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40
래원이 임현서를 테스트해보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는 게 또 하나의 특이점이었다.
전생에 하인혁의 사람이었던 임현서.
때문에 일단은 임현서를 무한 신뢰하는 척하며 그의 도발을 유도하는 것이, 래원의 전략이자 의도였다.
박은정이 리스트를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브라이트 걸스는 [심덕분]의 ‘덕분이에요’ 채널에 출연시키면 될 것 같아요.”
“예능처럼 그냥 브라이트 걸스 자체로요?”
“그렇죠.”
“넵. 래원 선배님도 그렇게 생각 중이신 듯합니다. [심덕분]이 브잇걸 뮤비 리액션 컨텐츠를 찍고⋯,”
“그게 100만뷰를 찍어서, 브잇걸도 그걸 재밌게 보고, [심덕분]을 만나는 거로요.”
“넵. 그걸로 [심덕분]의 ‘덕분이에요’ 채널이 떡상해서 골드 버튼을 향해 전진하는 개연성까지 연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오! 네네! 그렇게 대본에 반영해볼게요. 나머지 세 팀은요? 연출부에서 생각해두신 거 있으세요?”
“으음, 우선 구민준 배우는 예전에 대학로에서 뮤지컬이나 연극을 꽤 오래 했더라고요.”
“네. 우리 드라마의 전미호나 이재윤이랑 비슷하죠. 도 감독님이 발굴하신 케이스요.”
“그래서, [학식 누나]의 학과 선배나 동아리 선배로 나오면 어떨까 싶어요. 같이 대학로에서 댄스 버스킹하는 거로요.”
“으음, 그것보다는.”
“⋯?”
구민준은 도래원이 B팀 감독으로 참여했던 을 시작으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들이민 배우였다.
래원의 그의 향후 스타성을 전생의 기억에서 떠올리며 오디션으로 발굴했더랬다.
이후 래원의 단막극 연출 입봉작 에도 출연하며 기반을 다진 후,
지금은 내로라하는 브라운관 스타가 되어 있었다.
“구민준 배우를 지금은 남녀노소 모르는 사람 없잖아요.”
“넵. 그렇죠.”
“그걸 극 중에서 굳이 감추지 말고, 아예 캐릭터 설정으로 가져가는 게 어때요?”
“아. 어떤⋯?”
“예를 들면, 구민준이 마스크랑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학식 누나]의 대학로 댄스 버스킹을 계속해서 보고 있는 거예요. 비가 와서 사람들이 다 떠나가는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요.”
“아⋯. 그래서요?”
“결국 마지막 남은 관객으로 박수를 쳐주고, 밥을 사주면서 [학식 누나]의 꿈을 응원해주는 키다리 아저씨 느낌?”
“아. 구민준은 [학식 누나]를 보며 어렵게 대학로에서 활동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건가요?”
“네. 그래서 [학식 누나]와 [급식 동생]의 채널이 떡상하는 계기가 되는 영상까지 구민준이 같이 찍어주는 거로요.”
“골드 버튼을 향한 여정을 도와주는 거네요?”
“그렇죠. 구민준 정도 되는 배우가 카메오로 와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기고 싶달까?”
“넵. 좋습니다. 래원 선배님께도 전할게요.”
“그리고 엄하늘은 [급식 동생]의 학교나 학원 선생님으로 출연하는 거로, 이야기된 거 들으셨죠?”
“넵. 그 부분은 이미 차여름 작가님이 집필 끝나셨다고 연락받았습니다.”
“그러면 류소현 & 류지현 자매가 남았네요?”
“⋯ 당장 오늘 오전에 카메오 출연 픽스가 돼서, 연출부에서는 아직 고민을 못 해봤습니다.”
“저희도요.”
“⋯⋯.”
핑퐁처럼 대화가 오가던 회의실 안에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한편,
회의실 문밖에서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이를 엿듣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도래원이었다.
래원은 편집실에서 죽치고 있다가,
이 회의 시간에 맞춰서 드라마국에 잠깐 올라와 본 것.
임현서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임현서, 생각보다 열심히네. 우리 드라마에 진심인 것 같고⋯. 뭐지? 하인혁이랑은 뭔가 다른 종자인데?’
래원은 일단 임현서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며,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래원] 현서야, 류소현&류지현 자매. 작가 팀에서도 별다른 의견 없으면, [서울 주민]이랑 엮어보자.래원이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자,
회의실 안에서 바로 반응이 나왔다.
“엇! 작가님! 지금 래원 선배님께 연락이 왔는데요, 류 자매 배우 둘은 [서울 주민]이랑 엮어보자 십니다.”
