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51
래원이 이제는 너스레를 떨며 황태수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
“어우⋯. 새끼⋯.”
황태수는 이를 기분 좋게 홀짝이며,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래원이 네가 무조건 될 놈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건, 네가 나한테 했던 말 때문이었어. 너 기억하냐? 네가 청춘 런웨이 대본 훔쳐보던 날?”
???
잠시 과거를 더듬던 래원은,
!!!
금방 어렵지 않게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지금 황태수의 머릿속에서도 똑같이 재생되고 있는 그 날의 기억을 말이다.
– 너무 재밌습니다. 특히 기획안에 적힌 연출 의도를 본 순간, 심장이 뛰었습니다!
– 꿈꾸라는 말이 사치처럼 들리는 세상에서, 그래도 끝까지 꿈을 꾸라고 외치고 위로하는 드라마⋯. 외람되지만, 저도 이런 드라마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언론 고시에 계속 떨어져도 제 꿈을 포기 못 했거든요.
이것이 당시 늦깍이 신입PD 도래원의 꿈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도래원은 그 꿈을 차근차근 이뤄오며, 이제 더 커다란 꿈을 보다 넓은 세상에서 새로이 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의 그 열정, 패기, 꿈, 드라마에 대한 진심⋯. 앞으로도 잊지 말아라, 도래원.”
“네, 선배.”
“그것들이 지금의 너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너를 더 크게 키워줄 테니까.”
황태수는 래원의 떡잎을 알아본 그 당시처럼, 지금 상황에서도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래원이 향후 더 큰 인물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죄송하지만, 마감 시간이 다 됐습니다. 저희 10분 후에 마감이에요.”
결국 두 사람은 이모님의 마감 안내를 받고 나서야 족발집 문을 나섰더랬다.
살랑거리는 시원한 가을 밤공기가 그들을 기분좋게 배웅해주었다.
* * *
드라마 이 방영되기 시작한 후,
이와 관계된 사람들에게 일주일은 금요일과 토요일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7화 방영을 하루 앞둔 목요일.
원더빅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실.
끝이라 생각지 마요♪
두려워말아요♬
우리의 또 다른 시작♪
앞날을 찬란히 비출♪
새로운 태양 떠오를 테니♬
래미와 노노카가 꾸리는 보컬 유닛의 듀엣곡 .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곡으로 두 사람은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곡의 난이도가 상당했기 때문에 핸디 마이크를 쓰며, 딱 라이브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만 리듬을 살린 안무를 가미하여 프로듀싱했다.
노노카는 어느덧 익숙해진 한국어로 곡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고,
래미 역시 연기 덕분인지 작년 활동 때보다 한층 더 성숙해진 감정선으로 능숙한 안무와 노래를 선보였다.
똑똑똑—
잠깐의 쉬는 시간.
누군가 연습실 문을 두드렸다.
“얘들아, 쉬니?”
“대표님!”
박현만 대표가 웃으며 연습실 안으로 들어섰다.
“너희 유닛, 앨범 자켓이랑 컨셉 티저 영상이 지금 막 공개됐어.”
“와아!!” “헐!!”
래미와 노노카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와 연예 뉴스 탭 및 각종 SNS는 이미 관련 소식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앗! 내일 카메오 출연도 방금 릴리즈 됐네요?”
“어. 동반 상승효과 보려고 일부러 그렇게 했다.”
“와⋯. 저희 앨범 자켓 또 봐도 진짜 너무너무 잘 나왔어요!
“신경 많이 써 주신 거 알아요, 대표님! 고맙습니다. 저희 열심히 할게요!”
“그래. 연습 너무 무리 말고. 컨디션 조절에 신경 쓸 때인 거 알지?”
“넵!” “네엣!”
래미와 노노카가 투지를 불태우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기대가 많이 된다. 파이팅!”
박현만은 두 소녀에게 응원을 건네며 연습실 문을 나섰다.
내일 밤, 7화에 브라이트 걸스 3인방 래미, 노노카, 솔라가 특별 출연한 후.
모레 새벽으로 넘어가는 자정, 보컬 유닛의 신곡 이 음원 사이트에 공개될 것이다.
지금부터 이틀간은,
그 누구보다 박현만에게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드라마 은 회사에서 처음으로 투자를 넘어서 제작까지 시도한 최초의 작품이었고,
래미와 노노카의 보컬 유닛 또한 새로운 기획이었으니까.
브라이트 걸스는 기존의 아이돌과 다르게 1년간 그룹 활동을 하고, 그다음 1년은 유닛과 개인 활동을 병행하는 사이클을 반복하기로 계획되었다.
