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50
5화 첫 장면은,
비가 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대학로에서 댄스 버스킹을 하는 [학식 누나]의 모습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유일한 관객으로 남아있는 한 사내.
시청자들은 그의 정체가 슈퍼스타 ‘구민준’이라는 것을 지난 4화 엔딩을 통해 기억하고 있기에 흥미진진하게 [학식 누나]의 반응을 살핀다.
구민준은 [학식 누나]의 열정적인 춤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대학로에서 어렵게 활동했던 그의 과거를 말이다.
이윽고, [학식 누나]의 댄스 버스킹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그치고.
말간 무지개를 배경으로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이내 사내가 얼굴을 가린 커다란 모자와 마스크를 벗자, 비로소 [학식 누나]는 그가 누군지 알아본다.
슈퍼 스타 구민준.
ㄴ 와 지금 눈웃음 봤음? 쓰러진다 쓰러져!
ㄴ 무지개 저거 CG야? 죽인다! 넘 예뻐!
ㄴ 넘나 스윗한 것ㅋㅋ
ㄴ 구민준이랑 이나. 고목 앞에 매미 같당ㅎㅎ 키 차이 설렌당ㅎㅎ
“배고픈데 같이 밥 먹을래요? 뭐 좋아하세요?”
구민준의 물음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눈만 깜박이는 [학식 누나]다.
평소의 무대뽀 같은 성격은 어디로 가고 낯을 가리는 그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눈앞에 슈퍼 스타 구민준이 서 있었으니까.
이후 구민준은 [학식 누나]의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며,
서로의 팬으로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돕는 두 사람의 우정이 그려졌다.
[학식 누나]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재즈 댄스에 매진했으며,그녀와 동생의 유튜브 구독자 수도 나날이 늘어나게 된다.
구민준의 저력이 십분 발휘된 덕분에 5화 시청률은 무려 15%를 돌파했더랬다.
이튿날. 6화에서는 류소현과 류지현 자매가 짧게 특별 출연하여,
[서울 주민]의 오랜 친구로 분했다.연애 상담을 해주는 그들의 케미에 시청자들 반응도 쏠쏠했다.
6화 시청률도 소폭 올라서
닐슨 코리아 집계로
수도권 15.9%
전국 15.5%를 찍으며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6화까지 본 네티즌의 반응은 점차 우호적인 스탠스로 돌아서고 있었다.
ㄴ 예능+드라마 짜릿해! 새로워!
ㄴ 이런 모험 정신 칭찬해!
ㄴ 안주하지 않는 감독 정신 좋당
ㄴ 역시 에미상 아무나 타는 거 아니네ㅎㅎ
ㄴ 와 이거 점점 더 흥미진진인데?
ㄴ 담주까지 어떻게 기다림?ㅠㅠ
ㄴ 누가 후반부로 갈수록 용두사미 된다에 뭐 건다고 하지 않았냐? 그 새끼 어디 갔음?
ㄴ 자막도 넘 신선하고 존잼임ㅋㅋ
ㄴ 화면 색감이나 연출도 때론 영화 같고, 때론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같고 신선하다>_<
ㄴㄴ ㅇㄱㄹㅇ 골며 든다 골며들어⋯!
한편,
황태수 국장은 이를 한 줄도 빠짐없이 전부 모니터하며 더욱더 속마음이 복잡해졌다.
황태수는 다음 주 ‘서울 드라마 페스티벌’에서 드라마 를 놓고 벌어질 일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으니까.
* * *
“이모님, 저희 불족세트 2인분이랑 소주 2병이요.”
[족과의 동침]여의도 래원의 최애 단골집.
이곳에 오늘은 황태수와 함께 들어서 구석에 자리를 잡는 래원이었다.
“선배랑 저랑 여기 오는 건 처음이죠?”
황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는 같이 겸상조차 안 하던 사이였고,
이번 생에는 굳이 래원이 밥을 산 적이 없었던 터였다.
보통은 매번 황태수가 래원에게 맛있는 걸 사줬으니까.
쪼르르르——
어쩐 일인지 소주잔을 채우는 두 사람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며칠 전, 드라마 의 감독판 DVD 2차 발매분까지 완판됐고,
지난주에는 에미상을 타왔으며,
바로 어제는 ‘서울 드라마 페스티벌’에서 4개의 트로피를 따내는 쾌사를 이뤘음에도 말이다.
“작가상, 여자배우상, 남자배우상 2개. 이렇게 주면서 어떻게 감독상을 빼고 줘? 너무 속 보이는 거 아니냐?”
황태수가 답답한 듯이 말했고,
래원은 그저 씨익 웃을 뿐이었다.
“대신 에미상 트로피 따왔잖아요.”
그리고는 상자가 담긴 쇼핑백 하나를 스윽 황태수 앞에 내미는 래원.
“이게 뭐냐?”
“열어보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선배가 간직하시는 게 맞겠다 싶어서요.”
황태수는 물음표를 띄우고는 상자를 열어보았고,
내용물을 확인하자마자 그의 머릿속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도래원! 이걸 왜 나한테 줘?”
