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63
능력도 출중했기에, 래원은 그를 키우고자 하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 * *
며칠 후, 해가 바뀌었고
한 살 더 먹은 래원과 래미는 새해의 첫 주를 유럽에서 보내기 위해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퍼스트 클래스라니! 아, 두근두근!”
탑승 게이트에서 기다리는 내내 래미가 한껏 상기된 얼굴로 래원에게 재잘댔다.
그럴 만도 했다. 래미는 태어나서 유럽 땅을 밟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으니까.
“12시간 후면, 런던이다아!”
“그리고 12시간 후면 방영이 끝나있겠지?”
그랬다.
남매를 실은 비행기가 유라시아 대륙 상공을 날아갈 동안, 한국에서는 TBN 래원의 출연 분이 방영될 것이었다.
12시간 후,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면,
래원의 첫 단독 예능이나 다름없는 프로그램의 시청자 반응을 볼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래원의 차기작 소식도 공식적으로 릴리즈 되는 셈이었다.
“하여간, 일돌이! 여행 가면서도 일 생각이네···. 일 생각, 멈춰!”
래미가 래원에게 장난을 쳤지만,
래원의 머릿속 생각과 심장의 두근거림은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예능 출연분과 차기작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 말이다.
이윽고,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 한국 항공에서 탑승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출발하는 한국 항공 777편, 런던 행 손님께서는, 7번 탑승구로 탑승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에 래원과 래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등석 탑승구 쪽으로 걸어 들어가 탑승권을 보여주고 기내에 탑승했다.
12시간 후에 벌어질 일을 기약하면서.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54화 – 리디북스
* * *
12시간의 비행은 행복했다.
코스 요리도 훌륭했고, 갤리에 가면 간식이든 술이든 이코노미석과는 다른 차원의 서비스로 반겨주었다.
래원과 래미는 호텔에 머무는 듯한 시간을 보낸 후,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아아, 아쉬워···! 내리기 싫다. 헤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들어서자,
래원은 바로 휴대폰을 켜서 한국의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아니나 다를까. 연예 뉴스 탭의 상위권은 이미 래원과 래미의 기사가 점령하고 있었다.
[도래원, ‘골드버튼’ 유튜버 뺨치는 공항룩] [브잇걸 래미, ‘공항에서도 빛나는 미모!’] [셀럽 남매의 공항 나들이★] [도래원 감독, ‘꾸안꾸의 정석’] [이슈zoom – 도 남매의 공항 패션 분석] [‘아무튼, 혼자 삽니다’ 도래원, 차기작 고심 중인 뇌섹남] [‘아무튼, 혼자 삽니다’ 도래원, 월미도88과의 은밀한 통화] [래원X래미, 도 남매의 스키야키 먹방!]ㄴ 피카좌 귀여워 미친다!(。♥‿♥。)
ㄴㄴ 이름도 래미ㅋㅋ 래알 미친다!
ㄴ 이 집 남매 얼굴 맛집 인정bbb
ㄴ 도 남매 먹방 유잼꿀잼..!
래원은 이를 빠르게 훑어본 후, 드라마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드라마에 관련된 소식이 가장 먼저 올라오는 곳이자 시청자 반응을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니까.
– 도래원 차기작 뜸!!! (오피셜)
ㄴ 월미도의 선물? 미쳤다리๑°⌓°๑
ㄴㄴ 내 인생 웹툰인데, 개조아!
ㄴ 국내 드라마, 해외 드라마 동시 작업? 그게 가능?
ㄴㄴ 난독이냐? 원글 끝까지 읽어라ㅋ
ㄴㄴ 준비 기간을 길게 갖느라 같이 들어가는 거고 촬영 기간, 방영 기간은 다르다잖아
– 대박! 월미도의 선물 드라마화 하네?
ㄴ 월미도88 판권 장사 잘 하네ㅋ
ㄴㄴ 원래 판권 안 주기로 유명했잖아
ㄴ 월미도88도 ‘소철않’은 마음에 들었나 봄
ㄴ 5252! 래원이 형 믿는다구(∗❛⌄❛∗)
ㄴ 원작 훼손만 안 했으면 좋겠다ㅎㅎ
ㄴㄴ 영화는 각색 너무 심해서 빡쳤음
– 검토 중인 해외 작업이라는 건 뭐임?
ㄴ 소설 원작이라는 카더라가 있음
ㄴ 영드 아니면 미드겠지 뭐
ㄴㄴ K감독이 찍는 영드 미드라니!
ㄴㄴ 레알? 뽕이 차오른다(๐^╰╯^๐)♬
– 에미상 탄 감독한테 일돌이라고 구박 무엇?
ㄴ 피카좌 성격 마음에 든다ㅋ 가차없음ㅋ
ㄴ 찐남매 모먼트 짱 웃겨ㅋㅋㅋ
ㄴ 맞말했네ㅋ 쉬는 날에도 일 못 잃어..!
