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64
“래미야, 우리 마지막에 몬테카를로 갔다가 오스트리아 빈을 갈 게 아니라 스페인 가보자.”
“스페인? 좋아! 안 그래도 이나 언니가 바르셀로나 꼭 들러서 가우디 투어 꼭 하랬어. 엄청 볼 게 많나 봐!”
“그래, 그러자.”
그동안 드라마 한편 한편을 거치면서 래원의 인생관과 사고방식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드라마 작업은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거대한 무형의 산물을 남기기 때문.
물론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변화가 대부분이었다.
래원의 인생이 지금처럼 풍요로워진 것이 그 방증이었다.
‘그래. 드라마를 만든다는 건, 매번 내 인생의 바꿀 수 없는 한 챕터를 만드는 거지.’
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시청자의 인생에도 잊지 못할 한 챕터를 남겨주기도 한다.
이를 모르지 않는 래원이기에 이번 휴가 역시 마냥 쉴 수만은 없었다.
지금의 이 시간 또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드라마 작업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 두 작업에 대한 영감을 받는 시간으로 삼았다.
* * *
어느새 런던의 일정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고,
다음 여행지인 파리에 도착한 래원과 래미.
스미스를 따라간 첫 번째 파리 일정은 ‘스튜디오 까날 쁠뤼(Canel +) 방문이었다.
“(어서 오세요. 도래원 감독님. 기다렸습니다. 여기까지 오시는 데 불편한 건 없으셨나요?)”
다리오 소렌티노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래원을 마중 나왔다.
작년 몬테까를로 페스티벌에서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얼굴이 되어버린 그.
살이 빠진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기에 실례가 되지 않게 돌려 묻자,
“(그동안 일이 많았습니다. 올해 저희 스튜디오의 모토가 ‘다양성’ 이라서요. 해외 아티스트와 연계한 작업을 많이 진행 중이거든요.)”
라고 답하며 허허허 웃는 다리오.
일벌레는 일벌레를 알아보는 법이다.
래원은 한 눈에 그에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래원의 예상대로, 다리오는 앉자마자 다른 잡담 없이 곧바로 일 이야기에 돌입했다.
“(와 . 감독님께서 어떤 원작 소설을 택하시든, 저희는 감독님께서 원하는 문화권의 스텝과 배우들을 꾸려드릴 수 있습니다. 몬테까를로에서 뵈었을 때 드렸던 말씀처럼요.)”
“감사합니다. 저 역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신중하게 고민 중입니다.”
경험이 많은 스미스의 통역 덕에,
래원과 다리오의 대화는 한국어와 불어를 오가면서도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다만, 본부장님. 제작 조건을 알면 더 수월하게 선택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하. 안그래도 오늘 계약 앞서서 감독님께 구체적인 지원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고 모셨습니다.)”
래원은 여유 있는 미소를 띠며 다리오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럼 지금부터 감독님 드라마에 들어갈 예산의 규모나, 어떤 급의 배우 및 스텝들로 팀을 꾸릴지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55화 – 리디북스
다리오가 말한 지원 조건은 실로 놀라웠다.
“(당연하게도 감독님께서 어떤 원작을 택하시느냐에 따라 예산 편성이나 캐스팅은 달라집니다만, 그래도 일단 버짓은 편당 50억 내외로 잡고 있습니다. 전체 10화 내외로 생각 중이고요.)”
제작비가 대략 500억이라는 소리다.
래원은 하마터면 기함할 뻔했지만 터져 나오려는 탄성을 애써 삼키고는 잠자코 다리오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캐스팅. 여배우는 이미 접촉 중인 배우들이 있습니다. ‘에바 베이지’, ‘소피 안젤라’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래원의 눈이 더욱더 휘둥그레졌다.
래원이 아는 몇 안 되는 영미권 여배우 2명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래미의 롤모델이었으니까.
“에바 베이지···? 소피 안젤라요···?”
옆에서 래미가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래미는 그녀들이 쓰는 향수만 고집해서 쓸 정도로 팬이었다.
예고 시절부터 그들처럼 외유내강, 팔색조의 매력과 능력을 갖춘 배우가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더랬다.
특히 ‘에바 베이지’는 영화 본드걸로 유명세를 탄 이후 영미권 밖에서도 인기몰이 중이었다.
그런 배우가 래원의 작품에 출연할지도 모른다고?