“오⋯. 어떻게요?”
지이잉—
박은정의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임현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래원] 연애 상담해주는 친구들? 후반부에 [서울 주민]이, 동갑 [고필우]랑 띠동갑 연하남 [급식 동생] 양쪽한테 고백받고 혼란스러워하잖아. [임현서] 넵넵! [래원] 그때 류 자매한테 연애 상담을 하는데, 한 명은 “동갑이 갑이다!” 또 하나는 “요새는 연하남이 대세다!” 하는 식으로 다른 의견을 내는 거 재밌지 않겠냐? [임현서] 좋습니다! 그렇게 추진 고고할게요!그리고 회의실 안에서는
다시 임현서와 박은정의 대화가 이어졌다.
임현서가 래원의 메시지에 회신한 대로 회의가 진행되는 것을, 래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투명한 타입이잖아, 임현서? 확실히 하인혁이랑은 달라⋯.’
래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남은 편집을 위해 다시 편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래원의 문자 덕에,
임현서와 박은정의 회의는 숙제를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끝났다.
둘은 활짝 웃으며 회의실 문을 나섰고,
임현서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박은정 작가를 배웅했다.
“조심히 가세요. 대본 작업 파이팅 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여어, 현서야 요즘 얼굴 보기 힘들더라?”
이 목소리는 하인혁이었다.
임현서는 자기도 모르게 잠시 경직되었다가, 예의 해맑은 얼굴로 꾸벅 인사를 했다.
“선배님!”
“너 왜 요새 내가 시키는 거 꼬박꼬박 안 하냐?”
답지 않게 횡설수설하는 임현서.
“아. 그게 좀 바쁘기도 했고, 티를 내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눈치를 채는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하인혁은 그의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그래? 그럼 지금 복사 뜨면 되겠네.”
“넵?”
“너, 5화부터 감감무소식이었잖냐.”
“넵⋯.”
“래원이 편집실 가던데, 지금이 기회 아냐?”
“아⋯.”
“나 캐스팅 미팅하고 올 동안, 밀린 숙제 빨리해서 내 책상 서랍에 넣어둬라.”
“아, 넵⋯!”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더니 그렇게 엘리베이터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하인혁.
임현서는 난처했으나 애써 표정을 감추며 그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처럼 탕비실 안의 복사기 앞으로 무겁게 걸음 했다.
임현서는 복사기의 원고 트레이에 의 5화 이후 연출 노트와 콘티를 넣어두고 복사 버튼을 눌렀다.
각각 2부씩 묶음 복사가 되도록 말이다.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한 잔 타서 테이블에 앉은 임현서.
“하아⋯.”
복사기가 요란한 소리와 열기를 내며 열심히 복사 원고를 내뿜었고,
그것을 지켜보던 임현서도 한숨을 내뿜었다.
삐이———
돌연, 오류 음을 내뱉는 복사기.
“뭐지?”
확인해보니 용지 부족으로 복사기가 멈춘 것이었다.
임현서가 새 용지를 뜯어 복사기에 보충해 넣으려는 찰나,
“어? 현서야 여깄었네? 박은정 작가님이랑 회의는 잘 마쳤고?”
래원이 탕비실에 들어섰고.
임현서의 눈이 500원짜리 동전만큼 커졌다.
게다가 얼굴은 점차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네..네넵! 자..잘 끝났습니다!”
“뭘 복사하고 있었냐?”
래원의 물음에 임현서는 고장 난 로봇마냥 삐걱대더니,
“아, 벼..별 거 아닙니다! 일 보세요, 래원 선배님!”
결국 새로 뜯던 복사 용지를 내팽개치고 그대로 원고 트레이의 연출 노트와 콘티를 챙겨서 줄행랑을 쳤다.
“⋯? 쟤 왜 저래?”
임현서가 뛰쳐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물음표를 띄우는 래원이었다.
커피를 수혈하기 위해 들른 래원은 커피포트를 올린 후,
기다리는 동안 임현서가 내팽개친 복사 용지를 챙겨다가 복사기에 채웠다.
그러자,
위이이잉———
멈췄던 복사기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고
요란한 소리와 열기를 내며 열심히 복사 원고를 내뿜었다.
“!!!!!”
무심코 복사 원고를 확인한 래원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 뭐야, 임현서⋯? 왜 내 연출 노트랑 콘티를 복사한 거지? 그것도 2부씩이나?”
래원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금방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
“이거였구나. 하인혁⋯. 임현서를 나한테 순순히 보내준 이유가?”