이는 걸그룹의 수명을 최대한 길게 연장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이 기획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래미와 노노카의 보컬 유닛.
만약 이 유닛이 실패하면 새로운 기획은 물거품이 되어 즉시 폐기 처분될 것이다.
“일단 오픈 반응은 나쁘지 않아. 하아⋯. 대박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거라 치고, 그래도 중박은 쳐야 할 텐데⋯.”
박현만은 직원들이나 소속 아티스트에게 자신의 초조한 속내를 들키기 싫어서 급히 대표실로 올라갔다.
* * *
이튿날.
대한민국의 아침을 떠들썩하게 달굴 소식 하나가 새로이 떴다.
덕분에 오전부터 JC ENM의 주식은 상한가를 쳤고,
래원의 증권사 어플 화면은 빨갛게 물들어갔다.
‘다이아샌드’를 비롯한 MCN 회사에 대한 관심이 몰리면서,
덩달아 이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도 기사 중에 자주 언급되었다.
“여러모로 호재다.”
래원은 콧노래를 부르며 촬영에 임했다.
드디어 밤 10시.
오늘은 촬영이 딜레이 되느라 불가피하게 7화 본방사수 모니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밤 11시를 넘겨서 겨우 끝난 촬영.
래원은 뒷정리를 하고 나서야 한숨 돌리며 차에 올라탔다.
이제야 휴대폰을 켤 수 있었다.
5분 안에 7화 시청률 결과가 연락 올 거고,
45분 후에는 래미의 보컬 유닛 음원이 공개될 것이다.
아무리 래원이래도 떨리지 않을 수 없는 순간.
래원은 적어도 시청률만큼은 확인해야 마음 편히 운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차 안에 앉아 연락을 기다렸다.
5분이 5시간처럼 느껴지던 가운데,
지이잉——
정적을 뚫고 래원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42화 – 리디북스
단톡방의 메시지였다.
[임현서] 7화 실시간 최고 시청률 16.2% 찍었습니다!래원은 이를 확인한 후에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올랐네.”
구체적인 숫자를 받고 나니 포털 사이트의 드라마 토크톡 채팅방과 커뮤니티 반응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차의 시동을 걸고 출발하기 전, 잠시 모니터 시간을 갖기로 했다.
ㄴ 브잇걸 카메오 자연스럽게 잘 소화했다ㅋㅋ
ㄴ 진짜로 심덕분이라는 유튜버가 있고, 실제 브잇걸 만난 거 같은 텐션임ㅎ
ㄴㄴ 그니깐ㅋㅋ 케미 미쳤음
ㄴ 이나없이 3명이니까 뭔가 아쉽네⋯.
ㄴㄴ 브잇걸은 4명이 완전체!
ㄴ 노노카는 연기하니까 한국어 어눌한 거 티나네ㅠㅠ
ㄴㄴ 그러게 이제 노래할 땐 티 안나는데ㅠㅠ
ㄴ 노노카&래미 보컬 유닛 기대+_+
ㄴㄴ ㅇㅇ 곧 음원 공개되잖아 듣고 자야지
ㄴ 처음에는 예능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닌 것이 이질감 쩔었는데 완전 익숙해져버림ㅋㅋ
ㄴ 이 드라마 배우들도 너무 좋고 작감도 너무 좋아
ㄴ 미쳤다! 심덕분 나올 때마다 색감 연출에 감탄함
ㄴㄴ 222 육성으로 소리 질렀잖아 ㅋㅋ 감독이랑 촬감 칭찬해!
ㄴㄴ 333 집이나 동네에서 엄마로 불릴 때는 톤 다운된 그레이 빛 색감이라 보는 나도 마음이 무거웠음ㅠㅠ
ㄴㄴ 444 유튜버 할 때마다 화면 채도 높아지는 연출 짜릿해! 최고야!
“하하. 고맙습니다.”
래원은 얼굴도,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이들이 모여서 자기가 만든 드라마를 가지고 이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음이 새삼스럽게 신기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드라마 감독에게 이처럼 연출 의도를 시청자들이 간파해주는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다.
시청자들과 직접 만나는 배우들과 달리 드라마에서 연출은 있는 듯 없어야 하고, 없는 듯 있어야 하는 존재였으니까.
마치 뒤에서 조용히 착한 일을 했는데 사람들이 그걸 용케 발견해주고 칭찬을 퍼부어주는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시청자들의 반응 속에서 자존감을 충전하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덧 자정이 되었다.
실실 웃던 래원의 얼굴이 금세 진지해졌고, 급하게 음원 사이트에 접속했다.
[new!] 노노카 & 래미 – New Dream기다리던 신곡이 공개됐다.