래원처럼 무덤덤한 것보다 래미처럼 놀라는 반응이 당연한 것이었다.
래원은 사실 해외 배우를 잘 몰랐다.
전생에서는 외국 배우를 알아야 할 이유도 없었고, 관심 가질 여유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다리오는 놀란 래미가 진정하려 커피를 들이켜는 것을 귀엽다는 듯 보다가 마저 설명을 이었다.
“(아무래도 보다는 가 여배우 중심이다 보니, 라 파시온 시에가를 택하실 경우 둘 다 캐스팅 가능한 상황입니다. 에바 페이지를 여주로, 소피 안젤라를 서브 여주로요.)”
래미는 이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휙 돌려 래원을 보았다. 무언의 압박을 주듯 말이다.
하지만 래원은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닥터 올리버를 택할 경우는요?”
“(소피 안젤라는 힘들 것 같고요. 에바 페이지는 여주로 캐스팅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는 여주의 비중이 의 서브 여주와 비슷했다.
때문에 소피 안젤라의 입장이 이해되는 바였고, 반대로 ‘에바 페이지’가 캐스팅 가능하다는 것이 오히려 의아한 래원이었다.
“에바 페이지 정도 되는 배우가 가능하다고요? 정말요?”
“(네, 사실···. 에바가 이건 말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다리오는 에바 페이지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어 보였다.
“(도 감독님 작품을 알고 있더라고요. , 가 밴프 로키 상이나 몬테카를로 님프 상, 에미상 받을 때 관심 있게 지켜본 모양이더라고요.)”
래원은 속으로는 기분이 날아갈 듯했지만, 그저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전생에도 에바 페이지는 다양한 장르, 영미권과 유럽권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작업을 했었더랬다.
하지만 동양권 감독이랑 작업했다는 소리는 들은 바 없었다.
이것이 래원이 지금 흥분하고 있는 이유였다.
전생과 이번 생은 다를 테니까.
“(남자 주인공은 오히려 선택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원작이 구체적으로 정해지는 거 봐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거 같고요. 말씀드린 여배우 두 명보다 더 상위급으로 섭외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스텝들은 영국계 분들로 꾸려주셨으면 합니다.”
영국인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과 호기심 때문에 이 같은 요구를 한 것만은 아니었다.
영국은 대문호를 다수 배출한 나라다.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제인 오스틴, 버지니아 울프 등등.
그리고 래원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를 찍을 것이니, 스텝들의 문학적 소양 또한 높기를 바랐다.
물론 영국인들이 평균적으로 문학적 소양이 높다는 것은 선입견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문학 시험을 보고 스텝들을 꾸릴 수는 없으니, 래원이 할 수 있는 것은 평균의 힘을 믿어보는 것뿐이었다.
“(네, 그 부분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영국인 스텝들 중에 도래원 감독님과 잘 맞을 것 같은 사람들, 해외 감독과 작업 경험이 있는 분들을 추려서 리스트업 해두겠습니다. 원작을 결정하신 후에 같이 팀을 꾸려보죠.)”
설명을 끝낸 다리오가 래원을 보며 빙긋 웃으며, 계약서를 꺼내 내밀었다.
계약서는 프랑스어와 한국어 그리고 영어까지 3개의 언어로 적혀 있어서 분량이 상당했다.
일전에 메일로 받아보아서 이미 검토를 끝낸 계약서였기에 래원은 확인차 간단하게만 훑어본 후, 서명을 그었다.
한 부는 다리오가, 한 부는 래원이 챙기는 것으로, 계약이 깔끔하게 성사됐다.
두 사람은 힘차게 악수를 나누었다.
“(조지 호킨스 선생님과의 만남은 어떠셨습니까?)”
래원은 그와 잘 통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그의 작가적 철학과 래원의 드라마에 대한 가치관이 궤를 같이한다는 것 등등을 말이다.
“(유익한 시간이었다니 다행입니다. 작가님도 만나보실래요?)”
“기회가 된다면 감사한 일이죠. 안 그래도 소설 분위기를 실제로 느껴보려고 일정을 바꿔서 바르셀로나에도 들를 참이었거든요.”
다리오는 래원의 바르셀로나 일정을 묻고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네, 연락해뒀습니다. 스미스 통해서 바르셀로나 일정 중에 작가님도 만나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적극적으로 주선해주었다.
선택에 도움을 주려는 것 같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다리오가 스페인계 프랑스인이라 나서는 것도 있는 듯했다.
