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has become the older brother of the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내 편은 많을수록 좋다 (1)
환각의 사도 하나 더 추가! 나머지 도마뱀도 다 달리아가 갖는 거야!
“오!”
“공작님!”
“엥? 진심이야?”
달리아가 활짝 웃으며 도마뱀을 받아 들었다.
“이제 내 거다!”
“위험하잖아요! 어린 동생한테 무슨 짓이야! 하여간 귀족들은!”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아젤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뭘 모르는구나. 여기서 제일 위험한 건, 내 동생이야.”
또 하나의 페임스가 환각의 사도로 변했다. 생김새는 다른 페임스와 쌍둥이처럼 똑같았다.
“달리아. 바구니 안에도 한 마리 있어. 얘도 달리아가 키울까?”
“좋아요!”
소이가 내 어깨를 잡고 조심스럽게 바구니 위에서 내려왔다.
들썩거리는 바구니를 뒤집을 필요도 없었다. 달리아의 검은 마력이 바구니를 꿀꺽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검은 마력이 비눗방울처럼 톡 터지며 안이 드러났다. 바구니는 녹아 사라졌고, 갇혀 있던 페임스는 나머지와 비슷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북.”
이상한 소리를 내며 페임스가 달리아에게 다가갔다. 달리아는 놈을 오랫동안 봐왔던 것처럼 익숙하게 쓰다듬었다. 둘의 교감을 구경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아젤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밖이 소란스럽지 않아요?”
모두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젤의 말이 맞았다. 쿵쿵, 바깥에서 요란한 소리가 반복해서 들렸다.
“마력의 흐름이 이상해. 낯선 마력이 뒤틀려 있어.”
아네모네가 예민하게 반응하며 문을 열었다.
“너는 밀항한 사람이 그렇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짜고짜 달리는 아네모네를 따라나서자, 갑판 위 한가운데서 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 몇 명과 단 한 명의 선원이 대치하고 있었다.
“그 막대 내려놓고 얘기함세!”
“배고파……! 배고파!”
“배가 고픈데 사람은 왜 치냔 말이야!”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 누군가 끙끙 앓는 소리가 뒤섞였다.
나는 가까이 있던 선원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
“이봐, 무슨 일이야? 저건 누군데?”
소란을 피우고 있는 장본인은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막대를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를 말리려 하는 것 같고…….
“공작님! 귀한 분들은 잠시 피해 계시는 게 낫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배에 몰래 들어온 부랑자 같습니다. 낯선 얼굴이에요. 갑자기 나타나서는 무작정 배고프다고 하는데……. 먹을 걸 나눠준다고 달래도 저렇게 공격적입니다. 어이쿠! 저러다 사람 맞겠네!”
선원의 말대로 ‘부랑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마치 좀비라도 되는 것처럼 계속해서 ‘배고프다’고 중얼거리는 게, 정신이 이상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놈은 되는 대로 막대를 마구 휘저으며 사람들을 공격했다. 선원들은 그의 공격을 피해 몸을 사리며 어떻게든 놈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었다.
“아주 미친놈입니다!”
놈에게 맞았는지 어깻죽지를 손으로 감싼 선원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식료품 창고에서 갑자기 튀어나왔어요! 음식을 훔쳐 먹었나 살펴봤는데, 글쎄 훔쳐 먹은 게 없습니다! 그래 놓고 배고프다고 난리예요! 배가 고프면 음식을 처먹든지!”
성이 난 선원이 씩씩 화를 냈다. 그는 ‘저놈을 잡아 엄벌해야 한다’며 내게 매달렸다.
“일단 음식을 줘서 진정시켜야 하지 않을까?”
배 위에서 소란을 피우는 건 확실히 큰 죄였지만, 당장에는 손 쓸 방도가 없었다. 놈은 무기를 휘두르고 있고, 내 호위 기사 한 명은 저쪽에서 뱃멀미로 구토 중이다. 다른 한 명은 은근슬쩍 내 뒤에서 “죽일까요?” 하고 다섯 번째 물어보는 중이고.
