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11
문자의 발신인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었다.
[강채령] 래원 감독님, 제 선물은 잘 받았어요^^? 제가 통이 크죠?“··· 선물?”
래원은 눈을 깜빡이며 의아해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오렌지빛 석양이 소천지 주변의 물가에 반사되어 장관을 만들고 있었다.
“우와···.”
문득 그 순간,
래원은 강채령이 보낸 선물이 무엇인지,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고는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04화 – 리디북스
50억은 그냥 보통의 투자금이 아니었다.
소중한 마음이 함께 담긴 것이었으니까.
찰칵-
래원은 소천지의 석양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물론 실제로 보는 절경의 반도 담길까 말까였지만,
지금의 이 감정과 다짐을 어떤 식으로든 기록하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을 허투루 쓸 수는 없지. 어떻게 얻게 된 기회인데!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까지 시간이 아직 좀 남았어.’
래원이 갑작스레 바빠졌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예리한 눈으로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살피다가,
“찬아, 거기서 세 발자국만 오른쪽으로 가봐.”
유찬을 부른 래원.
이에 유찬은 영문도 모르고 래원이 가리키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여기 말하는 거야?”
“어어. 좋아. 거기서 커다란 자갈 덩어리 하나 쥐고, 상대방한테 내리칠 듯 휘둘러봐.”
“상대방?”
“매니저님! 찬이 상대역 좀 해주세요!”
다급한 래원의 외침에 로케이션 매니저도 얼떨결에 합세하더니,
유찬과 함께 우격다짐 연기를 시전했다.
누가누가 더 큰 자갈을 찾나 내기하듯 주변을 살피던 두 사람.
어느새 큼지막한 현무암 덩어리를 흉기처럼 들고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좋아요, 지금 유찬이가 [유진]이고 매니저님이 [요한]이에요.”
찰칵- 차차찰찰칵-
래원은 사진을 찍다가 내친김에 영상까지 촬영하기 시작했다.
띠링—
“지금 포즈랑 분위기 완전 굿이었어요! 그다음은 저쪽, 구멍 뚫린 바위로 가보죠.”
래원이 가리킨 곳으로 유찬과 로케이션 매니저가 앞장섰다.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거대 바위였다.
“석양을 배경으로 서로를 마주 보는 두 형제. 저 멀리 태양이 형제를 삼켜버릴 것만 같다. 두 사람은 이제는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린다.”
래원의 설명에 유찬과 매니저가 알아서 감정선을 잡고, 알아서 연기하기 시작했다.
장난스레 시작했다가 이제는 각자의 역할에 심취한 듯 보였다.
웃기지만 진지한 상황.
래원도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눈앞의 진풍경을 다양한 구도로 휴대폰에 담고 있었다.
‘이 두 사람으로도 이렇게 그림이 나오는데, 우리 배우들 데리고 찍으면 대박 근사하겠지?’
상상만으로도 래원의 입꼬리가 귀까지 걸렸다.
어느덧 해가 수평선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갔고,
래원은 우두커니 서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시 배우에 빙의했던 유찬도 지는 해를 보며 래원의 곁으로 다가섰다.
“찬아, 있잖아. 형 지금 엄청 칭찬 받고 있는 것 같다.”
“칭찬? 뭔말이야?”
“연초에 ‘소철않’ 끝내고 더 쉬운 길 갈 수도 있었는데, 힘들게 택한 것도 그렇고···. 지협 선배 일도 솔직히 여기까지 온 거, 내 나름대로는 힘들었거든···.”
“그건 그렇지. 형이 마음고생, 몸 고생 많이 했지.”
“그동안 잘 해냈다고, 앞으로도 힘내라고 칭찬받는 기분이야.”
“뭐래···. 술도 안 먹었는데 취했어?”
“너는 모른다. 지금 내 기분.”
“제작비 해결된 거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래, 뭐···. 형 덕분인 건 맞는 듯. 우리 드라마에서 바뀐 건 메인 연출뿐인데, 갑자기 투자금 늘어난 이유가 거기 있지 않겠어?”
그사이 주변에는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유찬이 어두워진 주위를 둘러보며 아쉬움을 토로했고,
매니저 역시 비슷한 표정이었다.
“아, 아쉽다. 재밌었는데. 크큭. 형, 한라산 가서 또 찍자. 나 내일은 [유진] 연기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
“저도 내일은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도 감독님!”
“하하하. 이제 저녁 먹으러 갈까요?”
“이 근처에 제주 흑돼지 기가 막히게 하는 집 있던데 어떠세요, 감독님?”
“어우 너무 좋죠!”
래원은 식당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멀어져가는 소천지를 바라보며 다음을 기약했다.
‘기다려라. 다음에 우리 배우들 스텝들이랑 같이 와서 끝내주게 찍어줄 테니까.’
그리고는 오늘 찍은 풍경 사진을 몇 장 골라서 강채령에게 전송했다.
아까 미처 하지 못한 답장 메시지도 함께 적었다.