“(조지 호킨스 선생님과는 전혀 다른 결의 작가님이신데, 만나보시면 도 감독님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래원의 느낌에 불과했지만 다리오는 에 관심을 더 가져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이것이 맞다면, 다리오의 의도가 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로 기울었던 래원의 마음속 양팔 저울이 지금은 거의 수평을 찾아가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에바 그린과 소피 안젤라 모두와 작업할 기회라니···.’
행복한 고민에 빠진 래원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다리오가 말을 더 보탰다.
“(그분은 매 작품 굉장히 상업적이고 기획적으로 접근하는 분이시거든요. 그간 도 감독님 작품 스타일은 상업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상업성이 얻어걸린’ 케이스가 대부분이었잖습니까?)”
정확한 분석이었다.
그만큼 다리오는 래원에게 관심이 많았다.
“(저는 그래서 도 감독 작품이 좋았습니다. 어쨌든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취향과 철학을 가지신 분이라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더 멀리, 더 높게 뻗어나가시려면··· 도 감독님과 비슷한 관점의 작가님보다는 조금은 색다른 관점의 분과 만나보시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일리 있는 말이었기에 래원은 흔쾌히 대답을 건넸고, 다리오의 비서가 다음 스케줄을 안내하는 것으로 오늘 두 사람의 만남은 끝이 났다.
“(파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스미스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즐기시고, 저랑은 파리 일정 마지막 날 식사 한번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래원은 까날 쁠뤼 본사 건물을 나서며 1월의 파리와 다시 마주했다.
우리나라의 초가을 날씨 같은 기분 좋은 선선함.
“일찍 오길 잘했다.”
“그러게. 오빠 얼굴도 좋아 보이고, 날씨도 좋다! 헤헤.”
남매가 맨 처음에 짰던 일정에서 런던 다음은 파리가 아니었으나, 호텔 부킹 문제와 다리오와의 미팅 건으로 파리 스케줄을 앞당겼더랬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래원에게 가장 중요한 일정인 까넬 플뤼와의 계약을 잘 마친 후에, 이제 남매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나머지 여행에 임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래원은 마들렌느 거리의 유명한 달팽이 요릿집을 찾아가 점심을 먹은 후,
그곳에서부터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까지 걸었더랬다.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 편했다.
로케이션 촬영 때가 떠올랐다.
벌써 3년도 더 지난 기억.
당시 드라마의 첫 장면, [현수]가 [이소이]의 소매치기범을 잡아 주는 씬을 여기서 찍었더랬다.
“그때는 20대였는데⋯.”
촬영이 강행군이라도 힘든 줄 몰랐던 때였다.
“오빠 일 생각 그만! 멈춰!”
래미가 래원의 생각을 읽었는지, 래원의 팔을 잡아끌며 길거리의 로드샵과 카페 곳곳을 데리고 돌아다녔다.
밤에는 에펠탑을 보러 갔더랬다.
촬영이 아니라 관광으로 보러 온 파리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미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방사형으로 쭉 뻗어있는 거리는 편리하기도 했다.
다음 날은 루브르 박물관, 그다음 날은 오르세 미술관을 관람하고, 마지막 날에 다리오와 파리 시내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까지.
알차게 파리 여행을 마친 래원의 일행은 스위스로 향했다.
“이나 언니! 나 오빠랑 스위스 왔어!”
래미는 도착하자마자 이나와 영상 통화를 했다.
이나는 어머니가 스위스인이라 스위스의 맛집을 많이 알고 있었다.
덕분에 취리히, 베른, 루체른 등의 도시를 짧게 구경하고 융프라우를 거쳐 스위스를 여행하는 동안 식당마다 실패가 없었다.
유명한 맛집이 없는 스위스였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곳으로 다닐 수 있었다.
스위스에서는 짧고 굵은 시간을 보내고,
이탈리아 로마와 바티칸에서 이틀을 보낸 후,
래원의 일행은 피렌체로 향했다.
래미가 주도적으로 미리 봐둔 산타마리아노벨라 본점 매장을 찾았다.
래미는 이곳 향수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때문에 자신이 쓰던 향수를 사면서,
“오빠, 하나 골라봐. 선물해줄게. 성공한 드라마 감독한테는 시그니처 향수가 필요해.”
래미가 등을 떠밀자 래원은 직원의 도움을 받아 래미와 함께 이것저것 시향해보다가, 하나를 골랐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우디’.