상자 안에 든 것은,
다름 아닌 에미상 트로피였다.
“이번 트로피는 선배 거라고 생각해요.”
국제 3대 TV 시상식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에미상’의 위상은 각별했다.
TV계의 아카데미 상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으니까.
“이게 왜 내 거냐?”
“그간 저에게 주신 기회들, 믿음들. 그거 아니었으면 저 제 뜻대로 드라마 못 찍었어요. 제가 선배 어깨 밟고 올라가서 따온 트로피라고요.”
“⋯ 새끼. 네가 이렇게 나오면 내가 더 미안해지잖냐!”
황태수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상자를 옆으로 밀어두더니 소주를 다시 채워서 원샷으로 넘겨버렸다.
“천천히 같이 마셔요, 선배.”
“하아⋯.”
래원을 물끄러미 보는 황태수.
“왜요? 하실 말씀 있으세요?”
“어제 서울 드라마 페스티벌.”
“네.”
“그거 감독상만 왜 쏙 빼놓고 준 거 같냐?”
“너무 몰아주면 말 나오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우리나라 시상식 나눠 먹기인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요.”
“그것도 맞는데⋯.”
황태수가 이번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 김 부국장이랑 이 (전)국장이 손을 쓴 것 같다. 어쩌면 지철이 형도 연관 돼 있는 거 같고.”
“⋯ 네에? 설마요?”
그러고 보니 이번 심사위원 중에는 과거 이 (전)국장을 밀어주고 끌어주고 선배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이 SBC를 나가면서 이 (전)국장은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됐지만, 이렇게 방송국 밖에서도 그 라인은 힘을 쓸 수 있었나 보다.
게다가 서울대 출신인 최지철의 선배들도 심사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더랬다.
물론 이 모든 게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래원의 미수상 결과까지 연결시켜본다면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닐 가능성이 더 컸다.
“내가 미안하다. 내가 국장 되면서 그 형들을 너무 자극한 것 같아. 그 불똥이 괜히 너한테 튀고 있어.”
“전 괜찮아요. 상관없어요. 에미상 탔으면 됐죠, 뭐! 서울 드라마 페스티벌은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 거고요.”
그때, 주문했던 불족세트가 나왔다.
래원과 황태수는 젓가락을 들고서 이야기를 마저 이었다.
“문제는 이번 건은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거야.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
“앞으로 너를 향한 공작이 이보다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수그러들진 않을 거다.”
“아⋯.”
“대놓고 노골적인 짓도 서슴지 않을 사람들이잖냐.”
“······.”
“그래서 말인데, 래원아.”
“네, 선배.”
젓가락을 내려놓고 잠시 뜸을 들이는 황태수.
“너. SBC에서 나가는 거 어떠냐?”
이에 래원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는 가까운 미래에 자신이 하게 될 말이었다.
이 말을 황태수의 입에서 먼저 들을 줄이야!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41화 – 리디북스
“선배⋯?”
“뭘 놀라고 그러냐⋯. 그럼 평생 SBC에 뼈 묻으려고 그랬어?”
황태수 선배의 말에 래원은 말없이 소주잔을 비웠다.
“래원이 너야 CP나 국장 같은 감투 놀음에 관심 있는 놈도 아니고, 그저 드라마 만들기에 전부를 건 놈이잖냐.”
이에 래원이 무언의 긍정을 보냈고,
“지금까지는 래원이 네 뜻대로 잘만 해오던 그 ‘드라마 만들기’가 앞으로는 절대 호락호락하게 되지가 않을 거다.”
“⋯?”
“이제 너는 SBC에서 너무 튀는 존재가 되어 버렸거든.”
더는 보호색으로는 감춰지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이제부터 네 주위에 하이에나들이 득실득실할 테니 각오해야 할 거야.”
“하이에나요?”
“눈에 불을 켜고 네게 달려들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는 새끼들⋯.”
래원도 그 말뜻을 모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하인혁 같은 새끼들이 잔뜩 몰려들 거라는 뜻.
생각만 해도 피곤했다.
“이제 나랑 배 사장님의 비호도 소용없을 거다. 어제 서울 드라마 페스티벌에서 증명됐잖냐. 다들 너만 잘 되는 꼴은 더이상 못보겠다는 뜻이지. 죽기 살기로 달려들겠다는 심산이야.”
래원은 이제야 황태수 선배가 SBC를 나가는 게 어떻냐고 물어온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동시에 이 말을 래원에게 내뱉기까지 황태수가 얼마나 고심했을지도 알 듯했다.
그의 얼굴이 푸석푸석한 것이 며칠 잠을 못 잔 듯 보였으니까.
어느새 소주 2병을 모두 비운 래원과 황태수.
“이모님, 저희 소주 1병 더요!”
“아니, 2병 주세요!”
2병을 달라고 추가해서 외친 것은 래원이었다.