내가 아무리 못된 사람을 자처한다지만, 그렇게 쉽게 사람을 죽이고 그러지는 않아…….
“저거,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사람을 “저거”라고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아네모네도 평범한 놈은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 저렇게 위험한 짓을 하겠어? 당연한 소리를…….”
“아니. 그런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야. 저건 사람이 아니라고!”
아네모네가 당황하며 내 팔목을 붙잡았다.
“잡아야 해. 사람이 아니야. 사람 자체가 아니라고.”
“뭐?”
“인간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 너도 알겠지만, 사람한테는 아무리 적더라도 어느 정도의 마력이 있어. 생명력이나 다름없지. 그런데 저 사람에게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 오히려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아네모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마력의 흐름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기묘한 흐름이 느껴졌다.
선원들이 가진 미약한 마력이 부랑자에게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나는 뒷걸음질 쳤다.
“배고파……. 배고……. 파…….”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놈이 식료품 창고를 뒤졌음에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것. 놈 주위를 에워싼 선원들이 점차 비틀거리고 있는 것. 이 모든 건 저 녀석이 ‘마력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설마 저 녀석도……!”
서둘러 상태창을 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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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페임스
직업 : 포식의 사도
성격 : 식탐 – 최대 효과를 발휘할 수는 없지만, 스킬 습득 제한이 없습니다.
특성(비활성) : 공명 – 사랑하는 주인에게서 마나를 끊임없이 제공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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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저놈 또한 페임스다.
옷을 쭉쭉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옆을 봤는데 비어 있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달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손을 펼쳐 보였다.
“다섯. 내 말이 맞지?”
“진짜일 줄은…….”
앞으로 달리아가 하는 말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것이다. 물론 달리아는 메주 같은 건 영영 모르고 살겠지만…….
“그렇다면 망설일 것 없지. 일단 포획한다. 다섯 마리 중에 톰슨을 해친 건, 아무래도 저놈일 것 같군.”
검은눈 스킬로 확인해 본 결과, 놈의 뒤에서 희뿌옇게 맴도는 사령이 있었다. 실루엣밖에 알아볼 수 없이 옅은 원한이었지만, 사람의 모습이라는 것까지는 알아볼 수 있었다.
“시체포식자의 상황이 생각보다 더 안 좋은 모양이네요…….”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소이가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나는 이성을 잃고 날뛰는 페임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의 특성은 ‘공명’이야. 주인으로부터 마력을 끊임없이 제공받는다는 조건이 있지. 하지만 지금 비활성화된 상태인 걸 보면, 데미안, 그러니까 시체포식자가 제대로 마력을 주지 못하는 거야.”
소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시체포식자는 모든 걸 집어삼켜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힘을 지니고 있어요. 모든 걸 사라지게 만들어야 하는 존재지만, 자기 자신만큼은 유지해야 한다는 모순이 있죠. 그래서 어느 정도의 마력은 유지해야 하는데, 그 한계선이 무너진 거예요.”
“테네리페 쪽 상황이 어떤지 궁금한걸. 말이 아니겠는데.”
테네리페를 향한 연민도 잠시. 일단 놈을 잡는 게 우선이다.
“다들! 저자를 잡아! 폭력적인 방법을 써도 좋아! 피핀! 코카!”
내 부름에 피핀이 멀찍이서 손을 들었다. 배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걸 보니, 말 안 해도 뭐 하고 있는지 알겠다.
“피핀은 됐어. 그럼 코카.”
“네! 이번에도 살리나요? 힘줄 정도는 끊어도 되는 거죠? 된다고 해주세요, 아니면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
“네 마음대로 해.”
나는 달리아가 듣지 못하도록 속닥속닥 말했다.
“이번엔 죽여도 좋아. 저놈은 사람이 아니니까 말이야.”
“와!”
코카는 어째서인지 들뜬 것처럼 발을 동동 굴렀다.