[래원] 생각도 못 했는데, 고마워요ㅎㅎ 이번 드라마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만들게요! 채령 씨의 투자가 아깝지 않게, 통 큰 선물 쏜 거 본전 생각나지 않게···!같은 시각,
지이잉—
서울에서 이 메시지를 받아본 강채령은,
함께 딸려온 사진을 손가락으로 확대까지 해가며 이리저리 살폈다.
‘도래원 당신 같은 감독에게 50억 따위 아깝지 않아. 분명히 그 이상을 보여줄 거잖아.’
강채령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채령아, 밥상에서 뭘 그렇게 보냐? 뭐길래 그렇게 실실 웃어?”
“재밌는 거야? 뭔데? 엄마도 보여줘.”
집에서 부모님과 식사 중이었던 강채령.
활짝 웃으며 휴대폰 속 사진을 부모님께 내미는 그녀였다.
“바다네? 일몰 사진?”
“어머, 예쁘네. 어디야?”
“완전 이쁘죠? 제주도래요.”
“누구? 누가 우리 딸한테 이런 걸 보냈대?”
“이야, 우리 막내, 그새 남자친구 생겼어? 그런 거야?”
“아, 아니에요. 그런 거···. 그냥, 사..사업 파트너랄까?”
“채령아, 만나는 사람 있으면 누구든 엄마, 아빠한테 소개해줘.”
“그래, 이제 너도 적은 나이가 아니잖니. 네 오빠들도 궁금해하더라, 채령이는 좋은 사람 없냐고. 정말 그냥 사업 파트너야?”
“그.. 그럼! 그냥 사업 파트너지. 사..삼계탕 다 식겠네. 식사나 마저 해요.”
강채령의 부모님. 즉, 천하 일보 사장 내외는 양 볼이 붉게 달아오른 막내딸을 흐뭇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대체 어떤 녀석이길래···?’
사장 내외는 도래원의 존재를 아직 모르지만, 누군가가 자기 딸을 행복하게 웃겨준다는 것에서 이미 의문의 사내에게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부에게 강채령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늦둥이 막내딸이었고,
그런 그녀에게 야망이나 포부를 기대하기보다는 그저 그녀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이었으니까.
게다가 그간 강채령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강채령 본인이 이토록 관심을 보이는 상대는 드물었던 이유도 있었다.
그녀의 휴대폰 너머 의문의 존재가 된 도래원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 천하 일보 사장 내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 * *
– 생방송 SBC 인기K팝. 이제 1위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오늘의 1위 후보, 두 팀의 무대를 함께 만나~ 보시죠!
SBC 신관 옆 건물의 공개홀.
지금 이곳에서 SBC 예능국의 간판 가요 프로그램 생방송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객석 한쪽 구석.
예능국 식구도 아니면서 SBC 사원증을 목에 두른 한 남자가 뚫어지라 무대를 보고 있었으니,
바로 도래원이었다.
– 네, 강렬한 퍼포먼스 잘 봤습니다. 다음은 또 다른 1위 후보 ‘브라이트 걸스’의 무대입니다. ‘여름은 두근두근’!
이윽고 무대 위에 대기 중이던 브라이트 걸스에게 화려한 조명이 비추기 시작했고,
여러 대의 무빙 카메라가 그들을 향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래원은 무대를 지켜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바다가 우릴 향해 손짓해 ♪♬
그리고 우리 둘이 함께해 ♪♬
여름 시즌에 맞춰서 청량한 컨셉의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을 갖춘 네 명의 소녀.
무대 위를 힘차게 날아다니듯 춤을 추고 있었다.
네 목소리와 함께 파도를 타 ♪♬
두근두근, 나의 여름은 바로 너! ♪♬
‘라이브 실력도 많이 늘었네.’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래미와 노노카의 화음은 압권이었다.
청아하면서도 시원한 고음이 공개홀 천장을 뚫을 기세였다.
그동안 브라이트 걸스는 데뷔 후 꾸준히 성장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가요 프로그램 무대 순서가 데뷔 초에는 앞이었다가, 이제는 맨 마지막을 차지한 것이 그 방증이었다.
예능 프로, 라디오 프로그램, 팬 사인회, 해외 무대에도 꾸준히 서면서 점차 저변을 넓혀왔다.
때문에 다른 방송사에서는 이미 1위를 해봤지만,
SBC에서 1위 후보에 오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래원도 편집실에 있다가 이곳까지 뛰쳐온 것이다.
‘꿉꿉한 편집실에만 갇혀있다가 머리도 식히고 좋네.’
3분 30초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렸고,
곧, MC와 전 출연진이 모두 무대 위로 모였다.
– 생방송 SBC 인기K팝. 이번 주 1위의 주인공은 누구일지, 결과 보여주세요!
– 인기 차트와 음원 점수까지 합산한 이번 주 1위는···!
파바바밧——!
폭죽이 터졌다.
– 네에, 브라이트 걸스! 축하드립니다!
네 소녀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멤버들이 돌아가며 한마디씩 했다.
노노카의 한국어가 눈에 띄게 늘어있었다.