앨범 재킷 속 래미는 어느새 성숙한 여인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래원은 래미에게 일부러 보컬 유닛에 대해 묻지 않았더랬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온전히 팬의 입장에서 반응하고 싶어서였다.
“들어볼까?”
래원은 재생 버튼을 누르고 무한 반복 설정을 했다.
부우우우우웅——
그리고 비로소 차의 시동을 걸어 촬영장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촬영이 끝나고 차에 탄지 약 50분 만의 일이었다.
래원의 차는 곧 한산한 올림픽대로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 밤에 드라이브하며 듣기 딱 좋은 곡이었다.
미디움 템포가 자정의 감성을 자극했고,
노노카의 리드미컬한 보컬과 래미의 청아한 음색이 제법 조화로웠다.
또한 노노카는 어릴 때부터 트레이닝을 받아온 덕인지 고음에 강했고,
반면 래미는 연기 경험 탓인지 감정선을 잘 살리는 것에 강점이 있었다.
남다른 유년 시절을 보낸 것 역시 가수로서, 배우로서 자산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래원에게 래미는 여느 남매의 동생 그 이상이었다.
이럴 때는 자식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박현만 대표가 사람 볼 줄 아네. 멤버 구성을 아주 잘했어.”
반복해서 들으면 들을수록 완성도가 높은 곡이었다.
박현만 대표가 이번 보컬 유닛 프로젝트에 신경을 많이 쓴 게 느껴졌다.
“최소 중박이다. 느낌이 왔어.”
실시간 음원 순위도 점차 오르고 있었기에
래원은 자신의 일처럼 뿌듯하고 기뻤다.
이튿날 아침 5시.
아침보다 새벽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시각.
띠디디디— 띠디디디— 띠디디디—
알람 소리에 신경질을 내는 래원.
“아우 씨⋯.”
알람을 이 시각에 맞춰놓은 지난 밤의 자신을 저주하며 눈을 비볐다.
어제 촬영장에서의 강행군을 생각하면 4시간 남짓한 수면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래원은 물 한잔을 마시고 휴대폰을 들었다.
7화의 닐슨 코리아 공식 집계 시청률은 수도권 16.5%, 전국 16.1%로 어제 봤던 실시간 시청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각종 음원 사이트를 돌며 음원 순위를 확인했다.
1위, 1위, 1위, 1위, 1위⋯.
“전부 다 1위야!!!”
잠긴 목소리로 쾌재를 부르고는, 이를 하나하나 캡처해서 래미에게 보내어 축하 메시지를 남긴 래원.
“으아, 완전 좋은 아침이다!”
어느덧 잠이 싹 달아나버렸고 래원은 SBC로 이른 출근길에 나섰다.
래원에게 당분간 주말은 없었으니까.
“오늘 내가 다 뿌숴주겠어, 편집!”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하루였다.
밤 10시.
어김없이 8화가 방영됐다.
전체 16부 중, 분기점에 해당하는 절반이 방송되면서 극 중 스토리도 한껏 무르익었다.
오늘 8화에서는 ‘골드 버튼’을 향해 경쟁하는 3팀의 ‘실버 버튼’ 유투버, [고필우]와 [서울 주민], [급식 누나 & 학식 동생] 그리고 초보 유튜버 [심덕분]의 드라마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던 [고필우]는 [서울 주민]을 만나며, 남들 연애에는 척척이면서 정작 자신의 연애에는 서툰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서울 주민]은 ‘투자는 인문학.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 중요.’ 라는 모토로 채널을 운영해왔으나,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것을 등한시 해왔음을 깨닫는다.한편. [급식 누나]는 자신의 꿈을 향해,
[학식 동생]은 자신의 사랑을 향해 순수한 열정을 불태운다. [심덕분]은 유튜버로 제2의 인생을 구가하는 동안 구독자 수나 버튼에 연연하지 않고 진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재미에 푹 빠진다.방송 직후, 래원이 연락받은 오늘의 실시간 시청률은 17.3%였다.
“차근차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네. 좋아.”
* * *
이제 완연한 가을이었다.
파릇했던 풍경이 색색의 단풍으로 물들었고,
길거리 사람들은 긴 팔과 긴바지 차림이 됐다.
반 사전제작으로 시작한 드라마 .
방영 기간은 아직 한 달이 더 남았지만,
촬영은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
마지막 16화에서는
결국 골드 버튼을 따낸 인물들과,
골드 버튼은 못 따냈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것을 얻게 된 인물들을 보여주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컷! ⋯ 오케이!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들 몇 달 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요!”
래원의 마지막 컷 소리에,
실내 세트장 내의 모두가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짝짝짝——
그러다 돌연.
세트장의 조명이 전부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