ㄴㄴ 전국 일돌이 일순이의 대표로 인정한당
커뮤니티의 첫 페이지 전체가 래원의 예능 출연분과 차기작 관련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다.
래원과 래미는 이를 보며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다양한 관심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두 남매가 입국장을 나서자,
[도래원 감독님]이라는 한국어 팻말을 작게 들고 있는 한 남자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자신을 스미스(Smiths)라고 소개한 그는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스튜디오 까날 쁠뤼에서 감독님을 모시기 위해 나왔습니다.”
까날 쁠뤼의 통역 직원인 그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한국어와 스페인어에 능통한 사람이었다.
업무 전문 통역사인 그가 래원과 래미의 관광 통역까지 도와주겠다며 동행하게 된 것이다.
“저희 까날 쁠뤼의 파트너가 되셨으니, 런던에서부터 모든 유럽 일정까지 제가 동행하면서 도움을 드리려고 합니다. 도 감독님께서 보다 편안한 일정을 보내실 수 있게 신경 써 드리라는 다리오 본부장님의 당부가 있었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스미스의 안내를 받으며 도착한 런던.
래원은 그의 도움을 받아 일찍이 예약해둔 호텔을 찾아갔다.
그런데.
키를 받아 들어간 호텔 룸은 래원이 기존에 예약해 둔 곳과 달랐다.
이 호텔에서 가장 좋은 최고급 스위트 룸.
래원이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스미스가 말했다.
“다리오 본부장님이 호텔을 업그레이드해 주셨을 겁니다.”
“아···.” “우와아아아!”
래미는 어느새 반색하며 창가로 뛰어갔다.
템스강과 타워 브리지가 한눈에 보이는 조망.
가히 최고였다.
좋아서 방방 뛰는 래미를 본 후에야, 래원도 얼굴에 미소를 띄울 수 있었다.
“그럼 편히 쉬시고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룸 컨디션을 체크해주고는 호텔 방을 나선 스미스.
남매는 짐을 풀고 누워서 템스강의 노을을 감상했다.
“아아···. 강멍 좋다···.”
“강멍?”
“웅, 강보며 멍 때리기!”
“하하. 요새는 별말을 다 줄여 쓴다.”
한국에서의 고단한 일정은 뒤로한 채,
각자 드라마 감독과 아이돌로 데뷔한 이래로 첫 휴가다운 휴가를 나온 래원과 래미였다.
“일등석에 스위트 룸이라니···. 난생처음이야! 내가 오빠 덕분에 호강한다!”
그들의 휴가는 시작부터 운이 좋았다.
* * *
런던에서의 둘째 날.
래원은 기존에 세워뒀던 관광 계획은 차일로 미뤄두고, ‘다리오 본부장 찬스’를 쓰기로 했다.
바로, 래원이 차기작으로 고민 중인 영국 소설 의 원작자를 만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것도 작업실로 직접 초대를 받았더랬다.
그의 작업실로 가는 차 안.
래원은 이미 여러 차례 읽었지만 다시 한번 를 훑어보았다.
소설의 시작은 이러했다.
「 타워 브리지에서 몸을 던진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의과대학 졸업식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읊고 있었다. 」
주인공 올리버는 40대 남자로, 영국에서 작은 내과 병원을 운영하는 12년 차 전문의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멀리 북유럽에 떨어져 산다.
자식 교육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부부 관계가 소원하여 별거 상태인 것이다.
병원과 집만 오가는 무료한 삶을 살던 올리버는, 거액의 의료 소송에 휘말리며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결국 10년간 운영하던 개인 병원을 폐업 처리하고 설상가상으로 이혼까지 당한 날,
올리버는 너무 착하고 성실하게 욕심없이 살아온 지난 삶을 비관하며 타워 브리지 앞에 선다.
그렇게 템스강에 몸을 던졌을 때, 그는 기적처럼 다시 눈을 떴다.
그것도 의사 면허를 막 땄던 신입 의사 시절로 회귀한 채 말이다.
“어디나 사람 사는 건 비슷한가 봐.”
“왜? 갑자기?”
래원의 혼잣말.
차창 밖 런던의 풍경을 구경하던 래미가 되물었다.
“이 소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 우리나라로 배경을 바꾸어도 말이 되는 그런 이야기거든. 물론 회귀 판타지는 그래도 판타지일 뿐이지만.”
래미도 래원을 통해 대충 소설의 내용을 들은 바 있기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이윽고 도착한 곳.
스미스는 래원과 래미를 한 주택으로 안내했다.
현관문이 열리자,
희끗희끗한 금발 머리와 수염을 지닌 노신사가 두 팔 벌려 반색하며 래원의 일행을 맞아주었다.
“(반가워요. 작가 조지 호킨스라고 해요.)”
“안녕하십니까, 한국에서 드라마 찍는 도래원입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는 도래미 입니다.”
노신사를 따라 들어간 곳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가정집이었다.