“진심이세요? 와, 공작님께서 선물해주신 나이프로 아직 한 명도 못 죽여봤거든요. 제 실력이 이러다 녹슬지는 않을지, 그러다 공작님께서 절 필요로 하지 않는 날이 오진 않을지 걱정했어요. 이렇게 떠들 때가 아니지.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코카는 말을 마치자마자, 마치 화살처럼 튀어 나갔다. 과장을 덧붙여, 코카가 지나간 자리에 바람이 쌩 불어 내 머리칼이 날릴 정도였다.
코카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는 달리아의 눈을 가렸고, 나를 보고 있던 소이도 허겁지겁 그녀를 따라 나온 스위트피의 눈을 가렸다.
코카 녀석은 어느새 난동을 부리는 페임스의 뒤에 있었다. 날쌘 움직임과 정반대로 녀석의 나이프는 우악스럽게 페임스의 목에 꽂혔다.
“구룩!”
괴상한 소리를 내며 페임스가 쓰러졌다.
“이렇게 한 방에 끝날 것을…….”
달리아의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이 스르륵 내려가던 순간, 덥석 손목이 잡혔다.
“달리아?”
달리아가 녹색 빛의 눈을 형형히 빛내며 고개를 저었다.
“오라버니. 쟤는 이제 도마뱀이 아냐. 괴물.”
“뭐라고?”
마치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 같은 말이었다.
코카가 일 처리를 대충 할 리가 없는데?
스르륵 쓰러지던 페임스의 모습을 지켜보던 중, 우리는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릎이 꺾이든, 앞으로 엎어지는 것이 정상이었다. 저렇게 옷만 주르륵 내려가며 사라지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설마……! 피핀! 당장 이리 와! 지금 편하게 토하고 있을 때가 아냐!”
“나으리, 우웁, 근데 제가 좀, 오래 참아서…….”
피핀이 고개를 처박고 있는 동안, 코카가 두어 발자국 물러섰다. 녀석도 이상함을 감지한 모양이었다.
“공작님! 타깃이 녹아 사라졌습니다!”
“…아냐! 저기 남아 있다!”
마법으로 흉내 낸 옷이 불에 타듯 사라지며, 그 안에 숨어 있던 도마뱀이 모습을 드러냈다. 뼈가 앙상히 보이고, 송곳니는 두드러져 독을 줄줄 흘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독! 독 도마뱀이다!”
“역시 저놈이 톰슨을 죽인 거였어.”
톰슨에게 남은 이빨 자국에 맞춰보면 딱 맞을 법한 생김새였다. 더군다나 사람으로 변신할 줄 알고, 무기를 다룰 줄 안다는 점도 놈이 범인이라는 증거였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식료품 창고를 뒤적거리다가 톰슨을 발견하고 물어뜯었다가, 사람처럼 공격한 뒤 도마뱀의 모습으로 달아난 모양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저 녀석과 달리 다른 페임스들은 유순했다. 마력이 없어 비실거리면서도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았다. 달리아가 두 마리를 덥석 잡아 데리고 온 걸 봐도 그렇고. 물론 그건 혼날 만한 짓이긴 했다. 위험한 동물을 맘대로 집어 오다니……. 악역 영애가 아니라 그냥 동물 애호가 아니냐고…….
“도마뱀을 잡아!”
나는 달리아와 스위트피를 객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허리춤에 있던 라기아를 낫처럼 뽑아내자, 낄낄거리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렸다.
[으하하하! 이번 상대는 별로 재미가 없겠는걸? 움직임이 느껴져. 아주 작아. 작은 상대로구만.]“크기는 상관없어. 엄청 재빠른 놈이야.”
갑판 위는 아수라장이었다. 굶주려서 힘도 없을 녀석은 이리저리 빠르게 돌아다녔다. 녀석의 움직임은 놈이 흘리고 간 독액으로 파악해야 할 정도였다. 독이 닿은 부분은 나무가 끼이익 소리를 내며 부식했다. 그 장면을 보고 도망가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
“으악! 괴물이다! 마수야! 저건 마수라고!”
“세상에, 신이시여, 살려주세요!”
“높은 곳으로 도망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