선호하시던데요.”
대표님 멈춰!
더블즈가 실험적인 도전을 자주 한다고는 들었으나, 이건 너무 실험적이었다.
선배인 티플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
“요런 느낌이 요즘 대세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그렇구나.”
“대표님 픽이었네요….”
“그래도 좀 중독적이지 않아요? 저, 전 괜찮은데?”
중독적이냐고 묻는다면, 중독적이긴 해.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로또로로돗돗….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로또로로돗돗….
아까의 그 특이한 비트가 은근히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이걸 인정하자니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그렇지만.
분명 스타더스트의 타이틀곡은 대중적이었다고!
이건 내가 기억하는 곡이 아니었다.
이유가 뭐지?
먼저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혹시 유영 작곡하신 분이….”
“빌리빙이어님이세요.”
“예?”
바로 튀어나온 김세영 과장의 대답에 잠시 당황했다.
작곡가마저 내가 알고 있는 유영의 작곡가가 맞았기 때문이었다.
스타프에서 ‘Betters’라는 명곡을 작곡했던 유명 케이팝 작곡가, 빌리빙이어.
그 사람이 만든 곡이 맞다니.
뭐야, 그 양반.
원래 사람 재능이 탈부착식으로 생겼다가 사라지곤 하는 건가?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빌리빙이어 단독으로 작업한 게 아니라, 협업한 작곡가가 있었을 수도 있는데….
사실 그 영역까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제2 작곡가까지 내가 늘 머리에 넣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빌리빙이어가 뽑아낸 곡들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그의 대표곡 몇 개를 기억하고 있었을 뿐이니까 말이다.
나는 조심스레 또 다른 가능성을 꺼냈다.
“혹시 편곡 방향에 대해 말씀하신 게 있으실까요? 가이드 음원이랑 곡의 분위기가 다르게 뽑힌다거나….”
“그런 언질은 따로 없으셨어요.”
“아아.”
빌리빙이어가 곡의 방향성을 수정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말이지.
이걸 어찌해야 해?
아니, 왜 멀쩡하던 유영이 저렇게 된 것이며.
빌리빙이어는 갑자기 왜 감을 잃은 것일지.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그 뒤로 주고받은 말들은 솔직히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활동 기간은….”
“수록곡 하나를 추가로 활동곡으로 잡게 될 것 같은데….”
“타이틀곡은 이런 느낌으로 해서….”
“뮤비 컨셉은 말이에요….”
그렇게 몇십 분이 지났을까.
송진하 실장의 한마디가 마치 구원처럼 느껴졌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할까요?”
“네!”
“감사했습니다!”
한 손에는 계약서를, 반대 손에는 앨범기획서를 챙겨 들고 나오면서도.
나는 아직 아까의 타이틀곡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하준서는 새하얗게 질린 내 얼굴을 돌아보며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내가 어디 아파 보였던 모양이었다.
“서한아,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은 저희 앨범에 생겼어요.”
“아, 맞네….”
대체 어떤 변수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아는 유영을 돌려놔야만 했다.
* * *
“우와! 숙소다아아….”
데뷔조 결정 이후 첫 합숙.
텐션이 지구 끝까지 올라갔던 서하임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당분간 지낼 임시 숙소가 결정되긴 했는데….
그게, 하필이면.
“또 여기야?”
“나 PTSD 올 것 같아.”
스타더스트 프로젝트 시절 숙소였다.
더블즈가 기어코 첫 숙소로 이딴 장소를 대여해 주다니.
이건 너무하지 않나?
스타더스트가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첫 합숙을 시작했었는지는 몰랐다.
서하임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하준서를 돌아보았다.
“진짜 저희 여기서 살아요? 말도 안 돼! 정말로요?”
“당분간은…?”
“연습생은 따로 숙소도 안 주나?”
그건 아니겠지.
나는 서하임의 투덜거림에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이런 괴랄한 숙소에 우리를 임시로 방치해 둔 이유가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정식 숙소는 아마….
“리얼리티 찍을 때 주겠죠.”
“리얼리티?”
프로젝트 그룹에게 숙소 리얼리티는 국룰이지.
누가 누구랑 방을 같이 쓰게 될지, 게임으로 정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숙소 입장할 때 입이 떡 벌어지게 놀라는 얼굴들도 한 컷 써야 하고.