탑노트의 베르가못 향을 시작으로 시크하고 차분하게 가라앉는 우디향으로 마무리되는 향수였다.
“오빠한테 딱 이다! 시크한 비누 향이랄까? 오빠가 촬영장에서 보여주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딱 이야!”
래원이 고른 향수가 마음에 들었는지 신나게 계산을 하고 선물 포장까지 맡기는 래미.
“곧 오빠 생일이잖아. 생일 축하해 도래원!”
하여간 매년 생일만큼은 확실하게 챙기는 래미였다.
그렇게 산타마리아노벨라 매장을 나온 래원은 문득 예정에 없던 장소 하나가 생각났다. 피렌체에 왔으면 꼭 들러야만 하는 곳.
“래미야, 근처에 갈 데가 있어.”
다름 아닌 보욜라의 가죽 매장이었다.
세르지오 보욜라 선생님이 타계하신 후,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들어가 보니, 세르지오의 아들이자 5대 보욜라로 보이는 한 장년의 신사가 래원의 일행을 반겨주었다.
보욜라 매장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빈자리를 느낄 수 없을 만큼.
그것은 그가 일궈놓은 가게의 전통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도래원 감독님⋯? 맞으시죠?!)”
아까부터 래원을 유심히 살펴보던 5대 보욜라가 생각이 났다는 듯 무릎을 치며 래원에게 물었다.
래원은 멋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래미야 가방 하나 골라봐. 향수 받았으니까 오빠가 사줄게.”
빈손으로 나가기보다 뭔가 하나를 사고 싶어졌다.
“우왕! 비싼 거 골라야지!”
래미가 가방을 고르는 동안 5대 보욜라는 래원의 옆에 딱 붙어서 시종일관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래원이었으나 이내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도 감독님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드라마도 보여주셔서 저도 같이 봤거든요. 너무 좋더라고요. 가본적 없는 나라를 배경으로 외국인들이 나오는데도 드라마 속에 녹아있는 정서가 전해지는 느낌이었달까요?”
“어우, 감사합니다.”
그는 지금 뜻밖에 아버지의 마지막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 반가운 것이었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 래원이었으니까.
“제가 감사합니다. 저희 아버지의 마지막을 빛나게 해주셔서요. 감독님이 찍어주신 드라마 속에서 아버지는 빛나고 계셨어요.”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5대 보욜라.
래원도 덩달아 숙연해졌다.
래원은 지금의 이 가죽 냄새와 코끝 찡한 공기를 잊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도 함께 만드는 사람과 시청자들 모두를 빛내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노라고 다짐했다.
* * *
새해를 맞아 유럽에 온 뒤로,
어느새 1월 말이 되어갔다.
다음 도시는 모나코의 몬테카를로였다.
파란 지중해, 요트들이 즐비한 항구, 아름다운 성당들과 재회한 래원.
작년에는 시상식 일정 때문에 눈으로만 보고 즐기지 못했던 지중해의 여유를 마음껏 만끽했다.
오로지 관광에만 집중했던 모나코 일정 후에,
래원과 래미는 이번 유럽 여행의 마지막 나라. 스페인에 도착했다.
첫 도시는 바르셀로나였다.
공식 일정이 래원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만나볼 작가님은 어떤 분이셔?”
“책을 냈다 하면 유럽에서는 출간 당일에 바로 베스트 셀러에 드는 작가님.”
래미의 물음에 래원이 대답해주었다.
“그래?”
“매년 봄마다 소설을 하나씩 발표할 정도로 부지런하고, 그래서 팬층도 두껍고.”
어느덧 남매와 친분이 쌓인 스미스가 팬심을 가득 보태어 설명을 거들었다.
“북미나 남미에서도 인기가 많으세요. 현존하는 전 세계 소설가 중에 영화화와 드라마화를 가장 많이 이뤄내신 분이죠.”
“그럴 만도 하겠네요. 워낙 작품 자체를 많이 쓰셔서⋯.”
“상도 많이 타셨고요. 알랭 푸르니에상, 샤르돈상, 보카시옹상, 독일 서적상, 르네팔레상 등등⋯. 저도 직접 뵙는 건 오늘이 처음이라 좀 떨리네요.”
이윽고,
스미스가 래원과 래미를 데려간 곳은
바르셀로나의 구엘 공원 근처.
후안 거리로 내려오는 주택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