“저희 항상 챙겨주시는 박현만 대표님, 곡 써주신 작곡가쌤, 뮤비 이쁘게 찍어주신 감독님,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팬들의 함성 속에서,
노노카와 이나가 차분하게 소감을 먼저 했고,
“저희 넷 매일 꾸며주시는 스타일리스트 쌤들, 우리 매니저 오빠들 감사드리고요!”
두 막내도 마이크 바통을 이어받았다.
“우리 항상 응원해주는 선글라스들! 이 상은 선글라스들이 준 상이라고 생각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리고, 지금 티비로 보고 계실 브라이트 걸스의 부모님 감사합니다! 래원 오빠, 고맙고 사랑해! 다음 달부터 방영하는 SBC 미니시리즈 많이 사랑해주시구요, 저희 브라이트 걸스도 계속 기대해 주세요! 앞으로 더 멋진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난 래미와 브잇걸의 모습을 보면서,
래원은 자신이 상을 받을 때보다 더한 기쁨과 성취감을 느꼈다.
‘래미의 꿈이 곧 나의 꿈이니까···. 축하해, 래미야! 축하해 도래원!’
래원은 대기실로 들어가 래미를 찾았다.
래미가 래원을 발견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왔다.
“오빠아!!”
“축하해, 내 동생!”
다른 멤버들도 다가와 래원에게 인사했다.
“축하해요, 노노카, 이나, 솔라. 다들 수고 많았어요. 최고의 무대였어요.”
브라이트 걸스의 1위가 오늘 처음은 아니었지만,
공중파 중에서도 가장 공신력 있는 SBC 인기K팝 1위는 처음이라 다들 흥분 상태였다.
대기실은 가히 축제 분위기였다.
래원은 래미와 다음 주에 스케줄 없는 날 같이 맛있는 외식을 하기로 약속하고는, 다시 드라마국으로 복귀했다.
당장 내일 1, 2부 내부 시사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제주도 로케이션 사전 답사 이후,
로케이션 매니저와 스케줄러는 제주도 촬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꼼꼼히 준비하고 있었다.
래원이 각별히 신경 쓰는 것도 있었고,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촬영지라는 것 때문에 후반부 프로덕션은 제주도 로케이션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반 사전제작 시스템이다 보니, 1, 2화 방영이 시작되고 나서 제주도 촬영에 돌입하는 것으로 스케줄이 정리됐다.
래원과 유찬도 이 일정에 맞추기 위해 그에 앞선 나머지 촬영을 바쁘게 소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여름 내내 야외 촬영장과 세트장 및 편집실을 오가다가,
내부 시사회가 어언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또한 드라마국 차기 국장 선출이 다음 주로 예정돼 있었고,
더욱이 3주 후에는 제작 발표회,
한 달 뒤에 첫 방까지···.
앞으로 다사다난할 일만 한가득인 래원이었다.
* * *
다음 날,
SBC 신관 홀에 많은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의 내부 시사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투자사를 대표해서 JC푸드의 안주인과 강채령이 자리했고,
“도 감독님, 재밌게 볼게요.”
주연 배우들과 헤드 감독들 및 주요 스텝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객석에 들어섰다.
염탐하러 온 듯한 느낌이 든 것은 착각일까?
이 국장과 그 라인의 문겸 부장, 임장호 PD는 물론이고 하인혁도 사뭇 진지한 얼굴로 장내에 착석했다.
이어서, 래원이 자신의 라인이라고 믿는 김 부국장, 그리고 최지철 부장, 변덕규 PD가 래원의 등을 두드리며 들어섰다.
그들은 홀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책임 프로듀서 황태수를 흘겨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편.
차기 국장 후보인 황태수 부장이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드라마인 만큼,
다음 주 국장 선출을 앞두고,
객석에는 SBC 임원들과 이사회도 자리했더랬다.
배 사장과, 고 부사장, 박 감사 그리고 그 뒤로 줄지어 들어서는 이사진들.
동시에 드라마국 PD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일반적인 내부 시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것 이상의 긴장감이 객석에 감돌기 시작했다.
래원도 이들이 착석하는 것을 목도하자 심장이 제멋대로 쿵쾅대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윤지협 선배 떠나고 내가 원하는 그림대로 재촬영도 했고, 작은 것 하나도 타협하지 않았잖아. 최선을 다했어.’
분명 오늘 시사회에 자신이 있는 래원이었으나,
위압적인 객석의 기세에 가슴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시사회로 황태수 선배의 평판이 달라지겠지. 그게 다음주 국장 선출에 영향을 미칠 거고···. 전생에는 윤지협 선배가 이 악물고 시사회를 치른 덕에, 황태수 선배가 국장이 됐었으니까.’
래원은 시선을 돌려 황태수 선배와 배미란 사장, 그리고 다른 임원진들과 이사진을 훑어보았다.
그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굳은 얼굴로 무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내, 객석의 하우스 조명이 모두 꺼지며
무대 위 스피커를 통해 서스펜스 무드를 가득 풍기는 OST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곧, 스크린이 밝아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