그만큼 리얼리티에 뽑아먹을 예능 소재가 없는데 벌써부터 정식 숙소를 줄 리가 없었다.
강시우는 겉옷을 옷걸이에 걸어놓곤 담담하게 말했다.
“걱정 마. 며칠만 잠시 지내래.”
하준서도 서하임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심지어 연습실도 엄청 가까이 있어!”
“형, 그게 과연 좋은 걸까요…?”
하준서 특유의 열정만렙 발언에 진세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뱉었다.
“저 형은 새벽에도 나를 연습실에 끌고 갈 것 같아.”
“진세현은 당연히 당첨이고. 서한아, 너도 갈래?”
“하하하….”
일단 유영 문제부터 고민해야 해서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하준서의 부담스런 시선을 피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하준서의 슈퍼열정을 강시우가 적절한 선에서 컷해주었다는 점이었다.
“일단 일곱 명이 좁은 방에서 지내기는 뭐하니까, 방부터 나눌까?”
일곱 명이 두 방에 걸쳐서 자는 걸로 결론이 났다.
“대충 정합시다.”
“그러면 이렇게?”
리얼리티 찍는 것도 아니고 방송용 그림을 뽑을 필요가 없었던 터라, 한 줄로 서있는 사람들끼리 방 배정이 결정됐다.
“그러면 우리는 저 방에 짐 풀어둘게.”
강시우는 서이안과 진세현을 데리고 옆 방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남게 된 나머지 네 사람.
나, 하준서, 서하임, 차성빈.
꽤나 낯선 조합으로 룸메가 정해진 순간.
서하임이 눈치게임 하듯 갑자기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나는 2층!”
2층 침대 선점을 위한 민첩한 몸놀림.
“저는 1층이요!”
곧바로 관절을 위해 1층을 차지했다.
“나도 연습하고 나면 오르락내리락이 힘들더라….”
하준서도 나와 비슷하게 짠한 이유로 1층 침대를 차지하였고,
나이에 비해 아직 관절이 쌩쌩한 차성빈은 생글거리며 내 윗자리에 짐을 던졌다.
“그러면 나는 서한이 윗자리~.”
“왜요?”
“잘 때 도서한 구경하려고.”
무서워!
“이렇게 머리 내리면 어때?”
홱-
흡사 납량 특집을 연상하게 하는 구도였다.
“아으.”
내가 질겁하며 이불을 덮어버리자 차성빈은 즐거워했다.
깔깔거리며 웃는 것이 아주 악질이었다.
나 저 형 진짜 싫다니까?
“준서 형 옆으로 가요.”
“나는 서한이가 좋아~!.”
저 인간이 형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한 대 때렸을 텐데.
윗집이 차성빈이라니.
벌써부터 재입주를 꿈꾸고 싶어지는 자리 배치라고 생각했으나.
그때는 몰랐다.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로또로로돗돗….
그날 밤 차성빈이 흥얼거리는 그 노랫소리에 잠이 확 달아날 줄은.
* * *
그날 저녁 10시.
서한은 모처럼 만에 꽤 이른 시간에 잠에 들었다.
베개를 머리에 대자마자 스르르 졸음이 몰려온 탓이었다.
그런대로 좋았다.
당장 코앞에 경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럴 때라도 여유를 즐겨야지.
가능하다면 늦은 오후까지 푹 취침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서한을 깨운 한 사람이 있었다.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로또로로돗돗….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로또로로돗돗….
하루종일 귓가를 맴돌아서 노이로제가 올 것 같은 의 하이라이트 부분.
어디서 저 괴상한 멜로디가 들려오나 했더니만, 윗 침대였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차성빈이 의 하이라이트를 콧노래로 흥얼거리고 있었다.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로또로로돗돗….
서한은 잠이 덜 깬 얼굴로 웅얼거렸다.
“저기요, 차성빈 형…. 층간소음 주의해 주세요.”
“우웅?”
“노래 부르지 마….”
“나?”
차성빈은 고개를 홱 돌려서 서한을 내려다보았다.
공포에 심약한 서한을 상대로는 상당히 부주의한 행동이었다.
더더군다나 잠도 덜 깬 상태였으니,
“악, 깜짝아!”