조지 호킨스는 래원과 래미 그리고 스미스를 가장 안쪽의 방으로 데려갔고, 그곳에는 두 벽면이 책으로 가득한 서재가 있었다.
그의 아내가 스콘과 홍차를 내왔고,
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그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영국의 메디컬 픽션들··· 소설, 영화, 드라마는 크게 2가지 부류가 있어요. 의사들의 전문적인 삶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거나, 혹은 ‘사람’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죠.)”
“한국도 그렇습니다. 의사가 사람을 살리거나 죽이거나, 둘 다 할 수 있는 직업이니까요. 그래서 창작자가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의사’라는 직업을 택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시종일관 차분함을 유지하던 호킨스가 래원의 말에 돌연 손뼉까지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그게, 내가 메디컬 소설을 쓰게 된 이유거든. 사람 이야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그는 래원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하면서, 자신이 이 소설을 쓸 때 작가로서 목표했던 것과, 만약 드라마화가 된다면 어떤 점이 두드러졌으면 좋겠는지 등등을 피력했다.
래원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곧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 의학 드라마가 유행할 것이다.
그 중심에는 지금 호킨스가 열변을 토하고 있는 스타일의 메디컬 픽션이 있었다.
‘의학’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서, ‘사람’에 초점을 맞춘 그런 의학 드라마 말이다.
때문에 래원에게 지금 조지 호킨스와의 대화는 선배 예술가와의 대담 같은 것이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래원처럼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작가였다.
세상 모든 이야기는 ‘사람’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한편, 래미는 대화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래원의 옆에서 가만히 들으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기도 하고, 감동한 듯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며 나름대로 유익한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만약에 선생님 작품으로 드라마를 만들게 된다면, 다시 한번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래원은 호킨스에게 한국식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그 역시 똑같이 래원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의 배웅을 받으며 나서는 길.
어느덧 래원의 가슴 속에는 에 대한 애정과 확신이 피어 있었다.
* * *
런던의 트래펄가 광장.
래원이 저 멀리 앞서가던 래미를 부르더니,
“래미야!”
분수대 앞에 앉았다.
“래미야, 우리 여기서 사멍, 길멍 하다가자.”
“웅? 사멍?”
“사람들 보면서 가만히 멍 때리는 거.”
“그런 말이 어딨어. 오빠가 지어냈지?”
“강멍도 있는데, 사멍 길멍도 있을 법 하잖아.”
“그럼 길멍은 길가에서 멍 때리는 건가?”
“그렇지! 역시 내 동생.”
래미는 피식, 어이없다는 웃음을 흘리면서 래원의 옆에 함께 앉아주었다.
며칠 동안 두 남매는 빅 벤, 버킹엄 궁전, 타워브릿지, 내셔널 갤러리, 세인트 폴 대성당 그리고 해리포터 스튜디오까지.
런던의 주요 관광지를 알차게 돌았더랬다.
그리고 오늘은 여유를 즐기며 런던 거리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있는 것.
래원이 본 영국 사람들은 낯선 이들과 신체 접촉을 가능한 피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 이 광장만 둘러봐도 그랬다.
몸이 살짝 닿기만 해도 미안하다고 바로 인사하고, 서로 눈도 가능한 한 맞추지 않는다.
대화를 할 때도 멀찍이 떨어져서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게 배려해주는 듯했다.
또한 줄 서기를 좋아하며, 가게에서 급작스럽게 웨이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감정의 동요 없이 태연했다.
침착하고 이성적인 사람들.
그리고 함부로 선을 넘지 않고,
타인과의 거리를 지키며, 타인의 공간을 존중해줄 줄 아는 사람들.
문화 인류학자들은 사회 내에서 개인과 개인 간의 물리적 거리를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물리적 거리로 두 사람의 사회적 관계도 알 수 있고, 또한 각 개인의 심리적 특징 또한 캐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니까.
그런 면에서 래원은 영국인들의 거리 두기를 참으로 흥미롭게 느꼈다.
이들이 타인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해준다는 것은, 자기 자신 역시 소중히 여길 줄 안다는 뜻이었다.
“래미야, 영국인들은 자존감이 되게 높은 것 같아. 프라이드가 강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으음···. 콧대가 높다는 뜻이야?”
“아니. 자만심이나 그런 게 아니고, 자긍심? 자아 존중감이랄까?”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타인의 소중함도 아는 법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만 중요한 게 아니라 타인 역시 자신만큼 중요한 존재임을 아는 성숙한 휴머니즘.
래원은 이 같은 성숙한 휴머니즘을 영국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영국 사람들과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차가워 보이고 거리두기를 하나, 작업을 하며 친해졌을 때는 어떤 얼굴과 어떤 속마음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하지만 지금 영국에 대한 감정이 좋고 호기심이 샘솟는다고 해서 섣불리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래원에게는 말고도 라는 또 다른 선택지도 있었으니까.