래원은 먼저 물밑에서 이직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황태수의 입에서 나가라는 말을 들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두 사람 모두 오늘 이 족발집을 제정신으로 걸어나가기는 이미 글러 먹은 듯 했다.
테이블 위에 빈 소주병이 늘어갈수록 황태수의 혀도 꼬여갔다.
“래원이 너는 이 썩어빠진 우물에서 탈출해라아. 나 지금 진심이야아.”
“그렇게 절 내쫓으셔야 속이 시원하시겠어요?”
“나가서 더 넓은 세상에서 네 뜻 펼치라고오⋯!”
이에 대답 대신 소주잔을 비우는 래원.
황태수가 또박또박 발음하려 애쓰며 말을 이었다.
“프리 선언을 하더라도 편당 개런티 합치면 지금 연봉보다 더 많이 받을 거고, 다른 방송국에 간대도 연봉은 부르는 게 값일 거다. 다들 널 모셔가려고 혈안일테니⋯.”
“선배⋯.”
“배 사장님이 섭섭하게 생각하겠지만, 그분은 내가 알아서 설득할게.”
지금 이 순간, 배미란 사장의 여장부다운 호통 소리가 황태수의 귓가에 울리는 듯했으나,
그것은 황태수가 넘어야 할 산이었다.
래원에게 그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너는 잘 마무리하고, 몸값 높여서 네 뜻 펼칠 수 있는 곳을 찾아봐.”
황태수는 SBC에 입사한 이래로 지금껏 단 한 번도 배미란의 심기를 거스른 적 없었다.
때문에 이번이 그 처음이자 마지막일 각오가 되어 있는 황태수였고,
래원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다.
“그럼 선배, 이건 선배가 꼭 받아주셔야겠네요.”
아까 황태수가 옆으로 치워둔 에미상 트로피 상자.
래원이 이를 다시 쇼핑백에 넣어 황태수에게 내밀었지만,
“야, 이 트로피가 지금 이 대화랑 뭔 상관이야. 집어넣어라.”
황태수가 손에 힘을 주어 건너편의 래원 쪽으로 재차 되돌려주었다.
하지만 래원은 이 트로피를 다시 가져갈 마음이 전혀 없었다.
“제 마음 편해지자고 드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꼭 받아주셔야 해요, 선배.”
래원의 단호한 목소리와 눈빛.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기에, 황태수는 결국 트로피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트로피가 무슨 소용이겠냐⋯. 도래원 네가 내 인생의 트로피인데⋯.”
“⋯그럼 더더욱 가져가셔야죠.”
“⋯?”
“제가 SBC 나가면⋯ 가끔 혼낼 사람도 없어지는 거고, 시원하게 다른 선배들 욕지거리 퍼부을 사람도 없어지는 거니까. 이걸 저라고 생각해주세요.”
“짜식⋯. 내가 언제 너를 혼냈다고 그래? 웃기네 새끼⋯.”
“속으로는 수십, 수백 번쯤 혼내셨을걸요? 맞잖아요?”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른 래원.
그리고 잔뜩 취해버린 황태수.
“야! 내가 국장씩이나 돼서 어! 너한테 할 말 있으면 직접 전화하거나 불러내면 되지⋯. 씨이⋯. 너 퇴사한다고 내 연락 안 받을 거야?”
“어우. 설마요. 그랬다가는 큰일 나죠.”
“알면 됐다, 새끼⋯.”
“이번 생에도 제가 선배보다 먼저 퇴사하네요⋯.”
“뭐라고?”
“아, 아니에요. 저도 취했나 보네요. 헛소리가 막 튀어나와⋯.”
“야, 너는 나가도 내 사람이야. 잊지 말아라. 도래원.”
“네. 선배.”
“내가 허락해주니까 나갈 수 있는 거라고오오!”
“그렇죠.”
“너어는, 입사 첫날부터 내가 딱! 찍었거든.”
“아⋯. 거짓말인 거 알지만 오늘만큼은 속아드릴게요.”
“야! 진짜야. 너 그때 내 얼굴도 모르는 새끼가 시키지도 않은 내 담배, 에쎄 수 골라왔던 거 내가 똑똑히 기억한다니까?”
“하하하. 선배 생각보다 쉬운 분이셨네요? 담배 하나로!”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인마! 그날부터 청포도 껌도 매번 안 떨어지게 챙겨놓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암튼 넌 내가 발굴해 낸 놈이라는 거, 잊지 말란 말이야.”
이제는 거의 술주정이 되어버린 황태수의 읊조림.
“새끼가⋯. 어? 선배가, 국장님이 말씀하시는데 웃어? 어?”
래원은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킥킥킥 웃어젖혔다.
이 정도로 취한 황태수는 전생과 이생을 통틀어 처음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뭐냐, 내 마지막 연출작. 청춘 런웨이!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인마⋯. 그때 엄하늘이 캐스팅해낸 것도 결국 너였잖냐. 난 다아! 알고 있었어. 갓 들어온 막내 조연출 주제에, 어! 탑배우를 캐스팅하고 말이야!”
“제가 좀 떡잎부터 유능하긴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