서한은 저도 모르게 손에 집힌 베개로 그 머리를 냅다 후려치고 말았다.
“억!”
졸지에 정면으로 얼굴을 맞은 차성빈은 침대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두 눈을 끔뻑였다.
얼마나 제대로 맞았는지, 잠깐 쓰고 있던 알 없는 안경이 저만치 튕겨 나가버렸다.
“너무하네….”
“어어….”
그 표정이 꽤나 망연자실해 보였던 터라, 서한은 눈치를 살피며 베개를 내렸다.
비록 잠이 덜 깼어도 예의는 항상 탑재하고 있는 편이었다.
“아, 죄송해요.”
“다음에는 좀 더 화끈하게 놀라줄래?”
“…으으.”
그럼 그렇지.
서한은 질색하며 베개로 머리를 덮어버렸다.
“진짜 싫어.”
“쯧, 뭐 하냐.”
건너편 침대에서 핸드폰을 만지작대던 하준서는 그 모습을 보곤 혀를 찼다.
같은 스물한 살이지만, 어째 어른스러운 하준서와는 달리 차성빈의 정신연령은 도서한의 또래에 멈춰있는 것 같았다.
“차성빈, 막내 그만 좀 괴롭혀. 쟤 아직 성장기라서 충분히 자야 해.”
“도서한이 나보다 키가 큰걸?”
“그건 유전을 탓해보자.”
키 178cm의 차성빈은 투덜대며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우유 먹어도 안 되던데. 억울해서 살겠나~.”
“…….”
“혹시 키의 비결은 취침인가?”
슬픈 유전의 법칙과는 별개로, 차성빈은 서한을 깨워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팀의 막내면서 인생 2회차 마냥 생각이 깊어 보이는 아이.
자신보다 똑똑하지만 그걸 대놓고 티 내지는 않는 동생.
차성빈은 이래저래 이 팀의 막내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도서한, 자?”
“…….”
“막내야, 자냐?”
하준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차성빈을 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차성빈은 아래층 주민을 괴롭히기 위해 허리까지 침대 밖으로 뺀 상태였다.
“아, 나 서한이 깨우는 중이잖아.”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로또로로돗돗….
“도서한, 한 번만! 이거 다시 들어주라.”
똑똑한 막내는 방금 떠오른 제 악상을 제대로 평가해줄 것이 분명했다.
차성빈이 그렇게 굳게 믿고 있던 그때,
“아이, 진짜….”
서한이 툴툴대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웅얼웅얼.
“저 형 진짜 이상해…. 이사 갈 거야. 화성으로 이사 갈 거야….”
“나를 피해서 화성까지?”
아마도 잠에 취해서 본인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말을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이쯤 되니 더 깨우기도 미안해졌다.
“미안미안. 진짜 자라.”
차성빈은 멋쩍게 웃으며 다시 제 침대에 몸을 뉘었다.
내일 맨 정신에 들려주지 뭐.
“조금 더 구상하다가 자야겠다.”
차성빈은 기지개를 켜며 나직이 중얼거리곤 저 역시 이불을 홱 덮어버렸다.
그런데.
또르또르 빗 또르
그 행성은 시리도록 푸르잖아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로또로로돗돗….
잠결에 들은 악상이 뒤늦게 서한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순간.
“…!”
이불을 꼬옥 여미고 있던 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형.”
홱-
서한은 이불을 젖히고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아까까지 잠에 취해 있던 두 눈이 갑자기 맑아져 있었다.
“다시 불러봐요.”
“방금 그 노래?”
대롱대롱-
이불을 걷어찬 차성빈은 침대에 매달린 채로 다시 음을 읊었다.
도서한이 시키는 대로, 제법 구체적인 허밍이었다.
또르르르 또르르르
또로또로로돗돗….
동시에, 서한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이 허밍….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곡이잖아.
“미친.”
서한은 나직이 탄성을 터트리며 입을 떡 벌렸다.
찾았다, 내가 잃어버린 유영.
줄곧 풀리지 않았던 곡의 해답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이걸 그러면 차성빈이…?’
차성빈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했다.
서한은 차성빈의 이미지를 마음속으로 수정했다.
“말도 안 돼.”
조금 짜증 나고 또라이 같은 형에서,
여전히 짜증 나지만 그럼에도 대단한 인간으로.
서한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형, 천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