이윽고,
래원은 손에 들고 있던 복사본을 구기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인혁, 지금 내가 네 손바닥 안에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틀렸어. 이제는 네가 내 손바닥 안에 있는 거야.”
살리에리의 계획이 산산조각이 나버린 순간이었다.
임현서가 변심할 것도,
도래원이 알아차릴 것도,
예상치 못했던 살리에리였으니까.
하지만.
래원에게도 미심쩍은 지점이 하나 남아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한 임현서는 하인혁과는 다른 종자 같았는데⋯.”
모차르트에게도 임현서의 변심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던 것이다.
임현서의 반전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 * *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 제60회 백상예술대상 ]라고 쓰인 커다란 현수막이 건물 외벽에 붙어서 펄럭였다.
로비 입구에는 기다란 레드 카펫이 깔려있었고 수많은 기자와 시민들이 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민세라 배우님, 배우로서 완벽하게 전향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페르소나 하면서 구설에 많이 오르셨는데, 이렇게 노미네이트 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도래원 감독님, 오늘 수상 얼마나 예상하고 계십니까? 이번에는 연출상 가능성 있을까요?”
“도래원 감독님, 매번 화이트 슈트를 고집하시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함현우, 장모건 배우님 오늘 의상 컨셉이 쌍둥이인가요?”
“두 남자 배우분들 이쪽으로도 친한 포즈 부탁드립니다!”
래원과 민세라, 함현우, 장모건, 그리고 옥영임 작가까지 합세한 팀은 레드 카펫을 통과하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래원은 이제 플래쉬 세례에 많이 익숙해진 덕인지 눈을 뜨기 조차 힘든 상황에도, 여유 있는 미소와 손짓을 잃지 않았다.
드라마 감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이런 쇼맨십 또한 필요한 덕목이었으니까.
지금 래원의 이같은 모습을 실시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는 이가 여럿 있었다.
우선, 배미란 사장.
그녀는 와인을 홀짝이며 브라운관 속 가득 메워진 도래원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고 있었다.
“도 피디는 매번 나를 참 흡족하게 만들어.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나한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건데⋯.”
슬쩍 올라갔던 그녀의 입꼬리가 다시 스윽 내려오며,
일순간 표정이 어두워지는 배미란.
한편,
하인혁 또한 이 생중계를 지켜보며
손에는 임현서에게서 입수한 래원의 콘티와 연출 노트를 검토하고 있었다.
자료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도래원 만의 개성이 있었다.
그 중 하인혁이 가장 놀랐던 것은,
야외 촬영일 때는 콘티를 1개만 짜는 것이 아니라 경우의 수를 2-3가지로 나눠 만일의 상황에 항상 대비했다는 점이었다.
촬영장에는 돌발 상황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특히 세트장과 달리 야외 촬영은 연출부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곤 한다.
“도래원 이 새끼는 이걸 다 자기 계산 안에 넣겠다는 심산인 거야? 매번 이렇게 콘티를 짠다고?”
그랬다.
래원은 외부의 상황 때문에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내기 싫었다.
때문에 항상 최선의 결과를 위해 래원이 택한 방법이, 바로 콘티를 다양하게 짜두는 것이었다.
하인혁은 지금의 이 갈 곳 잃은 질투를 어디로 표출할지 몰라서 브라운관 속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이얀 슈트를 입고 환하게 웃는 도래원을 노려보는 것이, 지금 하인혁이 할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브라운관 속 도래원을 향해
다른 의도로 같은 목적을 그리고 있는 2가지 무리가 있었다.
첫 번째는,
SBC 내부에 배미란과 황태수 라인의 적수들이었다.
박 감사 – 이 (전)국장 – 문겸 부장 라인
그리고,
고 부사장 – 김 부국장 – 차지철 부장 라인
이들이 함께 호프집에 모여 노가리를 까고 있었다.
브라운관 속 도래원을 흘겨보면서 말이다.
두 번째 무리는,
‘JC ENM’ 홍 대표와 ‘다이아샌드’ 이선필 대표였다.
홍 대표의 집무실에서 양주를 따며 점잖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눈길은,
벽면 TV 속의 도래원을 자랑스레 응시하고 있었다.
“도 피디를 어떻게 하면 SBC에서 내쫓을 수 있을까?”
두 무리가 오늘 모인 이유이자,
지금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두 무리의 목적은 같았지만,
그 의도와 이유는 조금 달랐다.
첫 번째 무리의 이유는,
밥그릇 싸움이었다.
한 마디로 배미란-황태수 라인을 경계하기 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